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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 The Man from Nowhe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원빈을 위한 영화라는 말이 딱 맞는다.
<우리 형>의 귀엽고 착한 이미지의 미소년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정말 남자가 된 듯 하다.
크고 깊은 눈망울은 킬러로 변신해도 여전히 사슴 같아 보인다.
이 순수해 보이는 남자와 결혼할 행운녀는 누가 될지 궁금하다.
내용은 그저 그랬다.
임산부가 보면 안 된다고 하길래 대체 얼마나 무서운가 약간 긴장했는데 지난 번 <이끼>처럼 역시 별 건 없었다.
나이가 들어 감수성이 무뎌진 건지 요즘은 뭘 봐도 별로 슬프지가 않고, 왠만큼 잔인해서는 겨우, 저거? 이런 식이다.
잔인한 묘사는 바로 직전까지만 보여 주고 다음은 상상에 맡기는 식으로 넘어간 게 오히려 덜 자극적이고 괜찮은 방법 같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레옹을 본뜬 느낌이 많이 났다.
화분에 물 주는 것도 그렇고 전당포 주인이라는 설정도 어쩐지 비슷해 보이고.
제일 결정적인 건 바로 수미라는 소녀인데, 마틸다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너무 어리고 애기라서 도저히 아저씨와의 로맨스를 상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나쁜 놈들한테 임신한 아내를 잃은 분노가 수미를 지켜야 한다는 보호본능으로 이어졌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저렇게까지 악을 물리치나 싶은 의아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김새론이라는 아역 배우가 뜬다고 하길래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키 역할을 하는 줄 알았는데 이건 뭐, 그냥 말 그대로 옆집 꼬마일 뿐이다.
킬러로서의 원빈을 보여 주는 매개체 정도?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장기매매였다.
인도나 러시아에서 성행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로 저런 식으로 진행되는지 좀 섬뜩하긴 했다.
거기에 외과 의사가 관여한다는 점도 단순 깡패나 마피아 조직이 아닌 지식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무서웠다.
동남아 킬러에게 결국은 수미 대신 양눈을 뽑히고 만 장면은 설정은 끔찍하지만 솔직히 코미디 같다.
눈알 굴러 다닌는데 이건 뭐, 애들 장난도 아니고...
하여튼 장기매매가 영화의 소재로 쓰인다는 점이 상당히 무서웠다.
이건 의학과 범죄의 결합이라고 해야 하나?
아편 밀수와 폭력, 납치, 장기매매 등을 일삼는 조직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결국 돈.
돈을 벌기 위해 반인륜적인 일을 태연히 저지른다.
나는 항상 영화를 볼 때 핀트가 어긋나는데 이번에도 대체 저 사람들은 단지 돈을 위해 저렇게 잔인하고 끔찍한 삶을 산단 말인가, 한탄했다.
결국 죽고 나면 다 끝인 것을, 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걸까?
마지막에 아저씨가 경찰에 잡혀 가는 장면은 갑자기 법치국가 느낌이 나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아저씨와 수미가 먼 곳으로 떠나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바른 생활 사나이 느낌대로 경찰에 자수하다니.
어쩐지 약간은 맥이 빠진다.
한 10 여 년 후 아저씨가 출소할 때쯤 숙녀가 된 수미가 두부 사들고 교도소 앞에서 기다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