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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평점 :
엘렌 심에게 다른 이름이 있다면 동심일 겁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이 미처 챙기지 못한 유년기의 빛나는 조각을 독자들에게 건네주죠.
어른이 되어도 아이를 잃지 않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삶에 책임을 져야 하고, 생각도 많아지고, 어쩌면 계산적인 마음도 필요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어른들의 세계는 삭막해지나 봅니다. 진정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만나도 어쩔 줄 모르고 심지어는 친한 사람들에게조차 마음을 숨기게 되죠.
여기, 말괄량이 동물들의 포근한 저승이 있습니다. 생전에 사람과 관계를 맺은 그들은 다음 생을 인간으로 살기 위해 교육받고 있죠. 그들을 바라보면서 지금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관계에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소통하면 더 좋을지 알 수 있을지도요.
1. 친해지는 데는 각자의 속도가 있어요!
강아지 맷이 울고 있습니다. 고슴도치 카마라가 자기 손을 가시로 찔렀다는군요. 자신을 위협했다고 카마라가 말합니다. 맷은 억울합니다. 단지 가시가 궁금했을 뿐인데 찔렸고, 선생님은 자기의 입장을 제대로 봐주지 않기 때문이죠. 블랭키는 그런 맷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잘 달래주네요. 마음을 추스른 맷이 카마라에게 먼저 사과를 합니다.
‘네 입장에서는 위협적일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사과하고 싶어…. 미안해.’
의젓한 사과로 맷은 카마라의 가시를 하나 받게 되죠.
친해지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적극적인 친구가 있으면 경계심이 많은 친구도 있죠. 상대방은 어떤 사람인지 살피며 급하지 않게 다가간다면, 수월하게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2. 노력을 칭찬합시다~.
환생동물학교에서는 어엿한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생전의 동물적인 습관을 서서히 버려야 합니다.
고양이 머루는 벽걸이 시계 위에 걸린 셔틀콕을 꺼내기 위해 사물함 위해 물건을 쌓습니다. 위험한 높이지만 고양이인 머루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점차 인간화 되어가는 머루의 몸은 고양이의 유연함을 조금 잃었나 봅니다. 머루는 넘어지며 팔을 다치고 말죠.
선생님은 머루와 친구들에게 도구를 통해 물건을 떨어트리는 법을 알려주기로 합니다. 머루가 대표로 막대기를 쥐고 멋지게…! 시계를 부숴버립니다. 머루는 당황하고 우울해합니다. 그런 머루에게 선생님은 ‘괜찮아, 잘했어.’라는 말을 합니다. 고양이인 머루가 사람처럼 막대기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던 노력을 칭찬한 겁니다. 만약 시계를 부쉈다고 혼냈다면 머루는 더더욱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더 크게 다칠 위험이 있었겠죠. 선천적인 재능보다 직접 노력한 걸 칭찬해준다면 아이들은 세상에 쉽게 꺾이지 않을 겁니다.
3. 기꺼이 불편을 나눌게요.
자꾸 붕대를 푸는 머루는 특단의 조치로 ‘깔때기’를 하게 됩니다. 불편해하는 머루에게 사려 깊은 블랭키가 말합니다.
‘그걸 뺄 순 없으니까 네가 기분 좋아지는 다른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친구들은 평소 머루가 좋아하던 소파에 머루를 데려가고, 상자에 넣어주기도 하고, 그 두 개를 합쳐주면서 머루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 합니다. 그럼에도 머루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깔때기라고…. 혼자 이러고 있는 거 짜증 나….’
머루의 말에 이번에도 블랭키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모두가 깔때기를 하는 것이죠. 친구의 불편을 덜어줄 수 없다면 같이 불편을 느끼며 이해해주는 멋진 방법입니다. 새침한 머루도 이번에는 수줍게 고맙다는 말을 할 수밖에요.
4. 틀린 게 아니야, 다른 거지.
아키 : 너, 공놀이가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았어. 이유가 뭐야?
블랭키 : 아니야, 재미있었으악!
아키 : 아니야!! 뭔가 달랐어.
블랭키 : …사실은, 공놀이보단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게 난 더 좋은 것 같아. 이상하지? 강아지인데 공놀이를 별로 안 좋아하다니….
아키 : 그랬구나. 전혀 이상하지 않은걸? 우린 모두 다르니까 각자 다른 걸 좋아하는 건 당연해! 그리고, 운 좋게도 내가 가만히 앉아 있기 전문가지! 좋은 자리 아는데, 같이 가볼래?
블랭키 : 좋아!!
기분 좋게 흔들리는 블랭키의 꼬리, 따사로운 한낮, 마주 보는 두 친구에게 번지는 미소.
5. 중요한 건 언제나 마음속에 있으니까!
아직까지 뼈다귀를 소중하게 숨기고 보관하는 아이들을 그대로 둘 순 없습니다. 그들은 어엿한 사람으로 환생하기 위해 생전의 습관을 버려야 하니까요. 아이들이 꽁꽁 숨겨놓은 뼈다귀들은 꾸준히 압수됩니다. 그때 고양이 쯔양이 뼈다귀 모양의 액세서리를 만들어 옵니다. 진짜 뼈다귀가 아니더라도, 그걸 보면 마음속에 언제나 자신만의 뼈다귀가 있음을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강아지 친구들의 꼬리가 신나게 흔들리는군요.
아이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생님과 말괄량이 아이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때묻지 않은 시선과 방법으로 서로를 지탱하는 아이들, 그리고 생전의 주인에 관한 숨겨진 진실 등 다양한 요소가 다음 권에서 이어집니다.
이 아이들은 당연히 인간으로, 그것도 정말 멋진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겁니다. 독자의 역할은 아이들이 ‘어떤’ 과정을 더 겪는지 지켜보고, 응원하고, 자신에게도 적용해보는 걸 겁니다.
이들의 여정을 한낮의 구름과 밤하늘의 별처럼 응원하며 다음 권으로 넘어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