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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 하버드 최고의 뇌과학 강의
제레드 쿠니 호바스 지음, 김나연 옮김 / 토네이도 / 2020년 3월
평점 :
표지에 있는 하버드 교수라는 광고에 혹해서 신경과학적으로 보는 기억에 관한 책인 줄 알고 기대를 했었는데 아쉽게도 자기계발서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것 같다.
하버드에서 강의했다고만 하는 것이, 진짜로 연구하는 학자는 아닌 것 같다.
기억보다는 프리젠테이션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일회성 에피소드가 종종 나와 끝까지 완독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뒤로 갈수록 도움되는 내용이 많아 결과적으로는 만족한다.
역시 어떤 책이든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훨씬 낫다.
항상 내가 궁금한 것은 "기억"에 관한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하면 읽은 책의 내용을 장기 기억으로 잘 저장할 수 있느냐이다.
알고 싶은 호기심이 많아 많은 책을 읽지만 시험을 봐야 하는 수험생이 아니라 그런지 그냥 눈으로만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늘 아쉬웠다.
문학책을 읽는다면 있는 그대로 느끼고 감동받으면 되니까 이런 고민을 안할텐데 내가 읽는 책은 역사책들이라 좀더 책의 정보를 많이 기억해서 배경지식으로 쌓아두고 싶다.
그래서 항상 책의 내용을 어떻게 기억하고 정리할 것인가에 대해 방법론적인 고민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평소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이 맞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1) 멀티태스킹은 환상이다.
사람은 한 번에 한 가지 일 밖에 못한다.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그냥 빠르게 작업전환을 할 뿐이고, 그 과정에서 심리적 지연이 있기 때문에 실수할 위험이 있다.
습관적으로 하는 일들은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두 가지가 가능해 보일 때도 있다.
이를테면 늘 가던 길을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하는 게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것도 한 곳에 집중하게 되면 습관적 행동의 주의력도 흐트러질 수 있다.
나 역시 운전하다가 듣는 음악에 너무 빠져들면 순간적으로 운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결론은 한 번에 하나씩!
2) 장기 기억의 핵심은 주기적으로 회상을 반복하는 분산학습이다.
시간차를 두고 복습하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왔다.
실제로 책을 읽을 때도 몇 달 후 재독하게 되면 앞서 읽었던 내용들이 조금씩 떠오르면서 훨씬 더 잘 이해되고 선명해진다.
그런데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에 따라 24시간 후, 1주일 후, 한 달 후 이런 식으로 바로 읽는 건 간섭 효과 때문에 독서에는 안 좋은 것 같다.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하는 수험생이라면 이렇게 해도 되는데 독서는 너무 빨리 재독하게 되면 지루함을 느낀다.
개별 사항을 외우는 것보다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몇 달의 간격을 두고 다시 읽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충격적이게도 리뷰, 즉 그냥 다시 읽는 건 장기 기억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형광펜으로 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장기 기억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진정한 장기 기억은 단지 다시 본다고 되는 게 아니라, 마음 속으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것,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회상이 가능해야 한다.
전에 어떤 대학원생이 교수님 강의를 마치면 빈 종이에 배웠던 것을 써 본다고 했던 게 생각난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을 떠올려 보고 틀린 부분이나 부족한 것을 피드백 해 주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플래시 카드를 추천한다.
앞에 문제를 써 놓고 답을 떠올린 후 뒺장을 보고 맞는지 확인하는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또 익히고자 하는 개념을 학습한 후 다양한 맥락에서 복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도 이 점 때문에 많은 책을 읽게 된다.
주제가 임진왜란이라고 하면 여러 권의 책을 보면서 시대적 배경과 전쟁의 성격에 대해 익히는 식이다.
하나의 개념을 다양한 책에서 만나면 훨씬 더 쉽게 기억이 된다.
저자는 복습에 투자하는 시간을 아끼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복습은 지루하고 힘들어서 실천하기기 쉽지 않다.
알라딘에 리뷰를 쓰는 것도 일종의 복습인 셈인데 이마저도 에너지 소모가 많아 대충 간단하게 기록하게 된다.
3) 스트레스는 사건에 대한 나의 해석일 뿐이다.
저자는 감정과 느낌을 구분한다.
감정은 일종의 감각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겼을 때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무서운 일을 당하면 공포감이 들고 손발이 축축해지는 식으로 말이다.
대신 무섭고 두렵다고 해석하는 게 바로 느낌이고 스트레스로 작용할지는 나의 해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일종의 정신승리 같고 긍정 마인드 이론 같은데 사건을 바꿀 수 없으니 거기에 대한 나의 반응을 바꾸자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래서 저자는 사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달리기를 하는 식으로 정신에서 육체로 관심을 돌리라고 한다.
결국 인간의 정신도 몸의 일부분이니 운동을 해서 엔돌핀이 분비되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도 그런 의미에서 쓰이나 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중요한 기제 중 하나가 바로 심리적 안정이라고 한다.
사실 사건이 생기면 내가 컨트롤 하지 못해 나쁜 결과가 생길까 봐 두려워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궁극적으로 감당하지 못할 일은 없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여 주고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하게끔 노력하라고 한다.
이 심리적 안정을 찾는 과정이 명상이고 마음수련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