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 식민지 조선에서 성장한 한 일본인의 수기
모리사키 가즈에 지음, 박승주.마쓰이 리에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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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수필인 듯하다.

고풍스러운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고 무엇보다 식민지 조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의 이력이 독특해 읽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몰입하기가 처음에는 힘들었다.

저자의 글 쓰는 스타일이 원래 그런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인지, 문장이 한번에 읽히지가 않는다.

문장이 한눈에 들어 오질 않아 몇 번 반복해서 읽다 보니 몰입이 힘들었다.

그만 읽을까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집중해서 다 읽었고, 항상 느끼는 바지만 어떤 책이든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훨씬 낫다.

유튜브를 볼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서적인 만족감이 느껴지고 많은 생각과 감정을 갖게 된다.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 여자 아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7년의 세월을 대구와 경주, 김천에서 나고 자랐고 일본의 대학에 진학한 다음 해 조선이 해방되면서 교류가 끊기게 된다.

식민 지배를 당하는 조선 사람의 불운한 이야기만 듣다가 전혀 다른 관점의 세상을 보는 느낌이라 신선하기도 하고 시대의 불행은 어떤 곳에 속해 있든지 개인에게는 다 아픔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군국주의에 일본의 평범한 개인들도 고통을 겪었다고 할까?

한일 관계가 잘 회복됐더라면 조선에 건너 와서 인생을 보냈던 일본인들 이야기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훨씬 많이 교류가 이뤄졌을텐데 결국은 정치인들 때문에 불행한 역사로 계속 남아 있는 느낌이다.

조선에서 17년이나 살았는데도 조선어를 전혀 할 줄 몰랐던 저자의 이력을 보면, 식민지 지배는 결국 섞일 수 없는 불행한 점령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저자의 어머니는 서른 여섯의 젊은 나이에 위암으로 세상을 뜨고 자유를 외치던 남동생도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개인적인 불행을 시대의 아픔과 더불어 담담이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천황을 신으로 모시는 것은, 20세기 군국주의 국가의 국민인 일본인들에게도 몹시 힘든 일이었던 듯하다.

정말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구호나 이념이 싫고 전체로 뭉뚱그려지는 것 말고 한 사람의 개별적인 인간으로, 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이지 않고 쓸쓸하면서도 뭔가 아련한, 마음을 뒤흔드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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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로 듣는 세계사 - 영국인 저널리스트의 배꼽 잡는 국가(國歌) 여행기
알렉스 마셜 지음, 박미준 옮김 / 틈새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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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신선하고 책 표지도 앙증맞아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는 그저 그렇다.

국가를 소재로 쓴 에세이라고 할까?

본격적인 교양서는 아닌 듯하다.

미국 프랑스 같은 유명한 나라의 국가 뿐 아니라 리히텐슈타인이나 네팔 같은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국가에 대해서도 직접 그 나라를 방문해 성실하게 취재한 점은 높이 산다.

그러고 보면 서양 기자들의 취재력은 놀라운 것 같다.

아무리 작은 나라라고는 해도 어떻게 네팔 총리를 직접 면담할 수 있을까?

네팔의 왕세자가 일가를 살해한 사건을 해외 토픽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그 후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 왕정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발칸 반도의 내전 뿐 아니라 지구촌은 지금도 여러 곳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애국가를 두고 안익태의 친일 운운해 논란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고 한다.

특히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 연주시 기립을 하지 않는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는 건 처음 알았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서도 느끼는 바지만, 사람들은 참 남의 일에 관심이 많고 논쟁하기를 즐기는 것 같다.

우리가 목숨처럼 지켜야 할 것 같은 가치나 이념이 그렇게도 많은 것일까?

국가에 대한 논쟁도 내 기준으로는 정말 쓸데없이 느껴지는데.

프랑스 국가나 미국 국가처럼 청자의 귀에 듣기 좋은면 되는 거 아닌가?

유튜브에서 프랑스나 미국, 러시아, 중국 국가 등을 가끔 듣는다.

미국 국가는 가요라고 할 정도로 널리 불리워지는데 특히 휘트니 휘스턴이 부른 국가는 미국인이 아닌데도 그냥 너무 감동적이라 자주 본다.

가사도 얼마나 마음을 뒤흔드는지.

없던 애국심도 절로 생겨날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프랑스 국가.

내 마음 속에 투쟁에 대한 열의가 있는지 프랑스 대혁명 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방인인데도 가슴이 끓어 오른다.

국민을 하나로 모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국가 논쟁만 봐도 알 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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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 - 정규 17집 별거 없던 그 하루로 - 포토카드(1종)+엽서(1종)
임창정 노래 / (주)인터파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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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나 최고의 만족감을 주는 나의 사랑하는 가수님.

그냥 너무 좋다는 말 밖에는 안 나온다.

차를 타고 달릴 때, 혹은 자기 전 침대에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을 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 노래에 푹 빠져 있으면 가슴이 벅차고 아, 정말 인생은 살 만한 것이구나 생각이 든다.

40대에 가요를 듣고 이런 행복감을 느낀다면 너무 소박하고 소녀적인 취향일까?

매년 앨범을 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지,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가수로서도 굉장한 모험일 것 같다.

발라드 전성 시대가 가버려서 그런지 요즘은 새노래가 드물고 죄다 옛날 노래 다시 부르기라 신곡이 더욱 귀한 느낌이다.

전에는 노래가 좋으면 흥얼거리고 들었는데 가수의 매력은 노래보다도 음색에 있지 않을까 싶다.

노래가 히트하면 당연히 좋은 거지만, 노래가 흥하든 망하든 항상 들어주는 팬층이 있는 것은 그 가수의 음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이 가수분의 음색이 정말 너무너무 좋다.

노래도 좋지만 어떤 노래를 듣던지 이 분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전부 다 감미롭게 들리고 무엇보다 가슴이 끓어 오르는 벅찬 감동이 느껴진다.

가사와 곡을 직접 써서 그런지 노래의 느낌을 극대화 시켜 표현하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 임부장 나이스 샷 외치는 걸 보면, 도대체 어디에 저런 감성이 숨어있는지 참 신기할 정도다. 

다 좋지만 제일 좋은 노래는 타이틀 곡 <별 거 없던 그 하루로>

<다행>과 <선물> <따뜻한 말 한마디>도 마음을 흔드는 곡.

체육관 같은 곳 말고 세종문화회관 같은 좋은 공연장에서 원없이 노래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언제쯤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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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들의 전쟁 - 삼국·고려·조선 왕비들의 권력 투쟁 이야기
박영규 지음 / 옥당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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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들은 이제 졸업할 때가 됐는데도 여전히 혹시나 하는 미련을 못 버리고 읽게 된다.

뭔가 흥미를 자극하는 게 있단 말이지.

대중역사서들이 늘어나 독자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건 좋은 일이긴 한데 기왕이면 역사학자들이 쉬운 교양서를 많이 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토크멘토리 진행하시는 임용한씨 같은 분들 말이다.

대중작가들이 쓴 역사책의 아쉬운 점은, 본격적인 사회 분석이 아니라 에피소드들의 나열이라는 점이다.

대신 다양한 사료들을 모아 소개하는 장점은 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신라나 고려 시대 왕비들에 대한 부분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진흥왕의 어머니인 지소부인 편에서 화랑세기를 실제 역사인 것처럼 서술한 부분은 흥미로운면서도 결국은 위서에 불과한 것이니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김유신의 어머니인 만명부인은 숙흘종과 만호부인의 딸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호부인은 진흥왕과 숙흘종의 여동생이고 조카인 동륜태자와 결혼해 진평왕을 낳았다고 한다.

그러면 만호부인은 조카와 혼인한 후 다시 이복남매끼리 재혼한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자료를 못 찾아 궁금하다.

조선 숙종 초에 있었던 궁녀와 종친의 간통 사건인 홍수의 변에 대한 저자의 시각도 의문이 든다.

보통 이 사건은 숙종의 당숙인 복창군 형제가 궁녀 상업과 귀례와 정분이 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저자는 상업이 현종의 아이를 가졌는데 부인인 명성왕후가 현종이 갑자기 죽자 복창군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한다.

근거가 있는가?

책에는 근거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명성왕후가 질투심이 많고 친정을 위해 남편의 아이를 벤 궁녀와 종친을 한꺼번에 제거하려 옥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오류>

166p

윤지임은 세조의 장인 윤번의 5대손이었기 때문에

-> 윤지임은 윤번의 현손, 즉 4대손이다.

238p

조사석은 장렬왕후 조씨의 육촌 동생이고

-> 조사석은 장렬왕후의 사촌 동생이다.

242p

김수항의 이모할머니가 인목대비이니 

->김수항의 고모할머니가 인목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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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
안나미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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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에피소드들을 엮은 일화성 모음이라 기대치에는 많이 못 미쳐서 아쉽다.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기록들을 모아 한 사회를 분석한다는 것은 역사학자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요즘은 검색이 워낙 잘 되어 있어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더라, 이런 기록이 있더라 정도를 소개하는 수준으로는 좋은 책이 되기 어려운 듯하다.


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은 아주 고상한 취미를 즐겼던 듯하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해결되면 다음 단계로 인정의 욕구를 갖기 마련인데 사회적 성취를 이루기는 힘든 법이라 보통은 그럴 듯한 취미 생활을 즐기게 되는 것 같다.

꽃과 새를 기르고 정원을 짓고 그림을 감상하는 것 등등.

거기다가 조선 후기에는 금강산 열풍이 불어 너도나도 금강산 유람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오늘날의 등산 개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산을 유람하러 가는 것이라 나귀나 가마를 타거나, 그도 안 되는 험한 지형에서는 승려의 등에 업혀 갔다고 하니, 과연 몸을 움직이지 않고 정신의 세계에서만 노니는 유학자들답다.

기본적으로 조선은 비소비적이고 금욕을 추구하는 사회라 그런지 화려한 물건에 대한 취향 보다는 자연을 노래하는 정신적인 만족감이 주를 이루었던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면 인공인 것이 거의 없는 만큼, 대신 자연 환경에 대한 예찬이 무척 돋보인다.

우리 주변에 자연을 돌아볼 시간이 없어 겨우 단풍철에나 감탄하는 정도고 보면, 확실히 조상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정말 마음껏 즐기고 살았던 듯하다.


<인상깊은 구절>

190p

"산은 높지 않아도 신선이 살면 이름을 얻고

물은 깊지 않아도 용이 살면 신령스럽다.

이 누추한 집에는 오직 나의 향기로운 덕이 있을 뿐이다.

공자도 말했지, '군자가 살고 있으니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


"한 소쿠리의 밥과 한 표주박 물로 누추한 시골에서 지내면 남들은 그 곤궁한 근심을 감당치 못하지만, 안회는 도를 즐기는 마음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


<오류>

89p

숙종의 딸 숙명공주와 숙종의 아들 영조도

-> 숙명공주는 효종의 딸로, 숙종의 고모이다.

193p

이곳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은 선조의 증손 낭원군 이간이다.

-> 낭원군은 선조의 아들 인흥군의 차남이므로 증손이 아니라 손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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