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트라비아타 :2005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 한글자막 포함
베르디 (Giuseppe Verdi) 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Vienna Philh / 유니버설뮤직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대학 페스티벌 두 번째 작품이 <라 트라비아타>였다.
유명한 오페라인데 내용이나 축배의 노래 등 몇몇 곡만 알 뿐 실제 오페라는 본 적이 없어 무척 기대했다.
역시 베르디의 오페라는 대단하다.
모짜르트 보다 베르디가 오페라에 있어서는 한 수 위라는 생각마저 든다.
프랑스 사교계라는 배경이 말해 주듯 전체적으로 무척 들뜨고 흥겹고 화려한 축제 분위기다.
알프레도의 아버지가 비올레타를 찾아와 아들과 헤어지라고 강요하는 2막 1장이나, 비올레타가 결국 죽고 마는 3막은 말할 수 없이 비극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프랑스 사교계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오페라를 보기 전에는 비제의 <카르멘>이 가장 흥겨웠는데 이제 정말 <라 트라비아타>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베르디 바리톤으로 일컫어지는 제르몽의 노래도 정말 좋았다.
베르디 오페라의 특성은 남녀 주인공이 극을 이끌어 간다고 하던데 확실히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주고 받는 노래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비올레타가 죽기 직전, 이렇게 젊은 내가 죽어야 하다니, 알프레도 당신이 왔는데도 나는 살 수가 없네요, 그리고 마지막에 갑자기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하면서 죽고 말았을 때 돌아가신 할머니의 임종이 생각나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슬펐다.
<라 보엠>의 미미도 그렇지만 19세기만 해도 결핵으로 죽는 젊은 여성들이 무척 많았던 모양이다.
역시 가장 아름다운 곡은,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부르는 축배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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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네트렙코 : 피가로의 결혼 (2disc) - 한글자막 포함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외 / 유니버설뮤직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오페라 대학 페스티벌에서 <피가로의 결혼> 을 보고 DVD로 다시 보게 됐다.
조선 시대 쯤으로 배경을 바꿔 나서 약간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을 영상물로 다시 보니 감이 좀 잡힌다.
배우들의 성량이 무대에서는 꽤나 답답했는데 역시 좋은 영상물로 보니 시원시원하게 잘 터져 나온다.
<피가로의 결혼> 이라면 <러브 오브 시베리아> 라든가 <쇼생크 탈출> 에서 먼저 접했던 오페라다.
주인공 안드레이가 무대에서 <피가로의 결혼> 을 열연하다가 칼을 들고 직접 연인에게 치근덕대는 고급 관리에게 돌진하던 장면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때문에 시베리아로 유형길을 떠날 때 인파 속에 묻혀 찾을 수가 없자 친구들이 오페라의 아리아를 합창하고 그 소리를 듣고 비록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역시 힘찬 노래로 답하던 장면이 생생히 떠오른다.
좋은 노래들이 참 많은 오페라다. 

직접 보기 전에는 막연히 신분 사회가 무너지고 피지배 계급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권리를 주장하는 뭐 그런 혁명적인 내용이다, 이 정도로 의의를 알고 있었는데 막상 작품을 보고 나니 남자들의 질투 심리를 이용한 고도의 심리극 같다.
또 권력을 가진 사람이 하나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른 상대를 찾아 치근덕대고 그것이 당연하게 용인된다는 점에서 신분사회가 아닌 지금에도 권력자들의 속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전편 격인 <세빌리아의 이발사> 를 통해 어렵게 사랑을 쟁취한 알마비바 백작이 다시 하인의 약혼녀인 수잔나에게 흑심을 품고 덤빈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2막에서 버림받은 백작 부인 로지나의 안타까운 마음이 노래로 잘 표현된다.
내가 갖지는 못해도 널 줄 수는 없다는 알마비바 백작의 욕심에 화가 나기도 했다.
권력을 갖게 되면 뭐든지 해도 된다는 생각이 먼저 자리를 잡는 것인가? 

로지나와 수잔나가 소프라노인 반면 피가로와 알마비바가 베이스라 네 사람의 4중창이 무척이나 조화롭고 아름답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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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 The Man from Nowhe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원빈을 위한 영화라는 말이 딱 맞는다.
<우리 형>의 귀엽고 착한 이미지의 미소년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정말 남자가 된 듯 하다.
크고 깊은 눈망울은 킬러로 변신해도 여전히 사슴 같아 보인다.
이 순수해 보이는 남자와 결혼할 행운녀는 누가 될지 궁금하다.
내용은 그저 그랬다.
임산부가 보면 안 된다고 하길래 대체 얼마나 무서운가 약간 긴장했는데 지난 번 <이끼>처럼 역시 별 건 없었다.
나이가 들어 감수성이 무뎌진 건지 요즘은 뭘 봐도 별로 슬프지가 않고, 왠만큼 잔인해서는 겨우, 저거? 이런 식이다.
잔인한 묘사는 바로 직전까지만 보여 주고 다음은 상상에 맡기는 식으로 넘어간 게 오히려 덜 자극적이고 괜찮은 방법 같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레옹을 본뜬 느낌이 많이 났다.
화분에 물 주는 것도 그렇고 전당포 주인이라는 설정도 어쩐지 비슷해 보이고.
제일 결정적인 건 바로 수미라는 소녀인데, 마틸다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너무 어리고 애기라서 도저히 아저씨와의 로맨스를 상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나쁜 놈들한테 임신한 아내를 잃은 분노가 수미를 지켜야 한다는 보호본능으로 이어졌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저렇게까지 악을 물리치나 싶은 의아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김새론이라는 아역 배우가 뜬다고 하길래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키 역할을 하는 줄 알았는데 이건 뭐, 그냥 말 그대로 옆집 꼬마일 뿐이다.
킬러로서의 원빈을 보여 주는 매개체 정도?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장기매매였다.
인도나 러시아에서 성행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로 저런 식으로 진행되는지 좀 섬뜩하긴 했다.
거기에 외과 의사가 관여한다는 점도 단순 깡패나 마피아 조직이 아닌 지식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무서웠다.
동남아 킬러에게 결국은 수미 대신 양눈을 뽑히고 만 장면은 설정은 끔찍하지만 솔직히 코미디 같다.
눈알 굴러 다닌는데 이건 뭐, 애들 장난도 아니고...
하여튼 장기매매가 영화의 소재로 쓰인다는 점이 상당히 무서웠다.
이건 의학과 범죄의 결합이라고 해야 하나? 

아편 밀수와 폭력, 납치, 장기매매 등을 일삼는 조직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결국 돈.
돈을 벌기 위해 반인륜적인 일을 태연히 저지른다.
나는 항상 영화를 볼 때 핀트가 어긋나는데 이번에도 대체 저 사람들은 단지 돈을 위해 저렇게 잔인하고 끔찍한 삶을 산단 말인가, 한탄했다.
결국 죽고 나면 다 끝인 것을, 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걸까?
마지막에 아저씨가 경찰에 잡혀 가는 장면은 갑자기 법치국가 느낌이 나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아저씨와 수미가 먼 곳으로 떠나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바른 생활 사나이 느낌대로 경찰에 자수하다니.
어쩐지 약간은 맥이 빠진다.
한 10 여 년 후 아저씨가 출소할 때쯤 숙녀가 된 수미가 두부 사들고 교도소 앞에서 기다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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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제 (2Disc)
장훈 감독, 강동원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개봉했을 때 놓친 영화라 DVD 나오길 학수고대 했었다.
생각만큼 재밌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라 그런대로 재밌게 봤다.
강동원은 <전우치전>에서 완전 반한 배우이고, 송강호는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대사와 행동들.
무슨 역할을 맡아도 몸에 밴 것처럼 잘 소화해 낸다.
<쉬리>와 모티브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촌스럽다는 느낌도 들었다.
너무 진부하다고 해야 하나?
국정원에서 정리해고 당한 극중 송강호 캐릭터가 너무 실감났다.
마지막에 둘이 화해하는 장면은 너무 작위적이라 오히려 극의 사실감을 떨어뜨렸고 특히 그림자의 총에 수십 발을 맞고도 멀쩡하게 살아나는 강동원이 어처구니 없긴 했지만 해피 엔딩이라 다행스럽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 궁상맞고 슬픈 결말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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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백만년만에 본 영화.
정말 오랜만에 극장 가서 봤다.
토요일 오후 대학로에서 예매도 안 하고 자리 있으면 보려고 했던 안이한 자세 때문에 전석 매진에 깜짝 놀라 두 타임이나 뒤로 미뤄 본 영화.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인지 (특히 임산부 보면 안 된다는 식의 위협성 멘트들) 기대치에는 못 미쳤지만 그런대로 재밌게 봤다.
조금만 지루해도 금방 맥을 놓치고 자버리기 일쑤인데 어쨌든 안 자고 끝까지 봤으니까 기본은 한 셈이다.
강우석 영화답지 않게 비교적 오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풀어간 것 같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는 유준상이 특히 반가웠고 내가 좋아하는 박해일과 정재영이 주인공으로 나와 더 맘에 들었다.
허준호는 연기를 곧잘 하는 것 같으면서도 유선생이라는 신비로운 캐릭터를 표현하기에는 어쩐지 힘이 좀 딸리는 느낌이 들었다.
최악의 캐스팅은 역시 유선.
누가 해도 비슷했겠지만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정말로 극을 이끌어 가는 힘을 발휘하는 경우는 참 드문 것 같다.
초반의 폭력적인 장면, 특히 형사로 분한 정재영이 범인들 때리는 장면이 상당히 노골적이고 잔인해 움찔거리긴 했지만 무서운 건 딱 거기까지고 전반적으로 스릴이 넘치는 영화는 아니었다.
스릴 보다는 오히려 너무 폭력적이라고 해야 하나?
최고의 반전은 역시 가장 잔인하고 악독한 사람으로 나오는 천용덕이 사실은 좀 타락하기는 했으나 결정적으로 사람을 죽이진 않았다는 것이 아닐까?
좀 다른 길로 새는 것 같지만, 대체 죄란 무엇이고 구원이란 무엇인지, 신앙과 하나님은 또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회의했다.
기독교의 가장 타락하고 교조적인 모습을 바로 유선생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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