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사랑한 천재들 - 괴테에서 바그너까지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7
조성관 지음 / 열대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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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던 프라하 편이 가장 밀도가 높았던 것 같고 이번 책은 평범해서 약간 실망스럽다.

괴테와 니체는 그냥 기행문 같았고 헤세와 바그너는 그래도 위인들의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 디트리히 편은 영화배우라는 점이 신선하고 아쉽게도 본 영화가 없다.

1920년대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배우이고 나치에 반대해 미국으로 귀화했으며 무려 90세를 산 여인이다.

나치에 반대해 연합국에 속해 위문공연을 다녔을 정도면 평가받을 만하다.

저자는 독일의 경우, 베를린 수도 한 곳만 언급할 수 없다고 하는데 오랜 지방 분권 국가였음이 느껴진다.

오히려 베를린은 프로이센의 통일 이후 19세기부터 수도로써 위상이 올라갔고 그 외에 드레스덴이나 뮌헨 등 여러 중심지가 있어 한국처럼 서울 공화국인 나라와는 매우 다른 것 같다.

제일 흥미로운 사람은 바그너와 헤세였다.

바그너는 워낙 유명하고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으로 대변되는 추종자들도 많아 자주 접했지만 헤세에 대해서는 거의 처음이다.

<수레바퀴 밑에서>나 <데미안> <유리알 유희> 등 유명한 책이 많지만 너무 지루해서 끝까지 읽지를 못했다.

김나지움 중퇴 후 시계수리공 견습생도 해보고, 작가가 되고 싶어 독일과 스위스 서점에 무려 8년을 일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저자의 말대로 대학교육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다.

서점에서 일하면서 많은 책을 읽고 시와 소설을 발표해 전업작가가 됐으며 나치를 피해 중립국인 스위스에 정착했는데 여기서는 수채화를 많이 그린다.

나도 한국에서 열린 헤세의 수채화전을 봤던 기억이 난다.

예술적 재능이 풍부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중학교 중퇴인 사람이 노벨 문학상을 받다니, 정말 천재에게 대학교육은 불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전혜린의 에세이를 읽을 때, 헤세로부터 그림엽서를 받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85세로 1962년에 타계했고 사진을 보면 키도 커서 멋쟁이다.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는 것도 멋진 여행법인 것 같다.

가는 곳마다 장소에 얽힌 유명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기념판이 있는 걸 보면, 인간은 확실히 기억하고 기념하는 존재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장소이지만, 거기에 기념판을 세움으로써 우리 기억 속에 남은 의미있는 곳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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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꿈의 도시 파리 기행 - 세계 인문 기행 3 세계인문기행 3
기무라 쇼우사브로 지음, 김수진 옮김 / 예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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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행문 시리즈는 사진이 정말 좋다.

특히 이 책은 "빛과 꿈의 도시"라는 제목에 걸맞게 파리의 아름다운 도시 사진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1990년대 초에 일본 학자가 쓴 기행문인지라 EU도 아직 안 나온 만큼 시의성에서 약간 떨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요즘 범람하는 가벼운 도시 산책 정도의 책은 아니고 파리의 역사와 구석구석을 깊이있게 소개하는 괜찮은 책이다.

뉴욕은 강남 한복판과 별로 다를 게 없는 빌딩숲이라 도시 자체로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파리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다.

이런 느낌이 그냥 생긴 게 아니라 오랜 도시 계획의 일환이었음을 알게 됐다.

함부로 높은 빌딩을 세울 수 없고 도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경관을 아름답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의 수도 파리가 된 것은 12~13세기의 중세 농업 혁명 후 생산력이 크게 향상되어 부유해졌고, 16세기에 이탈리아로부터 많은 문화적 르네상스 요소들을 도입해 절대왕정 체제를 거치면서 가능해졌다.

프랑수아 1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데려온 것도 하나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카트린 메디치나 마리 메디치 등 이탈리아 왕비들의 역할도 컸을 것이다.

인류 역사의 가장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대혁명의 무질서함에 대한 비판도 약간 신선했다.

저자는 프랑스 대혁명이 귀족층 보다는 오히려 가톨릭 교회에 대한 민중의 반발이 컸다고 지적한다.

자세한 논증은 없지만 새로운 관점이라 신선했다.

3부에 미술관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복사본이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진품을 만나고자 미술관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단순히 그림 자체를 보기 위해서라면 굳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파리의 미술관을 찾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복사본의 기술이 압도적인 현대에 오리지널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마치 레코딩 기술이 이렇게 발달했음에도 직접 연주회장에 가서 음악을 듣는 것처럼 말이다.

파리라는 도시의 구석구석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잘 소개해 준 좋은 책이다.

이 정도 수준은 돼야 기행문이라 할 수 있을텐데.


<오류>

84p

프랑수아 1세가 샤를 5세에게 대답했던 것처럼 파리는 사실상 독립된 '국가'라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 여기서 말한 샤를 5세는 역주에 나온 프랑스의 샤를 5세가 아니라 합스부르크 황제인 카를 5세를 뜻한다. 역주가 해설을 잘못 달았다.

218p

<파리의 비 오는 거리> 구스타브 카미유보트 작품

-> Caillebotte 즉, 카유보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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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역사마을 1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답사기, 개정판 세계의 역사마을 1
김광식 글, 사진 / 눈빛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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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도 참신한데 책 판형도 길쭉한 것이 특이하다.

옆으로 긴 책은 쉽게 못 만나본 듯하다.

사진 위주이고 내용이 적어 금방 읽었다.

3권까지 전부 읽어봐야 할 듯.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아주 선명하고 큼짐큼직 해서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내용이 너무 소략된 듯 하여 아쉽다.

세계문화유산은 유적지나 자연경관, 건축물만 생각했지 역사마을이 따로 있는 줄 몰랐다.

이 책에는 전 세계에 다섯 개가 지정됐다고 했는데 안동의 하회마을과 양동마을도 지금은 역사마을로 지정됐다.

유럽에 이런 역사도시들이 많이 보존된 까닭은 역시 국가에서 보존의 필요성을 깨닫고 많은 돈을 들여 유지 보수한 덕택이라고 한다.

산업화를 문화 보존의 적으로 비판하지만 결국은 먹고 살만 해야 전통도 보존할 여력이 생기는 모양이다.

또 유럽은 석조 건물이 많아 보존에 유리하고 무엇보다 유럽식으로 현대화 됐기 때문에 아시아보다는 훨씬 보존에 유리하다고 한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보존만 주장하지는 않는다.

특히 역사마을은 민속촌처럼 단지 세트만 전시해 놓은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므로 어떻게 전통적인 마을의 모습을 유지해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생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농업만 가지고는 젊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 버리기 때문에 어렵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거나 국가의 보조금을 받는 방법이 있는데 관광객이 많아지면 마을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문제점이 있고, 또 정부의 규제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현대식으로 개조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보존과 개발은 참 쉽지 않은 문제 같다.

교통이 불편하고 현대화에서 밀려난 곳이 문화유산으로 보존된다는 아이러니가 이해되는 부분이다.

다양한 문화유적지가 소개되어 당장이라도 가보고 싶어진다.


<오류>

60p

수조우(蘇州) 다이후(大湖)에 들렀다가 상하이를 거쳐 황해에 이른다.

-> 쑤저우의 타이후, 즉 태호이다. 한자가 틀렸다. 大湖 가 아니라 太湖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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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 - 세계 인문 기행 2 세계인문기행 2
다나카 치세코 지음, 정선이 옮김 / 예담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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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컨셉의 기행문이다.

이 시리즈가 참 마음에 들어 하나씩 읽어 보고 있다.

필자가 다 다른데 어쩜 이렇게 다 재밌는지.

사진 몇 장과 적당히 2차 자료를 가공해서 가벼운 감상을 섞어서 출판하는 기행문들과는 질적으로 다르고 독자에게 많은 생각할 꺼리를 준다는 점에서 아주 마음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진!

책에 실린 사진들이 이탈리아의 구석구석을 너무나 매력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다.

어쩜 이렇게 도판의 인쇄 질이 좋을까, 전문 사진 작가가 찍지 않았나 싶다.

제목이 다소 진부한 게 아쉽다.

좀더 매력적인 제목으로 재출간 한다면 훨씬 많이 읽힐텐데 아쉽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영화 평론가인 모양이다.

영화를 주제로 돌아보는 이탈리아 여행기이다.

역자 서문대로 적당히 2차 자료를 가공해서 쓴 글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그 지역을 순례하면서 얻은 현지 감각과 문화적 지식이 이탈리아 영화라는 매개체와 어우러진 매우 개성있고 독특한 기행문이다.

영화는 큰 관심이 없고 더군다나 1950,60년대 영화들이라 내용도 전혀 몰라서 단번이 와 닿지는 않았다.

열심히 인터넷 검색해 가면서 읽다 보니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단지 박제된 고대 문화 유적 도시나 명품 소비지가 아닌, 살아있는 우리 시대의 이웃으로 느껴졌다.

갑자기 영화를 보고 싶은 충동이 막 느껴진다.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저자가 영화 평론가의 길을 가게 된 계기가 됐던 파솔리니 감독이다.

무늬만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뼛속까지 공산주의자인 게 문제였을까?

정권 투쟁에 골몰하다 결국은 파시스트와 다를 바 없어진 권력자들과는 다르게, 신념으로서의 진짜 공산주의를 추구한 듯한 그는 너무나 뜻밖에도 집시 소년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좌파 이념이 결국은 타인을 배제하고 다양성을 몰살시키며 하층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변질되어 파시즘과 비슷해져 버린다는 모순을 깨달은 지식인은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는 것 같다.


오랜 자치 전통의 역사 때문인지 이탈리아 각 지역 사람들의 고향 사랑이 대단하다.

서울공화국에 살고 있는 한국의 지역주의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너무 지나쳐 북부 이탈리아 분리 동맹 당까지 생겼지만 말이다.

아, 정말 매력적인 나라 이탈리아.

로마 시대 유적지나 르네상스 미술품이 다가 아니었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 취소된 게 정말 아쉽다.


<오류>

167p

만테냐의 <최후의 만찬> 프레스코화를 수복중인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 등과는 달리

-> 만테냐가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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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과 한평생 - 초대박물관장자서전
김재원 지음 / 탐구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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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출간 책이라 최근에 나온 책인 줄 알았는데 이럴 수가!

책의 1/3이 한자다.

어쩐지 보존서고에 있더라니.

2013년도 판은 새로 찍은 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읽은 책은 1992년도에 나온 것 같고, 이 당시만 해도 한자어가 이렇게 많이 쓰였다는 게 놀랍다.

인물명이 전부 한자라 특히 읽기 힘들었다.

30년 사이에 이렇게 글쓰기 환경이 많이 바뀌었나 놀랍다.

저자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이 분의 딸 김영나 교수의 책을 재밌게 읽어 관심을 갖게 됐다.

딸 셋 중 두 분이 모두 미술사 전공이라 관련 책들을 몇 권 읽었고, 둘째 딸은 소아과 의사였으니, 여자가 사회 진출하기 어렵던 시절에 참 대단하다.

부인도 일제 시대 때 동경의전을 나온 여의사였다고 한다.

가족사가 자세히 나오지 않아 이 부분이 아쉽다.

무척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제목답게 박물관에 바친 한평생에 중점을 둔 자서전이라 그런 모양이다.

1909년에 함경도에서 태어났고 조실부모 했으나 조모가 계시고 부잣집이라 무려 일제 시대 때 독일 유학을 가게 된다.

아버지가 21세에 사망하고 어머니는 저자의 나이 8세 때 재가해 버렸으나 숙부 손에 크게 된다.

함흥 시내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숙부의 소실 집에서 숙식했다고 하니 드라마에 나올 법한 스토리다.

저자도 장티푸스에 걸려 1년을 병원에서 지냈는데, 숙부들과 사촌까지 이 때 죽고 만다.

정말 옛날에는 단명했던 것 같다.

요즘도 유학가는 게 쉽지 않은데 1920년대에 일본도 아니고 독일로 유학가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독일인 와이프와 귀국한 사촌을 보고 자극을 받아 저자도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게 된다.

독일 유학 당시 근대 미술사에 나오는 배운성이라든가, 이미륵 등과 교제한 이야기가 나와 흥미로웠다.

독일에서 학위를 받고 미술사 조교로 일하다가 2차 대전의 전운이 감돌자 한국으로 돌아와 보성전문학교에 강사로 출강하다가 해방을 맞았는데 이 때 미군정에게 뽑혀 박물관을 맡게 됐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전문 인력이 부족할 때라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전부 대학 교수가 되던 시절이라 대학으로 가지 않고 박물관에서 일한 것도 큰 결단이었다고 한다.


36세에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맡아 25년 동안 재직하면서 대학에 출강도 나가고 고분 발굴도 하고 해외 전시도 개최하는 등 많은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과정들이 나온다.

전 세계의 유적지를 탐방하는 모습들도 흥미롭게 읽었다.

해외여행이 제한되던 시절에 이런 기행문들이 신문에 실리면 화제가 됐을 것 같다.

한 사람의 일생을 정리하는 자서전이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맞물려 아주 흥미로웠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무척 자상한 아버지였을 것 같고, 북에 두고 온 친척들 이야기는 없어 궁금증이 생긴다.

정년퇴직할 때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자동차를 선물한 얘기가 나오는데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일반인은 운전면허 따기가 어려운 시절이었는지 선물로 받은 자동차를 유지하기 위해 운전수를 고용하고 기름값 등 유지비 때문에 고생한 얘기가 나와서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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