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독서 - 내 삶의 기초를 다지는 근본적 읽기의 기술
에밀 파게 지음, 최성웅 옮김 / 유유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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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말할 수 없이 마음에 든다.

그냥 독서도 아니고 "단단한" 독서라니.

정말 이런 독서를 하고 싶다.

치열하게 열심히 읽는, 푹 빠져드는 열정적인 독서를 하고 싶다.

솔직히 내용은 좀 어렵고 사변적인 게 많아 다 공감하지는 못했다.

19세기라는 시대차도 그렇고 무엇보다 프랑스 문학에 대해 전혀 모르니 책에 나오는 경구나 등장인물들이 인용되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다.

저자가 1847년생이니 우리 식으로 하면 조선 철종 시대쯤 되는 인물이라 우리나라 책이어도 어렵긴 했을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두 가지 책읽기의 방식, 천천히 읽기와 다시 읽기, 결국은 같은 말인데 많이 공감했다.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확실히 한 번 가지고는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자만 쓱 훑어 보는 나같은 남독 스타일로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듯하다.

책을 읽고 나면 분명한 관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막연하게 그런 것 같다는 흐릿한 인상만 보이는 기분이다.

독서의 적은 무엇인가?

책에 너무나도 분명히 나와 있다.

바로 인생 그 자체라고.

출세하려는 욕구, 경쟁, 크고 작은 분쟁들, 감정을 소모하는 여러 관계들, 무엇보다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세상살이에 치일 수밖에 없으니 온전히 독서에 마음을 바칠 수가 없다.

그래서 천국은 거대한 도서관이라고 했을까?

죽어서야 비로소 책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다는 뜻 같다.

내가 평소에 꿈꾸던 은퇴 생활자가 나온다.

사무실을 정리하고 파리 국립 도서관에 매일 출근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파리가 지적, 예술적 삶을 가장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가난한 자들의 도시라고 했다.

서울 집값이 전세계적으로도 비싸지만 그럼에도 대도시는 문화적 삶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최적의 거주지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은퇴하면 국립중앙도서관에 날마다 가서 일하듯이 여덟 시간씩 책을 읽는 게 꿈이다.

그런 날이 올까?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아빠가 언젠가부터 눈이 피곤해 긴 책을 못 읽고 대신 짧은 시를 읽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이 들고 은퇴하면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사실은 신체도 늙어서 노년이 반드시 책읽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40대인 지금부터라도 정말로 열심히 원없이 읽어 보려고 한다.

나이 들어서 눈이 침침해 책읽기가 힘들어지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읽기는 감미롭고 거듭 읽기는 더더 감미롭다는 저자의 표현에 깊이 공감이 간다.

좋은 책을 곱씹어 읽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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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한 나라, 중국
한한 지음, 최재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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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책인지도 모르고 제목이 인상적이라 고르게 됐다.

블로그에 쓴 글들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쉽게 몰입이 안 됐고 더군다나 현재 중국 사회 현상이 주 소재라 뭘 비판하는지도 이해가 안 돼서 읽을까 말까 고민돼서 진도가 잘 안 나갔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어떤 책이든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훨씬 낫다.

뒤로 갈수록 비판적이면서도 해학적인 저자의 문체에 빠져 흥미롭게 몰두해서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고등학교 중퇴의 문예가라니.

현대시 비판에 대해 문단에 참여도 못한 사람이 감히 비판할 자격도 없다고 공격을 받기도 했다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 필력은 확실히 좋다.

80년대 생이라면 나보다도 어린, 우리식으로 치면 2030 세대인 셈이다.

그런데도 발표된 글들은 무려 20여 년 전이니 거의 20대부터 쓴 모양이다.

국가가 통제하는 검열의 나라, 전체주의 국가 중국을 비판하는데 과연 그 후로 중국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시대를 비판하는 글들은 시의성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2~3년 전에 나온 책들만 해도 촛불혁명 운운하며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감격하는 글귀를 봤었는데 과연 요즘 출간하는 책에서도 비슷한 문구를 볼 수 있을까?

그래서 정치 비판은 책에서는 가급적 삼가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중국의 언론 통제는 진시황의 분서갱유부터 시작해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으니 더군다나 공산주의 일당독재 국가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정책 같기도 하다.

문제는 그들이 바라 마지 않는 선진국의 자유, 시민의식, 진보 등이 절대로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도 은연 중에 이른바 서구 선진 사회처럼 중국 인민들이 세련된 시민의식을 갖길 바라는 것 같다.

중국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을텐데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는 사회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서구 사회도 이른바 진보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자유를 공정과 정의라는 이름하에 억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스켑틱이라는 잡지에서 스티븐 핀커 교수가 하버드 대학에서 벌어지는 강단 좌파들의 공격에 대한 반론이 떠오른다.

남이 우리를 비판하면 볼썽사납고 우월의식에 차서 우리 문화를 비하하는 것 같은데, 역시 비난은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해야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중국 사회에 대한 위트 있고 날카로운 비판 목소리를 흥미롭게 읽었고 2020년대는 어떤지 다음 판이 나왔으면 좋겠다.

워낙 큰 나라에 엄청난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니 값싼 노동력이 경쟁력이면서도 동시에 중국 정부로서도 굉장한 부담이긴 할 것 같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소강사회 진입이 공산당의 1차 목표라는데, 모든 인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대동사회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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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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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매력적인 제목에, 관심있는 작가의 독서론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도서관에서 실물을 보니 분량이 너무 적고, 본격적인 한 권의 책이라기 보다는, 여기저기 발표한 간략한 에세이와 짧은 경구 몇 줄이라 전체적으로 편집은 매우 아쉽다.

나는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 소설에도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 시리즈, 해리 포터 등을 영화로 보긴 했지만 거의 다 졸았다.

유명하다고 하니까 의무감에 가서 봤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작가에게 관심이 생긴 계기는, <순전한 기독교>라는 책 때문이다.

오래 전에 읽어 기억은 가물가물 한데,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을 읽고 무신론자가 된 후 우연히 저자가 쓴 기독교론을 접하고 신앙으로서의 기독교에 대한 마음의 여지를 남겨 두게 됐다.

책 읽는 삶이라니, 정말 매혹적인 제목이다.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저자는 독서를 통해 우리 존재가 확장될 수 있다고 했다.

정말로 공감이 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도, 세상사가 궁금해서 책을 통해 지적 욕구를 만족시키는데, 한 권의 좋은 책을 읽고 나면 그만큼 인식의 지평이 넓어진 느낌이 든다.

저자가 말하길, 유행가는 흥얼거리면서 듣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버리고 그저 배경음악으로서 기능하지만, 클래식은 집중하면서 듣게 되고 들을 때마다 마음의 감화를 받게 된다고 했다.

단순히 배경음악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만으로 감동을 주고 몰입하게 만드는 게 예술인가 보다. 

좋은 책이란 한 번 읽고 끝인 게 아니라 읽을 때마다 마음에 감동을 주고 인식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 같다.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책을 접했을 때의 그 기쁨이란!

왜 천국이 거대한 도서관이라고 했는지 너무나 이해가 된다.

글쓰기는 양떼를 몰고 길을 가는 행위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하나의 주제에 수렴하는 글을 쓴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하다못해 이 가벼운 감상문 하나를 쓸 때도 그렇다.

마음에 올라오는 감정과 생각들은 많은데 한 줄의 글로 정리하기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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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마주한 뒤섞인 문명 - 스페인 안달루시아 & 터키 이스탄불 탐방
김종천 외 지음 / 어문학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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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여행기다.

좋은 여행기를 쓴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 요즘에는 잘 안 읽게 된다.

주마간산식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를 사진과 적당히 버무리거나, 시시콜콜한 일정을 늘어놓기 마련이라 대체적으로 실망하게 된다.

그래도 이 책은 일단 사진 도판이 선명해서 감상의 즐거움이 있고, 여행지에 대한 좋은 정보를 주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여 읽을 만하다.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이 교차하는 두 지역, 스페인과 터키의 이스탄불 여행기이다.

꼼꼼하게 출처를 밝힌 점은 마음에 든다.

스페인과 오스만 제국에 대한 간략한 정리를 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저자는 이슬람의 스페인 침략에 대해 문화적 혜택을 본 긍정적인 사건이었다고 하는데, 과연 스페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궁금하다.

일제의 식민지배가 근대화 과정이었다는 주장과는 별개인 것인가?

중세 시대는 민족 국가 개념이 아니었으니 오늘날의 식민 지배와는 다른 것인가?

하여튼 이슬람 문명의 혜택을 받았다는 과도한 찬사는 약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중세 때는 관용과 과학 기술 발달의 문명이었던 이슬람이, 오늘날 이렇게 후퇴한 것은, 정교분리와 세속화에 실패한 탓일까?

마치 오스만 제국이 몰락한 것처럼 말이다.

제목이 진부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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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 식민지 조선에서 성장한 한 일본인의 수기
모리사키 가즈에 지음, 박승주.마쓰이 리에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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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수필인 듯하다.

고풍스러운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고 무엇보다 식민지 조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의 이력이 독특해 읽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몰입하기가 처음에는 힘들었다.

저자의 글 쓰는 스타일이 원래 그런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인지, 문장이 한번에 읽히지가 않는다.

문장이 한눈에 들어 오질 않아 몇 번 반복해서 읽다 보니 몰입이 힘들었다.

그만 읽을까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집중해서 다 읽었고, 항상 느끼는 바지만 어떤 책이든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훨씬 낫다.

유튜브를 볼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서적인 만족감이 느껴지고 많은 생각과 감정을 갖게 된다.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 여자 아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7년의 세월을 대구와 경주, 김천에서 나고 자랐고 일본의 대학에 진학한 다음 해 조선이 해방되면서 교류가 끊기게 된다.

식민 지배를 당하는 조선 사람의 불운한 이야기만 듣다가 전혀 다른 관점의 세상을 보는 느낌이라 신선하기도 하고 시대의 불행은 어떤 곳에 속해 있든지 개인에게는 다 아픔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군국주의에 일본의 평범한 개인들도 고통을 겪었다고 할까?

한일 관계가 잘 회복됐더라면 조선에 건너 와서 인생을 보냈던 일본인들 이야기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훨씬 많이 교류가 이뤄졌을텐데 결국은 정치인들 때문에 불행한 역사로 계속 남아 있는 느낌이다.

조선에서 17년이나 살았는데도 조선어를 전혀 할 줄 몰랐던 저자의 이력을 보면, 식민지 지배는 결국 섞일 수 없는 불행한 점령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저자의 어머니는 서른 여섯의 젊은 나이에 위암으로 세상을 뜨고 자유를 외치던 남동생도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개인적인 불행을 시대의 아픔과 더불어 담담이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천황을 신으로 모시는 것은, 20세기 군국주의 국가의 국민인 일본인들에게도 몹시 힘든 일이었던 듯하다.

정말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구호나 이념이 싫고 전체로 뭉뚱그려지는 것 말고 한 사람의 개별적인 인간으로, 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이지 않고 쓸쓸하면서도 뭔가 아련한, 마음을 뒤흔드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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