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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척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3
이은혜.이신혜 지음 / 북극곰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믿고 보는 출판사 북극곰. 이번에 ‘엄지 척’이라는 그림책이 출간되었어요. 특별히 이루리 볼로냐 워크숍과 북극곰이 함께 참여했어요. 책의 표지에는 칭찬을 받아 웃으며 하늘을 나는 곰 ‘웅이’가 등장을 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 뿐 아니라 곰도 하늘을 날게 합니다. 제목처럼 ‘엄지 척’ 하며 아이들을 칭찬해주자는 내용일까?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되더라구요. 아이들에게 칭찬을 듬뿍 해주리라 생각하고 그림책을 열었더니.. 그림책에는 반전이 있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엄마의 바쁜 모습이 등장합니다. 해물찜 만드는 법을 검색하는 엄마, 그리고 그 옆에서 놀아달라고 하는 웅이. 엄마는 웅이랑 놀아줄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엄마는 손님들께 해물찜을 대접하려고 합니다. 엄청나게 바쁜 엄마의 모습을 보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웅이. 나름대로 도와줄 것들을 찾습니다.
하하하. 웃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웅이 입장에서 엄마를 도와준다고 하는 행동들이 오히려 엄마에게 짐이 되는 상황이거든요. 어릴 적 이런 행동들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칭찬받고 싶어서 했던 건데 오히려 엄마가 혼을 냈던 기억이. 웅이도 그랬습니다. 엄마, 나 잘했죠? 하면서 칭찬을 듣고 싶어합니다. 엄마는 웅이가 무엇을 했는지 보지도 않고(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무작정 엄지척을 날립니다. 웅이는 칭찬을 받아 좋다고 또 다른 도움거리를 찾습니다.
오마이갓! 도와준다는 웅이의 행동은 점입가경입니다. 처음에는 엄마 화장대에 있는 보석들을 청소기를 빨아들이더니, 과일들이 지저분하다면서 함께 목욕하는 웅이. 그리고 최고봉은 바로 해물찜에 들어갈 해물들이 얼어 있는 것을 보고 ‘춥겠다’라며 따뜻한 물에 풀어서 함께 헤엄치는 모습입니다.
엄마는 마침내 대혼란의 상태에 이릅니다. 웅이의 행동을 본 엄마의 표정은 마치 뭉크의 절규처럼 느껴집니다. ‘엄지 척’을 날렸던 엄마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었거든요. 그 이후의 일은 등장 하지 않습니다. 이후의 일을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작정 칭찬을 할 때가 사실 많습니다. 무엇을 잘 했는지, 어떻게 잘 했는지, 너무나 바빠서 세심하게 챙기지 못합니다. 아무래도 웅이 엄마도 그랬겠죠. 손님이 오신다는 말에 해물찜에 집중한 나머니 웅이의 행동이 정말 잘한건지 보지도 않고 ‘엄지 척’을 날려줬으니까요.
그림책 ‘엄지 척’은 엄마의 무조건적인 칭찬이 독이 된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아이의 동심이 순수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걸까요? 두 가지 그 이상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책일거라 생각됩니다. 맨 마지막에는 영어 표현도 등장하니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엄지 엄지 척~ 노래가 생각날 만큼 모처럼, 너무나 재미있는 그림책을 만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