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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의 겉과 속 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평들이 대체적으로 좋은 책을 비판한다는 건 모험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대체 그는 자기 책을 낸 것인가? 아니면 여러 책을 종합한 요약본을 낸 것인가?

대중문화라면 그의 전공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전체를 남의 책 요약으로 일관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자신의 이야기는 거의 없고 90% 이상을 남의 얘기로  채울 뿐이다

그나마 원전을 밝혀서 다행인 셈인가?

불행히도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여기 인용되는 몇 권의 책을 먼저 읽었다

보보스나 명품에 관한 챕터는 정말 원전 그대로의 내용을 요약한 것에 불과하다

강준만이 쓴 책을 읽는 이유는 강준만의 의견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원전이 다 번역되서 팔리고 있는데 그 요약본을 굳이 읽을 필요가 있겠는가?

차라리 여기 인용된 원전들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깊이의 정도가 다르다

또 그가 인용한 원전들은 어렵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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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4-11-1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이책... 강준만 교수의 고전(?)이네요. ^^;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항상 다른 새로운 책들에 관심 쏟느라 아직까지도 읽지 못한 책.

야클 2004-11-12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인물과 사상>은 여러권 봤는데요.재미있고 일부분 공감하지만 또한 많은 부분에서 거부감이 드는 묘한 사람이란 느낌을 갖고있어요.이책은 안읽어봤는데....별로 읽고싶은 생각도 안드네요. ^^
 
영화마을 언어학교 - 영화보다 재미있는 언어학 강의
강범모 지음 / 동아시아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여러 추천들과는 다르게 다소 실망스럽다

언어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나 평이하고 뻔한 내용들이라 굳이
"언어"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차라리 언어학자의 영화 읽기 정도라고 명칭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명화와 의학의 만남"이 단지 의사가 감상하는 그림 이야기였듯, 이 책 역시 언어학자가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서술했을 뿐이다

진정한 언어학과 영화의 접목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영화라는 쉬운 소재를 택한 덕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는 있다

 

저자가 지적하는 여러 문제들 중 번역의 어려움은 낯설지 않다

"마이 페어 레이다"는 하층민 여자에게 대학 교수가 상류층의 언어를 가르치는 내용인데,  하층민과 상류층의 언어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는 외국인 관객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우리말 번역에서는 충청도 방언을 하층민 언어로 사용했다는데, 번역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명백한 잘못이다

저자도 밝힌바 대로, 방언은 표준어에 비해 품위가 떨어지는 언어가 아니고 속어도 아니다

차라리 사투리 대신 속어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긴 유명한 번역가라는 안정효도 "뿌리"의 흑인 노예 언어를 번역할 때 충청도 방언을 차용했다고 바람직한 번역의 예로 밝히는 걸 보면, 우리 사회에 "사투리=품위가 떨어지는 말"이라는 공식이 널리 퍼진 모양이다

"풀 몬티"에서도 영국 방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번역을 통해 관객들이 진짜 의미를 전달받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 같다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외계어를 실제로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는 얘기는 무척 새로웠다

단순히 영화에 삽입하려고 꾸며낸 언어인 줄 알았는데,  실제 그 언어로 문장을 만들 수 있을만큼 정교한 문법을 가지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두 영화 모두 많은 매니아를 거느리기로 유명한데, 저자가 새로운 외계어를 창조할 정도의 노력이 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음을 새삼 확인했다

 

외계어의 생성을 이야기하다 보면, 한글의 위대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저자 역시 언어학자로서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4천개가 넘는 언어에 비해 문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문자가 얼마나 어려운 발명품인가를 느낄 수 있다

한글의 위대함은 우리의 문맹률이 거의 0에 가깝다는데서도 충분히 알게 된다

세계 문맹 인구가 10억에 이르는데, 이 중 50%가 인도와 중국에 분포한다고 한다

한자가 얼마나 어려운 언어인지, 새삼스레 알게 된다

마오쩌둥은 위대한 서예가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자 대신 알파벳을 쓰자는 주장을 했을 정도로 중국의 문맹은 심각한 일이다

한글이 발명됐다는 건 나라 발전에도 중요한 일이고, 계급 평등을 위해서도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만 하다

"중앙역"이라는 브라질의 한 영화에서 보여주듯, 글자를 몰라 글을 아는 타인에게 자신의 내밀한 얘기를 불러 줘야 하는 가엾은 여인의 모습을,  한국에서는 쉽게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참 다행스럽다

저자는 우리말의 조어 구조를 밝히기 위한 한문 공부는 찬성하나, 한자 병용 표기는 반대한다고 했다

나 역시 그 주장에 동의한다

신문에서 한자가 사라졌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새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됐으며,  인터넷 시대에 한자는 불필요하고 복잡한 과정을 의미한다

일본과 중국 여행을 위한 외국어로서의 한자 역시 큰 의미를 못 갖는다고 한다

이미 중국에서는 쉽게 쓰기 위해 간자체가 개발되어 우리가 쓰는 한자와 상당히 다르다고 한다

일본 역시 이자체가 많아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어로 짐작하기 어려운 단어가 많은 실정이다

한자는 국어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밝히는 수준에서 공부해야 하고, 한글 전용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믿는다

 

영화를 소재로 해서 쉽게 읽을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언어학적인 지식이 빈약하다

저자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일부러 수준을 떨어뜨린 건지 모르겠으나, 언어학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기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다시 한 번 영화를 소재로, 언어학 지식들을 쉽게 풀어 쓴 (그리고 어설픈 영화 감상 등은 가능하면 삼가한) 좋은 언어학 책을 발표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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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기를 권함 - 2004년 2월 이 달의 책 선정 (간행물윤리위원회)
야마무라 오사무 지음, 송태욱 옮김 / 샨티 / 200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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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도서관에 서서 후딱 읽어 버린 책이다

천천히 읽기를 권하는 저자의 충고를 완전히 무시해 버린 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200쪽도 안 되는 작은 분량에다 판본 크기도 작고 글씨도 띄엄띄엄 쓰여져 1시간 여 만에 다 읽어 버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각하고 넘어 갈 어려운 내용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속독할 수 있었다

 

저자에 따라 책의 수준을 나누는 것은 잘못된 태도인지도 모른다

편견에 사로잡혀 저자의 약력만으로 미리 평가를 하면, 그 책의 진정한 가치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비전공자들의 역사학서를 볼 때마다, 혹은 유명인들의 에세이를 읽을 때, 통속 소설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수준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역시 이 쪽 전공자가 아닌 탓에 그저 그런 일반론적인 에세이에 불과하다는 평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속독, 혹은 남독을 비판하지만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의 독서론과는 명백한 수준 차이가 보인다

 

어쩌면 내 독서 경향 탓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비교적 속독을 하는 편이다

아주 빠른 건 아니지만, 어쨌든 빨리 읽는 축에 낀다

가벼운 책은 한 시간에 100페이지, 어려운 책은 50페이지 (이를테면 "의료개혁과 의료권력", "빈 서판" 등등), 흥미있는 주제나 고전 등은 한 시간에 7-80 페이지를 읽는다

그래서 한가하면 하루에 한 권 정도 읽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속독을 하면,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할 수 없고 줄거리에 치우치게 된다는데 물론 어느 정도 동의한다

빨리 읽다 보면 세심하게 문장 자체를 음미하며 볼 수는 없다

또 사회과학 서적의 경우, 내용이 어려우면 정리가 잘 안 되서 두 번 읽어야겠다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지독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책 한 권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싶어, 어려운 책은 두 번씩 읽기도 했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다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책 수준이 내가 받아 들이기 어려운 정도면 아무리 애를 써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또 지루함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에 맞닥뜨린다

결국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음으로써 독자의 지적 수준을 높히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을 100%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 보다는 80% 정도로 만족하고, 또 다른 책에서 지식과 감동을 얻는 게 현명하다고 본다

 

여기 소개된 다치바나 다카시의 다독은 유명하다

저자는 남독이라고까지 비판하지만, 책을 읽는데 지나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책 읽고 글 쓰는 게 직업인 사람인데,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

다치바나는 인문과학서의 경우 10여 분 동안 가볍게 목차와 전반적인 내용을 훑어 본 후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으라고 한다

저자는 이것을 두고 읽은 책의 수를 늘리려는 과시욕이라고 하지만, 다치바나 정도의 수준이라면 반드시 1페이지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본인 능력이 되면, 가볍게 발췌독 해도 충분히 전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다치바나는 필요없는 책은 과감하게 읽기를 중단하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이것은 못하고 있다

책을 감별할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다 싶어도 일단 끝까지 읽으면 뭔가 건질 게 있을 것 같아 한 번 잡은 책은 꼼꼼하게 다 읽는 편이다

 

저자는 또 생활의 모든 시간을 독서로 바치는 것도 나쁘다고 말한다

저자가 예로 드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책 중독 수준인데, 읽고 쓰기를 본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라 비판할 것은 못 된다고 본다

그렇지만 독서가 본업이 아닌 경우, 어느 정도의 절제는 필요할 것이다

나 역시 지나치게 독서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읽는 시간을 따로 배정하고 있다

저자처럼 일주일에 한 권씩 읽는 것도 좋은 방법 같다

바쁠 때는 그 정도만 읽어도 아주 훌륭하다

1년이면 52권을 읽는 셈이니까

(나는 요즘 TV를 안 보는 대신 한 주에 세 권 정도 읽고 있다)

 

독서법의 정도가 있는 건 아니다

자기 취향에 맞게 원하는 방법대로 읽으면 된다

수준이 낮은 책이라도 본인에게 감동을 주면, 제일 훌륭한 책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독서의 생활화라고 본다

(그렇지만 솔직히 이것도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독서가의 고백처럼, 비록 나는 열심히 책을 읽지만 요즘 같은 미디어 시대에 반드시 독서만이 마음의 양식을 얻는 최고의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바다)

한 때 취미란에 독서라고 쓰면 무식하다는 소릴 들었지만, 이제는 당당히 독서가 취미라고 밝혀도 좋은 시대 같다

그만큼 독서가 당연시 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반증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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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감성 마케팅
김영한.임희정 지음 / 넥서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부터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결과는 아주 실망스럽다

혹 이 책을 읽고 스타벅스의 감성 마케팅에 대해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하워드 슐츠 회장이 직접 쓴 스타벅스 성공기를 읽기 바란다

어느 대학 교수를 겸하고 있다던데, 교수라는 직함이 주는 기대감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싶던 진짜 이유는 스타벅스에 대한 나의 신실한 애정 때문이다

나는 커피를 무척 좋아하는데 커피숖에서 마시는 커피는 참 맛이 없다

그래서 그나마 고소한 맛이라도 있는 원두커피를 마신다

그런데 스타벅스가 등장하면서 놀랄 만큼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됐다

특히 스타벅스 커피는 향이 깊고 맛이 진한데 일반적인 커피 함유량의 두 배를 넣는다고 한다

(이것 때문에 스타벅스는 과대한 카페인을 공급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재료를 아끼지 않아서인지, 스타벅스 커피는 늘 만족스럽다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건 단순히 커피맛 때문은 아니다

스타벅스는 문화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즉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서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문화를 소비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고객들은 스타벅스의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스타벅스가 주는 이미지까지 즐기는 것이다

이건 단지 내 생각에 불과했는데, 주간지에서 미국 특파원이 쓴 글을 읽고 남들도 나처럼 생각한다는 걸 알았다

미국에서 스타벅스란 하나의 문화 공간이라고 한다

미국은 커피가 워낙 일상화 되서 우리처럼 특별히 커피만 파는 커피숖이 없었는데 스타벅스가 생긴 후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하거나 일을 하는 공간이 생긴 셈이다

특히 무선랜 서비스가 되면서 노트북을 들고 기사를 쓰거나 레포트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 미국의 스타벅스는 대화의 장소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업무를 보는 곳으로 변했다고 한다

미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꾼 것이 바로 스타벅스가 성공한 진짜 이유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

아마도 저자는 한국에 있는 스타벅스만 조사한 모양이다

그럼 차라리 한국 스타벅스의 감성 마케팅이라고 할 것이지...

나는 스타벅스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이해해, 스타벅스가 젊은이들에게 주는 의미라든지, 라이프 스타일을 어떻게 바꿨는지 등에 대해 서술하길 바랬다

그런데 책에서는 여성 고객을 공략하라, 계절별 메뉴를 개발하라, 한가한 시간에도 손님을 유치해라 등의 너무 뻔하고 당연한 얘기 뿐이다

말하자면 굳이 스타벅스가 아니더라도 기업 마케팅에 대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충고 뿐이다

저자는 스타벅스에 대해 쓴 게 아니라, 스타벅스를 예로 들었을 뿐이다

 

돈 주고 안 산 게 참 다행인 책이다

다만 북디자인은 무척 잘 한 것 같다

서점에서 보고 읽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숖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

스타벅스가 주는 진짜 의미에 대해, 혹은 나처럼 스타벅스 커피에 대한 애정에 대해 쓴 책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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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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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는 소설이다

한 번은 읽고나서 비판을 하던가 해야 하는데, 중간에 덮고 말았다

나랑은 안 맞는 책이다,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양귀자의 "모순"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양귀자라면 이상 문학상도 수상하고, 나름대로 인정받은 (즉 실력있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모순"이라는 책이 전형적인 통속 소설에 불과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훌륭한 작가라고 해서 그가 쓴 모든 책들이 다 훌륭할 수는 없겠지

그렇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 수준은 되야 하는 거 아닐까?

이문열이 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소설이 있다

그는 후기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유난히 더 아픈 손가락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 책은 자기 기준에 못미친다는 걸 솔직히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문열이라는 작가가 주는 무게감에는 충분히 합당한 괜찮은 소설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이 책,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아무래도 그 일정 기준에 모자란 느낌이다

작가의 다른 책은 안 읽어 봐서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 책은 문장력이 떨어진다

19쇄까지 펴냈다고 하는데, 실망스럽다

 

첫부분은 마음에 와 닿았다

모든 인간 관계가 사실은 권력에 기초한다는 얘기로 시작한다

나는 작가가 미셸 푸코의 글을 읽고 쓴 거라고 확신한다

주인공 인혜는 중고교 시절부터 세진을 무척 좋아한다

그녀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러운 특성들을 세진이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진의 마음에 들고 싶어 공부를 열심히 할 정도였다

그런데 세진은 인혜에게 별 관심이 없다

둘이 자취를 하며 함께 살 만큼 친밀한 관계임에도 세진은 인혜에게 어떤 의존성도 갖지 않는다

나중에야 인혜는 세진이 자신에게 부러워 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사실 세진은 인혜를 대단히 부러워 했다 결손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행복한 인혜의 가정을 부러워 하고, 인혜에게 의존하게 될까 봐 먼저 인혜에 대한 감정을 거둔다 세진은 말하자면, 컴플렉스를 가진 여자다)

 

소녀 시절에는 특히 동성 친구에게 빠지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랬다

내가 갖지 못한, 부러워 할만한 특성들을 가진 주위의 친구에게 빠져든다

단순히 돈이나 지위 같은 것과는 다르다

인격적 특성에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흔히 남성적 매력을 풍기는 선머슴 같은 여자애는 뭇 여학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곤 한다

 

나이가 들면서 이성에게 마음을 뺏기고 나면, 여고 시절 반했던 동성 친구의 매력은 사그러 들게 마련이다

이제 좀 더 성숙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인혜는 남자를 만나면서 세진에 대해 느끼던 부러움이나, 기타 권력 관계를 형성하던 것들이 사실은 별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세진을 잊는다

 

여기까지가 내가 마음에 든 내용이다

모든 인간 관계는 권력에 기초한다는 미셸 푸코의 말에 나는 상당히 동의하는 편인데, 소설에서는 어린 시절 성장기의 삽화들을 통해 잘 그려냈다

그런데 이 다음부터는 도무지 공감이 안 간다

남편의 성불능 때문에 이혼한 인혜는 너무나 손쉽게 남자들을 만난다

인혜라는 여자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소설이기 때문인지, 이혼녀가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이 너무나 쉽고 간단하다

남자를 유혹한다

남자가 넘어 온다

같이 식사를 하고 모텔로 들어간다

이게 그녀의 사랑 공식이다

이혼녀가 남자 유혹하는 게 정말 이렇게 쉬울까?

 

세진이 어린 시절 상처 때문에 불안증을 앓고 있는 부분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

책 광고에서는 정신 분석을 통한 30대 여성의 자아 발견이라는 식으로 이 부분을 강조하던데, 나는 도무지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지 않는다

사변적이고 말 그대로 소설적일 뿐이다

정신 병원에서 상담도 받고 법사에게 내림굿도 받는데 그 과정들이 너무나 통속적이고 뻔하게 읽힌다

법사가 세진의 몸에서 귀신을 쫒아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이런 의식을 통해 고통받던 사람이 편해진다면 그것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칼 세이건의 논리를 믿는 나로서는, 점성술 등을 포함해 이런 의식의 진실됨을 믿을 수가 없는데 그렇다면 이건 플라시보 효과일까?

무의식을 괴롭히던 존재를 쫒아 버렸다고 환자를 안심시킴으로써 불안증을 가라앉히는 것일까?

 

결국 책을 덮고 말았다

줄거리도 별로 궁금하지 않다

특별한 결말이 없을 게 뻔하니까

통속 소설과 문학 소설을 구분짓는 기준은 문장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재나 주제들은 사실 다 통속적이다

책의 수준을 결정짓는 건 작가의 역량을 드러내는 문장력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 점에서 실망스럽다

양귀자의 "모순"을 읽었을 때와 똑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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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2012-01-0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 여자의 사변적인 소설이 그렇게 좋기만 하던데..... 마린님은 별 두개 밖에 안되나 보네요. 책을 선택하는 기준도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 만큼이나 제 각각이군요.

그 밖에 앞에있는 책들에 대한 별 점은 대부분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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