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읽는 국악이야기
하응백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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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신간 코너에 꽂혀 있던 책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빌리게 됐다.

따로 메모해 둔 책이 아니라 이번에 안 빌리면 영영 못 보게 될까 봐 항상 신간을 먼저 빌리다 보니, 기존 리스트에 있던 책들이 계속 밀리게 된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책만 보며 살 수 있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은퇴 후의 삶이 기다려지면서도 정작 눈이 나빠져 원만큼 못 읽게 될까 봐 제일 무섭다.

남들은 퇴직 후 돈 걱정을 제일 많이 하던데 나는 시력이 진심으로 가장 큰 걱정이다.

아빠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하필 시신경에 문제가 생겨 한동안 앞이 안 보이게 됐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아빠는, 당시에 자살 사고가 너무 커서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 절망감과 공포가 진심 이해가 된다.

벌써 40대 후반에 들어서는데 매일 열심히 읽어야지 하는데도 사실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해서 양만큼 읽지를 못한다.


이번 책은 국악에 관한 책인데, 듣는 것에 약해서인지 사실 음악, 그것도 국악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인문학"으로 읽는 국악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기악곡이 아닌 노랫말이 있는 민요 등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사용되던 한자나 사투리가 많고,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노래의 가사를 읽어서인지 해설을 봐도 이해가 잘 안 된다.

직관적으로 와 닿지가 않는다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전통적인 우리 노랫가락들이라 그런지 저자의 해설을 찬찬히 읽어 보면 농사를 짓고 살아가던 우리 조상들의 삶이 그려지는 것 같아 흥미롭다.

책에서 배우던 시조들, 이를테면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라든가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이런 시조들이 곡을 붙여 노래로 불려졌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래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울 수 있었다고 한다.

과연 지식인 양반들이 기생들이 따라주는 술을 마시며 우아하게 한 자락씩 뽑았을 법한 가락들이다.

이런 양반문학들이 기층으로 내려와 하층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애환과 합해져 민요가 됐다고 한다.

요즘은 민요나 국악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는 듯하여 쉽게 즐길 수 없어 아쉽다.

판소리는 지루한 줄만 알았는데 고등학교 때 무슨 수련회에서 춘향전의 사랑가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의외로 너무 재밌어 다른 건 몰라도 춘향전은 그 후로도 몇 번 찾아서 들어봤다.

확실히 문화가 살아 있으려면 현재의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형식으로 발전해야 하는 모양이다.


<인상깊은 구절>

208p

우리 국악 노랫말을 들여다보면 그 주제가 대부분은 전통사회의 윤리의식을 강하게 표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다 하더라도 한 낭군에 대한 지고지순한 여인의 기다림이 대부분이다. 판소리 <춘향가>가 이를 대표한다. 기다리던 여인이 남자를 배반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 내용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삼강오륜이라는 유교적 덕목을 기본으로 판을 짜고 있는 것이다.

 노랫말에서 충과 효를 기본으로 하는 조선적 질서 체계를 뒤흔들만한 혁명적 내용을 담기는 어려웠다. 당시의 의식적, 무의식적 검열체계가 엄격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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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도덕성은 자연계의 일부인가 스켑틱 SKEPTIC 25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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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흥미로운 주제를 제시하며 논쟁적인 문제들에 대해 깊이있는 고찰을 보여주는 훌륭한 과학 잡지.

도서관에서 정기간행물로 비치해 두어 무척 유용하게 읽고 있다.

길지 않고 잡지 연재물 형식으로 간략하면서도 근거가 충분한 내용이라 과학적인 세계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이번 호의 주제는 도덕성이 과연 중력이나 물리 화학적 힘처럼 자연계에 실체가 있는 존재인가 하는 점이다.

처음에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인간이 사회를 유지하면서 발전시켜 온 추상적인 개념이라, 자연계에 존재하는 실제적인 힘은 아니라는 주장에 동의했다.

그렇지만 요즘 읽고 있는 인간의 기원에 관한 책들을 보면, 확실히 마이클 셔머의 주장처럼 도덕성 역시 인간의 본능, 즉 유전자에 새겨진 실제적인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도덕성, 다시 말해 사회를 이룰 수 있는 기본 품성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문화적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시 하는 이기적인 존재이면서도 사회라는 큰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대를 위해 이타성을 발휘하는 도덕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이타심이나 협동, 양보, 헌신 등이 없다면 이렇게 거대한 사회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을 보면 특별히 교육을 받지 않은 어린 아이들도 공정에 대한 기본 개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사실 공정함과 협력에 대한 이런 본성이 있기 때문에 도덕 교육도 가능한 것일지 모른다.

동물에게 인간의 도덕을 가르칠 수 없는 것과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침술이 의학적인 효과이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흥미롭게 읽었다.

아무 곳이나 찔러도 통증에 대한 신체의 방어 시스템인 엔돌핀이 분비되므로 순간적으로 고통을 잊게 되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생각해 보면 결정적으로 병의 경과를 바꿀 수 있는 치료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그 다음에 나온 칼럼에서도 건강검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병의 진행 경과가 늦은 것을 발견할 따름이므로 조기 진단으로 실제 사망률을 낮춘다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잉진단에 따른 과잉치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의학의 진정한 강점은 유아사망률을 극단적으로 낮춘 예방접종을 들 수 있겠는데, 왜 사람들이 백신을 거부하는가에 대한 칼럼도 인상깊게 읽었다.

전에는 백신 거부론자들을 일종의 음모론자들로 생각했었는데 요즘 정부가 백신을 강요하는 것을 보고 나 역시 거부감이 들기 때문에 자율성에 대한 침해, 혹인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에 대한 반발심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정부나 의료진들은 실제적인 효과에 집중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개인의 자율권 침해라는 다른 측면을 얘기하는 것이다.

좀 더 효과적이고 실제적인 접근이 필요한 문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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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그 이웃 나라들
박찬석 지음 / 경북대학교출판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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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벌써 흥미가 확 생긴다.

대학 출판사에서 펴낸 책인데도 표지가 멋지고 제목도 그럴 듯하다.

저자가 학자이면서도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라 그런지 인문학적 관심에다 실제적인 정치 경제적 관점도 덧붙여 흥미롭게 읽었다.

러시아 편에서는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 보다, 연해주부터 시작해 시베리아의 여러 거점들을 찬찬히 소개해 줘서 흥미롭게 읽었다.

거대한 러시아 땅덩어리가 입체적으로 잡히는 느낌이 든다.

상대적으로 독립국가연합의 15개국은 책의 분량상 짧을 수밖에 없지만, 개요는 잘 소개하고 있어 역시 추가 독서가 필요할 듯하다.


27p

오늘날의 공산주의라 함은 '폭력혁명을 통해 이룩된 공산당 일당독재체제의 사회주의'를 말한다. 

29p

서구식 사회주의는 선거에 의한 것이고,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폭력혁명에 의한 것이다. 독재정치체제의 이름이 공산당이다. 경제는 계획경제이다. 공산주의로 가기 위한 전 단계의 국가 형태가 사회주의라고 했다.

30p

당 간부가 모든 것을 지시하는 경제구조로, 공산당을 감독하는 언론이 없다. 국민이 감시를 하지 않으면 어느 정권이든 부패하기 마련이다.


결국 공산당이란 폭력적인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잡은 공산당이 국가를 지배하는 독재체제란 말인가?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공산주의를 진보라고 생각한 것일까?

프롤레타리아 독재라고 하는데 사실은 무산자들이 권력을 잡는 게 아니라 그들을 이끌어 주는 아버지 같은 이, 공산당이 독재를 하는 것인데 이것은 선한 의도를 가진 독재이므로 괜찮은 것인가?

국가를 선하다고 할 수 있을까?

큰 정부는 개인에게 자유와 부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오류>

17p

폭탄을 만들어 황제 차르 2세를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 알렉산드르 2세이다.

20p

인구는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 소련 시절 인구는 중국, 인도 다음으로 세 번째였다.

41p

러시아의 남하정책과 조선의 북벌계획 간의 마찰은 1850년인 효종 때로 소급된다.

-> 나선정벌 당시는 1850년이 아니라 1654~1658년 사이이다.

57p

의화단 사건을 빌미로 연합군이 청나라를 침략하고 베이징 조약(1901)을 체결하였다.

-> 보통 베이징 조약은 2차 아편조약 후 1860년에 맺어진 것을 의미하고, 의화단 사건으로 맺어진 조약은 신축조약, 혹은 베이징 의정서라고 한다.

114p

니콜라이 1세의 손자 알렉산드르 3세는 개혁에 실패한 탓에 뒷날 혁명이 일어나자 총살형을 당했다.

-> 니콜라이 1세의 증손인 니콜라이 2세가 총살됐다.

148p

주치의 차남 바투와 그 아들 베르케가 킵차크한국을 건설했고

-> 베르케는 주치의 3남이다.

159p

엘리자베타는 프로이센 공국 출신 독일 처녀, 소피 오귀스트를 황태자비로 간택했다.

-> 소피 오귀스트, 즉 예카테리나 2세는 프로이센 공국이 아니라 안할트체르프스트 공국 출신이다.

남편인 표트르 3세는 프로이센에서 자라 

-> 표트르 3세는 프로이센이 아니라 홀슈타인고트로프의 공작이다.

162p

상트페테르부르크 데카브리스트 공원에 있는 예카테리나 2세의 말을 탄 동상을 들 수 있겠다.

-> 이 공원의 기마상은 예카테리나 2세가 주조한, 표트르 1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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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역사문화기행 - 참전 수병 유교수와 함께 가는
유일상 지음 / 하나로애드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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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베트남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고대 베트남 문명전, <붉은 강의 새벽>을 본 후부터였던 것 같다.

그 때 도슨트가 베트남 여성이었다.

관심을 갖고 베트남에 관한 책을 읽다가 하노이로 여행을 가게 됐는데 앙코르와트와는 달리 인상적인 게 하나도 없어 내 평생 유일하게 실망스런 여행이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국적인 곳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어떤 곳을 가든 흥미롭고 그 지역에 대한 무한한 관심이 생겨 좋은 기억만 남는데 정말 하노이는 볼 것이 없었다.

베트남 역사에 너무 무지했던 탓일까?

호치민 기념관을 도대체 왜 관람해야 하는지 거부감이 들었던 기억만 난다.

그 후로 뭔가 미진한 기분 때문에 베트남에 대한 책들을 종종 읽곤 하는데 이제 다시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책의 저자는 20대 젊은 시절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기억을 마치 엊그제 일처럼 아주 생생하게 기록하면서 베트남 전국을 꼼꼼하게 답사한다.

여행 작가로서는 정말 성실한 취재라고 감탄할 만 하다.

500 페이지의 분량이 지루하지 않고 남북으로 긴 베트남 지도를 구글로 열심히 찾아 보면서 읽은 덕분에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전체적인 평가는, 저자 본인의 개인적인 술회가 너무 많고 베트남 전쟁 당시 이야기에 지나치게 함몰된 것 같다는 느낌이다.

대신 베트남 현대사, 특히 월남전쟁에 대해서는 흐릿하나마 개념이 잡히는 기분이다.

박정희를 굳이 다카기 마사오라고 표기한 걸 보면 저자가 어떤 역사관을 갖고 있는지 느낌이 온다.

이념이나 주의에 휩쓸리지 않는 냉정한 평가는, 적어도 당대인에게는 어려운 일 같다.

하여튼 베트남은 한국처럼 중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에 붙어 있으면서도 독립을 유지해 온 강인한 역사를 가진 나라임은 분명하다.

베트남도 54개나 되는 소수민족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전근대사에만 관심이 있어서 그랬나 프랑스 지배에 관한 부분은 신선하게 읽혔다.

그래서 커피 문화나 성당 등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2차 대전 때 일본이 베트남에 진격했고 패망한 후에는 일본군 장교들이 오히려 북베트남과 손잡고 프랑스에 대항했다는 사실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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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 -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
가이아 빈스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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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언부언이 많아 약간 지루했다.

500 페이지의 분량을 2/3 정도로 밀도있게 줄였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인간의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분석이라고 할까?

앞서 읽은 <오리진>의 과학적 분석, 혹은 지구라는 물질적 기반에 대한 서술과는 좀 다르게, 인간의 정신적인 면, 사회성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간단히 말해 인간은 동아프리카 초원의 직립보행하는 호미닌에서 오늘날 지구의 가장 우세한 종이 될 때까지 큰 집단을 이루면서 문화를 구축해 왔는데 그 저력은 바로 사회성에 있다는 것이다.

다른 영장류보다 훨씬 더 큰 집단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언어와 대뇌의 신피질에 있다고 하겠다.

생각해 보면 인간처럼 큰 동물이 혈연 집단을 넘어서 수천 만명의 거대한 국가를 이루고 평화롭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우리는 자연에 혼자 있을 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집단으로 뭉쳐서 사냥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언어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기술을 전수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발전시켜 사회적 관계를 맺어 왔다.

보통 인간의 본능은 이기적인 유전자라고 하지만 사회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타적 유전자가 유리하기 때문에 인간 사회에서는 이기적인 사람을 축출하고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이타적인 사람을 높이 평가하도록 진화해 왔다.

인간은 타인의 인정을 받을 때 자존감이 높아지고 끊임없이 인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 사회적 평판과 명성을 얻기 위해 도덕적이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도덕심도 타고난 본능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이런 도덕심이나 공정함에 대한 감각이 없다면 개인의 희생이 필요한 이 거대한 사회를 이룩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협의와 순응을 추구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 구성원들이 합의한 사항이 바로 관습과 규범이고 사회가 점점 커지면서 좀더 관용적으로 변해 왔다.

인간은 모방을 통해 쉽게 기술을 터특하는데 집단이 커지면서 혁신자들이 나와 진보를 이끌어냈다.

오늘날 전세계적인 지구화가 이루어진 것도 가능하면 서로 협력하고 교역을 통해 필요한 것을 나누려는 인간의 기본 성향 덕분이고, 일부일처제가 보편적 규범이 된 것도 남자들 사이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사회적 전략이었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분량이 많지만 어렵지 않아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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