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번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김후영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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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각 대륙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컨셉이다.

저자가 직접 가서 사진을 찍고 소개한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는데 많은 곳을 싣다 보니 여행 소회는 전혀 없고 간단히 안내하는 형식이라 너무 밋밋하다.

사진은 아주 잘 찍은 듯한데 도판이 너무 흐릿하게 인쇄되어 아쉽다.

흔히 알고 있는 유럽이나 아시아 대륙 이외에도 아프리카와 남미, 폴로네시아 제도까지 소개한 점은 의의가 있다.

흔히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하면 역사적으로 유명하거나 멋진 자연 절경을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유럽의 식민지 시대 유산들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특이하다.

우리나라처럼 식민지 시대 잔재라고 폭파시켜 버리지 않는 모양이다.


<오류>

30p

헨리 7세의 손녀였던 그녀는 여왕으로 즉위한 9일 후 헨리 7세의 딸인 메리 튜더를 여왕으로 즉위하고자 하는 세력의 음모에 의해 1554년 이곳에서 처형되고 말았다.

-> 제인 그레이는 헨리 7세의 딸인 마거릿 튜더의 손녀이고, 헨리 8세의 딸인 메리 1세를 옹립하려는 세력 때문에 처형되었다.

83p

산 로코 학교(Scuola Grande di San Rocco)는 16세기에 지어진 산 로코 교회 옆에 위치햇다. 이 학교는 종교적 목적을 지닌 단체를 위한 학교로 1478년에 설립되었다.

-> scuoloa 가 학교라고 번역되기는 하지만 이곳은 학교가 아니라 가난한 환자들을 구휼하기 위한 시설로 산 로코 대신도 회당이라고 번역한다.

106p

플랑드르 화가 중에서 <신비의 어린양>과 같은 장엄미가 잘 나타난 작품을 그렸던 반다이크도 이 고장 출신이다.

-> 반 다이크가 아니라 반 에이크이다.

262p

이곳은 여왕의 시아버지 투트모스1세의 부활과 여왕 자신의 부활을 위한 제사의식을 행하기 위해 세워졌다.

-> 투트모세 1세는 하트셉수트 여왕의 친아버지이다. 물론 이복남매인 투트모세 2세와 결혼했으므로 시아버지가 되기는 한다.

343p

마추픽추는 쿠스코가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침략을 당하자 위기를 느끼고 인적 드문 계곡으로 도망 온 잉카인들이 세운 비밀의 도시이다.

-> 마추픽추가 세워진 것은 대략 1450년 즈음이고 스페인 침략 시점에 버려졌다고 본다. 스페인 침략자들 때문에 고원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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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떠난 독일 역사 문화 산책
손선홍 지음 / 푸른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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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게 느껴지는 제목처럼 내용도 기행문이나 에세이라기 보다는 독일의 각 도시에 대한 정보를 주는 쪽이라 문체 면에서 아쉽다.

답사기의 정석은 유홍준씨 책 같다.

저자가 외교관이기 때문에 정보 전달에 많이 치중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기행문 형식이니 기왕이면 위키 백과 같은 지식 나열보다는 한 편의 에세이로서 완성도를 갖추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은 아마도 저자가 직접 찍은 것인지 어둡게 나온 게 많아 이 부분도 아쉽다.

독일 각 도시를 소개하는 책인만큼 기왕이면 전문 사진 작가의 사진이 많이 실렸으면 훨씬 매력적인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외교관이기 때문인지 다른 책과는 달리 역사 문화 외에도 독일 현대 정치인 소개를 곁들인 점이 특이하다.

빌리 브란트라던가 헬무트 콜, 아데나워 같은 독일 정치인들의 집이 보존되어 있고 저자가 직접 찾아가 설명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리 같으면 박정희 생가 방문 이런 느낌인가 싶다.

독일은 지방 분권의 오랜 역사가 있고 꽤 큰 나라라 한 번에 소개학 힘든데 한 쪽에 치우지지 않고 다양한 도시들을 소개해 주고 있어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보통 독일 기행문은 미술 쪽에 치우지기 쉬운데 복잡한 독일 역사 부분도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어 신성로마제국이나 여러 공국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인상깊은 구절>

305p

오늘날 독일의 음악이 발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왕이나 제후들이 궁중에 오케스트라, 극장 또는 오페라하우스를 설립하여 음악을 즐기며 장려한 데 있다. 왕과 제후들이 음악가들의 작곡이나 공연을 지원하면서 음악이 발달할 수 있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고, 돈이 있는 곳에 예술이 있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인 모양)

314p

게반트하우스가 추구하는 모토가 홀에 새겨져 있다. '진정한 즐거움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는 뜻으로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편지에서 따왔다. 180명으로 구성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다.


<오류>

76p

작센 공작 모리츠는 황제 편에서 사촌인 선제후 요한 프리드리히 1세와 싸웠다.

-> 작센 공작 모리츠와 선제후 요한 프리드리히 1세는 4촌이 아니라 6촌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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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탈리아 - 김영석의 인문기행
김영석 지음 / 열화당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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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이라면 이 정도의 성실한 내용과 문장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듯한 사진 몇 컷과 오글거리는 유치한 감상문 몇 줄, 인터넷에서 따온 정보 적당히 섞어 적당히 편집해 내는 기행문이 대세다 보니 이 정도 수준의 좋은 기행문을 만나는 게 참 힘들다.

인문 기행이라는 부제에 딱 맞는 책이다.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도 신선한데 다만 아쉬운 점은 2016년도에 출간된 책이니 기왕이면 컬러 사진을 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본문에 언급된 건물이나 지역은 거의 실릴 만큼 성실하게 잘 찍은 사진들이 많은데 흑백이라 무척 아쉽다.

컬러 사진들로 실었으면 훨씬 책의 볼거리가 풍성했을 것 같다.

이탈리아 대사인 저자는 서양 문화의 근원과도 같은 이 나라의 문화와 전통에 많은 애정을 보인다.

꼼꼼하게 이탈리아를 돌아보는 책을 읽고 나니 머릿속에 각 지역들이 그려지는 듯하다.

구글 지도를 띄워놓고 작은 지역까지 짚어가며 읽었다.

통일 전의 이탈리아는 마치 옛날 그리스의 도시 국가 느낌이 든다.

여러 공국으로 나뉘어져 금융업과 무역, 그리고 무엇보다 르네상스라는 문화예술을 선도해 왔지만 절대왕정과 민족주의 국가 시대에 부응하지 못해 외세에 침략당하고 나폴레옹 시대 이후 다시 통일하는 과정이 정말로 역동적이다.

이렇게 복잡하니 지난 번에도 이탈리아 역사책 읽는 것을 포기했던 듯하다.

단지 역사적인, 예술적인 도시로서만 유명한 게 아니라 소렌토, 아말피, 나폴리 등의 휴양지들도 너무나 매혹적이다.

막연히 이탈리아라고 하면 로마 유적과 미술관만 생각했는데 아름다운 해안가를 보니 가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건물들도 기억에 남는다.

시칠리아 섬에 남아 있는 고대 그리스 식민지의 유적들도 인상적이었다.

기원전 5~6세기에 세워진 멋진 신전들이 위엄을 자랑하고 있는 걸 보면, 로마 이전의 그리스 시대 위엄이 느껴진다.

확실히 서양은 동아시아 같은 나무 문화가 아니라 돌의 나라인 것 같다.

석재로 지어져 오늘날까지도 2천 년 전 건물들을 관공서나 미술관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오류>

18p

메디치가 출신 교황 클레멘스 7세의 질녀로 프랑스 왕 앙리 2세에게 시집가면서 여러 모로 유명해진 카테리나 데 메디치

-> 카테리나 메디치는 클레멘스 7세의 조카가 아니라 조카 손녀이다.

196p

조반니 벨리니는 오토만 터키의 요청으로 콘스탄티노플에 건너가 술탄 메멧 2세의 초상화를 그려 지기도 했다.

-> 조반니 벨리니가 아니라 그 형인 젠틸레 벨리니가 그렸다.

238p

산탐브로조 본당 한쪽에 스틸리코의 석관과 신성로마 황제 루이 2세(재위 877-879)의 묘소까지 있는 것을 보면

-> 산탐브로조 교회에 묻힌 황제는 서프랑크의 루이 2세가 아니라 로타르 1세의 아들인 이탈리아인 루트비히 2세이고 재위 기간은 850-87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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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는 이유 - 기시미 이치로의 행복해지는 책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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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를 오래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저자가 쓴 독서 에세이인가 보다.

제목부터 마음이 확 끌리는데 내용도 간략하고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현학적인 내용이 없어 마음에 들고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다.

왜 책을 읽는가?

독서의 궁극적 목적은 생산적인 뭔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즐거움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수단으로서의 독서가 아닌 목적으로서의 독서라고 할까?

세상에 즐거운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음악도 듣고 공연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옷도 사고 온갖 즐겁고 재밌는 일들이 많은데 독서 역시 바로 그런 즐거움을 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즐겁지 않으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본질적으로는 추천 도서 목록 따위는 필요없다고 본다.

그냥 내가 이 책 저 책 손이 가는대로 호기심이 생기는대로 읽으면 된다.

좋은 책을 소개해 주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쉽게 절판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말 공감이 된다.

이렇게 쉽게 책이 없어지나 나도 깜짝 놀랠 때가 있다.

그래서 도서관의 역할은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구입하기 보다 쉽게 절판되는, 또 개인이 구입하기 어려운 책들을 갖춰 놓는 거라고 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의 도서관을 가끔 가는데 여기는 전시회 도록이나 비싼 미술책들이 많아 정말 좋다.

대출도 안 되고 열람 시간도 짧아 자주 못 가는 게 너무 아쉽다.

그래서 가급적 전시회 도록은 사려고 하는데 도판이 대부분이라 가격대가 있어 두 번 세 번 생각하게 된다.

이런 도록들이 도서관에 비치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도서관 측에서는 전시회 도록 구입은 안 해주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궁극적으로 나는 저자처럼 책이 전혀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문화 활동에 비하면 정말로 싼 편이고 계속 재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보관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항상 장서의 보관에 대한 문제가 독서가의 발목을 잡는다.

그리고 시간 확보.

저자는 시간이 부족해서 책을 못 읽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렇긴 하다.

시간은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 내는 거니까 아무리 바빠도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일상에서 보다 많은 독서 시간을 만들고 싶어 남들은 어떻게 하나 궁금해진다.

내 경우도 다른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지만 매년 200 여 권의 책을 읽는다.

그래서 책은 더더욱 재미가 없다면 읽을 필요가 없다는 거다.

저자의 말처럼 정말로 너무 재밌고 읽고 나면 행복해지기 때문에 바쁜 시간을 쪼개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이다.

지식이 넓어지고 지혜가 쌓이고 (이게 가능할까 싶지만) 이런 것들은 다 부수적인 거고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인상 깊은 구절>

125p

책을 읽는다고 배가 부르지는 않지만, 배고픔을 견디면서까지 침식을 잊고 책을 탐독하는 것이 나는 삶의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과 열중해서 읽을 수 있는 책과의 만남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아무리 바쁘다고 한들 한 글자도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의식적으로 노력해 책을 읽으려고 한다면 책 읽을 시간이 전혀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99p

주어진 현실만 보면 내가 병에 걸렸을 때도, 아버지를 간병했어야 했을 때도 절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이는 현실도피라기보다는 책을 읽을 때 느끼는 기쁨과 생명의 고취가 현실을 헤쳐 나가는 힘이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독서는 내게 역경을 헤쳐 나가는 힘이 되었다. 간혹 마음이 약해질 때 앞으로 대체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죽는 날까지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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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21-04-2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년 200권이라니 대단하십니다

marine 2021-04-20 16:41   좋아요 0 | URL
읽고 읽고 또 읽고~ 제 인생의 모토입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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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너무 좋다.

하루키 글은 그냥 너무 좋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21세기 개인주의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라이프 스타일과 문체를 가진 작가 같다.

원래부터 개인주의 전통이 강했던 서구권이 아닌 일본이라는 집단주의 사회에서 이런 작가가 나왔다는 사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상실의 시대>를 대학교 때 읽고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랄까, 내가 평소에 보던 소설과는 다른, 뭔가 자유로운 개인이 어떤 존재인가, 혹은 사랑은 칙칙하고 무거운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매여 있지 않은 산뜻한 것이라는 걸 느끼면서 팬이 됐다.

은희경의 소설을 읽을 때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후로 읽은 소설들은 솔직히 별로 와 닿지가 않았다

하루키가 그려내는 환상의 세계와 플롯이 전혀 현실적이지가 않고 이게 말이 되는 설정인가? 자꾸 이런 반발심이 생겨 소설 읽기는 중단했다.

어쩌면 내가 소설이라는 형식, 즉 있을 법한 이야기에 대해 별 흥미가 없어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항상 진짜 사실인 논픽션, 혹은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정교한 플롯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작가의 진짜 매력은 에세이에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의 모든 에세이가 전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냥 이 분은 개인주의 그 자체 같다.

너무 자유롭고 권위나 집단에 속박되지 않고 자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그러면서도 주변인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내뿜는 사람 같다.

문체 자체가 너무나 가볍고 산뜻하다.

문학상에 대한 작가의 소회 부분에서도 정말로 중요한 것은 평단의 평가나 외형적인 상이 아니라 독자들이 돈을 내고 읽을 만한 소설인지라는 것이다.

물론 평단의 평가도 중요하긴 하다.

명성을 얻으려면 대중의 열광만 가지고는 역사에 남기 어려운 법이다.

그럼에도 정말로 본질은 직접 그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기 돈을 들여 선택해 주는지, 혹은 그 책을 읽고 나처럼 이렇게 깊이 감동하고 열정적인 감상문을 쓸 수 있는지라는 그의 작가론에 너무 공감이 된다.

아무나 소설을 쓸 수는 있지만 전업 작가로서 오래 버티기는 어려운 법이고 꾸준히 책을 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존경할 만하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소설가의 진짜 본질, 자부심의 원천은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냐는 것이다.

당연히 팔리는 책을 써야 하는데 단지 대중의 취향에 영합해 뻔한 소설을 쓰라는 의미는 아니다.

대중은 말초적인 가벼운 것만 좋아할 것 같아도 시장은 또 얼마나 냉정한가.

권위적이고 예술지상주의 작가론만 보다가 이런 본질적인 이야기를 들으니 그냥 나도 모르게 가슴이 탁 트이고 글을 읽으면서 쾌감이 느껴진다.

오지리널리티란 무엇인가에 대한 글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


112p

'아아, 이렇게 멋진 음악이 있다니, 이런 울림은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음악은 내 영혼의 새 창을 열고 그 창으로는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공기가 밀려듭니다. 그곳에 있는 것은 행복한, 그리고 한없이 자연스러운 고양감입니다. 다양한 현실의 제약에서 해방되어 내 몸이 지상에서 몇 센티미터쯤 붕 떠오르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것이 나로서는 '오리지널리티'라는 것의 합당한 모습입니다. 매우 단순하게.


바로 이런 느낌을 갖기 위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혹은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내가 하루키의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런 감정의 고양을 느꼈고, 지금 푹 빠져있는 가수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벅찬 감동, 충만한 행복감이 든다.

이런 게 바로 예술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적인 정의도 있겠지만 예술인지 아닌지는 그 작품으로서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면서 미적 쾌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지가 진짜 본질이 아닐까?


<인상깊은 구절>

43p

나에게는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청춘의 나날을 즐길' 여유 같은 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틈만 나면 책을 읽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먹고사는 게 힘들어도, 책을 읽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것과 함께 나에게는 언제나 변함없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 기쁨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76p

요즘 책에 무관심하다, 활자에 무관심하다, 라는 얘기가 자주 들리고 그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5% 전후의 사람들은 설령 '책을 읽지 마라'고 위에서 강제로 막는 일이 있더라도 아마 어떤 형태로든 계속 책을 읽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처럼 탄압을 피해 숲에 숨어 모두 함께 책을 암기한다-라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몰래 숨어 어딘가에서 책을 읽지 않을까요. 물론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책을 읽는 습관이 일단 몸에 배면 -그런 습관은 많은 경우 젊은 시절에 몸에 배는 것인데- 그리 쉽사리 독서를 내던지지 못합니다. 가까이에 유튜브가 있건 3D 비디오게임이 있건, 틈만 나면 (혹은 틈이 나지 않더라도) 자진해서 책을 손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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