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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샘 (DVD+OST)
제시 넬슨 감독 / 기타 (DVD)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이 영화가 나왔을 때 반응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무지하게 감동적이라는 것, 또 하나는 뻔한 스토리라는 것. 사실은 확인하는 심정에서 DVD를 봤는데 괜찮은 영화였다 특히 샘으로 분장한 숀 팬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톰 행크스를 보는 기분이다 샘의 딸로 나온 꼬마애 루시도 너무 깜찍하고 귀엽다 서양애들은 어렸을 때 특히 귀엽고 앙증맞은 것 같다 메이킹 필름에서 그 애가 오디션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생활에서는 더욱 똑똑하고 깜찍하다 이모가 샘처럼 지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는 그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안다는 인터뷰를 보면서 어찌나 깜찍하던지... 어른처럼 척척 인터뷰 하는 폼이 보통 아니다 헐리우드 아역 스타들은 정말 어른스럽다!!


샘의 친구들로 나오는 이들 중 두 사람이 실제 정신 지체자라고 한다 메이킹 필름을 안 봤으면 모를 뻔 했다 다른 두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한 건가? 아니면 그 정신 지체자들의 연기가 훌륭한 건가? 하여간 네 명 모두 다 똑같이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이 영화 촬영을 위해 전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 달 여간 정신 지체자들을 교육시키는 곳에서 합숙을 했다고 한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는 이 영화가 절대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 말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럽다 특히 샘 역을 맡은 숀 팬은 어찌나 훌륭하게 연기를 하던지, 인터뷰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 혹시 진짜 정신 지체자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했다 대체 이런 연기파 배우가 어떻게 마돈나와 살았을까? 둘이 같이 사는 그림이 전혀 안 그려진다 이혼은 당연한 수순 같다


제일 감동적인 장면은 샘이 딸 루시의 운동화를 사러 간 씬이었다 루시가 고른 운동화가 너무 비싸서 샘이 당황하자 네 명의 친구들이 돈을 조금씩 낸다 그러자 점원이 루시에게 풍선을 준다고 하니까 네 명의 친구들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어 본다 " 얘만 주는 건가요? 아니면 우리 다 주는 건가요?" 장면이 바뀌면서 샘과 친구들, 그리고 예쁜 운동화를 신은 루시가 풍선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걸어간다 그 장면 보면서 눈물이 찔끔 났다 삶의 행복이란 저렇게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것인가?


미셸 파이퍼는 늙었지만 여전히 미국 최고의 미인답다  "터미널" 에서 캐서린 제타 존스 보고 저게 40 넘은 여자란 말인가, 믿기지가 않았는데 미셸 파이퍼 역시 마찬가지다 눈가에 주름은 감출 수 없지만 여전히 너무 아름답다 곱게 늙는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는가 보다 일에서는 기량을 인정받지만 남편과 아들에게 소외당하는 외로운 변화사로 나오는 미셸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샘이 그녀에게 당신처럼 행복하고 훌륭한 사람이 내 처지를 알겠냐고 했을 때 울먹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인간은 나름대로의 고통을 안고 산다 객관적인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도 삶은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비록 훌륭한 변호사로 인정받고 있지만 항상 일에 치여 쉴 틈이 없고, 남편은 바람났으며 하나뿐인 아들은 엄마와 얘기조차 하려 들지 않는다 그녀의 눈에는 비록 정신 지체자지만 딸과 정을 나누는 샘이 행복해 보였을 것이다 그녀는 외로웠던 것이다


정신 지체자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냐는 문제는 판단이 어려운 난제 같다 시사 프로그램에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정신 지체자 부부가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낸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가 아이를 뺏어간다고 생각을 해서 아이를 집에만 가둬 둔다 한 목사님이 와서 설득을 하지만 문도 열어 주지 않는다 샘처럼 딸을 극진히 사랑하고 그녀의 앞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좋겠지만, 어떤 경우는 이처럼 잘못된 생각으로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법적 보호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긴 검사가 샘애개 대체 당신이 딸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딸의 고민이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냐고 공격하자, 미셸이 그에게 되묻는다 그러는 당신은 당신의 딸이 겪는 어려움을 다 해결해 주는가? 당신 딸이 마약에 빠졌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 결국 그는 엇나간 딸 생각에 눈물을 짓고 만다


마지막 부분은 상당히 지루했다 재판에서 샘이 이겨서 루시가 그의 품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법원이 정한 양부모와 함께 키우는 걸로 끝났다 결국 부모로서의 샘은 절반만 인정받은 셈이다 어쩌면 후원 제도를 두는 게 더 현실적이고 현명한 건지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은 루시가 축구 경기를 하고 샘이 심판을 맡는데 그녀가 한 골을 넣는 장면으로 끝난다 골을 넣어 환호하는 루시를 따라 운동장을 도는 샘과, 양부모, 그리고 미셸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딸과 함께 있을 때 샘은 얼마나 천진난만한지... 숀 팬은 정말 탁월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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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 할인행사
제임스 맨골드 감독, 존 쿠삭 출연 / 소니픽쳐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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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는 영화다 흥미진진 하고 긴장감 장난 아니다 영화 보면서 너무 긴장해 손에 땀을 쥘 정도였다 혼자 불꺼놓고 노트북으로 보는데 정말 오싹했다 시나리오도 좋고 무엇보다 배우들 연기가 정말 좋았다 메이킹 필름 보니까 창녀로 나온 여주인공이 오디션에 뽑힌 신인이던데 정말 잘 하더라 존 쿠색은 처음 보는 배우지만 명성에 걸맞게 정신분열증의 심리 상태를 잘 표현했다 메이킹 필름에서 여주인공이 존 쿠색과 같이 연기하는 게 너무 흥분돼서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말한다 한술 더떠 왜 키스신이 없냐고 감독에게 만들어 달라고 떼를 썼으며 쿠색을 덮치는 장난도 쳤다고 한다 정말 헐리우드 배우들은 솔직하고 대담하다 과연 우리나라 여배우 중에 대놓고 남자 배우랑 키스씬 만들어 달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마지막 반전은 좀 황당한 면도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 꼬마애가 모든 살인을 저질렀다는 게 말이 안 돼지만 모든 것이 정신분열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살인이라고 생각하면 독특한 구성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제 할리우드 영화는 정신분열 쪽으로 가는 건가?  어찌 보면 "나비효과" 와 비슷한 맥락의 영화다 앞뒤 사건들을 끼워 맞추느라 몇 번을 생각했었다 한참 만에 정리가 될 정도로 복잡하다 시나리오 작가의 구성력이 놀랍다 특히 마지막에 "창녀에게 새 삶은 필요없어" 라는 대사와 함께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압권이다 머릿속에서 살인자가 반성하지 않고 남은 한 사람까지 죽이는 순간, 현실에서도 범인은 자신을 사형에서 구원해 준 정신과 의사를 죽이고 만다 결국 정신분열증은 치료받을 수 없다는 말일까?


다중인격자의 살인이 처벌받지 않는 것은 그가 범죄를 저지를 때는 자기 인격이 아니었다는데 근거가 있다 전혀 다른 사람이 살인을 한 것이므로 현재의 범인을 죽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요즘처럼 범죄자 여부를 떠나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시대이므로 가능한 얘기지, 한 세기 전의 사람이 들었으면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내 안에 전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다중 인격자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를 읽어 보면 연쇄 살인범들은 정상인과 전혀 다른 사고 구조를 가졌다 그들은 살인을 할 때 두렵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쾌락을 느낀다 몰래 포르노 비디오를 빌려 볼 때의 짜릿함 같은 걸 사람을 죽임으로써 느끼는 것이다 어떤 미친 놈은 죽인 여자들의 목을 따서 자기 침대 밑에 넣어 둔 후 자극을 느끼고 싶을 때마다 꺼내 봤다고 한다 또 어떤 놈은 살인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 충동이 생길 때마다 목욕을 했는데 어떤 날은 목욕 까운을 입은 채 뛰쳐 나가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평범한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뇌 구조를 가진 것이다


모텔에서 한 명 한 명 죽을 때마다 대체 누가 범인일까 무척 궁금했다 투숙객 중에 범인이 있지 않나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제 3의 인물이 있을 것 같았다 그 모텔이 인디언들의 무덤이었다는 전설을 이용해 누군가가 죽은 자의 원혼을 가장해 살인을 저지르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김전일 만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스토리다 경찰에게 호송되어 온 살인범이 범인이 아닌 줄은 알고 있었다 그가 범인이면 사건이 너무 금방 해결되기 때문이다 역시 그 놈은 처음에 살해된다 그런데 실은 그 경찰이 같은 살인범이었다는 설정이 기막힐 정도로 놀라웠다 경찰이랍시고 살인범을 호송하던 그 놈이 실은 경찰을 죽인 후 같이 연행되던 살인범을 호송하는 것처럼 꾸민 것이다 논리적으로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발상 자체는 기가 막힌다


맨 처음에 죽은 여배우 목이 드럼 세탁기 안에서 돌고 있을 때 정말 섬뜩했다 냉동고에서 얼어 있는 시신 발견할 때도 오싹했다 살인자들은 어떻게 저 공포감을 이기고 사람 죽이는 걸 즐길 수 있을까? 결국 죄책감이나 두려움도 다 인간 스스로 만들어 낸 창조물이 아닌가 싶다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이럴 때 해당되는 걸까? 세상을 보는 관점의 차이, 혹은 사물을 인지하는 인식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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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4-12-0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인사이드>라는 비디오도 한번 찾아 보세요. 같은 작가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랍니다. 아주 재미있구요.(나만???) 최근에 나온 비디오니까 가게마다 다 있을거예요.

2004-12-04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04-12-04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죄송합니다 책 읽거나 영화 보고 나서 감상문 쓸 때는 먼저 제 비공개 블로그에 쓴 후 공개해도 괜찮은 것만 다시 복사해서 올리기 때문에 일기 형식으로 씁니다 그래서 간혹 지나치게 개인적인 얘기들이 등장하기도 하죠^^ 특히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가 되버리더라구요 다음부터는 그 부분은 지우고 쓸게요^^

2004-12-04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 [할인행사]
류장하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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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나오는 영화라고 기대를 했건만... 물론 그의 연기는 좋았다 배우에 1류, 2류는 없다, 배우와 연예인이 있을 뿐이라는 오만한 발언도 다 용납이 될만큼 진정한 배우로서의 깊이를 보여 주는 훌륭한 연기자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재미없다 사건의 기승전결도 없고 너무 밋밋하다 직장 못 잡고 방황하는 트럼펫 주자 최민식의 인생 행로를 그저 카메라가 따라 갈 뿐이다 오히려 좋은 연기자들이 시나리오에 치인 느낌이다


최민식 애인으로 나온 여자 분위기가 독특해 누군가 했더니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상받은 김호정이라고 한다 예쁘지는 않는데 연기는 잘 한다 아니, 딱히 잘 한다기 보다는 하여간 분위기가 아주 독특하다 최민식 보러 갔다가 만나지도 않고 바닷가에서 어떤 소년에게 트럼펫 연주 부탁하는 장면이 제일 멋있었다 사랑하는 남자를 현실적인 이유로 떠났으면서도 마음에서는 보내지 못한 여자의 갈등과 안타까움이 잘 녹아났다 그녀에게는 연예인답지 않는 일상성이 있다 동네 약사로 나온 장신영은 말 그대로 연예인이 나와서 영화 찍는 건데, 김호정은 그저 영화 속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일 뿐이다 녹아드는 정도가 다르다고 할까? 그런데 대체 왜 장신영은 신인 여배우상 후보에 올랐을까? 존재감 전혀 없고 무난 그 자체의 연기를 하던데 말이다 일단 영화가 뜨면 상은 못 줘도 후보로라도 올려 주는 건가? 나는 대체 장신영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래도 "우리형" 에 나온 이보영 보다는 낫다 왜 등장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존재 자체가 미미한 캐릭터들이다


제일 맘에 들었던 장면. 친구가 강원도 삼척에 가 있는 최민식 찾아서 김호정과 차 타고 온다 시골 깡촌 보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는지 친구가 안타까운 마음에 한 소리 한다 "걔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대니?" 그러자 김호정이 정색을 하고 말한다 "여기가 어때서?" 서울 사람들은 지방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 서울 살다 지방 내려가면 인생의 실패라고 간주하는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 그런 장면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서울 중심주의의 폐해인가? 갑자기 국토 종합 발전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떠오른다


사실 이 친구는 카바례에서 섹스폰 부는 알바를 하는데  최민식이 예술한다는 놈이 이런 데서 돈 버냐고 비난하자 화를 내면서 말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너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너 이 사람들 비난할 자격없다" 카바레에서 돈 버는 게 자기도 좀 창피해서 괜히 쪽팔리니까 자가당착 식으로 흥분한 면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 사는데 높고 낮음이 어디 있겠는가? 열심히 성실하게 살고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양심에 부끄러울 거 없으면 다 떳떳하고 당당한 인생 아닌가? 카바레에서 섹스폰 불어도 자기 음악을 펼칠 장소로 생각하면 하나의 공연이 될 수도 있는 거다 문제는 자기가 어떻게 인식하느냐다


"스쿨 오브 락" 이 훨씬 재밌다 이 영화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 "스쿨 오브 락" 이 공부 밖에 모르는 학생들에게 락의 정신을 가르쳐 주고 공연을 통해 일체감을 획득하는 데 비해, "꽃피는 봄이 오면" 은 학생과 선생이 따로 논다 이 영화는 그저 최민식의 모습을 시간 순으로 보여줄 뿐, 관현악반 학생들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시나리오의 미숙함이라고 생각한다


최민식 엄마로 나오는 윤여정 연기는 정말 좋았다 최민식과 둘이 있으니까 진짜 불꽃 튄다 장가 안 간 나이든 아들에게 잔소리 하는 엄마와, 그거 듣기 싫어서 집 나가고 싶지만 딱히 갈 데도 없는 아들의 아웅다웅한 일상을 어쩌면 그렇게 자연스레 풀어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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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12-0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 너무 좋게 봤는데요, 좋은 장면이 참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윤여정이 최민식에게, '니가 왜 끝이야, 이제 시작이지' 하고 퉁치는 장면과 마지막 장면. 최민식이 벚꽃 날리는 여자친구 아파트 앞에서 여자친구한테 전화하면서 해죽해죽 웃으며 농담따먹기 하며 너무나 편안한 모습으로 벤치에 기대던 모습이요.

marine 2004-12-07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저도 마지막 장면 좋았어요 혹시 "스쿨 오브 락" 보셨어요? 이 영화도 재밌어요 한 실패한 락커가 임시 교사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공부 밖에 모르던 아이들에게 락의 정신을 가르쳐 주고 밴드를 조직해 공연을 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전 거기서 락이란 바로 저런 거구나, 자유로움, 억압의 철폐 등등을 느꼈답니다

하이드 2004-12-0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스쿨오브 락도 재밌게 봤어요. 전 '꽃봄 ' 이 더 좋았던 이유가 대충 영화 줄거리 듣고 홀랜드 오퍼스, 스쿨 오브 락, 탄광촌 나온다고 해서 빌리 엘리어트 등등 많은 영화들이 휙휙 머리속에 떠올려 보면서 극장에 들어섰는데, 그 어떤 영화와도 달랐죠. 우리나라 영화 우리나라 배우 우리나라 이야기였어요. 최민식이란 배우 너무 힘들어가서 별로였는데, 이 영화에선 좋더라구요. 윤여정씨, 그리고 친구역 , 여자친구역, 아이들까지도, 2% 부족하다고 하는 분도 있던데, 전 그 모자람마저 좋아보였던 영화였어요.

marine 2004-12-07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역 맡은 분도 연기 잘 하죠? 그 사람이 요즘 김수현 드라마 "부모님전상서" 인가? 거기 나오더라구요 연기파 배우로 뜰 거라 기대합니다 스쿨오브락은 진짜 미국적 영화고 꽃피는 봄이 오면은 정말 한국적 영화 같아요 사실 전 예고편만 보고 스쿨오브락의 한국판인가? 최민식이 왜 저런 영화에 나올까? 의아했는데 전혀 다른 영화더라구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 [초특가판]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1
피터 웨버 감독, 스칼렛 요한슨 외 출연 / 기타 (DVD)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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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안 본 사람은 과연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배우들의 연기에 숨어 있는 행간을 읽는다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너무 지루하고 생략이 많은 영화다 소설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기는 했는데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거의 안 됐다고 보면 된다 그나마 나는 소설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지금 저건 저 뜻으로 한 얘기야, 이렇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영화만 본 사람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일 것 같다


감독은 왜 영화를 밋밋하게 만들었을까? 음악도 좀 많이 넣고 주인공 그리트의 심리 상태 표현도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보기에는 소설 자체가 영화화 되기 어려운 내용 같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쓴 소설이라 사건 보다는 심리 묘사가 훨씬 많기 때문에 영화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은희경의 쓴 "새의 선물" 을 단만극으로 만든 걸 본 적이 있는데 어쩜 저렇게까지 재미없게 만들 수 있을까? 신기할 정도였다 소설로 쓸 때는 재밌던 것이 영화로 바뀌면 참 지루해진다 역시 영화는 심리 묘사 보다는 사건 위주로 가는 게 훨씬 재밌다


그리트 역을 맡은 요한슨인가 하는 여배우는 잘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좀 답답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에 나올 때부터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남들은 연기 잘 한다고 하는데, 연기를 떠나서 뭔가 속에 할 말이 많은데 참고 있는 듯한, 속을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있어서 싫다 이 영화에서도 그랬다 속시원하게 좀 털어 놓으면 좋으련만, 관객에게 도대체 자기 마음을 보여 주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그녀 속을 짐작하겠냐고요!! 오히려 베르메르 역을 맡은 남자 배우가 훨씬 잘 어울렸다 소설에서도 베르메르는 말이 없고 속을 알 수 없는 답답한 사람으로 나온다 하녀로 들어온 그리트를 좋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스킨쉽도 없고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는 법이 없으며 그리트가 도둑으로 몰렸을 때조차 도와주지 않을 정도로 그리트에 대한 감정을 절제한다 소설에서 그는 자기 그림에만 몰두하는,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전형적인 예술가로 나온다


베르메르의 딸 코넬리아가 그리트를 질투해 어머니의 보석을 훔쳐 자기 방에 숨겨 놓은 후 그녀를 도둑으로 몬 사건이 발생한다 영화에서는 그리트가 베르메르에게 도와 달라는 눈빛을 보내자 베르메르가 온 방을 뒤져 보석을 찾아내지만 소설에서 베르메르는 외면한다 그게 더 일관성이 있다 베르메르는 그리트의 총명함을 좋아하고 물감 만드는 일을 시킬 정도로 그녀가 자기 예술을 이해한다고 인정하지만, (아내는 그의 화실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한다) 절대 그녀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아내 몰래 물감 만드는 일을 시킬 때도 집안일 때문에 바쁜 그리트에게 니가 알아서 시간을 쪼개라는 식이다


영화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그리트는 베르메르의 예술 세계를 동경한다 자기가 하는 일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하찮은 일인데 반해, 베르메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이 세상일과는 떨어져 있는 천상의 것으로 느낀다 부잣집 주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동경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리트는 남자로서 베르메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림과 같은 고귀한 일을 하는 예술가로서의 베르메르를 사모했던 것이다 반면 베르메르의 아내는 남편의 예술 세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그리트를 질투해 저 애는 그림은 커녕 글자도 읽지 못한다고 비난하지만, 예술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교육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는 안목이 길러지겠지만 기본적인 감각이나 안목은 타고나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트가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면, 베르메르 같은 화가와 결혼했다면 그녀는 훨씬 행복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현명하게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푸줏간집 아들과 결혼해 일상의 행복을 느끼고 살아간다 소설을 읽을 때 혹시 그리트가 베르메르에게 반해 자기와 결혼하고자 하는 피터를 버리고 베르메르에게 매달리면 어쩌나 걱정했다 주인과 하녀의 관계에서 상처받는 건 약자 뿐이다 더구나 베르메르는 자기 예술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남자다 그를 믿고 자신의 인생을 맡긴다는 건 파멸의 지름길이리라 소설에서 그리트는 영리하고 똑똑한 아가씨로 나오는데, 역시 그녀는 선택도 현명하게 잘 한다 베르메르 집을 나와 피터와 결혼한 것이다


영화보다 소설이 한 10배는 낫다 소설은 정말 재밌다 그리트의 심리 상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녀에게 동화되고 만다 그런데 영화는 감정의 생략이 너무 많아 관객이 제대로 몰입되지 못한다 다만 17세기 네덜란드 일상은 잘 보여준다 베르메르의 다른 그림들도 써비스로 보여 줬음 좋았을텐데 그게 아쉽다 베르메르 그림은 일상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을 잘 보여 준다 그 따뜻하고 놀라운 색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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