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 Jeon Woochi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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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강동원의 매력이 한껏 빛난 영화.
한 번도 잘생겼다거나 연기를 잘 한다고 느껴본 일이 없는데, 영화 보는 내내 감탄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라는 김하늘과의 코믹 영화 본 게 마지막이었으니 벌써 몇 년도 더 지났는데 정말 하나도 늙지 않고 여전히 파릇파릇 하고 상큼한 것 같다.
영화 전개 자체는 솔직히 지루했다.
순간순간 보여주는 쌈빡한 재미가 신선하긴 했지만 차량 추격씬 같은 거 너무 길고 지루해 잠 왔다.
요괴도 무슨 우뢰매 보는 것 같아 리얼리티가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머털 도사네 집 같은 바위 꼭대기의 집이라든가, 세 신선들과 개로 나오는 유해진의 설정 등이 너무 유쾌하고 재밌었다.
봉인시키는 방법이 산수화 속으로 집어 넣는거라니, 기발한 발상이다.
유해진씨는 원래도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이번 영화 보면서 한층 더 좋아하게 됐고 김혜수와의 열애설 때문에 더 유심히 봤는데 나는 전혀 김혜수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 매력적인 배우이고 연기도 참 잘 한다.
송강호 만큼만 생겼어도 주연 했을텐데 얼굴이 워낙 안 생기셔서...
하여튼 그의 개 캐릭터는 최고였다.
조연상 하나쯤은 받지 않을까?
세 명의 신선들도 너무 재밌었다.
과부로 나오는 임수정도 좋았고.
<범죄의 재구성> 을 만든 감독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볼거리에 비해 스토리 전개는 좀 엉성하고 지루했다.
짜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하지만 무척 신선한 시도였고 무엇보다 강동원의 상큼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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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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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인이 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영상물.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이게 제일 유명한 아이다 공연물이라고 한다.
이번에 메가박스에서 아이다를 관람한 후 다시 보려고 빌렸다.
극장에서 보는데 전날 당직 서느라 너무 피곤해서 1,2 막는 많이 졸았고 3막 때 아이다가 사랑과 조국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분에서 감정이 폭발해 굉장히 많이 울었다.
이번 영상물에서도 3막이 나는 제일 슬프고 클라이막스처럼 보였다.
귀에 익은 개선행진곡과 <이기고 돌아오라> <청아한 아이다> 가 나오는 1,2 막도 좋지만 3막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다에게 너무 많이 공감했다.
나는 아직도 오페라를 볼 때 음악의 좋고 나쁨 보다는 일단 스토리와 배역에 공감이 가야 집중을 한다.
여전히 오페라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고 할까?
왜 오페라가 처음에는 비극에서 시작했는지 알 것 같다.
나이가 드니까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죽음이 굉장히 실감나게 다가와 예전에는 에이, 또 죽네 이랬는데 요즘에는 죽음에 이르는 그 고통과 슬픔의 시간들에 너무나 많이 공감하고 있다.
지난 번 토스카를 볼 때도 죽음으로 끝나는 두 연인의 운명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는데 이번 오페라 역시 조국과 연인 사이에서 또 명예와 사랑 사이에서 고통받는 두 주인공의 운명이 안타까워 가슴이 뭉클했다.
국가의 중요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시대에 살아서 그런지, 조국, 민족, 애국심 이런 거 운운하는 아이다의 아버지에게 잘 공감이 안 갔다.
딸의 사랑을 이용해 조국을 재건해 보려는 아디아의 아버지에게 분노했다.
갑자기 낙랑 공주가 생각났다.
아이다는 자명고를 찢지 못하고 라다메스를 파멸로 이끌고 만다.
그러나 그녀는 진실한 사랑이 이용당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결국 라다메스가 갇힌 석관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진짜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사랑을 배반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것이다.
라다메스 역시 명예와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고 암네리스의 손길을 뿌리치고 죽음의 길을 걸어간다.
현대적으로 해석을 한다면 암네리스의 질투심과 고통에 초점을 맞춰도 인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냉정하게 암네리스를 거부하는 라다메스가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을 끝까지 거부하고 죽음의 길로 가는 라다메스를 구하지 못하고 질투와 집착적인 사랑을 원망하는 암네리스가 나는 너무나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이 오페라는 단순히 사랑 얘기가 아니라 조국과 사랑, 민족과 개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나 싶다.
베르디의 심오한 철학이 느껴진다. 

아이다로 나온 마리아 키아라라는 소프라노의 카리스마가 굉장해서 불쌍한 노예처럼 보이지 않는다.
의상도 암네리스 못지 않게 화려하고.
메가박스에서 봤던 아이다는 뚱뚱한 암네리스 가수에게 완전히 밀리는 느낌이었는데.
비주얼은 이번 공연물이 훨씬 낫다.
사실 메가박스의 배역들은 처음 보는 오페라인데 다들 너무 뚱뚱해 몰입에 방해가 됐다,
역시 영상의 시대인가.
무대 셋트도 무척 화려하고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선 무대라 그런지 관객들의 환호성도 대단하다.
이미 고인이 된 저 유명한 파바로티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삶과 죽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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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 - Actres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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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뭐 그랬다.
S양이랑 보는 영화는 늘 그저 그런 것 같다.
나도 어쩐지 살짝 마이너 취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고른 영화들은 왜 죄다 이런 건지...
강남역에서 6시 반에 만나서 밥 먹고 7시 반에 영화 보는 게 원 계획이었는데 역시나 전혀 계획대로 되지 않고 만나는 시간이 벌써 7시에다가, 영화관 바로 앞 돈까스 집에 들어갔는데도 정작 밥 나온 시각은 7시 25분...
OTL...
맨날 병원에서 밤마다 시켜 먹는 질릴대로 질린 돈까스였지만 영화 보겠다는 일념으로 들어간 곳인데 그나마 30여 분 만에 음식이 나왔고 거기다가 덜 익기까지!
하여튼 대충 먹고 강남 씨너스에 들어갔는데 사람은 미터 터지건만 엘리베이터는 달랑 2대로 운영해 무조건 만원이라 사람들이 아예 먼저 타서 지하까지 갔다 오는 바람에 1층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계속 못 올라가고 진짜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심지어 만원이라고 삐소리 울리는데도 다들 절대 안 내리고 눈치만 보고 있고 나, 참...
8층 매표소에 내렸는데 영화관은 11층, 역시나 엘리베이터 절대로 안 옴.
결국 11층까지 걸어서 올라갔는데 숨차서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앞부분 잘라 먹었다.
상영관이 작아서인지 전석 매진 같았고 워낙 짧아 좀 아쉬웠다.
요즘 영화는 거의 세 시간에 달해서 돈은 안 아깝다 생각했는데 이건 본전 생각 좀 많이 났다.
무릎팍 도사 재판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신선하고 재미는 있었다.
누구 말대로 대체 왜 그렇게 카메라는 흔들어 대는지 적응하는데 한참 걸렸다.
완전 리얼인가 했는데 상당히 각본이 짜여져 있었고 군데군데 애드립이 있지 않나 싶다.
고현정이 아주 자신을 팔기로 작정을 한 것 같다.
이혼 얘기가 주테마였으니까.
털털한 게 원래 성격 같고 어쩐지 호감이 생겼다.
그 전에는 왠 신비주의, 재벌은 이혼을 해도 사람들이 동경하는구나, 이렇게 좀 삐닥했는데 저런 성격이니 재벌가에서 못 견디지 않았나 이런 약간의 동정심도 생겼다.
같이 나온 최지우가 워낙 말라서 고현정이 떡대가 있어 보였다.
얼굴도 굉장히 큰 것 같고.
피부 좋은 건 탱탕한 얼굴살 덕분이지 않을까. 

연예계 일하는 사람들의 그 오버스럽고 게이 같은 말투는 정말 적응이 안 됐다.
어쩐지 좀 재수없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막상 우리 하는 말도 녹음해서 딴 사람이 들으면 열라 재수없네 이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초반에는 여배우라는 그 캐릭터 자체가 재수가 없었다.
뭐랄까, 오직 그 한 사람을 위해 딴 사람들은 모두 밑에서 굽신거려야 하고 나르시시즘에 빠진 듯한 거부감이 확 드는 그런 족속들 같았다.
드라마의 캐릭터와 실제 인물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 주는 느낌?
김옥빈이 누구인지 몰랐는데 영화에서 꽤 예쁘게 나온다.
김민희도 귀엽게 나오고.
이미숙의 흰머리는 당연한 거면서도 좀 충격이었고 윤여정씨는 이제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할머니라는 걸 확실히 느꼈다.
요즘이 워낙 리얼이 대세인 시대라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음을 각오하고 특히 최지우 같은 그래도 스타가 신비주의 대신 저런 영화 찍는 게 약간은 놀랬다.
고현정이야 아예 맘먹고 이런 분야로 나서기로 작정한 것 같고.
옥션 광고 찍을 때부터 아, 이제 생계형으로 나가는구나 짐작은 했다.
이미숙이 굉장히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예능 나온 거나 이번 영화 보니까 이미지가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말을 잘 하거나 toxic 한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도 든다.
자기들끼리 하도 선생님, 선생님 하니까 진짜 웃긴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제 일반인까지 따라서 연예인에게 선생님 한다) 또 생각해 보면 영화에 나온대로 고현정과 이미숙이 열 두 살 차이고, 이미숙과 윤여정이 열 두 살 차이라니까, 미숙씨, 여정씨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싶다.
그렇다고 할머니, 이럴 수도 없고.
병원에서도 나 보다 1년만 높아도 다 선생님 하니까, 선생님이야 말로 이 시대의 두리뭉실한 경칭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여튼 2009년도 대한민국은 리얼이 대세임을 다시 한 번 느꼈고 나름 무대 뒷편을 보여 준다는 의미로 신선한 기획이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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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2012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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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안 졸면서 본 영화.
표를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했는데 퇴근이 예상치 못하게 늦어진데다가 극장 위치도 몰라 무려 30분이나 놓쳤다.
그래도 워낙 길어서 30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지구 재난은 시작하지 않았더라.
하여튼 요즘 영화 참 길다.
<아이덴티티>에서 인상깊게 봤던 존 쿠삭이 나와서 더 즐거웠던 영화.
잘 생긴 건 아닌데 우리나라의 송강호처럼 연기를 잘 해서 좋다.
부인으로 나오는 아만다 피트라는 여자, 처음 봤는데 무척 예쁘다.
미국 문화에 대한 신기함 중 하나, 이혼한 후에도 애들은 꼬박꼬박 전남편에게 보여 주고 옛날 부부끼리 서로 연락도 하고, 이러는 게 아직은 신기해 보인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이혼하고 나면 아이들은 같이 살고 있는 엄마나 아빠 몰래 만나야 하는 실정이고 보면 확실히 미국은 좀 더 쿨하고 법적인 나라 같다.
비행기 타고 탈출할 때 아들이 아빠 대신 같이 사는 양부에게 안겨서 자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저렇게 사랑으로 감싸 줄 수 있는 관계라면 맨날 싸우느니 차라리 이혼하고 새 가정을 꾸리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주인공 가족은 절대 죽지 않고, 심지어 양부는 전 남편과의 재결합을 위해 자연스럽게 사망해야 하는 설정이 좀 작위적이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대통령이나 과학자를 흑인으로 설정한 것도 인종차별을 비껴 가려는 시도 같아 보였다.
고대 마야인의 예언 어쩌고 하는 건 코메디 같고.
차라리 기독교인들의 종말론이 실현됐네 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긴 그렇게 되면 기독교 측에서 하나님의 성스러운 계획을 영화 소재로 이용했네 하고 난리칠 수도 있겠다.
정부가 비밀을 숨긴다는 음모론도 좀 식상하고 대통령이 비행선에 타지 않고 시민들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설정도 너무 작위적이라 공감이 잘 안 갔다.
차라리 이탈리아 수상처럼 가족들과 함께 바티칸의 미사에 참여했다는 게 더 신선했다.
인간의 종교심을 보는 것 같아서.
그러나 그 바티칸 미사 인파도 결국은 지진으로 몰살당한다.
역시 자연의 힘은 인간의 종교로는 해결이 안 되는 건가 보다.
러시아인 부호가 딸들을 비행선에 던져 올리고 자신은 죽는 장면은 자식 사랑은 누구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찡했다.
흑인 과학자가 우겨서 사람 더 태우려다가 비행선이 침몰하게 생긴 장면에서는 어설픈 휴머니즘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영화는 올바른 결론을 유도한다.
존 쿠삭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기계 밑으로 들어가 배를 살린다.
노아의 홍수 변형판이고 보면, 역시 서양에서 성경은 빼놓을 수 없는 문화의 근간인가 보다.
<투모로우>나 <딥 임팩트> 처럼 지구 재난을 정말 실감나게 그렸다.
영화 끝나고 화장실에 갔는데 해운대는 애들 장난이구나, 하는 소리에 혼자 피식 웃었다.
역시 우리 영화는 아직 멀었다. 

지진 나고 지구 덮치는 장면이 너무 실감나 문득 7500백만 년 전 공룡들도 이렇게 끔찍한 몰살을 겪었나 싶어 흠칫 했다.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생명이 시작되는 걸 보면 생명의 신비란 참으로 놀랍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과학이 자연의 신비를 풀어갈수록 인격신의 존재보다는 오히려 자연이 신이라는 범신론에 가까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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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드 - Drea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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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젠장맞을 영화.
보다가 나가 버린 사람들 심정이 이해될 정도임.
토요일 메가박스에 갔는데 죄다 매진이고 시간은 때워야겠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영화인데 왜 이것만 빈 좌석이 있었는지 실감이 난다.
이건 뭐 공포라기 보다도 엽기라고 해야 할 듯,
인간의 공포 심리를 탐구했다고 하는데 평론가 말대로 원작은 어떨지 몰라도 영화는 그저 시각적 끔찍함만 강조해서 유달리 잔인한 장면에 끌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말 비추임.
잔인하고 무서워서 비추가 아니라 영화 자체의 설득력이나 완성도가 떨어짐. 
많이 각색했다고 하니 원작은 어쩐지 읽어 보고 싶기도 하다. 

주인공 퀘이드는 가학적 심리를 즐기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같다.
FBI 프로파일러가 쓴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를 보면 사람을 죽일 때 쾌감을 느끼는 사이코패스들이 많이 등장한다.
원한 관계나 분노 감정 없이 생판 모르는 사람을 쾌감 때문에 죽인다면 이건 정말 정신병으로 치부해야 할 듯.
주인공 퀘이드는 어린 시절 부모가 강도에게 도끼로 맞아 죽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역시 도끼날에 노출됐는데 어떻게 살아났는지는 안 나온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극단적인 공포감에 어떻게 맞서는지 파고든다.
미인이지만 얼굴을 비롯한 몸 절반에 얼룩이 있는 애비.
그 반점이 적나라하게 대중 앞에 노출됐을 때의 공포감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옷을 벗길 수 없는 퀘이드는 대신 그녀의 전라를 그린 후 거기에다 물감을 뿌리는 화면을 교내에 유포시킨다.
결국 애비는 면도날로 얼룩을 벗겨 내려다가 응급실로 실려간다.
문득 노구치 히데요의 전기가 생각난다.
손가락이 사로로 붙어 버린 노구치는 놀림 받는 게 싫어서 면도칼로 가운데를 자르다가 과다 출혈로 죽을 뻔 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본 전기라 작가가 적당히 꾸며낸 얘기일 수도 있겠으나, 하여튼 신체적 컴플렉스를 주변 사람들이 놀림의 대상으로 삼을 때 받는 트라우마는 엄청날 것 같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 역시 면도칼로 피부를 벗긴다고 해서 반점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겠지만 자신의 신체적 약점이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겠지. 

극단적으로 고기를 혐오하는 셰릴을 골방에 가둔 후 잘 익은 스테이크를 던져 준다.
며칠을 기아에 허덕이자 이미 애벌레가 들끓는 고기를 죄다 먹어 치운다.
그런데 솔직히 썩은 고기는 일단 냄새나 맛이 역겹기 때문에 아무리 배가 고파도 생리적으로 못 받아 들인다고 생각한다.
어쩐지 실화라기 보다는 영화를 위한 설정 같다.
차라리 정상적인 맛의 고기를 던져 주면 또 모르겠다.
관념적인 설정 같다.
마지막에 남자 친구의 시체를 칼과 함께 골방에 던져준 후 이번에는 며칠이나 버틸지 보자고 하는 장면은 이 영화 최고의 코메디 같았다.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익히지도 않고 사람 시체를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여자가 베어서 먹을 수 있겠는가?
<로드>에서 지구 재난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린 아이를 구워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단지 골방에 며칠 가둔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남자 친구의 시신을 먹는다는 건, 무슨 개도 아니고.
일단 사람 생고기를 쉽게 먹을 수 있겠냐고.
사람이 정말 극단적인 굶주림에 처하면 동물처럼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따지면 스스로 대의명분을 위해 굶어 죽는 사람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인간은 관념적인 존재라 극단적인 상황이라 해도 이성적으로 행동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작위적인 설정이라 설득력이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
오히려 <로드>가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이 보여 줄 수 있는 심리 상태를 잘 묘사했다고 본다.
이 소설은 영화로 언제쯤 만들어지려나? 

하여튼 주말에 괜히 기분만 완전히 상했고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은, 스티븐이 청력을 손상시킨 사람이라 오해를 받아 피해자의 도끼날에 맞아 죽고 마는데, 이 장면이 상당히 리얼했다.
문득 드는 생각이, 고대의 전투 때도 백병전을 하면 이렇게 잔인하지 않았을까 싶다.
도끼도 무기로 애용됐으니 이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상대를 죽였을 것 같다.
멀리서 총으로 쏘는 것과는 고대 전투는 어쩐지 차원이 달랐을 것 같다.
가끔 옛날 소설책을 보면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나 인권 의식이 매우 낮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렇게 눈 앞에서 사람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여야 했으니 더 거칠고 무자비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전쟁에 나가는 남자들이 여성 비하 의식이 훨씬 심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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