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문화의 원형 - 향토중국
페이샤오퉁 지음, 장영석 옮김 / 비봉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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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1년도에 발간된 책인데 독음도 달지 않은 한자어라니.

아무리 한자를 많이 써도 괄호 안에 독음은 달아주던데 정말 거의 다 한자어 그대로 씌여 있어 네이버 한자 사전 찾아가면서 읽느라 힘들었다.

아는 글자 같은데 바로 생각이 안 나서 더 답답했다.

그 점만 뺀다면 정말 흥미롭고 분석력이 뛰어난 책이라 행복한 독서 시간이었다.

저자의 전작인 <중국의 신사계급>과 연결되는 책이다.

간단히 말해 서구의 개인주의, 자본주의 사회와 중국의 향토사회 더 정확히는 가부장적이고 전체적의, 집단주의적 농본사회는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고찰이다.

나는 항상 왜 과거에는 잘 나갔던 동양이 근대화에 실패하고 서구가 주도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해 확실한 답을 얻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근본적으로 동양 사회가 어떻게 서구와 다른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알게 된 기분이다.

서구도 처음에는 중국처럼 농본사회였을까?

어느 순간에 그들은 개인주의, 자본주의로 발달했고 동아시아 사회는 여전히 집단이 중시되는 정적인 향촌사회로 남아 있었던 것일까?

이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유가의 인륜이라는 도덕규범이었고 이것은 신분에 따른 차등적 질서로 나타난다.

장유유서, 남존여비 등의 차등적 질서가 농사를 짓는 작은 마을의 안정을 유지했고 지난 책에서 설명했던 신사 계급, 즉 전현직 관리층이 국가와 마을 공동체의 교량 역할을 한 셈이다.

국가라는 거대한 범위 안에 속해 있으면서도 마을 공동체의 자치적인 조직이 굴러 갔던 것은 이 신사 계급이라는 마을 지도층이 있었던 덕분이기도 한데, 중요한 것은 서구와는 달리 이들이 국가에 대항하는 존재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조선시대 양반 계층처럼 국가에 의해 향촌 사회에서 특권을 인정받는 대신 (오히려 이들은 특권 유지를 위해 국가의 보호가 필수적이었다) 지역민들을 잘 통제하는 역할을 했다.

중국이나 한반도의 국가가 서양처럼 봉건제로 흩어지지 않고 오래 전부터 중앙집권화를 이룩했던 비결이 있었던 셈이다.

여지껏 읽었던 역사책과는 다른, 실제적인 현장 분석을 통한 저자의 역사적 식견이 참으로 탁월하고 너무나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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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힘 - 무엇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고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가
폴 몰랜드 지음, 서정아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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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계속 미뤄뒀던 책이라 약간이 의무감을 갖고 읽은 책인다.

그런데 정말 너무 재밌다.

제목이 아주 직관적으로 책의 주제를 잘 나타내고 있지만 좀 더 인상깊은 제목이었다면 훨씬 더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왜 인구가 중요한지에 대해 인류의 전 역사를 아우르면서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사람이 힘이라더니 정말 그렇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당장 중국이나 일본만 봐도 내수 시장이 튼튼해 수요가 자체적으로 생산되지만 한국의 경우 수출을 못하면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다.

무역을 금했던 조선 시대가 정치적으로 안정적일 수는 있었으나 백성이 가난하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나도 사업장 오픈하기 전에는 사람 많은 게 딱 질색이고 인구가 너무 많아져 지구가 폭발하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솔직히 잘 키우지도 못하면서 애 욕심만 많은 사람들 속으로 저러니까 가난하게 살지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고 보니 정말 사람이 힘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인구가 줄어드면 당장 물건을 사 줄 사람이 없어진다.

눈에 보이는 상품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대부분의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애들이 안 태어나면 세금 많이 내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고용 자체가 불필요해지기 때문에 사람을 뽑지를 않는다.

개인 사업을 해도 사 줄 사람이 없으니 망하게 사업을 유지할 수가 없게 된다.

이렇게 인구가 줄어들면 과연 현재 같은 공무원 조직이 유지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여성의 경제 진출 욕구와 다산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출산율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미래 세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현재처럼 보조금 주는 제도로는 적정 인구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은 확실하다.

어떤 사람의 주장처럼 당장의 대안은 신대륙이 그랬던 것처럼 이민을 받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오랫동안 단일민족의 신화 속에 살아온 한국 사회가 과연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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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인 이야기
하야시 미나오 지음 / 솔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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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라 읽을까 말까 망설였는데, 리뷰가 좋아서 읽게 됐다.

도서관 보존 서고에서 찾아서 읽었다.

아주 핫한 베스트셀러가 아닌 이상 금방 책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도서관의 장서 기능이 무척 유용한 것 같고, 반면에 역시 좋은 책들은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새롭게 단장하고 나와야 독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발행된 중국 역사 이야기는 서양과는 좀 다른 관점이라 흥미롭다.

아무래도 같은 한자문화권이라 그런지 보다 상세하고 미시사적인 이야기도 풍부한 느낌이다.

솔직히 이 책은 고고학적 발굴 성과가 들어있다는 점에서 좀 어렵기도 하고 확 와 닿지는 않았다.

고대인들이 막연히 우리가 생각하는 역사 속의 인물이 아니라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갔던 실제적인 생활상을 그려냈다는 점에서는 흥미롭다.

특히 은나라의 조상숭배 문화가 춘추전국시대 유교로 발전했다는 추론이 인상적이다.

요즘같은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고, 또 인간의 본성이 원래 합리적이지 못하고 음모론을 좋아 하는 걸 보면, 당시 사람들로서는 거북이 등껍질을 태워 신의 뜻을 묻는 게 너무 당연한 행위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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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조선 - 시대의 틈에서 ‘나’로 존재했던 52명의 여자들
이숙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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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고풍스럽고 전통사회 여성이라는 주제에 잘 맞는 느낌이다.

책 자체는 솔직히 지루했다.

52명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신문 등에 연재한 내용인가 보다.

이런 칼럼 모음은 분량의 한계 때문인지 깊이가 얕고 중구난방 느낌이 드는 게 문제다.

처음부터 한 권의 책으로 기획한 게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단점 같다.

더군다나 52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니 다채롭긴 하지만 간략하게 일생을 언급하고 넘어가는 식이라 깊이있는 분석이 아쉽다.

흔히 조선시대 여성이라고 하면 남존여비 혹은 축첩제도, 시집살이, 삼종지도 등 어두운 이미지만 생각나는데 사회 진출을 못했을 따름이지 사대부가 여성들은 남편의 동반자로서 존중받고 학문적 깊이도 갖추었다는 걸 알게 됐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사대부가 여성들도 성리학을 공부하여 문집을 남기는 경우도 생긴다.

성리학은 누구나 노력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요즘 의미의 만민평등은 아닐지라도 이론적으로는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는 개방적인 면도 있었던 듯하다.

여류시인이라고 하면 허난살헌이나 황진이 정도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소개되어 반갑다.

미혼 여성은 사회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집안 남성들, 이를테면 아버지나 남자 형제들, 남편, 시동생 등의 도움을 받아 문집을 펴내고 그 시와 학문이 전해질 수 있었다.

널리 알려진대로 허균은 누이의 시를 중국에까지 전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처음에는 중국인들이 애호하다가 분위기가 바뀌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시에도 표절이 있다니, 좀 놀랍다.

불행하게도 조선에서도 동생 허균이 역적으로 처단되자 평가가 박해졌으나 후대에 이렇게 기억되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시문들은 역사의 평가를 견뎌 낸 대단한 작품들인 것 같다.

정조 때 자신을 간음했다고 비방한 노파를 찾아가 칼로 찔러 죽이고 오히려 의인으로 칭송받은 김은애의 뒷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살인죄로 잡혀갔으나 정조가 명예를 지키기 위한 의로운 행동으로 방면해 줬는데, 훗날 정약용이 그 지방에 가서 뒷이야기를 들으니 어이없게도 뭔가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소문이란 참 얼마나 끔찍하고 질긴 것인가.

인간은 정말 이야기를 좋아하고 근원적으로 질투의 본능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오류>

163p

왕은 경복궁으로 가서 삼전(정희왕후, 소혜왕후, 인순왕후)를 문안하고 대신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도록 한다.

-> 경복궁이 아니라 창덕궁에 문안했고, 인순왕후가 아니라 안순왕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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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라시마 노보루 지음, 김진희 옮김, 오무라 쓰구사토 사진, 최광수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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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문고판의 일본 번역서인데 앞서 읽은 <명화로 배우는 세계 경제사>와 너무나 대조되는 책이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그래도 역시 책은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학자들이 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이와나미 문고 정말 애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리즈다.

겨우 200페이지 정도의 얇은 문고판에 어쩜 이렇게 많은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담았는지.

이와나미 문고는 늘 만족스럽지만 이 책은 인도 음식 사진들이 총천연색으로 선명하게 곁들어져 보기에도 즐겁다.

요즘은 정말 인쇄 기술이 많이 발달했는지 이렇게 얇은 종이의 책에도 사진이 너무나 선명하고 보기 좋게 인쇄되어 책 보는 즐거움이 있다.

카레가 도대체 뭔지 솔직히 잘 몰랐다.

마트에서 파는 카레 가루 사서 적당히 야채나 고기 좀 넣고 끓여서 밥에 부어 먹는 일종의 덮밥 같은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카레 덮밥은 인도를 지배한 영국에서 현지화 시킨 것이라고 한다.

실제 인도에서 카레란 우리식으로 하면 일종의 조미료, 향신료 개념이다.

여러 향신료들을 자기만의 레시피로 배합해 갈아서 음식에 첨가하는 것이다.

소금이나 후추, 간장을 넣듯 음식의 맛을 돋우는 조미료 역할을 하는데 이 종류가 기본으로 2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집 근처에 인도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어 큰 맘 먹고 몇 번 가봤는데 향이 너무 강해 먹고 나서 배가 아팠다.

이 책에 나온 탄두리 치킨을 먹었는데 원래 닭도 싫어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담백한 백숙이나 바삭한 치킨이 아니라 너무 강한 맛이라 눈으로 보기는 좋지만 맛있게 먹기가 어려웠다.

인도 음식 중 신기했던 게 요거트를 밑간하는데 이용하고 (이를테면 고기를 재는 식) 심지어 밥에 부어 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요거트는 기본적으로 신맛이 나는데 어떻게 밥과 어울릴지 상상이 안 된다.

석가모니가 고행을 끝내고 깨달음을 얻었을 때 처음 먹은 것도 우유죽이라고 한다.

사실 나도 밥에 우유를 말아 먹기도 했는데 (지금은 밥 자체를 거의 안 먹는다. 나는 쌀보다 밀이 훨씬 좋다) 요거트처럼 발효를 시킨 음식에 밥이라니, 무슨 맛일지 아무래도 좋은 느낌은 아니다.

바나나 잎을 식기로 쓰는 이유가 실용성 때문이 아니라 한 번 쓰고 버린다는 부정의 개념이라고 하니 이 점도 신기하다.

카스트 제도가 여전히 인도에서 유지되고 있는 까닭은 부정함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낮은 계급의 사람들, 이를테면 피와 배설물을 만지는 직업을 갖은 이들은 부정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피하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몸 쓰는 일을 하는 직업을 천시하는 것이니 조선시대 사농공상의 개념과도 비슷한 것 같다.

음식과 문화를 이렇게 잘 버무려 내다니, 더군다나 너무나 맛깔나는 책이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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