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만든 세계 - 세계사적 텍스트들의 위대한 이야기
마틴 푸크너 지음, 최파일 옮김 / 까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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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는 인류의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이 문자가 되면서 지식은 보다 널리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 소실되던 지식은 사라지고 점점 쌓여 지금의 인류를 만들었다. 글은 인간에게 진화의 속도를 넘어 진화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문자가 만들어낸 글은 생물과 다르지 않다. '밈'이라는 책을 보면 문명, 지식이라는 거 자체도 적자생존 속에 있다. 많이 쓰이는 것들이 득세하고 남는다. 

  인류를 이끌었던 때론 영감을 주고 때론 숭배하기도 했던 텍스트에 대한 얘기는 까치글방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유물이 인간의 삶을 얘기한다면 글은 인간의 생각을 담고 있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 이미 소실된 많은 문자들 속에 운 좋게 지금에 이르게 된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 글들은 누군가의 노력으로 그 끈질김으로 현대까지 전달되었다. 재난은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고 핍박받을 때에는 말로 이어져 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하나씩 만나고 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길가메시 서사시>다. 인간을 신에 가깝게 묘사하는 글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했을 것 같다. 신을 숭배하던 인간은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으니 그것은 바벨탑을 지은 인간을 모습뿐 아니라 신의 계시를 받았다던지 신의 아들이라든지의 신화 속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알렉산드로 대왕을 이끌었던 <호메로스>는 지금도 많이 읽히는 책 중에 하나다. 그리고 그런 서사의 이야기는 서로가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 문명에서는 비슷한 형태로 나타났다.

  부처, 예수 그리고 공자, 소크라테스 그들은 글보다는 말을 좋아했다. 그렇다고 글을 모르지는 않았을 거다. 아마 고정된 형태의 뭔가로 남는다는 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일까. 그들은 굳이 글을 남기려 하지 않았다. 대화 속에서 깨달음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들을 추종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글로 남겼다. 스승의 유지를 존중하여 대화 그대로를 남기려는 시도도 많았다. 경전은 인간에게 신성함을 받은 텍스트가 되었다.

  문자는 대부분 회계에 쓰였으나 점차 그 영역을 넓혀 나갔다. 신화와 종교의 설파를 이용되었다. 권력이 강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글을 쓸 수 있는 재료들이 희귀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종이 발명은 그런 면에서 문명의 발전에 중요한 지점이다. 종이를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글을 좀 더 자유롭게 남길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경건하고 무거웠던 글 속에서 이야기는 자기 영역을 만들어 갔다. 무라사키의 <겐지이야기>나 셰에라자드의 <천일야화>는 글이 새로운 영역을 들어섰음을 알렸다. 게다가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대중화시키자 글은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갔다. 물론 그 속에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텍스트의 힘은 점차 커져갔다.

  목차를 읽으며 그저 특정 텍스트의 분석을 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글이라는 것의 서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예를 든 글에 대한 이해도 되었지만 글이라는 것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느낌은 10장까지 이어진다. 10장이 넘어서면 문학 그 자체에 대한 얘기로 원래 생각했던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쯤 되면 글은 그 자체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 속에 존재하던 글은 이제 전기신호의 의해 저장되고 읽히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기적 서판'이라고 해야 할까. 누구나 새기고 싶은 말을 새길 수 있고 아무나 그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순식간에 지구 전역으로 전달된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 이야기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궁금해진다.

  인류를 이끌었던 주류 텍스트에 대한 이야기. 그들이 힘을 가진 배경과 인간의 발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야기 그 자체도 즐겁지만 그 이야기 사이를 이어가는 방법도 즐거운 일이다. 꽤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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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어벤저스 1 - 명예 훼손죄, 진실을 말해 줘! 어린이 법학 동화 1
고희정 지음, 최미란 그림, 신주영 감수 / 가나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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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소문을 타고 내 귀까지 들어온 <의사 어벤저스>를 구매했다. 아이는 종이접기 삼매경 중이어서 책을 사준 아빠에게 감사 인사를 할 뿐 그렇게 관심이 있어 보이질 않았다. 관심이 없나 싶었지만 종이 접기를 어느 정도 끝낸 뒤 한 권씩 독파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변호사 어벤저스>를 확인하게 된다.

  어린이 변호사의 활약을 담은 이 책은 가나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을 확인하자마자 "어! 이거!"라는 반응이 제일 먼저 나왔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아들에게 전달하니 "아빠, 고마워~"를 외치며 책을 잽싸게 가져간다. 

  다 읽은 후 어땠냐고 물어보니 역시 재밌단다. 조금 더 물어보니 의사 어벤저스와 전개는 비슷한데 직업이 다르다고 했다. 그리고 그림이 다르다며 누가 그렸는지 확인해 본다. "역시 그린 사람이 달라!"라며 의기양양한다.

  변호사 어벤저스는 천재 소년의 변호 일지 같은 책이다. 어린이 책이기 때문에 어린이가 주인공인 편이 감정이입하기 좋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법률 용어에 대해서도 알아가게 된다. 책은 무척 가벼워 보이지만(어린이 책이니까) 들어 있는 용어가 예사롭지 않다. 아무리도 법률용어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단어를 만나는 것은 꽤나 좋은 경험이 된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문제를 다룬다. 명예훼손이라든지 업무방해 같은. 자연스럽게 법의 역할과 도덕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국영수만 집중하다 보니 도덕과 윤리를 등한시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필수 과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말들을 친근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인 듯하다(아들의 반응을 보면). 그런데 시리즈라.. 앞으로도 계속 사줘야 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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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뇌를 찾아서 - 가장 유쾌하고 지적이며 자극적인 신경과학 가이드
샨텔 프랫 지음, 김동규 옮김 / 까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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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뇌과학 책을 읽어 봤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그리고 어렵다. 뇌과학 자체가 쉬운 학문임이 아니기에 교양서라고 해서 쉬울리는 없다. 책은 뇌과학의 역사를 전혀 다루지 않는다. 현대 뇌과학 그대로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래서 기대감도 좌절감도 없다. 오히려 심리적인 부분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됨이 좋지만 전문을 읽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뇌과학 그 자체에 대한 얘기를 하는 이 책은 까치글방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꾸임 없다는 것이다(물론 저자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다). 희망을 얘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숙명적인 얘기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이제껏 알려고 노력했던 것들의 결과를 적어 낸다. 어떻게 보면 학술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저자는 긴 서문에서 밝힌다. 모든 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얘기할 뿐이다. 두뇌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두뇌의 구조가 절대적으로 우수한지 보다는 환경에 얼마나 잘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두뇌마저 적자생존인가). 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는 평균적으로 매우 편향적이다. 인간의 좌뇌와 우뇌는 크기나, 모양, 연결 방법 등에서 전혀 대칭적이지 않다. 양쪽 두뇌는 받아들이는 정보를 서로 다르게 처리한다. 좌뇌는 '이성적', 우뇌는 '감성적'이라는 일반적 관념과 달리 사람들이 생각, 감정, 행동에서 보이는 차이는 양쪽 두뇌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에 따라 좌우되다는 것이다. 

  두뇌가 전문화될수록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증가하지만 특정 영역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든다. 이를 편측성이라고 할 수 있다. 두뇌 기능이 좌우 반구 중 어느 쪽에 더 의존하는 것을 나타내는 용어다. 그리고 편측성이 높을수록 인간의 두뇌는 취약하다.

  인간의 두뇌는 수백 종의 신경전달물질을 소비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뇌는 화학물질로 이뤄진 칵테일의 바다에 떠 있는 것이다. 이런 물질은 우리의 뇌를 바꿀 수도 있다. 그중에 중요한 것이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시냅스에 상을 내림으로서 경험을 강화한다. 시냅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신호를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좋아하는 신호가 전달된다면 자기 화학물질을  최대한 방출하고 마비 상태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를 '환각'이라고 할 수 있다.

  세로토닌은 도파민 중독을 막기 위한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세로토닌이 너무 과다하게 방출되면 불안 증세가 심해진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뇌 속에서 이런 균형이 깨지면 결국 외부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 트립토판이나 타이로신 같은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아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힘들 때 맛있는 거 먹어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님이 확실하다. 음식 이외로 운동을 할 수 있다. 육체적 스트레스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다르게 두뇌에 좋은 영향을 준다. 

  두뇌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통해 불완전한 데이터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비어 있는 데이터를 자신이 채운다. 이런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 특히 두뇌가 아직 적응하지 못한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두뇌의 경험-의존 능력에는 암묵적인 편견이 존재한다. 더 무서운 것은 뇌가 경험으로 간주하는 것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TV나 SNS에 접한 허구적인 묘사를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두뇌는 무언가를 경험했는지, 기억하는지, 상상했는지를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모든 정신적인 경험을 똑같이 대우한다. 평소에 좋은 생각 많이 하라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저자는 책을 두뇌의 구조와 기능으로 간단하게 나눈다. 그리고 작은 소제목에 집중하여 설명한다. 설명은 전문적이고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많았지만 우리 행동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사실 모든 것을 이해할 순 없었다. 전문가의 연구 결과를 나열한 수준 높은 이야기였기도 해서 더 많은 배경 지식이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이제까지의 뇌과학 책에서 보아오던 것 이상의 새로운 것들을 만난 기분이 들기 때문이었다. 힘들어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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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07호 : 2024.05.05 - #오컬트의 세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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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묘>의 흥행은 단순히 '호러'나 '미스터리'로 무장하지 않았다. 한국적인 풍수지리나 굿 등을 소재로 담아 오컬트이면서도 아닌 부분도 분명 있다. 개인적으로는 심령주의 같지만 다들 오컬트 영화라고 하니 그렇다고 하자(그런 편이 상업적으로도 긍정적일 거니까). 그래도 생각해 둬야 하는 것은 사후 존속이나 초자연적인 일들을 다루는 것이 <심령주의>며 물질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을 탐구하는 것이 오컬트라 할 수 있다. 둘의 경계는 자주 오해를 받고 있지만 나도 정확하게 어디 부근에서 나눠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간단히 말하자면 무당, 영매, 광신자, 신과의 교통은 <심령주의>며, 중국의 역학, 도교, 인도의 요가, 프리메이슨, 장미십자회 등이 오컬트 쪽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구분이 안 간다).

  출판계에서 소외되던 오컬트가 웹소설 등의 문화 변화와 함께 어떤 위치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얘기하는 이번 호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많은 콘텐츠에서 오컬트는 심령주의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화되고 있다. 악의 축에 가깝다고나 할까.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학문으로 취급당한다. 그래서 주류 콘텐츠가 될 수 없었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웹소설의 약진과 더불어 호러, 미스터리 물에서의 오컬트의 접합은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그럼에도 오컬트는 여전히 비주류에 가깝다. 인류의 문화가 오컬트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인간의 지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많은 것들이 비이성적 취급을 받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며 사회적으로 많은 비호감적인 사건에 휘말려서 그럴 수 있다. 오컬트 속에는 수많은 '현자'와 함께 '사이비'가 존재한다. 학문과 종교, 예술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광신이나 미신을 넘어 사기의 재료가 되어 왔다. 

  많은 오컬트는 학문적인 느낌보다는 흥미로운 소재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호기심을 일으키거나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만화나 영화에서는 자주 사용되었지만 책은 미묘하게 다르다. 오컬트 관련 서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은 바로 사료를 모은 책이다. 이는 영화 제작자나 작가들이 자신의 창작을 위해서 구매한다. 문학이라기보다는 역사서에 가깝다. 반대로 오컬트 창작물은 잘 팔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위험한 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컬트를 다루는 것은 어렵다.

   이번 호에서는 <세대론>에 대한 비판이 인상적이었다. 나 또한 세대론은 그저 상업적 명명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혈액형이나 MBTI와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최근의 MZ의 특징이나 예전 신세대라고 불린 사람들의 특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젊음의 특징 아닐까. 그마저도 개인적 성향은 다를 수 있다. 쌍둥이도 환경이 다르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되는데 세대라는 이름으로 모두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니 말도 안 된다.

  그저 상업적으로 접근이 쉽도록 개인을 세대의 특징에 가두려는 듯하다. 그게 아니라면 민주화 항쟁을 하던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은 모두 진취적이고 역동적이어야 할 텐데 누구보다 보수화 되어 있다. 우리도 반항의 아이콘이었는데 세월의 풍파로 꼰대가 되어 있으니까. 말이 안 된다. 세대론을 만든 것도 애당초 정치권이나 지식인들이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재단된 느낌이 더 강하다. 세대 분열, 세대 포위 이런 말은 전부 정치적인 용어이기도 하다.

  이번 달에도 좋은 책을 많이 소개받고 또 담았다. 읽으며 읽을수록 마케팅을 위한 출판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좋은 책이 너무 많다는 게 참 기쁘면서도 슬픈 일이다. 더 열심히 벌자는 생각으로 페이지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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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 마세요 Don’t be Fooled!
자이언제이(Zion.J)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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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어린이 책일까? 그림 가능한 동화지만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법이 은유적이라 그 깊이를 아이들이 알 수 있을까? 오히려 자기혐오에 빠진 어른을 위한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신을 인정하는 건 어릴수록 좋으니까. 부모와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쁘고 파란 아이의 이야기를..

  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 또한 나이며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멋지고 특별한 것일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 책은 샘터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땐 '그루밍'에 관한 얘긴가 싶었다. 최근 이슈에 제목이 맞았다고 할까. 친절함에 속지 마세요라고 말하기엔 세상이 너무 각박한가. 요즘 이도교의 포교도 그루밍 같은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은 그루밍과 완전 다른 얘기다. 멋진 나를 별거 아닌 나로 인식하는 마음에 속지 말라는 얘기였다.

  모든 사람이 아름다울 수는 없겠지. 그건 시대와 공간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특별함은 스스로 부여할 수 있는 것이고 유일함은 거의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해도 괜찮다. 시대의 흐름 속에 소외되어 있는 느낌이라고 해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Blue Day Book'을 닮아 있다. 살다 보면 슬프고 우울한 날이 있겠지.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마침표 찍을 수 있다면 다음 날은 또 새로운 날을 쓸 수 있다. 맑은 날도 흐린 날도 다 하루니까.

  작품은 푸른색이 주는 이중적 감각을 이용하여 우울에서 맑음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물론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든 것이라 조금 더 애잔한 마음도 있었다. 특히 파란 나의 몸에 빨강, 노랑을 칠하니 되려 검은색이 되어 버렸다는 표현은 물감으로 할 수 있는 멋진 표현이었다(빛이었다면 하얀색이 되었을 텐데라고 생각난 나는 역시 과학덕후).

  잔잔하게 읽으며 지친 마음에 힐링을. 잘 살아온 작가에게 감동을 받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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