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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최신 인지심리학이 밝혀낸 성공적인 학습의 과학
헨리 뢰디거 외 지음, 김아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12월
평점 :
평소 내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증거와 더불어 책으로 정리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올바른 학습법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들어 다소 안심이 된다.
사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끈기가 부족했다.
공부를 좀 "열심히" 했던 것은 의외로 수험생 때가 아닌 대학생 때였다.
유급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유급 당하는 게 싫고 창피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우리 학교는 중간 기말 고사만 있는 게 아니라 수시로 시험을 봤기 때문에 거의 2주 간격으로 과목별 시험이 있었고 덕분에 항상 시험기간이었다.
장학생이 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여학생이 유급당한다는 게 너무나 창피한 일이었기 때문에 유급을 피하기 위해 격주로 있던 시험을 매우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고 3 때 이런 식으로 공부했으면 수능 성적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했었다.
유급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긴 하지만, 1년에 한 번 있는 수능은 너무나 먼 목표이고, 매주 치루는 시험은 바로 코앞에 있다는 차이 때문에 학생들을 몰아세울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했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개념을 제시한다.
기억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인출 연습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시험이라 할 수 있다.
퀴즈를 자주 보면 저장된 내용을 끄집어 내려고 애를 쓰게 되고, 그러한 인출 노력이 장기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기억하려고 애를 쓸수록, 즉 어렵게 끄집어 낸 기억일수록 더 확실하게 남는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습을 하라고 한다.
수업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킨다는 점에서 예습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어떤 내용을 배울지 생각해 보고 수업에 참여하면 답을 찾기 위해 더 능동적인 학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무조건 반복 학습을 하지 말고 간격을 두고 복습을 하라고 한다.
잠을 자야 기억에 도움이 된다는 말과 비슷한 맥락이다.
전에는 이 말을, 단지 수면이 기억에 막연한 효과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시간이 지난 다음에 기억하려고 애쓰면 더 깊이 각인된다는 말 같다.
보통 에빙하우스 망각 곡선에 근거해 10분 후, 1시간 후, 하루 뒤, 일 주일 뒤 등 4회 복습을 얘기하는데 이 책에서는 수업 다음날 복습하고 한 달 뒤 자체 시험을 보라고 한다.
단순히 반복 읽기만 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시험 형식으로 질문지에 답을 써 봐야 모르는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되어 다 알고 있다는 인지적 오류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자기만의 표현법으로 정리하고 남에게 설명해 주는 정교화도 중요한 과정이다.
스터디 모임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끼리 중구난방으로 여러 얘기만 한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하여 발표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예행연습이나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는 심상 모형을 만들라는 말도 있다.
요즘 의과대학 시험이 단지 문제를 푸는 것 뿐 아니라 모의환자를 대상으로 진단하는 과정이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 같다.
새로 배운 지식을 기존의 지식과 연결하는 정교화 작업을 거쳐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머릿 속에 그려보는 반추도 기억에 도움이 된다.
역사와 미술사에 관심이 많아 자발적인 독서를 하면서 이 책에 나온 학습법들을 은연 중에 터득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인터넷 등을 찾아보면서 맥락을 정확히 이해한다.
이렇게 찾아 보면 생소한 내용이 조금더 친숙하게 다가오고 기억에 더 남는다.
문제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점.
이 책에서도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학습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렇게 노력을 기울인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했다.
제대로 기억을 하려면 일단 완벽하게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고 한다.
먼저 이해하고 그 다음에 기억을 끄집어 내는 단서를 만들라고 한다.
일종의 태그를 붙이는 것이다.
역사책을 읽으면서 가장 헷갈리는 게 유럽 왕들의 계보다.
조선왕은 조선 역사에 관심이 많아 굳이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각이 나는데 유럽 역사는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맥락없이 외우려고 하니 늘 헷갈린다.
그래서 왕들마다 별명이 붙은 모양이다.
이를테면 스코틀랜드를 침략한 에드워드 1세는 다리가 길어 장신왕, 루이 9세는 유일하게 시성된 聖왕, 잔 다르크 덕분에 대관식을 치룬 왕은 샤를 7세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런 단서를 떠올리면 관련 역사와 전후 왕가의 계보들이 그려진다.
또 이런 계보를 계속 반복해서 외우는 것보다 다른 책에서 관련 왕이 등장하면 전후 계승 관계를 떠올려 본다.
책에서는 이것을 "간격 두기"로 설명한다.
같은 주제를 다른 책으로 읽으면 개념을 확실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것은 "교차 연습"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내용을 다른 맥락에서 떠올려 보는 것이다.
감상문을 쓰는 것도 일종의 정교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읽은 내용을 나만의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성실하게 쓰기가 참 힘들다.
자격증 시험을 본다거나 본격적으로 학문을 하는 경우라면 정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할텐데 나처럼 이것저것 읽고 싶은 게 많은 취미로서 학습하는 사람에게는 적용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 같다.
공부 시간이 무한정 하지는 않기 때문에 핵심 내용을 추려서 시간을 많이 들여 공부하고 인출 연습을 자주 해야 하는데 두루두루 읽고 싶은 게 많은 나로서는 이 부분이 참 어렵다.
(학교 다닐 때도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붙잡고 있던 사람은 공부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데도 유급됐었다)
학습법에 대해 실제적인 도움이 많이 된 책이다.
내 학습법에 맞게 적용을 시켜 보고 더 나아가 내 딸에게도 시도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