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 성취 중독에서 지속 가능한 행복으로 가는 인생 경영 전략 20
야마구치 슈 지음, 박세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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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제목만으로 머리에 망치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 든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는 정체된 삶을 뚫기 위해 어떤 인생을 살고 싶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인생이 뭐 있어, 그냥 사는 거지 뭐. 이렇게 쉽게 대답하고 싶지 않다. 올 한 해도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처럼 스르륵 손가락 사이 사이로 움켜쥔 모래들이 빠져나간다. 당신은 성취 중독인가? 일본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전략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는 무언가를 이뤄야지만 해냈다고 생각하는 강박 속에 지속 가능한 행복으로 가는 인생 경영 전략 20가지를 제시한다.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

겉으로는 모순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인생 전략으로는 이보다 깊이 있는 조언도 드물다. '뱀같이 지혜롭게'라는 말은 세상의 통념이나 감언이설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며 판단하는 지혜와 분별력을 갖추라는 뜻이다.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는 말은 지위나 돈처럼 덧없는 것에 빼앗기지 말고, 자신맘의 미적 감각과 윤리 의식을 지키라는 의미다. 예수 역시 사랑하는 제자들을 세상으로 내보내며, 서로 다른 두 인생관을 아우르는 제3의 길을 당부했다. 나 또한 이 말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43쪽 중에서


회사에 경영 전략이 필요하듯이 인생에도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전략 변수는 '시간 자본'이다. 시간 자본을 적절히 배분해서 지속 가능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요성을 인지했다면 인생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 시간 자본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부자, 회사 승진, 사회적 명예를 얻는 것이 아니다. 언제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좋은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사는 것이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야마구치 슈가 시간 배분에 대한 강조를 하는 이유는 저자 자신이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목표가 하나씩 실행됨에도 인생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진심으로 원해서가 아니라 주변의 부러움을 의식한 선택들이었고 이는 시간 도둑이 나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독자들을 위해 재차 강조한다. '되는 대로' 흘러가지 않기 위해, 시간 도둑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교훈1. 계절마다 합리적인 행동은 달라진다.

교훈2. 인생은 단계에 따라 맡는 역할과 기여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교훈3. 인생에서는 단기적 합리성보다 장기적 합리성이 훨씬 중요하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중에서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눈다. 인생의 봄(20대), 인생의 여름(30~40대), 인생의 가을(50~60대), 인생의 겨울(70대~)이다. 여기서 3가지 교훈을 강조한다. 인생의 계절마다 합리적 행동은 달라진다. 인생은 단계에 따라 맡는 역할과 기여 방식이 달라진다. 장기적 합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점이다. 인생은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말에 동의한다. 처음 세운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하고 낙심하지 말고, '전략은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튼튼해지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검증하고 수정할 때 비로소 강도가 높아진다'고 말한다. 성공과 실패에 집착하지 말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작전이 필요하다.

해외 여러 나라들과 일본을 비교해 보면, 일본에는 유독 '아무리 노력한들 타고난 재능이나 감각이 있는 사람은 이길 수는 없다'는 선입견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듯하다.특히 '타고난 머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이는 영미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고 방식이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151쪽 중에서


한국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노력한들 타고난 재능과 감각이 있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 수능 만점을 받은 학생의 인터뷰를 봤다. 대학교수와 초등학교 교사 부모님 사이의 우월한 유전자. 타고난 머리가 좋아서 수능 만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댓글들이 지배적이었다. 재능과 감각을 선천적인 것으로 규정지어 버리는 스테레오타입이다. 일본도 '타고난 머리'를 중시하며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그보다는 얼마나 즐겼는지가 답이다. 공자가 말한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는 불확실한 시대에 불확실성을 인생으로 끌여 거센 파도를 즐기며 타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파도를 피하거나 두려워하다보면 시간 도둑이 찾아올 뿐이다. 인생이라는 파도타기에 즐겁게 서핑을 하라고 권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두 가지 중독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하나는 성과 중독, 또 하나는 칭찬 중독. 성과에 매몰되어, 주변의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2025년을 마무리하는 때, 야마구치 슈의 질문이 더욱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원없이 행복한 인생을 살았노라고 말하고 싶다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의 일독을 권한다. 빈말 안하고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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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카프카 단편선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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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독일 문학의 천재 작가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대표적인 작품 <변신>이 출간 110주년이 되었다. 그레고리 잠자가 하루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벌레로 변해버렸다는 설정은 11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벌레로 변했다는 것의 함축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게 된다. 한 때 인터넷에서는 '엄마,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바퀴벌레로 변했다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이 유행했다. 카프카의 <변신>의 모티브를 자신에게 대입하며 존재의 하찮음을 주변 사람들이 어떤 존재로 봐 줄 것인지를 묻기도 했다. 


나는 정말 외로워야만 합니다.

내가 이룩해 놓은 것은

단지 고독의 결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학과 관계없는 모든 것을 증오합니다.

프란츠 카프카 


올해 <변신> 110주년을 맞이해 소담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된 카프카 단편선은 3편이 담겨 있다. 수록된 순서는 <화부>, <선고>, <변신>이며, 카프카에 대하여, 작품 줄거리 및 해설, 역자 후기로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의 번역가는 중앙대 독문학 박사로 독일 부퍼탈 대학을 졸업한 전문 번역가 배인섭이다. 카프카의 글은 전체적으로 난해한 면이 있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상상력을 발휘하고 작품과 시대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넌 버림받는 기분이었을 거야. 그때 화부를 만났고, 이제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거야. 물론 그것은 기특한 생각이다. 그렇지만 나를 생각해서라도 너무 지나치게 행동하지는 말아라.그리고 지금 너의 입장도 생각을 해야지."

<화부>, 외삼촌 야콥의 말 중에서 


<화부>는 열여섯 살의 카를 로스만이 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한다. 배에서 내리다가 우산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난 카를 로스만은 배에서 우연히 배에서 화부(난로지기)가 직업인 어떤 남자를 만난다. 그는 배에서 일하며 불공정한 일을 당해 불만이 상당하다. 이유 없이 해고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카를 로스만은 남자를 대신해 정의의 사도가 되어 나선다. 흥분하는 화부와는 달리 논리 정연하게 말을 잘하는 카를 로스만, 그러다 우연히 외삼촌을 만난다. 외삼촌은 상원 의원으로 선장과의 친분도 있다. 외삼촌은 뜬금없이 카를 로스만에 대해 폭로한다. 가정부가 카를 로스만을 유혹해서 아이를 낳았고 카를 로스만의 부모는 양육비 지불을 피하고, 나쁜 소문이 미칠까 두려워 카를 로스만을 미국으로 매몰았던 것이라고. 이 과정에서 화부의 문제가 흐지부지 되면서 카를 로스만은 외삼촌이 마련한 보트를 타고 떠나게 된다. 


<화부>는 부당한 권력과 억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구조적 폭력이 정당화됨을 알 수 있다. 일은 일대로 하지만 제대로 된 정의는 찾아 볼 수 없다. 카를 로스만이 이를 도우려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여기에 야콥 외삼촌의 등장으로 인해 카를 로스만은 정의에 맞서 싸우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저 모르는 화부의 일에 간섭하지 말고 네 문제나 해결하라는 식으로 끝나버린다.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부당한 권력과 억압은 누가 깨뜨릴 수 있는가? 약자의 목소리는 소멸되기 쉽다. 이방인인 카를 로스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선고>(1912)는 주인공이 러시아에 사는 친구에게 자신의 약혼 소식을 편지로 전할지 고민한다. 편지와 관련해 주인공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너에게 죽음을 선고한다. 물에 빠져 죽어라."고 아버지가 말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죽음을 선고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그저 위선적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말에 아들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절대적인 명령이라 생각하고 거리로 뛰쳐나가 아버지의 말대로 행한다. 왜 아들은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말에 복종했을까? 이 또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와의 대화가 아니라 절대적인 권위에 의한 일방적인 선고였으며 아들을 근거 없는 파멸로 이끌었다. 이러한 내용의 원인은 프란츠 카프카가 실제로 아버지를 두려워했다고 전해지며 약한 아들과 절대적인 아버지의 구조가 <선고>에 투사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변신>은 세일즈맨 그레고르 잠자가 하루 아침에 벌레로 변한다.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반응이 주요 포인트다. 벌레로 변한 것에 충격을 받고 연민 상태였다가 점차 부담을 느끼고 혐오의 대상으로 변질된다. 급기야 사과를 던져 벌레를 죽이려드는 아버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세일즈맨으로 가족의 경제를 담당했던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가 되자 가족들 속에서 소외되는 건 시간 문제다. 여동생이 그나마 최선을 다해 벌레를 돌봐주지만 점차 무가치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버둥거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는 그레고르 잠자를 보며 우리 시대의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은 근거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 구조적 폭력이 느껴진다. 화부가 당한 부정의를 아무도 받아주려하지 않고, 아버지의 선고에 부당한 이유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아들의 모습, 벌레가 되어 죽여 마땅한 대상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그러하다. 110년 전의 단편 소설임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은 콘크리트처럼 변하지 않는 인식과 절대적 권력, 복종, 권위라는 무거운 장벽들이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프란츠카프카의 3편의 소설은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단편선을 엮어 출간하려 했다고 전한다. 따로 읽히기도 하지만 모두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하는 소설이기에 <아들>이라는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프란츠카프카식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이 시대에 정의는 어디서 살아 숨쉬고 있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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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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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무림 비급을 후대에 전하는 사파 고수의 마음으로 쓴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와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승수 작가는 고수의 마음을 장착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희귀종이라고 부른다. 직장은 삼십 대 초반에 퇴직, 공대를 나와 인문, 사회 분야의 전업 작가가 되었기 때문일까. 그의 아내는 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부부가 함께 글을 쓰는 삶을 산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글쓰는 일을 한다면 어떨까.
(이하 가상 대화)
글 시작했어?
오늘 어디까지 썼어?
어떤 주제에 대해 쓰는데?
(밥 먹다 말고 잠깐만)
나 글감이 떠올라.
밥은 이따 먹을테니까 글 쓰고 올게.
어? 나도.

잠깐 상상해 봤다.
하하하.


글을 쓴다는 건 선율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 떠오르는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하고, 한순간의 생각을 문장으로 남긴다. 반면 책을 쓴다는 건 교향곡을 작곡하는 일에 가깝다. 주제 선율을 세우고, 그 변주를 구상하며, 악장마다 리듬과 색체를 달리하면서도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성을 놓치지 않는다.
프롤로그, 5페이지 중에서


비유가 찰떡이다. 글을 쓴다는 건 선율을 만드는 일이라는 말에 밑줄을 쫙 긋는다. 쇼팽과 바흐가 만들었던 선율을 떠올려본다. 자신의 감정을 음표에 담아 오선지에 그려내는 일. 즉흥적이고 감각적이다. 피아노 선율로 하나씩 건반을 누르며 들리는 음악에 빠지며 창작의 기쁨을 맛보리라.



책을 쓴다는 건 글을 쓰는 일보다 확장의 시간이다. 쇼팽 교향곡을 작곡하는 일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성을 놓치지 않는다.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들으면 듣는 이의 마음에 감동이 일어난다. 이처럼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짓고 교향곡을 내 놓는다.


글은 책상 머리에서 나오는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진짜 뛰어들어 땀 흘리는 ‘살아내는’ 삶에서 나온다고 임승수 작가는 말한다. 조지 오웰이 탄광촌에 들어가 광부의 삶을 살아내고, 에밀 졸라도 그리했다. 글을 위해 살아내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임승수 작가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선택했던 방식이 쉽고 재미있다. 예를 들어, 킹크랩과 샴페인의 조합이 훌륭했다. 킹크랩의 식감을 되새기다가 제주도에서 봤던 주상절리를 떠올린다.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면서 메모를 시작한다. 제주도에 얽힌 개인사 + 킹크랩찜의 식감에서 연상되는 제주도 주상절리. 이렇게 두 가지의 소재를 쓰면서 ‘초자연적 의지의 절대적인 힘’으로 킹크랩 맛을 정의 내린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글쓰기 참 쉽죠?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폼 잡지 않고, 실질 조언으로 꽉 채운 책이라고 적힌 뒷표지의 글에 고개를 끄덕인다. 글이 잘 안 써지면 이렇게 한 번 해 봐, 글 써보고 이야기 하자. 책 출간하고 싶으면 출간 기획서는 이렇게 써 보는 건 어때. 응? 이렇게 하나씩 알려주는 책이다. 단맛 쓴맛, 책 쓰기 노하우를 모두 담았다. 저자 자신의 순수한 책 쓰기, 책 출판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신뢰도는 100%일 수 밖에 없다. 간만에 사이다를 한 잔 마신듯한 시원한 책을 만났다. 세상에 태어나 꼭 한번 책을 내고 싶은 당신께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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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북하우스 #책쓰기
#서평 #책 #책쓰기노하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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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나태주의 인생 시집 1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니들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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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기억하는 12월인가.
겨울을 앞두고 몸살이 났다. 입천장은 까지고 물만 마셔도 쓰라린 상태. 식은 땀이 나고 어지러웠다. 고함량 비타민을 입에 털고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내리 잤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삼일째 되니 주변에 둔 책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그토록 좋아하는 책도 건강해야 눈에 들어오는 상황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제목만 봐도 위로가 되는 책이 있다. 나태주의 인생시 모음집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가 그러하다. 12월이라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뭘 했다고 12월인가. 그치만 나태주 시인은 시로 토닥여준다. 참 잘했다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뭘 더 잘하려고 하냐고. 몸도 탈이 난 걸 보니 힘들었나보다. 충분히 잘했으니 이제 쉬어도 된다고 위로해준다.


괜찮아, 조금씩 틀리는 것이 인생이란다.
실수도, 서툰 것도 너의 인생,
잘했다,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는 나태주의 인생 시집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다. 5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쓴 시를 다시 모아서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했다. 나태주 선생님의 일급 독자인 김혜원 작가가 엮은 시선집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간된 첫 번째 책은 '청소년을 위한 시집'이라고 시인의 말에서 언급하고 있다. 시에 목말라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나태주 시인의 섬세함이 담겨 있다. 시인이기 이전에 선생님으로 오랜 시간 학교에서 근무하셨던 것도 아이들을 위한 사랑이 항상 있었으리라. 청소년들을 향한 마음을 처음으로 엮어 낸 시집은 나태주 시인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조금은 손해 보는 삶을
생각해 보리라 이 가을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잘못한 일보다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잘못한 일이 없었나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해준 일은 없었나
조금은 천천히 걸으며 숨 쉬며
뒤돌아보리라 이 가을엔
지난 여름 나의 편협 나의 아집
나의 성급함 나의 속단
장롱 속에 눅진 옷가지들을 꺼내어
햇볕에 말리우듯
그것들을 꺼내어 말리우리라
이 가을엔.

- 「이 가을엔」 , 나태주

지금이 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
그런데 그걸 너만 모르지. (좋은 때)
<좋은 때> 시를 읽다가 아나운서 이금이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40대 이금이가 50대 인생 선배님을 만나서 밥을 먹다가질문했다고 한다. 40대 인생은 어떤지에 대해서. 그랬던 인생 선배님이 하시는 말이 "40대가 인생에서 제일 즐거울 때야. 즐겨라"라고. 10년 뒤, 50대 이금이가 다시 60대 인생 선배님을 만나서 같은 질문을 했다. 선배님은 다시 "50대가 인생에서 제일 즐거울 때야."라고. 맞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다. 그런데 그걸 나만 모르고 있다. 힘들거라고, 괴로울거라고 미리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좋은 때가 언젠가 올거라고 기다리기만 한다.


나태주 시인을 문학 강연에서 뵌 적이 있다. <풀꽃>을 쓴 시인의 언어는 어떨까? 하면서 기대감에 나태주 시인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근엄할 것 같았던 편견이 싹 지워지고 친근한 옆집 아저씨 느낌이었다. 만나면 곧바로 웃으며 인사 받아주시는 옆집 아저씨. 그런데 유명한 시인이다. 어떻게 하면 나태주 선생님처럼 멋진 시를 쓸 수 있을까? 그저 상상만하며 멀게 느껴졌던 분이 옆에 앉아 계시는 순간이었다.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스페인의 인상주의 화가 호아킨 소로야의 명작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책표지부터 시작해 책 속에 가득 배치되어 있다.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마주한 호아킨 소로야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생각나는 순간. 빛의 순간을 포착한 호아킨 소로야와 햇살 같은 문장을 짓는 나태주의 시와 함께 만나니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움의 바다랄까. 마치 스페인 바닷가에서 시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든다. 동양과 서양이 손잡은 환상의 콜라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돌아보니 2025년은 시와 친구가 되는 시간이었다. 봄에는 시인을 만나 수업을 듣고 즉석 시를 썼다. 그토록 뜨거웠던 여름은 시 필시로 더위를 잊었다. 이메일로 시를 보내주는 [우리는 시를 사랑해] 는 세상을 보는 지평을 넓혀주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나태주 시인의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로 마무리하게 된 것도 감사하다. 아름다운 시는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손 끝으로 필사를 하며 꼭꼭 씹어 마음으로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몸도 마음도 분주한 12월은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와 함께 시 필사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나만의 시간 보내시길 추천한다.

#나태주 #인생시집 #시선집 #인생3부작
#자존감 #자기애 #위로 #힐링 #풀꽃
#참잘했다그걸로충분하다 #김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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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어가 되어 버린 내 친구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표지율 지음 / 한울림스페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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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나러 학교에 가는 나.
내 친구랑 같이 급식을 먹는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배를 움켜쥐는 내 친구. 급기야 학교에 119 구급차가 온다. 친구는 구급차를 타고 먼 여행을 떠난다. 교실은 이상한 곳이다. 든자리는 몰라도 빈자리는 티가 난다는 말이 딱 맞다. 친구의 텅 빈 책상 위를 바라볼 때 마다 친구랑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자꾸만 눈물이 난다. 언제쯤 돌아올 수 있을까? 배 아픈 건 괜찮아진 걸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친구가 왔다.
그런데, 문어가 되어서 왔다. 친구들은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린 걸 보고 놀려댔다. 빡빡머리라고 놀리는 아이들이 너무나 야속했다. 다들 진짜 나쁘다. 절대 창피해하지마. ‘귀여워서 괜히 그러는 거야. 동글동글 매끈매끈 네 머리가 얼마나 귀여운데.’ 남들이 보지 못하는 친구의 장점을 찾아주는 내가 너무나 대견하다. 문어가 된 친구는 다시 활짝 웃는다.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와줘서 고맙다. 네가 웃으면 나도 같이 웃어.


내 친구 문어가 병원에서 얼마나 힘든 시절을 보냈는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수술도 잘 견뎌내고 주사도 잘 맞고 밥도 잘 먹었겠지? 그저 상상만 해 본다. 기억을 떠올려본다. TV 프로그램에서 아픈 친구가 병원에서 주사바늘을 꽂고 누워있는 걸 본 적이 있다. 화면 한 귀퉁이에는 전화 한 통에 화면에 나오는 아이를 위한 사랑의 모금이 가능하다고 했다. 내 친구 문어도 그런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문어에게 가졌던 일말의 질투들도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친구가 단원평가 100점 맞았을 때 앞에선 축하하고 뒤에서 샘을 냈다. 머리핀을 한 친구가 예뻐서 똑같은 머리핀을 사고 엄마가 사준 거라고 거짓말을 해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싶다. 그 외에도 말하지 못하는 게 많다. <어느 날, 문어가 되어 버린 내 친구>는 저자 표지율의 이야기이다. 아팠고, 머리 숱이 빠지는 항암치료를 견디며 문어처럼 되어 많이 힘들었다. 그 순간, 위로해 줄 진짜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어느 날, 문어가 되어 버린 내 친구>는 처음에 웃으며 시작했다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웃음기가 사라지는 그림책이다. 그래도 귀엽게 상황을 마무리 한 표지율 작가님 덕분에 웃으며 마무리할 수도 있다. 어른들은 문어가 무엇을 비유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항암치료를 잘 이겨냈다는 것아다. 과연, 아이들도 문어의 비유를 잘 알까? 신기하게도 매스컴을 통해서 잘 알고 있었다. 가발을 쓰거나 털모자를 쓴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친구, 관계, 우정 등의 주제를 던지며 이야기 나누면 좋은 그림책이다. 아무 생각 없이 친구에게 빡빡머리라고 내뱉는 말은 언어 폭력이라는 점도 함께 나눠주시길 바란다. 찬 바람이 서늘한 12월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으로 <어느 날, 문어가 되어 버린 내 친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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