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영화의 역사를 다룬 만화책. 영화 칼럼니스트인 황희연과 <Jazz It Up!> 으로 유명한 재즈 평론가 겸 만화가인 남무성이 함께 만들었다. 120여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룬 영화의 역사를 시대별, 인물별로 재미나게 엮었다.구성 면에서 특이한 것은 ‘라이벌 난장사’ 라는 부제처럼 챕터별로 각각 두 명의 인물을 선정하여 비교함으로써 영화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풀어낸 것이다. 앨프리드 히치콕 vs. 오손 웰즈, 장 뤽 고다르 vs. 스탠리 큐브릭 등 서로 비슷한 시기에 주목받았던 감독들을 비교하기도 하고, 유럽 vs. 미국을 맞붙여 놓아 영화 산업을 둘러싼 패권 경쟁을 다루기도 한다. 어쩌다 영화의 출생지인 유럽 대신 미국이 전세계 영화 산업을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세계사의 흐름과 나란히 놓고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이었다.학술서가 아니다 보니 누벨 바그나 아메리칸 뉴 시네마 같은 영화 사조들은 가볍게 훑고 지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중요한 내용은 한 페이지씩을 할애하여 주석처럼 설명을 덧붙여 놓은 점이 좋았다. 남무성 작가 특유의 유머 또한 과하지 않으면서 빛을 발한다.
우리는 우리가 우연히 만드는 새로운 관계를 기존의 범주에 집어넣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거기에서 일반적이거나 공통적인 것을 본다. 반면 당사자들은 개별적이고 자신들에게 특수한 것만 본다—느낀다. 우리는 말한다, 얼마나 뻔한가. 그들은 말한다, 얼마나 놀라운가!
자연의 적대적 힘들
먹이 선택에 따르는 문제들은 특히 쥐나 사람 같은 잡식 동물 - 평소에 식물과 동물을 모두 섭취하는 종 - 에게 중요하다. 다양한 먹이 채소, 견과 류, 씨, 열매, 고기를 먹으면 중독될 확률이 높은데, 식물계에는 독소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식물의 독소는 식물이 동물에게 먹힐 확률을 줄이기 위해 진화한 적응이다. 따라서 독소는 식물이 자신의 몸을 방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런 식물을 먹고 사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해를 끼친다. 사실, 우리 조상은 식물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살아갔다.
어려운 책 몇 권을 공부하듯 읽고 있는 중이라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은 남편의 권유로 아파트 관리소장 일을 20년 넘게 해온 어느 소장님의 에세이다. 아파트라는 공동주거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다.아파트에서 기십 년을 살았어도 관리소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부모님과 같이 살 때는 매일 먹고 자고 생활하지만 내가 신경쓸 일은 전혀 없었기에.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집은 늘 말끔하게 치워져 있던 것처럼, 아파트 역시 누군가의 관리 덕분에 말썽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이 책을 통해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다양한 종류의 사건 사고들이 아파트 안에서 일어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개인주의가 극대화되어 이웃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진 현대 사회이지만 국토는 한정돼 있으므로 아웅다웅 부딪히며 살 수 밖에 없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습성이 다른 주민들이 자기의 입장만 내세운다면 어떻게 될까. 민원을 해결하고 분쟁을 조정하기도 하는 관리소장의 고충을 엿볼 수 있었다. 때로는 입주민에게 반말과 욕설을 들으면서도 무엇이 모두의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을 위한 것일지 고민하는 이 분의 생각이 건강해 보였다.코로나 19 사태 속에서도 누군가는 불평, 불만을 늘어놓고 자기의 잇속만을 챙기기 급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수고하는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는 왜 누군가를 사랑하는가?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 누군가가 내 존재 안의 결핍이라는 자각에서 시작한다. 사랑은 ‘혼자‘라는 것과 깊이 상관되는 일이다. 우리 각자가 ‘혼자‘가 아니라면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은 채 살아갈 수도 있을 테다. 우리 각자가 혼자라는 자각, 결핍의 존재라는 것, 그리고 실존적 외로움은 타인과의 사랑을 꿈꾸게 만드는 전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