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
팀 잉골드 지음, 차은정.권혜윤.김성인 옮김 / 이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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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나노섬유 같은 커버를 가진 이 책의 선(線)은 사실 선(善)으로 이해했다. 선(善)에 대한 연구는 종종 볼 수 있기도 하고 꽤나 관심 있는 테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한 선은 선(線)을 얘기하고 있다. 세상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선(線)의 형태를 띠고 있고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 같았다. 사실 이 책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지금 뭔가를 골똘히 생각할 만큼의 여유가 없어서 일 수도 있겠지만 꽤나 추상적인 느낌이다. 

  선(線)이 자연에 인간에 대해 어떤 형태와 의미를 가지는지 고찰하는 이 책은 이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수학에서는 모든 형태는 점으로 이뤄졌다고 배웠다. 선은 같은 방향으로 늘어선 점들의 집합이고 원은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무수한 점들의 집합이다. 점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 또한 많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선(線)에 대한 이야기다. 선에 대해 무엇을 대해 얘기할까? 잘 이해는 못했지만 몇 가지 관심 있게 본 내용을 정리해 볼까 한다.

  점이 하나의 최소 단위라고 하면 선은 객체를 이루는 최소 단위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선과 덩이는 비슷한 위치에 있는 듯하다. 많은 생명체는 선과 덩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덩이가 하나의 고유성을 갖는다면 선은 연결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손과 손이 맞잡은 형태를 한의 선의 연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선은 융합적으로 혹은 상호 침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선과 인간의 발전은 비슷할까? 선과 선이 모여 만든 매듭은 인간의 오랜 예술적 작품 중에 하나다. 어떻게 보면 건축의 시작이 매듭일 수도 있다. 매듭의 형태는 점점 더 정교화되었지만 체인과는 다른 형태다. 끊어지지 않은 채 얽혀 있는 모습이다. 매듭의 형태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이음이다. 하지만 매듭의 형태는 접합의 형태와는 다소 다르다. 분절된 것들을 하나로 이으려면 이음이 필요하다. 그것은 유연해야 하며 탄력적이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매듭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매듭이 특별한 것은 그것은 풀려나더라도 원래의 형태를 취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분절되어도 연대를 갈망하는 인간의 모습이 매듭의 성질과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기, 공기의 경우는 어떨까? 다소 이해가 어렵다. 한 줄기 공기가 콧 속으로 들어와 회오리 치고 나가기를 반복한다. 하나의 덩이가 아닌 선을 이루기를 반복한다. 하늘의 모습은 단편적이지 않다. 그 모습은 우리의 눈에 투영된 모습이다. 하늘과 구름과 별은 그렇게 계속해서 옮겨간다. 분절된 하나의 모습이 아닌 연결된 모습. 고흐의 하늘은 그런 감각을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인간은 자연 전체를 인간화하려 한다. 우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간화한다는 것이 인간이 세계를 인간답게 만든다는 건 아니다. 인간은 세계 속에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간은 그저 자신의 삶 속에서 그저 부단히 움직일 뿐이다. 삶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해 가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제작자며 무엇으로 존재할지 스스로 결정해야만 한다. 삶을 이끈다는 건 선을 펼쳐 놓은 것과 같은 것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차분히 몇 번을 곱씹어야 할 책 같다. 그런가 쉽다가도 어느 순간 멍해져 버린다. 문장 문장이 철학적인데 그것을 또 선으로 연결한다. 어느 부분에서 놓쳤는지 다시 멍하게 된다. 한 번에 이해하려 덤비면 참 힘들게 읽어야 할 책 같다. 여러 번 조금씩 이해한다는 생각으로 읽어야 할 듯하다. 삶을 선으로 이해하는 자세. 인생은 연속적이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듯하다.

  조금은 어렵지만 그래서 독특하고 재밌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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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의 인류 문화 오디세이
마틴 푸크너 지음, 허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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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발전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역사적 사실을 열거하며 기술하는 많은 역사서가 있는가 하면 세계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하는 책 또한 존재한다. 역사는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는데 꽤나 중요하다. 공동체나 민족은 또 다른 민족과 섞이며 새로운 민족이 된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고유함을 띄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것은 더 이상 고유하지 않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 그것은 고유한 문화가 된다. 

  국경의 분류보다 더 복잡하고 더 쉽게 섞여 버리는 문화에 관한 이야기는 어크로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문화라는 건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유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다. 그렇다고 그 고유한 문화가 순수한 문화라고는 말할 수 없다. 우리가 그리고 우리 선조가 통상적으로 사용했던 문화가 고유문화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가능할지도) 현재의 우리의 입장에서는 통합된 하나의 사회의 문화이기 때문에 예전에 서로 칼을 겨눌고 있던 두 나라의 문화 모두가 우리의 문화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문화는 국경과 달라서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된 지금의 시대에는 더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 매일매일 이슈나 트렌드가 변한다. 지역적인 이슈에 반응하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의 일에 더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지구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일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문화는 서로 만나 영향을 주고받거나 배척되거나 새롭게 탄생하거나 한다. 고유의 문화를 지키려고 애써는 사람도 있고 새로운 문화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한류라고 불리는 것은 우리의 것이 아닌 문화를 뭉쳐 우리의 것이 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K-POP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그 속에 국악을 찾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볼 때 문화는 세상과 단절되어 보존되었을 때 우리가 인식하기 쉽다. 문화라는 것은 늘 옛것을 지우고 그 자리에 새것을 쓰기 때문이다. 동굴 속에 그려진 벽화의 동굴 입구의 붕괴와 같은 건 문화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의미 있다. 수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그렇다. 어느 지점을 분류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단절된 부분이 필요한 것이다.

  책은 보통 역사서들이 주목하지 않은 부분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자주 접하지 못한 부분이어서 그런지 쉽게 집중이 되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웠다. 한번 읽고 싶었던 <배갯머리 서책>이나 <겐지 이야기>까지 언급할진 몰랐다. 유럽의 역사보다 다른 나라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조금 생소했는지도 모르겠다.

  본문에 일본 관련 얘기가 많아서 여전히 서양에게 연구된 동아시아 문화는 일본이구나 싶었지만 에필로그에서 KPOP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작가가 한국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다(약간 섭섭한 부분이 사라졌달까). 

  쇼베동굴의 벽화부터 나이지리아 독립에 관한 이야기까지. 재미난 여행을 하는 듯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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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너머 - 사라진 나라, 동독 1949-1990
카트야 호이어 지음, 송예슬 옮김 / 서해문집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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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자마자 흐뭇할 정도로 좋은 퀄리티네요.
내용은 더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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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어떻게 난세의 승자가 되었는가 - 대항해시대의 일본 전국시대
아베 류타로 지음, 고선윤 옮김 / 페이퍼로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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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세 명의 장수를 손에 꼽으면 언제나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셋은 두견새를 대하는 것으로 그들의 성격을 자주 표현하곤 한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이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두견새가 울도록 먹이를 주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 이들의 성격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이 표현은 어떤 리더가 옳은지를 얘기할 때도 자주 쓰이곤 한다.

  얇지만 다소 전문적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페이퍼로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인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선천적인 것일 수도 후천적인 걸 수도 있다. 어려서부터 오다 노부나가에게 인질로 잡혀와 성장했기 때문일까. 그는 여러 고비에서 인내하며 패전 후에도 낙담하지 않고 훗날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야스의 <동조궁어유혼>에는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나그네와 같다. 서두르지 마라"라고 적혀 있다. 그가 얼마나 인내하고 견디며 나아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치 한신이 부랑배의 가랑이 사이를 기었다는 이야기와 닮아 있다. 뛰어난 판단과 외교 능력으로 난세를 잘 버티며 결국 패권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내한다고만 될까? 그의 책에는 이런 말도 있다. "나에게 책임을 묻고 남을 책망하지 마라". 오다 노부나가 마저도 위기의 순간이 있었는데 이에야스에게는 얼마나 많았을까. 난세의 어려움 속에 남을 책망하는 일은 비관적인 생각으로 빠지게 만들지도 모른다. 자신의 행동과 상황을 끊임없이 직시하면서 판단한 그였기에 마지마가 승자가 되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미 여러 번 다뤄진 역사의 중심인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지만 사료의 해석은 언제나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저자는 이에야스의 흔적을 다시 한번 훑어보고자 했다. 내용은 굉장히 전문적이면서 축약되어 있어서 일본사를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읽으면 무수히 쏟아지는 인물들에 정신이 없게 된다. 하지만 역사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에 집중하게 되면 책은 생각보다 빠르게 읽을 수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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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02호 : 2024.02.20 - #2024 로컬 트렌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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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회의 602호는 601호에 이어 로컬에 대해 계속 얘기한다. 사실 왜 <로컬>이라고 이야기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은 다소 정치적이고 지구는 행정적이다. 지방은 배타성을 가지고 있고 향토는 지나치게 토속적이며 고장은 올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글로벌한 정서를 반영하여 결국 <로컬>이 되었다. <로컬>은 특정한 물리적 범주를 전제로 다양한 관계망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지역의 정체성이 내포된 미래적 트렌드나 특성을 포함한다.

  한국은 서울과 지방으로 불리게 된 현실에 <로컬>의 가능성과 필요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전번 호에서 만난 우치다 타츠루의 책을 이미 몇 권 장바구니에 담았다. 602호에도 어김없이 우치다 타츠루의 <로컬>에 대한 얘기는 인용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이라고 얘기하는 일본의 청년들은 탈도시를 선언하며 지역에 새로운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망명'으로 비유되곤 한다. 지역 이주은 경쟁과 시장원리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본능적 선택이다. 빈부 격차, 기회 불평등, 획일화한 노동 등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로 <로컬>을 재발견하고 있다.

  이를 <후퇴론>이라고 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자본주의 한계, 시장주의, 경쟁 논리, 환경파괴, 도시 집중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로컬>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의 터전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삶의 대안이라기보다는 삶의 태도이자 삶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로컬>을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한 많은 사람들은 이제 실체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어디에 위치하든 개인의 경쟁적일 잃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로컬만의 무언가와 결합했을 때 시너지가 일어나지 않을까? 스토리, 이미지, 관계 등 영역 구축의 중요한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로컬>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나에게 <로컬>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것은 로컬로 향한 이들의 공통적인 질문이자 본질일 수 있을 것 같다. 고향도 아니고 오랜 시간을 지낸 곳도 아닌 내가 살고 싶고 이웃이 있고 친구가 있고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는 곳. 트렌드를 쫓을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아닐까라며 한 저자는 설명하고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도시를 떠나 사는 것은 쉬운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과포화된 수도권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결국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변하지 않을 가치'를 찾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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