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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그림자를 읽다 - 어느 자살생존자의 고백
질 비알로스키 지음, 김명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어느 자살생존자의 고백 / 너의 그림자를 읽다
정말 내가 삶을 이렇게 견대내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다. 암이라도 걸려서 그냥 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텔레비젼을 보다가는 누가 누가 자살했다라는 소식을 접할때면 무심해지지가 않습니다.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왜 죽었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 이라는 마음이 우러나니까요.
그건 어른보다는 10대 청소년들의 죽음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아직 덜 성숙한 인성으로 감당해야 할것들은 많아진 아이들, 학교폭력과 불안전한 미래 등 완전치도 않으면서 극복해야 할 것들은 더 많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한창 예민한 청소년기의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보니 극단적 선택인 자살을 바라보는 마음이 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건 내가 좀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좀 더 신중하게 아이의 마음을 헤아렸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되돌릴 수 있었을까 ? 라는 만약을 생각하는 자살자의 주위사람들을 보면 더해지지요.
북폴리오의 너의 그림자를 읽다라는 이 책은 시인인자 심리연구가인 저자가 21살의 여동생을 잃은 후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연구하고 남겨진 생존자들의 마음을 헤아려가는 이야기로 어느날 갑자기 닥쳐온 불행을 이겨내지 못하고 수십년간 어둠에 갇혀있던 마음을 회복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자살하는 사람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마음을 사로잡는 괴로움과 아픔에 시달리며 자살의 촉매제는 심리적 고통이다 p130
아이들은 십대를 보내는 동안 유년기의 사건과 경험들을 처리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상하기 시작한다. 생리적 이유와 더불어 바로 이러한 심리적 이유 때문에 십 대들은 더 많은 잠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p14
무서운 것들은 혼자 있는 것, 불안감, 자동차 사고, 예전에 좋아했지만 지금은 싫은 것, 인기, 자살, 가족과 함께 있기, 원하는것, 자신감, 사랑. 독립
십대의 자살에 대해 읽으면서 나는 자살자들 사이에는 완벽주의라는 공통점이 있고 이런 비타협적인 태도가 십 대들에겐 좌절감과 절망을 배가시킨다는 사실을 알 게 되었다. p202
동생은 왜 죽어야만 했을까 ? 언제부터 그렇게 힘들었던 것일까 ?.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 자식을 버린 아빠, 남자친구와의 이별, 그러한 가정환경은 얼마만큼 죽음에 관여했던 것일까 ?. 자살이라는 극한 상황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고통의 기간은 짧았을까, 아님 오랜 시간 괴로워 했던것일까 ? 등등
이야기는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린 마음에서 가질수 없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살을 막을수는 없었던걸까 라는 마음에서 출발을 하고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힘들수 밖에 없는 자신을 회복해가는 길이었습니다.
동생이 죽었던 아침으로부터 시작하여 20년, 작가는 심리학은 물론이요 철학과 문학 가정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자살자, 자살자의 가족들, 자살자의 연인으로 남겨진 주변인들에 이르기까지 떠난 사람으로 인해 남겨진 자들의 고통을요.
19살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대학을 중퇴하면서까지 결혼, 두 딸을 낳고는 행복했으나 24살의 어린나이에 미망인이 되어버린 엄마, 그녀와 아이들은 아빠와 남편을 잃었다는 슬픔을 넘어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만 하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대학 중퇴자의 미망인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한정적이었으니 엄마가 선택한것은 새로운 남자였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남편이자 아빠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또 한명의 딸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남자가 떠나면서 길고 긴 어둠이 시작되었으니까요 ? 그것이 바로 킴의 자살을 예고하는 시초였습니다. 오랜시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아빠 완벽한 자신의 모습을 추구하는 청소년기에 감당하기엔 너무도 버거운 문제들이었습니다.
동생이 자살할 수 밖에 없었던 발자취를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우린 그녀가 왜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가 라는 이유를 보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남겨진 자들에겐 얼마나 큰 고통인가도 보았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선택하면 안되는 상황,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인 자살, 너의 그림자를 읽다 속에서 풀어놓은 답지속의 해답( 다양하고 폭넓게 연구하고 찾아낸 자살의 원인과 고통등) 은 스스로도 콕 집어 말할 수 없었던 나의 심리상태를 알아주고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지금 이순간에도 힘들어하는 많은 이들에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로써 우회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