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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스캔들 (2DISC) - 통쾌한 그림복제 사기활극 [본편+스폐셜피쳐]
박희곤 감독, 김래원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한창 IPTV 볼 때 광고를 어찌나 많이 때리던지 볼까 말까 했던 영화다.
예고편이 별 재미가 없어 보이고 특히 안 좋아하는 엄정화가 나오길래 제껴 뒀었다.
오션스 일레븐이랑 비슷한 컨셉 같아서 어쩐지 아류작 느낌도 들었고...
그러나, 막상 보니 상당히 재밌다.
영화 상영 당시는 크게 주목을 끌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별 기대없이 봐서 그런지 그런대로 재밌게 봤다.
한국 영화의 맛은,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는 대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번역물에서는 아무래도 줄거리 정도나 이해할까, 배우들의 대사가 주는 맛은 기대를 접게 된다.
확실히 영화는 제약이 적어서 그런가?
드라마 보다 훨씬 실감나고 맛깔스러우며 현실적이다.
이 영화에서도 미술계 사람들의 걸쭉한 입담이 관전 포인트다.
복원이라는 덜 알려진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름 괜찮았다.
드라마에서는 김래원이 그냥 저냥 별 느낌이 없는 배우였는데, 영화에서 보니 키도 크고 스타일도 괜찮고 연기도 곧잘 한다.
마이크 잡고 노래 부르는 것도 그럴 듯 해 보이고.
엄정화도 생각보다는 잘 했다.
배포 크고 악착같은 미술계 검은 손의 이미지를 잘 구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약간 슬픈 생각도 들었다.
나름 당대의 스타였는데 나이가 드니 저런 완전한 조연 역할도 출연을 하는구나.
보통 주연까지는 안 되더라도 비중있는 배우가 조연을 맡을 때는 악역도 어느 정도는 매력적으로 그려지는데, 이건 뭐 어쩌고 저쩌고 할 것도 없이 완벽하게 악녀라 동정의 여지가 없다.
같은 악인도 사연 있는 악인, 고뇌하는 악인, 카리스마 있는 악인이라야 배우가 사는데 엄정화라는 이름값의 배우가 맡기에는 너무 전형적인 악녀였다.
그래도 섹시한 화장이나 몸매도 멋지고 미술계를 쥐고 흔드는 배포도 보여준다.
다른 분의 리뷰에서 읽었는데 <타짜> 나 <범죄의 재구성> 과 비교가 많이 된다.
조승우의 연기를 김래원과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지만 하여튼 둘 다 실력은 최고지만 세상은 거칠게 살아가는 매력적인 캐릭터고, 정마담의 김혜수가 엄정화와 매치되고, 유해진은 임하룡 정도?
에이, 그건 너무 약하다.
임하룡 배역이 좀 될 줄 알았는데 너무 비중이 없어 살짝 실망스러웠다.
이 분, 코메디언에서 배우로 변신해 나름 감초 역할 잘 하시는데.
배짱 좋은 여형사 역의 홍수현은 너무 악을 많이 써서 다들 최고의 미스 캐스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확실히 안정적이지 못하고 튄다.
영화계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주연으로 자리 잡기는 확실히 어려운 모양이다.
<영화는 영화다>에서도 비중 전혀 없는 여배우로 나오더니만, 그래도 이 영화에서는 소리는 목청껏 지른 것 같다.
아마도 여형사라는 캐릭터가 전형화 되서 자리를 잡기에는 너무 드물기 때문에 연기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긴박감은 좀 떨어지지만 스토리가 늘어지지 않고 나처럼 집중 잘 못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안 꼬고 단순하게 가서 괜찮게 봤다.
에피소드로 하나 더 첨부하자면, 자화상이나 누드화 한 점이 수 억을 호가하는데 서로 사겠다고 난리를 치는 걸 보면서 다른 세계의 일 같기도 하고 과연 예술의 가치는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영화 속의 벽안도가 400억을 부르는 건 세월의 흐름, 안평대군과 안견이라는 역사적 중요성, 희귀함 등의 가치가 고려됐으리라 이해하지만 현대 미술 작품의 수 억이라는 가격은, 워낙 서민이라 그런지 전혀 공감이 안 갔다.
과연 그런 그림들은 수 억이라는 경제적 가치가 있을까?
어떤 작품이 시간의 흐름을 이겨내고 세월이 흘러 모든 세상 사람들의 존경과 추앙을 받는 위대한 명화로 남을 것인가?
하나의 유명 작품이나 유물들을 소장하게 되면 그것을 보기 위해 매년 수많은 관람객들이 미술관을 방문하게 되고, 소장처나 소장자는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될테니 확실히 매력적인 투자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술 작품들의 놀라운 가격들은 마음에 와 닿지가 않는다.
미술도 결국은 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재화인가?
그러므로 사고 파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가?
아무래도 나는 자본주의라는 것에 너무 무지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