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혁명

그렇지만 사람은 어떨까? 우리는 어떻게 프로밍될까? 1350cc의 큰 뇌로 어떤 특별한 정보 처리 문제들을 풀도록 ‘설계돼‘ 있을까?
사람의 마음이 풀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된 정보 처리 문제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개념은 심리학 분야의 인지 혁명에서 빠져 있었다. 빈 서판 blant slate 이었던 사람은 이제 범용 컴퓨터가 되었다. 즉, 빈 서판 위에는 강화 수반성이 글을 쓰는 반면(학습 이론), 범용 컴퓨터 위에는 문화가 소프트웨어를 쓴다(인지 이론), 경험적 발견물의 축적, 그리고 다양한 경험과학의 수렴과 더불어, 진화심리학의 출현을 위한 무대를 마련한 것은 바로 이 간극이었다. 진화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이 풀도록 설계된 정보 처리 문제들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 바로 생존과 생식의 문제 -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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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퀴즈쇼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인생의 어떤 특별한 순간에는 비유가 현실이 된다.’

표지에 적힌 문구다. 문구대로 이 소설에는 현실이나 감정을 다른 것에 빗댄 표현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책 속에 파묻혀 살았고 영화나 음악도 좋아해서 잡학에 능한 남자다. 대화나 독백을 할 때 종종 신화나 역사 속 이야기들을 꺼내어 비유로 말하곤 한다(이런 대목을 만날 때마다 주인공 민수는 작가의 페르소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잡다한 지식은 많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정작 주인공은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는 백수다. 자신의 장기를 살린 유일한 취미는 인터넷 채팅방에서 퀴즈 게임을 하는 것. 그곳에서 아이디 ‘벽 속의 요정’을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막 행복해지려는 찰나, 그에게 예기치 않은 사건이 찾아온다.

용이나 마법사는 나오지 않지만 이 소설은 판타지에 가깝다. 우선 ‘벽 속의 요정’은 존재 자체가 유니콘 같은 캐릭터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 나오는 미도리 같다고 할까. 그러고 보면 주인공 민수부터 와타나베와 꼭 닮았다. 어딘지 모르게 허무주의와 염세주의에 젖은 듯한 20대 남성, 주위의 여성들이 죄다 그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는 것도. 후반부의 주요 배경인 ‘회사’ 역시 무릉도원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에서 나오코의 요양원 같은 느낌이다. 또한 친구의 죽음이 주인공의 성장 혹은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노르웨이의 숲>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로 기시감이 강하게 들지는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기묘한 사건들이 연달아 전개되기 때문이다. 김영하는 독특한 상상력과 필력으로 독자를 가상의 공간으로 불러들인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주인공이 느끼는 불안과 자괴감, 현실에 대한 무력감과 권태는 청춘의 어두운 이면을 묘사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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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비유가 현실이 된다.




지원과 만날 날이 많이 남아 있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 때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랬다. 지원은 ‘사랑하니까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사랑은 사랑이고 이해는 이해고, 그러니까 그것은 서로 아무 관계가 없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같은 거 아닐까?"
내가 말했다.
"독감?"
"사생아라는 말이 이미 내 안에 잠복하고 있었던 것 같아. 어쨌거나, 나는 진짜 사생아니까. 찬바람이 불고 몸이 약해지면 바이러스가 활동을 하듯 어떤 단어도 적절한 때가되면 활성화가 되는 거야. ‘아버지의 인지‘ 같은 구절도 마찬가지고, 그랬기 때문에 보자마자 불길한 느낌을 받았던 거야."
"그럴 수 있겠다."

"그러게 말야."
지원은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와 대화하다보면 가끔 그런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복숭아를 자르는 것과 비슷하다. 겉은 부드럽지만 어떤 지점에 이르면 더는 날이 들어가질 않는다. 진짜 감정은 딱딱하게 응결된 채 부드러운 과육 아래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녀는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마치 비밀문서라도 새기듯 골똘히 손톱을 손질하고 있었다.

‘사랑이 솟구친다‘는 말을 비유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인생의 어떤 특별한 순간에는 비유가 현실이 된다. 나는 두뇌 깊숙한 곳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의 물질이 분수처럼 솟구쳐 대뇌피질의 모든 주름을 흥건히 적시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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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

‘회사‘ 시절을 얘기하자면 이 ‘장군‘이라는 존재를 간과할 수가 없다. 그만큼 그곳에서 나는 장군과 깊이 결부되어 있었다. 세상에는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을 매료시키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후자에 속했다. 저개발 독재국가의 우두머리처럼 짐짓 여유로운 태도로 딴전을 피우고 있지만 실은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사내였다. 타고난 가부장이었고 권력의지가 대단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자상한 선배 역을 연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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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만화로 배우는 인공지능 만화 비즈니스 클래스 2
미야케 요이치로.전승민 감수, 비젠 야스노리 그림, 신은주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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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대한 기본 개념과 원리, 현 시점에서 응용할 수 있는 분야들을 다룬 책이다. 기본적으로 만화로 구성되어 있지만 텍스트와 표, 삽화로 핵심을 요약한 부분이 1/3은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만화의 스토리를 따라 가며 인공지능을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만화 파트만, 핵심만 간추려 이해하고 싶다면 텍스트 파트만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기호주의와 연결주의, 모라벡의 역설 같은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가져다 줄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데, 대량실업과 불평등의 심화 같은 문제들은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여도 그것들을 통제•관리하는 역할은 인간이 하게 될 거라는 말만 있을 뿐).

인공지능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간단히 훑는 데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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