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제각각 삶의 추를 가슴에 달고 있습니다. 추의 무게도 사람마다 제각각이지요. 나이가 어리다 하여 나이가 많은 이들보다 반드시 가벼운 삶의 무게를 지닌 것이 아니니, 눈물을 흘려선 안 된다는 법도 없습니다."-66쪽
선준은 옆에서 고개 숙이고 걷고 있는 윤희를 보았다. 그동안 내내 생각나고 보고 싶었다. 비록 연약하긴 하지만 어엿한 사내를 마치 연모하는 여인을 그리워하듯 하였기에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해괴하다고 생각하였다. 오늘 모인 사람들 틈에서 그녀는 한눈에 들어왔지만, 당장 달려가 말을 걸고 싶은 것을 굳이 외면한 마음도 해괴하였다. 선준은 이러한 마음을, 자신의 불찰로 인해 선접꾼들에게 다치게 했던 미안함 때문으로 풀이하였다.-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