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시간 - 인간의 손끝이 우주를 새겨온 이야기
레베카 스트러더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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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 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사향산업이라는 것이다. 책 자체도 많이 읽고 있지 않지만 책의 디지털화는 늘 고민의 대상이었다. 같은 선상에서 시계 또한 책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 시대를 구가했지만 디지털화되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날로그가 가진 월등한 정보량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인 것 같다.

  시계의 역사와 복원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책은 생각의 힘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시간에 대한 얘기는 늘 과학과 함께 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둥 흐른다는 둥 그런 얘기들 말이다. 그렇다면 시계 제작자이자 역사학자인 저자의 글은 어떨까.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인문학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시계와 시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연 시를 살아갔을 아주 오래전 인류들이 어떻게 시간을 인지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나 달을 이용해서 뭔가를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태양은 눈부시니 보통 달을 더 많이 연구하지 않았을까. 인류 또한 야행성이었을 테니까. 거기에 뭔가를 세는 행위를 하면서 숫자와 수학이 더해져 오늘날의 시간이 만들어졌을 거다.

  시계라는 것은 공동체를 하나로 모으는 중요한 구심점이 되었을 것이다. 마을 중앙에 설치된 거대한 해시계는 마을 사람들의 약속을 만들어냈을 것이고 사람들은 늘 그곳으로 모였을 것이다. 시계는 그렇게 더 중요해지지 않았을까.

  중세로 넘어가면 시계는 권력의 상징이 되었던 거 같다. 책이나 글도 그렇듯 늘 독점이 존재해 왔다. 좋은 건 기드권만 취하는 것 같은 것 말이다. 산업혁명 이후 시간에 맞춰 일하는 노동자의 시간을 고용주는 마음대로 늘리고 줄이 고를 했다. 노동자는 자신이 얼마나 일하고 얼마나 쉬는지도 알지 못한 채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일하고 쉴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가짜들의 기능은 필요한 것 같다. 카피품이라고 하는 가짜들은 기득권들의 권력을 대중화할 수 있게 해 줬다. 비싸고 멋지게만 만들던 시계들이 투박하고 저렴해져 갔다. 그리고 시계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근대에 전자 산업의 발전은 시계의 디지털화를 가져왔고 더욱더 대중화되었다.

  시계의 디지털화 앞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스와치'는 아날로그의 반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시계는 기능에서 다시 패션으로 프레임 전환을 하게 된다. 그것이 스마트 워치들이 세상을 장악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각자의 영역에서 생존해 있다.

  시계는 인간의 역사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이라는 것이 정의되었을 때 역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대와 시계의 발전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은 정말 재미난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정밀함을 가진 시계를 예전 기술로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이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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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32호 : 2025.05.20 - #출판, 뉴 제너레이션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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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의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하는 것은 그 근본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글을 읽는다는 행위에 충실했지만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으로의 전환은 다른 미디어들에 비해서도 더디다. 어떻게 해야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낼 것인가. 출판 업계의 고민은 쉽지 않은 듯하다.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는 출판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종이책을 벗어날 수 없으면 결국 아이디어로 승부를 봐야 한다. 물량으로 승부 보기엔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유통사의 그늘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호화스러운 작가들에게만 기대기도 쉽지 않다. 결국 기획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최근 여러 출판사나 서점을 보면 기존의 형태를 벗어나려 노력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쪽 업계가 뻔한 듯하다. 결국 규모의 경제에 먹히고 만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만의 특색 있는 브랜딩을 시도한다. 그것이 어쩌면 출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큰 유통사라고 해서 다르진 않다.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는 민음사를 필두로 여러 출판사들이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교보문고 같은 곳도 새로운 브랜딩을 시도한다. 예전에 출판사 '교보문고'라고 적힌 책이 아니다. 교보문고의 '북다'는 대형서점마저도 새로운 출판으로 향하고 있다.

  단순히 종이책만 팔지 않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자신들만의 개성을 내어 보이는 것으로 승부를 보는 출판사들이 있다. 대형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서점과 직거래하기도 한다. 독특한 콘셉트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점과의 계약은 창고 이용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항상 수익 압박을 받는다고 한다. 서점과의 직거래는 다품종 소량을 시도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철저하게 기획력으로 승부 본다는 것이다.

  돈이 몰리는 곳에 발전이 있다. 출판업계는 현대화하기 전에 너무 빨리 규모가 줄어들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기획도 유통도 물류도 모두 발전이 필요할 것이다. 구독은 어쩌면 출판이 쫓아가야 할 트렌드 중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려면 끊임없는 아이디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건 늘 머리 아프지만 생존의 문제는 그 이상이기 때문에 출판 또한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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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어떻게 국민을 지키는가 헌법의 자리 2
박한철.신상준 지음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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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내란 이후, 우리 사회에는 법에 대해(그것도 헌법)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헌법 관련 책들의 소비되고 검색 순위도 상승했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회에서, 그것도 어렵고 어려운 법에 관한 책들이 팔려 나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파장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헌법의 자리를 집필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의 두 번째 이야기는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판사는 무색무취여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어쩌면 AI가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좌우에 선입견과 빚이 없어야 한다. 마치 수도승 같은 무상무념의 경지에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라면 더욱 그래야 할 것 같다.

  얼마 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법원의 기습과도 같았던 '파기 환송'을 보면 더더욱 판사의 자질에 대해 더욱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재판의 본질은 질문이라고 했다. 훌륭한 헌법재판이 되려면 다양한 의견과 가치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했다. 저자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탄핵 인용을 한 문형배 전 소장 역시 마찬가지다.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토론하고 모두가 이해하고 인정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책은 시대 정신과 근대 국가의 생성과 헌법의 탄생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러 헌법 판례를 소개한다. 그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지난 12.3 내란에 대한 탄핵 인용이었다. 상식적으로 너무 당연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법에 맞추어 하나하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억울한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법의 기본 원칙 때문이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하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판례를 들여다봐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들도 있고 어떤 것들은 저렇게까지 생각해줘야 하는 것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헌법재판은 그냥 재판처럼 유죄/무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합헌/위헌뿐 아니라 그 중간 단계들이 많이 있었다. 법 개정을 국회에 넘기는 것 같은 것들이었다.

  이번 책에는 판례를 넘어 민주주의 그 자체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국가와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해 얘기한다. 민주주의는 늘 시끄러운 것이고 그 시끄러운 소리는 토론이 되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이해하고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는 가장 좋은 제도는 아니다. 단지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채용하고 있다. 아니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민주주의라서 그럴 수도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독일에서 히틀러가 나왔으니 민주주의에 약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늘 진화를 해야 한다. 너무나도 명백한 위험을 얘기하는 검은 백조(블랙스완)와 다르게 회색코뿔소라는 것이 있다. 너무 평범하거나 너무 위험해서 아무것도 안 하게 되는 듯한 것이다. 

  정치를 하기 쉬우려면 국민들이 먹고살기 힘들면 된다는 건 박기춘의 업무 지시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가정의 초토와, 라면의 상식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갈라 쳐서 아무 생각 없이 자신들을 지지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자유와 민주주의는 위협받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다. 잘못된 정치를 하는 이들을 적어도 투표를 통해서 응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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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론 -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
우치다 다쓰루 지음, 박동섭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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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속히 변하하는 세계에서 어쩌면 우리에게는 모험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버린 건지도 모른다. 합리적, 효율적이라는 단어를 내세우고 최적화를 말한다. 산업에서만 쓰이던 이런 말들이 인간 자체로 스며들어 버린다. 아이들의 틀에 박힌 생활들은 그중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우치다 타츠루 님의 책은 알에이치코리아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용기'라는 단어는 꽤나 정의롭고 멋스럽다. '용기를 내봐'라고 자주 쓰이지만 지금의 세상에서 용기를 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괴짜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 우리 사회는 죽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용기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맹자나 공자가 얘기하듯 천만 대군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고 훗날을 도모하며 퇴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중심에는 '자신'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수 있다. 다르게 얘기하면 신념일 수도 있다. 스스로 고민하고 가지게 된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그것이 바로 용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용기는 개인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고 정답도 없다. 

  우리 사회는 왜 용기가 사라지고 있을까? 그것은 아마 모두가 같은 흐름에 몸을 실은 채 살아가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불 밖은 너무 위험하다는 농담마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기류에 휩쓸리지 못하면 낙오된다는 불안감. 그것은 튀는 것을, 괴짜가 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괴짜가 사라진 세상에 변화는 없다. 돌연변이 없이 진화가 없듯이 말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고독'이다. 인간에게 연대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알고 있지만 인간은 고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믿는 것을 해나갈 때 누군가 어깨를 두드려 줄 때까지 견뎌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시대는 그 호흡이 너무 짧아 고독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내가 미친 건지 무리가 미친 건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옮기지 말고 스스로 믿는 것을 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용기 있는 행동이다. 여러 사람 앞에서 청산유수처럼 말하는 것이 용기 있는 것이 아니라 말을 더듬더듬 대며 숨이 넘어갈 듯 한 목소리로 자기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리고 그것을 견디는 힘, 그것이 인정되는 사회가 필요한 것이다.

  억압과 독재 등의 사회적 사건 속에서 우리는 '연대'를 강조해 왔다.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에게 연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시에는 목숨을 걸어서도 당당히 맞서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마치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히듯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것은 사자가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것과 가젤이 무리 지어 도망가는 것에 비교할 수 있다.

  위험이 사라진 시대에도 왜 초식동물처럼 다들 무리의 중심으로 피하려는 행동을 하게 될까? 그것이 지금의 사회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는 가장 기본적은 문제이며 아이들의 교육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용기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이의 생각을 주입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옮고 그름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 그것으로 자신만의 용기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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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31호 : 2025.05.05 - #종료를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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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이 있으면 언제나 끝이 있다. 무한한 해 보이는 우주의 종말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저마다의 시간 속에서 발생하고 또 소멸한다. 그것은 산업이라고 별 다르지 않다. 출판업은 계속해서 축소되고 그마저도 대형 유통사로 집중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연결은 지금의 시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중간 유통업의 파산을 가져오고 있다. 변화는 늘 양면을 가지고 있다.

  종료를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을 말하는 이번 호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텍스트힙이라며 작은 소용돌이가 생겨도 텍스트가 가지는 힘에 비해 상업적인 결과는 좋지 못하다. 출판의 불황은 결국 도서 도매상들의 파산을 넘어 웹 플랫폼의 서비스 종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통 단계가 줄면 어쩌면 소비자와 생산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생산자는 후려치기를 당할 일이 없고 소비자는 유통마진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대형 마켓이 문을 닫는 이유도 그런 면이 있다. 작은 규모가 얽혀 있는 생태계는 큰 규모가 이길 수 없을 만큼 거대해져 있다. 그리고 출판업도 인터넷 서점 3 대장을 제외하면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출판 도매업은 파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가 줄어서 일 거다. 잔에 술이 넘치면 어디론가 흘러가지만 그럴 만큼의 술이 없다는 사실이다. 원재료비는 늘어나는데 소비가 많지 않으니 자연스레 가격이 오르고 그 가격으로 또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 

  이런 안타까운 악순환은 영화계에도 존재한다. OTT로 넘어간 고객들이 영화관을 찾는 일이 줄었다. 많은 콘텐츠는 영화관이 아니라 OTT 속에 있고 자금도 모두 그쪽으로 몰려든다. 영화로 개봉한 작품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서 만날 수 있다. 집에서 즐길 수 없는 화면과 사운드가 있다고 해도 영화관으로 가는 일은 많지 않다. 그건 정말 OTT만의 문제일까?

  비싸고 귀찮아도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결국 좋은 영화의 생산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좋은 영화의 소멸은 결국 영화 잡지와 같은 파생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제 남은 잡지라고는 <씨네 21>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1950 ~ 60년대 한국 지성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사상계>가 복간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박정희 정권 때 폐간 당한 지 55년 만이다. 볼거리가 많아지고 깊은 생각을 많이 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지만 언제까지 버틸지가 시작부터 걱정인 것도 사실이다. 언젠간 끝날 줄 알면서 시작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용기이기도 한 것 같다.

  용기가 필요한 시대이며 그런 용기가 성공하는 시대가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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