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이후, 여성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남성들은 똑같은 인류애를 발휘해 오래전부터 신음하며 처참한 환경에서 최하층 인간들과 뒤섞여 지내는 여성들의 관대한 보호자로 나서야 한다. 끊임없이 종속당해왔던 여성들의 불행이 나를 부추겨 여성만을 위한 특별한 자선의 집을 만들어줄 것을 국가에게 요구하도록 한다.

<여성의 권리>

남자여, 그대는 정의로울 수 있는가? 그대에게 이 질문을 던지는 건 여자다. 여자에게서 적어도 이 권리만큼은 빼앗지 말아 달라. 말해보라. 나의 성별을 억압하는 지상 최고의 권한을 누가 그대에게 주었는가? 그대의 힘인가? 그대의 재능인가? 창조주의 지혜를 살피고 그대가 닮고 싶어 하는 위대함으로 가득한 자연을 들여다보라. 그런 후에 이토록 전제적인 제국의 예를 들 수 있으면 내게 알려달라. 
동물의 세계를 살펴보고 원소 체계를 들여다보고 식물을 연구해보고 분화된 물질의 모든 변형 상태를 관찰해보라. 이렇게 방법을 알려주니 그대는 확실히 인정하게 될 것이다. 찾고 뒤져서 자연 상태에서의 성별을 구분해보라. 성별은 도처에서 섞인 채 자연이라는 불멸의 걸작을 위해 조화롭게 협력하고 있다.
이런 예외의 원칙을 꼴사납게 고수하는 건 오직 인간뿐이다. 계몽과 통찰의 시기에 더없이 지독한 무지 속에서 이상하고 맹목적이며 학식으로 잔뜩 겉멋 든 퇴보한 남성은 모든 지적 능력을 갖춘 특정한 성을 전제군주처럼 통솔하려 든다. 혁명을 향유하고 평등의 권리들을 주장하면서 그 이상은 결코 말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들) - 알리스와 샤를로트, 르노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박정연 옮김 / 팝툰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랑스 만화가 바스티앙 비베스가 스물 두 살의 나이에 내놓은 데뷔작이다. 작년에 비베스의 대표작인 <염소의 맛>과 <폴리나>를 인상 깊게 보았던 터라 이 작품에도 흥미가 생겼다.
작가는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했고 만화는 별로 읽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쩐지 명암의 표현이나 (영상으로 치자면) 시퀀스, 쇼트의 구성이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했다.
자유분방한 걸 넘어서 방탕해보이기까지 하는 18세 아이들의 치기가 답 없어보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 와중에 그녀(들)에게 이끌려 스토킹(으로 보이는 행동)까지 하는 26세 청년은 보는 이를 답답하게 한다. 딱히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청춘의 들끓는 감정들이 잘 표현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걸음이 향하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걸을 것인가,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길을 밝히면서 갈 것인가.

누구에게나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어떤 책을 계기로 인간의 지극한 정신문화, 그 높고 그윽한 세계에 닿고 그의 일원이 되는 것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행복을 안겨준다. 이 세상에 인간으로 나서 인간으로 살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드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길을 책이 보여준다. 책은 지구상에서 인간이라는 종만이 알고 있는, 진정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통로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는지도 모른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통의 비열한 용인술


당시 권력 핵심부의 움직임을 잘 아는 인사들은 한결같이 박정희 용인술의 요체를 ‘분할통치’, 즉 실력자 간 이간질, 충동질을 통한 충성심 우려내기에 있었다고 요약한다.

박 대통령은 끊임없이 중간 보스들의 일정한 파워게임을 유발하고, 특정 보스를 키우고, 다시 잘랐다. 실력자 간의 긴장관계를 조성함으로써 충성을 발휘토록 하고 그 위에서 장기집권을 꾀하는 박정희의 ‘인간 관리’는 참으로 무섭기까지 했다고 입을 모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 동물원 세미콜론 코믹스
다니구치 지로 글.그림,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에서는 <고독한 미식가>로 많이 알려진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다. 주인공은 교토에서 상경해 만화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갓 스물을 넘긴 하마구치라는 청년이다. 주인공이 여러 인물을 만나면서 내보이는 순수한 마음과 서툰 행동들이 독자에게 각자의 스무 살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여서 더 세심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60년대 말, 어딘가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경제성장기 도쿄의 풍경을 살짝 엿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