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석학인문강좌 63
홍윤표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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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 인문 강좌> 시리즈는 무척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인데 이번 편은 기대에 다소 못 미쳐 아쉽다.

사실 오래 전부터 읽어야지 숙제처럼 미뤄뒀던 책이었다.

한글의 창제 배경이나 언어적 배경 같은 주변 이야기가 더 궁금했는데, 주로 책의 내용은 한글이라는 글자 자체에 맞춰져 있어 예상했던 방향과는 다소 달라서 더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기원이 확실한 글자는 한글 뿐이 아닌가 했더니, 과문한 탓이었다.

동아시아 여러 민족들도 자신들의 언어를 표현하기 위한 글자를 임금이 직접 주도해 만들었으나 전부 사라지고 말았다.

오히려 언제 만들어졌는지 기원을 알 수 없는 오래 된 글자, 이를테면 알파벳이나 한자가 생명력을 갖고 계속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한글이 오늘날에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신기한 것이고, 아마도 한국어를 표현하는데 매우 적합한 편리하고 과학적인 문자일 뿐더러, 한민족이 한 국가로서 오랜 시간 동안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점이 크다고 한다.

다른 책에서 보기로는, 세종대왕이 흔히 알려진 것처럼 애민정신으로 한글을 만든 것이 아니라 중국과의 사대 외교를 위해 보다 정확한 중국어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는 당시 발간된 용비어천가에 한자음 표기가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주장을 반박한다.

궁체는 식자층을 위한 서체라고 한다.

붓으로 쓰게 되면 펜으로 쓸 때처럼 직선이나 원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곡선으로 흘려쓰기를 한다는 것이다.

서민층을 상대로 한 부적이나 주술 같은 것을 쓸 때는 헷갈리지 않게 반듯한 민체로 썼다고 한다.

식자층에서 한글을 천시하긴 했지만 이미 15세기부터 남부 지방까지 널리 한글이 퍼져 사용됐고 오늘날에도 창제 당시와 비추어 큰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한글의 과학성이 입증된다 할 수 있다고 한다.

글자가 만들기만 한다고 다 생명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소멸되는 문자가 대부분인 걸 보면 확실히 한국어에 한글은 매우 알맞은 훌륭한 문자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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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강적들 - 나도 너만큼 알아
톰 니콜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오르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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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0% 공감하는 내용이라 다 옮겨 적을 수도 없었다.

요즘 내가 현장에서 느끼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책에 상세하게 적혀 있다.

제목도 참 기막히게 잘 지었다.

전문가와 이른바 인터넷 강적들의 대결 구도가 책의 주제다.

전문가는 엘리트로 취급되어 대중사회에서 발언권을 잃어 가고 있다.

비단 한국사회에 국한된 얘기가 아닌 모양이다.

미국에서도 이미 심각한 대중주의의 문제점을 겪고 있고 과연 일부 스피커 지식인들이 주장하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얼마나 구현이 됐는지 의구심이 든다.

공병호씨 책에 따르면 좌파주의는 대중사회에 어울리는 컨셉이므로 앞으로도 계속 힘을 가질 것이라는데,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하고 좀더 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때라 생각된다.

인터넷이 너무나 대중화되고 심지어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생겨 어디에서나 지식이 넘쳐난다.

이제 정말 우리 모두가 검색만 하면 모든 지식을 다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사는데도 과연 그것이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것인가 묻고 싶다.

정치 분야는 워낙 극성맞은 지지자들이 양패로 갈라져 싸우고 있으니 말하고 싶지도 않지만, 당장 역사학계만 봐도 그렇다.

이른바 재야 지식인과 강단 사학자라는 얼토당토 않은 프레임으로 얼마나 대중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가?

지식인에 무슨 재야와 강단이 있겠는가?

혹시 구별이 필요하다면 전문가와 비전문가 혹은 이 책의 표현대로 애호가 내지는 아마추어 정도겠지.

토론할 수준이 안되는 사람들에게도 대중들은 인간은 평등하다는 다른 맥락의 개념을 적용시켜 힘을 실어 준다.

과연 우리 사회는 "평등"해지고 있는가?

혹시 평등으로 위장한 쇼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만은 많지만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 방향인지 해답은 아직 없다는 게 답답할 따름이다.

혹시나 선진국은 좀 나은가 싶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니 어려운 문제인 건 확실한 듯하다.


<인상깊은 구절>

15p

"미국은 무지를 예찬하는 경향이 있다. 옛날부터 쭉 그래왔다. 반지성주의라는 끈이 지속적으로 미국의 정치와 문화생활의 틈을 제멋대로 헤집고 다녔다. 이런 현상이 자리잡게 된 것은 민주주의가 '나의 무지나 너의 지식이나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탓이다." -아이작 아시모프-

406p

민주주의는 정부 시스템을 뜻하는 말이지 실제 평등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한 사람의 투표는 다름 사람들의 투표와 동일한 효력을 갖지만, 모든 의견이 그렇지는 않다. 미국 사회가, 교육을 많이 받은 엘리트와 그들이 봉사해야 하는 사회 간의 생산적인 결합을 위해서, 새로운 기본 규칙을 다시 세워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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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과 졸작 사이
김이산 지음 / 반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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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벌써 관심을 확 끈다.

졸작이야 누구나 봐도 금방 시시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걸작은 왜 높은 평가를 받고 훌륭한지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 힘들다.

평론가가 훌륭하다고 말하면 그런가 보다 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 순수하게 감상자의 입장에서 내가 받는 감동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직접 미술을 하는 분이라 그런지 일반적인 이론가들과는 좀 다른, 보다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집필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에 읽은 터너상 수상자인 그레이슨 페리의 책에서 느껴진 현장감이 이 책에도 보인다.

르네상스 대가들이 회화적으로 얼마나 위대한가를 밝힌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현대미술의 관념성을 비판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평론가가 아닌 실제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목소리라 더 공감이 가는 바다.

직관적으로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은 딱 인상파까지인 느낌이다.

그 이후로는 책에서 비판한 바대로 설명이 있어야 비로소 감상이 가능한데 문제는 아무리 설명을 열심히 들어도 실제적인 감동이 안 온다는 점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심정으로 현대 미술의 실체를 폭로했다고 할까?

미술가와 평론가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억지로 그 뜻을 작품에 끼워 맞춰 감상해야 하는 개념미술이 과연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미술의 본질은 언어가 아닌 시각임을 주장하는 부분에서 공감이 간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 뒤러에 대해 너무 가혹하게 평가해 아쉬운 점도 있었다.

뒤러의 훌륭한 작품들도 많은데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들 위주로 혹평을 가하는지가 약간 불만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감동하는 화가들은 티치아노, 루벤스, 벨라스케스, 마네, 피카소 같은 강렬한 색채감을 구사하는 화가들이다.

다 빈치나 라파엘로 같은 성스럽고 이상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티치아노나 루벤스의 역동적이고 실제적인 색채감이 훨씬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르누아르의 따뜻한 색감보다는 벨라스케스나 마네의 어두우면서도 강렬한 평면감이 훨씬 마음을 끈다.

무엇이 걸작이고 졸작인가 그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솔직히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에 공감이 가고 예술의 보편성과 그것을 구현해 내는 예술가들의 놀라운 솜씨에 대해 감동한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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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9-1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뒤러 좋아하는데 아쉬운 마음 공감합니다. 티치아노, 마네의 진한 감동은 정말 좋죠!ㅎ 즐건 하루되십시요!
 
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 - 에펠탑에서 콜로세움까지
이상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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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못 미치는 밀도라 아쉽다.

제목은 참 흥미로운데 내용이 너무 가볍다.

국방일보라는 신문에 연재한 칼럼 모음인가 보다.

저자의 약력이 프랑스에서 예술분야를 전공한 분이라 깊이있는 내용을 기대했는데 수박 겉핥기 수준이라 많이 아쉽다.

본격적인 분석글은 역시 전문적인 학자에게 기대해야 할 듯 하다.

유럽 공공건물에 대해 궁금하다다면 얼마 전에 읽은 <도시는 기억이다>가 훨씬 낫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이 네 나라의 대표적인 건축물에 전쟁 관련 에피소드를 섞어서 설명하는 식이다.

유럽은 건축의 역사도 길지만 1,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전쟁 당사국들이니 어떤 소재를 사용해도 전쟁과는 긴밀하게 엮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인상깊은 구절>

87p

프랑스는 신형 전차 생산과 최신형 항공기 개발에 마땅히들어갔어야 할 예산과 인력을 마지노선 건설에 대책 없이 쏟아부었고, 그로 인해 프랑스 전차부대는 무저니도 장착하지 않은 구식 탱크로 독일 기갑군단에 맞서야 했다.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독일군은 작전 개시 6주 만에 파리에 입성했다. 요새에 갇힌 프랑스군 80만 명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항복한다.


<오류>

224p

1561년 스코틀랜드로 귀국한 뒤 단리경 헨리 스튜어트와 재혼했다. 하지만 단리 경마저 죽자 제임스 헵번과 또 재혼해 이 성에서 1566년 제임스 6세를 낳는다.

-> 메리 여왕은 제임스 6세를 낳고 단리경이 죽은 후 제임스 헵번과 재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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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알면 중국사가 보인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5
이나미 리쓰코 지음, 이동철 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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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정말 애정하는 문고판이다.

살림문고에 비해 저술 수준이 훨씬 높다.

고사성어를 주제로 한 책이라 뻔한 이야기면 어쩌나 약간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삼황오제 시대부터 시작해 중국 통사를 고사성어라는 소재를 가지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중국의 오랜 역사가 오늘날에도 동아시아 삼국에서 자주 쓰이는 관용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놀랍다.

당시로서는 중국 문화가 곧 최첨단 세계화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조상들이 열심히 한문을 익히고 중국 문화를 숭앙했던 게 이해가 된다.

다른 것보다 내가 좀 약한 분야인 춘추전국시대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공자나 맹자나 고리타분한 책 속의 학자가 아니었고 뜨거운 열정과 지식을 가지고 역사에 길이 남을 학문적 업적을 이루었구나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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