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들려주고 싶었던 건 피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다. 불행을 그린 마음은 낮고 어두운 자리로 내려간 종교가 슬픔과 고통에게 건네는 가장 담담한 위로였다. 자신의 공덕으로 다른 존재의 깨달음을 바라는 연대감, 구제될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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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를 넘나드는 연대 의식을 중세의 기독교나 불교 세계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전해진 불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었던 상실감과 부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누구든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겪어야 하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그물망 속에서 연결된 존재라고 했다. 같은 모험을 하고 있다는 공통의 의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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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가상 현실

스토리는 세계 최초의 가상 현실이었다. 우리는 스토리 덕분에 현실을 잠시 떠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늘 가장 두려워하는 미지의 세계와 예상 밖의 사건에 대비할 수 있었다. 호시탐탐하는 맹수와 약탈자들의 습격을 막아 낼 꾀를 생각해 내는 데 그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 직접 겪어 본 적 없는 곤란한 상황도 스토리를 통해 간접 체험해 봄으로써 실제로 맞닥뜨렸을 때 어떤 느낌일지, 무엇을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 그러니 스토리텔링 없는 사회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도 당연하다. 스토리텔링은 인간의 보편적 특징이라는 점만 생각해 보아도, 스토리라는 것이 그저 흐린 주말 오후나 잠들기 전 밤에 시간 때우기 좋은 놀잇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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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운동하는 요령

근육은 잘 길들여진 소나 말 같은 사역 동물과 비슷하다. 주의 깊게 단계적으로 부담을 늘려 나가면, 근육은 그 훈련에 견딜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간다. "이만큼 일을 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단다" 하고 실례를 보여가며 반복해서 설득하면, 그 상대도 "아, 좋지요" 하고 그 요구에 맞춰서 서서히 힘을 들여 나간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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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딜레마

안토니우스 성인은 속세에서 떨어지고자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작은 토굴에 드나들었고, 결국 높은 사회적 명예와 수많은 추종자들을 얻었습니다. 그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말입니다.
위 건물을 보세요. 안토니우스 성인을 기리는 수도원입니다. 안토니우스 성인은 제 몸 하나 들이기도 빠듯한 토굴 속에서 살았지만 추종자들은 사막 한가운데에 번듯한 건물을 지었습니다. 이게 기독교의 오래된 딜레마 중 하나입니다. 청빈한 삶을 추구하지만 그 청빈함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공간과 인력이 필요하죠. 이후 기독교 역사에서 이런 모순은 무한히 반복됩니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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