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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딱 좋아 ㅣ 웅진 당신의 그림책 3
하수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3월
평점 :
『지금이 딱 좋아』라는 그림책 제목과 할머니가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표지를 보고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상상을 해 봤습니다. 할머니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미끄럼틀을 타고 계시는 할머니의 표정이 밝은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딸깍, 아파트에 불은 꺼지고
여기서 세상 다 보인다.
여 다 있는데, 뭣 하러 밖에를 나가..
아파트 창문 밖으로 세상을 구경하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이어 할머니가 사물들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나옵니다. 밤새 잘 잤어? 춥지는 않았고? 따뜻한 차 한잔을 끓이면서 커피포트에게 말합니다. 얘가 또 왜 이래. 너 끓이고 있는거 맞지?하면서 찻잎을 우러내며 그리운 향이 나는 차를 마십니다. 우리가 바람 좋던 그 집에서처럼 진선이를 찾습니다. 진선이는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빨래를 널며
할머니는 아기 손 같은 빨래를 넙니다. 민철이에게도 말을 붙이네요. 아이고, 우리 민철이 지 손등처럼 뽀얗게도 빨아 놨네. 늙어 겉으로는 쭈글쭈를해져도 속으로는 점점 매끈하고 싶었지-하면서 할머니의 속 마음도 털어놓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에서도, 빨래에서도, 바닥을 닦으면서도 할머니는 이야기 하는 걸 빼놓지 않습니다. 어쩐지, 할머니가 혼자 계신 것에 마음이 아파오네요. 할머니 가족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요? 혼자서 밥을 지어 먹는 그 모습도 짠한 마음이 가득해집니다.
아이고, 딱 좋네. 여기가 딱 좋아.
외로운 할머니는 계석 씨에게 전화를 겁니다. 징하게도 무뚝뚝한 계석씨. 뭔 소리라도 해 봐요라며 이야기를 걸어보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하긴, 암말 안 해도 거기 있는 거 내 다 알지. 내 옆에 있는 거 다 알지.. 할머니의 혼잣말이 계석씨가 남편이고, 아무리 걸어도 받지 않는 걸 보니 하늘나라에 계시다는 걸 암시 해 줍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책을 베개삼아 모로 누우며 이야기 합니다. 아이고, 딱 좋네. 여기가 딱 좋아. 지금이 딱 좋다고..
할머니! 할머니!!
땀을 흘리고 주무시던 할머니가 어쩐지 일어나질 않습니다. 고애순 씨! 고애순 씨! 할머니의 이름이 고애순이라는 걸 알게 되네요. 할머니도 할아버지를 따라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고애순씨는 다시 세상에 와서 남아 있는 물건들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그러다보니 밖에 나왔습니다. 밖에 나오니 경철 씨, 지숙 씨, 시훈 총각이 나와 있네요. 서로 함께 차 한잔을 나누며 따뜻한 햇살 아래 시간을 보냅니다. 하늘을 보며 할머니는 이렇게 아름다운 파랑이 있었나! 감탄을 합니다.
봄날에 읽기 좋은 그림책
『지금이 딱 좋아』 그림책 속 고애순 할머니의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아름다운 봄날처럼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할머니가 집에 있는 물건들에게 말을 걸며 얼마나 외로움을 느끼셨을까, 물건들이 서로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할머니가 잠드셨을 때 이야기하는 대화를 들으며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혼자가 아니셨던 겁니다. 충분히 사랑받는 고애순 씨였습니다. 지금이 딱 좋다며 책을 베개 삼아 모로 눕는 그 모습이 아릿아릿합니다. 할머니의 봄날이 아련하게 그려지는 『지금의 딱 좋아』 몽글몽글 피어나는 그림도 아름답고 이야기도 따뜻해서 아이들과 읽기에 딱 좋은 그림책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