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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샘 (DVD+OST)
제시 넬슨 감독 / 기타 (DVD)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이 영화가 나왔을 때 반응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무지하게 감동적이라는 것, 또 하나는 뻔한 스토리라는 것. 사실은 확인하는 심정에서 DVD를 봤는데 괜찮은 영화였다 특히 샘으로 분장한 숀 팬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톰 행크스를 보는 기분이다 샘의 딸로 나온 꼬마애 루시도 너무 깜찍하고 귀엽다 서양애들은 어렸을 때 특히 귀엽고 앙증맞은 것 같다 메이킹 필름에서 그 애가 오디션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생활에서는 더욱 똑똑하고 깜찍하다 이모가 샘처럼 지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는 그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안다는 인터뷰를 보면서 어찌나 깜찍하던지... 어른처럼 척척 인터뷰 하는 폼이 보통 아니다 헐리우드 아역 스타들은 정말 어른스럽다!!
샘의 친구들로 나오는 이들 중 두 사람이 실제 정신 지체자라고 한다 메이킹 필름을 안 봤으면 모를 뻔 했다 다른 두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한 건가? 아니면 그 정신 지체자들의 연기가 훌륭한 건가? 하여간 네 명 모두 다 똑같이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이 영화 촬영을 위해 전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 달 여간 정신 지체자들을 교육시키는 곳에서 합숙을 했다고 한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는 이 영화가 절대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 말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럽다 특히 샘 역을 맡은 숀 팬은 어찌나 훌륭하게 연기를 하던지, 인터뷰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 혹시 진짜 정신 지체자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했다 대체 이런 연기파 배우가 어떻게 마돈나와 살았을까? 둘이 같이 사는 그림이 전혀 안 그려진다 이혼은 당연한 수순 같다
제일 감동적인 장면은 샘이 딸 루시의 운동화를 사러 간 씬이었다 루시가 고른 운동화가 너무 비싸서 샘이 당황하자 네 명의 친구들이 돈을 조금씩 낸다 그러자 점원이 루시에게 풍선을 준다고 하니까 네 명의 친구들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어 본다 " 얘만 주는 건가요? 아니면 우리 다 주는 건가요?" 장면이 바뀌면서 샘과 친구들, 그리고 예쁜 운동화를 신은 루시가 풍선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걸어간다 그 장면 보면서 눈물이 찔끔 났다 삶의 행복이란 저렇게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것인가?
미셸 파이퍼는 늙었지만 여전히 미국 최고의 미인답다 "터미널" 에서 캐서린 제타 존스 보고 저게 40 넘은 여자란 말인가, 믿기지가 않았는데 미셸 파이퍼 역시 마찬가지다 눈가에 주름은 감출 수 없지만 여전히 너무 아름답다 곱게 늙는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는가 보다 일에서는 기량을 인정받지만 남편과 아들에게 소외당하는 외로운 변화사로 나오는 미셸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샘이 그녀에게 당신처럼 행복하고 훌륭한 사람이 내 처지를 알겠냐고 했을 때 울먹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인간은 나름대로의 고통을 안고 산다 객관적인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도 삶은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비록 훌륭한 변호사로 인정받고 있지만 항상 일에 치여 쉴 틈이 없고, 남편은 바람났으며 하나뿐인 아들은 엄마와 얘기조차 하려 들지 않는다 그녀의 눈에는 비록 정신 지체자지만 딸과 정을 나누는 샘이 행복해 보였을 것이다 그녀는 외로웠던 것이다
정신 지체자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냐는 문제는 판단이 어려운 난제 같다 시사 프로그램에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정신 지체자 부부가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낸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가 아이를 뺏어간다고 생각을 해서 아이를 집에만 가둬 둔다 한 목사님이 와서 설득을 하지만 문도 열어 주지 않는다 샘처럼 딸을 극진히 사랑하고 그녀의 앞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좋겠지만, 어떤 경우는 이처럼 잘못된 생각으로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법적 보호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긴 검사가 샘애개 대체 당신이 딸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딸의 고민이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냐고 공격하자, 미셸이 그에게 되묻는다 그러는 당신은 당신의 딸이 겪는 어려움을 다 해결해 주는가? 당신 딸이 마약에 빠졌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 결국 그는 엇나간 딸 생각에 눈물을 짓고 만다
마지막 부분은 상당히 지루했다 재판에서 샘이 이겨서 루시가 그의 품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법원이 정한 양부모와 함께 키우는 걸로 끝났다 결국 부모로서의 샘은 절반만 인정받은 셈이다 어쩌면 후원 제도를 두는 게 더 현실적이고 현명한 건지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은 루시가 축구 경기를 하고 샘이 심판을 맡는데 그녀가 한 골을 넣는 장면으로 끝난다 골을 넣어 환호하는 루시를 따라 운동장을 도는 샘과, 양부모, 그리고 미셸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딸과 함께 있을 때 샘은 얼마나 천진난만한지... 숀 팬은 정말 탁월한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