기획회의 640호 : 2025.09.20 - #계간 <비욘드 로컬> ③ 성과, 가을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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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는 특별 연재 중인 '로컬'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늘 그렇지만 '로컬'일 땐 늘 좀 두꺼운 편이다. 로컬은 늘 어렵다. 사람들은 도시로 몰리고 그곳에 문화가 있고 직장이 있고 뭐든 있다. 시골은 조금 특별한 사람들이 사는 곳 정도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로컬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공유하는 작업은 중요한 것 같다. 기획회의는 연재로 그 일을 하고 있다.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방에 큰 축제나 큰 건물을 세우면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까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을 보러 지방까지 가는 수고를 할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있다고 하더라도 일회성이지 않을까?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이 지나간 자리가 보통 그렇다. 얼마나 많이 이어지고 있을까?

  로컬은 '로컬다움'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것은 로컬에서 살아남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지속가능성이 있으려면 결국 지역 구성원들이 그 일을 해내야 한다. 그래서 로컬에 대한 투자는 지역 구성원에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 촌이 촌스러워야지 세련되서야 될까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행정 자치 제도의 문제점도 있다. 예전에는 읍장, 면장을 투표로 뽑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군수까지만 선출하고 나머지는 그저 직책을 부여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도 행정도 모두 군 위주로 움직인다. 읍면 단위의 행정이 이뤄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네 주민이 아닌 사람이 리더를 맡고 있어 적극성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지역이 지역다워야 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울산, 여수, 평창 그 외에도 여러 도시들은 자신들만의 색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지역에는 테마와 정체성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에 맞춰 지역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의 일은 지역 미디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풀뿌리 언론이야 말로 지역의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 그것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고민의 문제가 있다.

  한국으로 관광객이 많아지면 서울에만 붐비던 인파는 어느새 지역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역 거점 공항이라는 거대 담론은 차치하고 지역이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거주인원만 인구라고 셈하지 않고 거쳐가는 사람들을 일로 나누어 인구를 셈하면 일 년 내도록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곧 새로운 인구가 될 것이다. 그 인구에 맞춰 또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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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의견일 뿐이다 - 불확실한 지식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진짜를 판별하는 과학의 여정
옌스 포엘 지음, 이덕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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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뉴스가 흔해지고 있다. 아님 말고 식의 개소리들도 일상이다. 저널리즘을 잃어버린 미디어마저 윤리의식을 잊어버린 듯하다. '사실은 의견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의견일 뿐일까. '실은 의견일 뿐이야'와 '사실은 의견으로 이뤄져 있다'는 다른 의미로 이해될 수 있을까.

  책은 예상과 달랐다. '가짜'라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사실'에 접근하는 수많은 의견들에도 맹점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모두가 자신이 정의다라며 싸우는 전쟁터 같은 느낌일까. 그 속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근거로 주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미디어를 보면 똑같은 내용으로 다른 얘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구는 몸에 좋다고 하고 누구는 몸에 나쁘다고 한다. 그것도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다. 다른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연구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

  과학은 최대한 신뢰할 만한 하도록 가정을 하고 실험한다. 반복해서 테스트하고 왜란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실수는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시멜로 테스트가 그렇다. 더 오래 참는 아이가 더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진실일까? 그 오래 참는 아이는 부유했고 그 아이는 마시멜로를 다시 먹을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에 더 오래 참을 수 있었다. 그 아이의 성공은 인내가 아니라 부모의 재력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이 사실 보다 원래의 주장을 믿고 싶어 하는 것은 '공정'이라는 아름다움을 믿고 싶어서가 아닐까.

  많은 과학자들이 신뢰적인 데이터를 측정하고 싶어도 쉬운 일은 아니다. 측정한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양자역학과 호손효과는 그 결과의 신뢰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 게다가 인간이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어디에 자신의 의견이 가해지는지 인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일부러 틀린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함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고 또 폐기된다. AI의 등장은 더욱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얼마 전 AI가 폐기된 논문을 인용해 글을 작성해서 과학계에서 논란이 되었다. AI는 확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과학계에서는 인과 관계를 검증하는 데에는 AI를 사용하지 않지만 일반인들이 이런 정보를 받게 되면 잘못된 정보가 퍼져 나가게 된다.

  정보가 넘쳐나면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정보를 더 편하게 얻게 되었지만 더 높은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고 자신이 의문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의심하고 검토해 봐야 한다. 

  더 편한 세상이 되었지만 더 어려운 세상이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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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인 차이나 - 중국에 포획된 애플과 기술패권의 미래
패트릭 맥기 지음, 이준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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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꼭 애플만의 문제인가? 아니다. 이것은 효율적인 재고관리를 위한 SCM, 즉 공급망 관리의 문제다. 기업의 경쟁은 치열해졌고 더 많은 이익을 위해서는 더 저렴하게 생산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소위 글로벌 공급망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분한 노동력, 생산 인프라 그리고 저렴함을 모두 갖춘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중국은 그 조건에 따 맞아떨어진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발전했던 것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은 개발도상국들이 우리와 같은 전략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

  기업은 더 나은 조건을 따라 이동한다. 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이동했고 최근에는 베트남 마저 떠나 인도로 가고 있다. 다음 역은 에티오피아라는 말도 있다. 더 저렴한 노동력을 향해 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움직이는 기업도 있다. 테슬라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는 자동화율이 아주 높아서 전문화된 엔지니어 위주로 고용이 되기 때문에 공장을 어디에 짓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사람보다 더 저렴한 로봇의 등장이다.

  이런 세계적 추세 속에 유독 애플은 중국에 묶여 있다. 지난해(2024) 애플의 공급업체수는 중국이 84%를 차지하고 있다. 초기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속에 유독 투자를 많이 했던 애플이기에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그리고 애플의 말이라면 뭐든 해주는 폭스콘 같은 회사는 드물다. 노동력 착취로 투신이 있었던 폭스콘이다.

  애플도 이제는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생산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공급망이 한 나라에 있는 리스크와 함께 인도시장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태국, 인도의 공급업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책에서는 애플이 중국에 사로잡혔고 또한 중국 기술을 발전시켜 줬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 시절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던 기업은 없다. OEM 방식의 생산은 협력업체에게 자연스럽게 기술을 이전시켜 준다. 그리고 더 발전된 기술은 본사나 연구소에서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협력업체가 자신의 기술을 익힐 때까지 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first move를 하는 기업에게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지금도 가격 경쟁력 때문에 많은 중국 제품을 쓰게 된다. 그들이 공급하는 제품들은 예전에 일본이, 한국이 생산하던 제품들이다. 마치 품질 인증을 받지 않은 벌크(bulk) 제품이지만 OEM으로 꾸준히 납품했던 제품이라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높은 품질이 필요할 때에는 일본이나 독일에서 구매하게 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베트남이 공급 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보다 저렴한 노동력에 기초적인 인프라가 있다.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수급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베트남마저 인건비 상승으로 포화 상태가 되어 간다. 

  중국과 미국의 패권 싸움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엘리트의 싸움에서 결판나지 않을 거다. 어느 나라나 똑똑한 사람들은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노동력이 많은 나라가 결국 이기게 될 것이다. 그것이 본국이든 우방이든 말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이나 중국이나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교육의 양극화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힘들지만 전 국민에게 고등 교육을 시키는 우리나라의 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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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싱 더 바운더리 - 마이너 서브컬처 매거진 밑바닥 생존기
푸더바 지음 / 자크드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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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이상한 걸 좋아한다. 누구에게나 B급 감성과 마이너리티가 있다. 단지 드러내 보이기 어려울 뿐이다. 재밌거나 감동적이거나 유익하거나 라는 3대 콘텐츠 장르 중에 단연 재밌거나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끈다. 그리고 그중에는 이상한 것들이 많다.

  이상한 걸 사람들은 좋아할까? 아마도 자신은 차마 할 순 없지만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대리만족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 먹방도 그런 의미에서 이해가 간다. 맛있는 걸 걱정 없이 배부름 없이 잔뜩 먹고 싶은 마음은 이상한 걸 한 번 막 질러보고 싶은 마음과 다르지 않지 않을까?

  사실 푸더바라는 채널을 모른다. 이런 B급 감성의 채널을 잘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늘 관심은 있다. 나에게는 마이너리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왜 이런 걸 좋아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어 협찬을 신청했다. 요즘은 어떤 걸 좋아하나라는 궁금증도 포함해서다. 콘텐츠를 만들 때 주체성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적인 것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헛소리만 하다가 반짝 인기 후 몰락하는 것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기도 할까.

  푸더바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주체성이 있다는 것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농담 따먹기 같은 문장이 난무하는 에세이와는 다소 다른 느낌이 있다. 별스러운 콘텐츠지만 진지할 땐 진지할 줄 아는 느낌이다. 구심점이 확실하기에 더 멀리 돌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콘텐츠가 마이너 하다고 본인마저 마이너 해지면 안 된다. B급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실력은 A급이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가수로 치자면 <오렌지캬라멜>이 그렇지 않을까. 본인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좋은 콘텐츠를 저장해서 참고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푸더바라도 그렇게 훌륭한 채널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것 같았다.

  때론 질보다 양이 중요할 때가 있다. 그 속에 발전도 있다. 지금 같은 세상이라면 100짜리 한 개보다 1짜리 100개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콘텐츠도 결국 전략이니까. 

  에세이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정보가 많아 좋았다. 평범한 걸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것 또한 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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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읽는 세계사 - 하트♥의 기원부터 우주로 띄운 러브 레터까지 1만 년 역사에 새겨진 기묘한 사랑의 흔적들 테마로 읽는 역사 10
에드워드 브룩 히칭 지음, 신솔잎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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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역사를 사랑이라는 단어를 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번식이라는 원초적인 단어로부터 시작되었겠지만 대를 이어간다는 것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감정을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최초의 신들은 대부분 여성이었고 모계 중심 사회이기도 했다.

  성욕은 때론 식욕보다 앞설 때가 있고 예술의 가장 깊은 곳에는 늘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미술과 음악 그리고 문학에서 사랑을 빼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1만 년 인류의 역사를 아름답기도 하고 기묘하기도 한 유물을 통해서 설명한다. 과거를 거슬러 갈수록 적나라한 묘사가 드러나지만 그 속에는 그 시대만의 의미가 있다.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도 있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얘기도 있다.

  사랑이라는 이야기가 가득하기도 하지만 예술 작품도 가득하다. 컬러로 담긴 삽화는 눈을 즐겁게 한다 (가끔은 쑥스럽게 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삽화에는 설명도 달려 있다. 마치 미술관을 다녀온 듯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인간의 희로애락에는 사랑이라는 이유가 있다. 인류가 표현해 왔던 사랑이라는 키워드의 유물을 즐기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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