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 장강·황하 편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1
김성곤 지음 / 김영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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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세계테마기행에서 이 분을 봤던 기억이 난다.

현대의 공산주의, 전체주의 중국은 너무 싫지만 유구한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는 무궁무진한 관심과 애정이 있던 터라 중국인문기행 같은 테마는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내가 동경에 마지 않는 한시라니.

한시는 꼭 배워 보고 싶은 분야이면서도 감히 엄두가 안 나는지라 막연한 동경만 품고 있다.

솔직히 책 자체는 기행문으로서는 썩 재밌지가 않다.

기행문은 소설가들처럼 저자의 필력이 훌륭하던가, 아니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의미가 있는데 이 둘을 같이 만족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고 심지어 한 가지 목적도 대부분은 달성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 좋은 기행문을 만나기가 참 어려운 듯 하다.

이 책도 한시를 주제로 한 인문기행이라 테마는 참 좋고, 방송도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나는데 문장으로 옮겨 놓으니 빛이 바래는 느낌이다.

일단 현대 중국 지명들은 중국어 발음 그대로 옮겼으면 좋았을 뻔 했다.

역사적 인물이나 지명도 요즘은 한자음 대신 중국어로 쓰는 바람에 헷갈릴 때가 있는데, 그래도 현대 지명은 중국어로 써 줘야 지도에서 찾기가 쉬운데 이 책처럼 한자어로 쓰면 구글 지도에서 찾을 수가 없다.

또 넓은 중국 지역을 탐방하는 만큼 기왕이면 어디쯤인지 중간중간에 지도로 표시를 해 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책이 처음 시작하는 장에 나오긴 하는데 그래도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저자는 자신의 여행담을 쓰기 때문에 당연히 어떤 지역인지 다 알고 있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북경, 상해 같은 아주 유명한 곳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느 곳을 설명하는 건지 알기가 어렵다.

솔직한 느낌은, 너무 중구난방이고 해당 지역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해 기행문의 맛을 느끼기가 어렵다.

EBS 영상으로 보는 게 훨씬 나은 느낌이다.

사진은 참 좋다.

요즘은 도판 인쇄 기술이 정말 좋아진 것 같다.

중국의 유려한 자연 풍경을 너무 잘 보여주는 사진들이라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처음 중국 여행을 갔을 때 만리장성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벅차고 놀랍던지, 잊을 수가 없다.

막연히 책에서만 대단한 곳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큰 규모에 놀랐고 중국인들의 위대함에 정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책에 실린 높은 산들의 기암절벽을 보니, 다시금 중국이 얼마나 큰 나라이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곳인지 느꼈다.


"살을 베어 임금을 섬겨 단심을 다한 것은

오직 주공께서 항상 청명하기만을 바란 것

버들 아래 귀신 되어 끝내 뵙지 못할 터

이렇게라도 임금께 간언하는 신하가 되리

혹여 주공의 마음에 내가 있다 하시면 

나를 생각할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옵소서

신은 구천에 있어도 마음 부끄러울 것 없으리니

정무에 근실하여 청명하고 또 청명하옵소서"


허벅지 살을 베어 진 문공을 공양한 (아, 정말 엽기적이다) 개자추가 임금이 다른 길을 가자 산에 은거하였는데, 임금이 그를 찾기 위해 산에 불을 놓자 그 안에 죽어가면서 쓴 시라고 한다.

섬뜩하면서도 옛 사람들은 임금에 대한 충성심이 이렇게도 강했을까, 마치 신을 위해 죽는 순교자를 보는 느낌이라 기억에 남는다.


<인상깊은 구절>

325p

입구를 들어서면 왼손에 둥글게 말린 두루마리를 들고 생각에 잠긴 듯한 거대한 두보 동상이 서 있는데, 그 크기를 보면 두보가 중국문학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를 알 수 있다. 시의 나라 중국, 별처럼 맑은 시인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취를 일궈 성인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이런 존경의 표현은 의당한 것이리라.

(나는 한시는 잘 모르지만 어쩐지 두보의 삶과 시에 가장 애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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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일심동책 - 디테일로 보는 책덕후의 세계 일상이 시리즈 6
김수정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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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책은 그냥 넘어가기가 참 어렵다.

정보를 얻기를 원하는 나로서는 대부분 실망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신간이 나오면 못 지나치고 꼭 읽게 된다.

가벼운 책인데도 도판의 인쇄 상태가 선명해서 의외로 그림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저자는 그림을 전공한 분인 것 같은데 책덕후라는 게 신선하다.

이 세상에 활자 중독인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게 참 기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 자체의 물성에 애정이 많아 종이책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저자는 이북을 선호한다.

나도 책 디자인이나 편집 같은 물질적인 부분에 관심이 있어 종이책이 좋긴 하지만, 내가 이북을 안 보는 이유는 순전히 종류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책덕후들은 문학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북도 얼마든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처럼 비문학을 읽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이북으로는 읽을 만한 책이 정말이지 "거의" 없다.

책을 못 사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공간인 걸 생각해 보면, 이북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대안 같은데 제발 이북으로 좀 많이 출간해 주면 좋겠다.

그러면 굳이 옮겨 적을 필요도 없고 간단하게 하이라이트 표시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편할까.

필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는 직접 노트에 손으로 옮겨 적는 것 같은데 나는 자판으로 치는데도 정말이지 너무 힘들다.

옮겨 적으면 확실히 이해가 잘 되고 중요한 부분을 두번 읽는 셈이니 양질의 독서가 되긴 한데, 문제는 너무너무 손목이 아프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왼쪽 손목이 안 움직여 계속 오타가 난다.

또 옮겨 적다 보면 앞뒤 문맥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이 적다 보니 나중에는 거의 1/3 이상을 필사하는 경우도 생긴다.

필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는 항상 고민하는 문제다.

저자는 책에 표시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다른 건 몰라도 도서관 책에 줄긋는 사람은 정말 너무너무 혐오한다.

내 책에 표시를 할 때도 있었는데 나중에 다시 보면 밑줄 그은 부분이 오히려 독서에 방해가 되고 다시 읽어 보면 중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기본적으로 나는 깨끗하게 책을 본다.

그런데 본인 책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보는 책에 함부로 낙서를 하는 사람은 정말 혐오한다.

자기에게는 중요한 문장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독서의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재독을 하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때가 많기 때문에 항상 책은 깨끗한 상태로 새로 만난다고 생각한다.

책에 대한 얘기는 아무리 해도 지루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열정이 샘솟는 것 같다.

가끔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면 좋은 책들로 둘러싸여 감정이 고양되어 이렇게 좋은 책들 다 못 보고 죽으려면 얼마나 억울할까 싶을 때가 있다.

좋은 책을 만났을 때는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아, 정말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구나, 사는 게 너무 행복하다 이런 격렬한 감정이 느껴질 때도 있다.

인간은 원래 이야기를 좋아하고 문자를 만들어 조상들과도 그 즐거운 이야기를 다같이 공유할 수 있으니 어떤 형태로든 책은 영원히 인간과 함께 살아남을 것 같다.


급공감했던 구절 하나

"묘하게도 책벌레들은 돈되는 부동산과 주식에는 가장 늦게 관심이 간다. 일단 사회, 문화, 예술, 문학에 먼저 관심이 간다. 그걸 하나둘 먼저 읽다 보니 교양 책벌레들은 생활에 뒤진다. 그가 '속물'이라 부르던 책 안 읽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부를 갖고 있는 게 보통이다. '책 읽으면 가난해져!'라고 날선 충고를 하던 지인의 말이 현실이 되어간다. '가난한 사람은 책으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책으로 귀하게 된다'는 왕안석의 말은 송나라 때까지만 유효했나 보다."

부동산과 주식에 관심이 가장 늦게 가는 정도가 아니라 '전혀' 가질 않으니 문제다.

가장 늦게라도 관심을 가지면 다행인데 정말 1도 관심이 안 생겨 고민이다.

책 읽으면 가난해진다는 말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 특히 2021년도의 대한민국에 너무나 적합한 말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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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유럽 도시 기행 - 낭만과 여유가 살아 숨 쉬는 지중해 연안의 도시 이야기
이경한 지음 / 푸른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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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진 프랑스 남부 도시들, 이를테면 망통이나 니스, 몽펠리에 등을 알게 된 점이 좋긴 하지만 여행 에세이로서는 너무 평범해 실망스럽다.

좋은 여행기를 쓴다는 건 참 힘든 일 같다.

한 편의 에세이로서 손색이 없으려면 문장력이 아주 좋아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가 않은 듯하다.

문장력이 안 된다면 도시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보통은 인터넷 검색 이상의 정보를 주기 힘들고 그래서 대부분 편집과 사진으로 승부를 보는 것 같다.

유홍준씨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가 그래서 늘 비교우위가 있는 듯하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인지 색감이 어두워서 감상이 아쉽다.

뒷편에 나오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신혼여행으로 갔던 곳이라 익숙한 지명들이 나와 잠깐 추억에 젖었다.

특히 책에 소개된 바르셀로나의 람브라스 거리는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그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이 없을 때라 인터넷에서 구글 지도를 복사해서 다녔는데 아무리 찾아도 람브라스 거리가 없는 거다.

알고 봤더니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 지도를 보여 주고 사람들에게 물어봤던 것.

그래서 람브라스 지명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오류>

47p

스웨덴 구스타브 5세의 장자인 윌리엄 왕자가 겨울에 머물던 곳이다.

-> 구스타브 5세의 장자는 구스타브 6세이고 둘째 아들이 윌리엄 왕자이다.

155p

종교전쟁이 마감된 것은 루이 13세가 낭트 칙령을 발표하면서이다.

-> 낭트 칙령은 앙리 4세 때 발표됐다.

180p

프라도 미술관의 홈페이지를 보면 라파엘의 '진주로 알려진 성가족'

-> The Holy Family, or 'The Pearl' 즉 성가족 혹은 진주이지 진주로 알려진 성가족이 아니다.

230p

이사벨 왕은 그라나다에서 마지막으로 이슬람 국가인 서고트 왕국을 물리치고

-> 서고트 왕국이 이슬람 세력에 의해 8세기에 멸망했고 그 후 이사벨 여왕이 1492년 이들을 몰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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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6000km - 박영희의 항일 역사 기행
박영희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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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투사의 흔적을 따라가는 만주 여행기.

만주라고 하면 동북3성을 가리키는데 뚜렷하게 개념이 안 섰던 곳이다.

책을 읽으면서 지도를 따라 가보니 어느새 공간 개념이 생긴다.

어찌 보면 별다른 역사적 유적지나 화려한 풍경도 없는 곳인데 일제 시대 독립 투사들의 흔적을 쫓아 가는 신선한 발상으로 여행기를 끌어가는 게 개성적이다.

아쉬운 점은 기왕이면 중국 현지 발음으로 지명 표기를 해 줬으면 찾기기 쉬웠을텐데.

원래도 익숙하지 않은 곳인데 한자 음으로 표기해 구글 지도에서 못 찾는 곳도 있었다.

만주가 이렇게 넓은 땅이었던가.

구한말 무능한 위정자들과 외세에 밀려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야 했던 조선족들의 삶이 안타깝다.

항일 독립 투사들의 흔적이 이렇게 많이 남아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분단이 되지 않았다면 훨씬 활발하게 유적지 조사가 이뤄졌을텐데 민족의 비극은 참으로 안타깝다.


<오류>

394p

장쭤린의 아들 장쉐량도 만주사변이 일어나기 전 진저우에서 참살당했다.

-> 장쉐량은 국공내전 후 타이베이로 끌려가 무려 2001년도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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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산책 - 이탈리아 문학가와 함께 걷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와시마 히데아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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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서양 문화에 대한 동경은 애틋한 느낌이 든다.

역시 탈아시아를 추구하는 민족이기 때문인가?

그런데 아마도 개항 전에는 중국에 대해서도 이렇게 열심히 탐방하고 모방하려 애를 썼을 것 같다.

로마 산책이라는 제목이 기행문으로서는 참으로 적절하고 도시에 대한 정감이 잘 묻어나 있다.

표지도 디자인도 예쁘고 무엇보다 흑백 사진 몇 장에 불과한데도 로마라는 도시를 마치 눈에 그리듯 실감나게 묘사하는 점이 좋았다.

이 시리즈에서 읽었던 교토 편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정말 도시를 산책하듯 눈에 잡히듯 고대 로마의 유적지를 묘사하고 무엇보다 이 도시를 정말 사랑한다는 느낌이 과하지 않게 담백하게 드러나는 점이 제일 좋았다.

우리로 치면 경주 산책 정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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