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 자연의 역사를 읽는 사람들
랜스 그란데 지음, 김새남 옮김, 이정모 감수 / 소소의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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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내용일까 봐 걱정했는데 과학책이라기 보다는 에세이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지난 번에 읽은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는 공룡학자가 된 저자의 개인사와 공룡에 대한 최신 연구 소견이 합해져 정말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책은 거의 전적으로 시카고 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에 관한 수필집이라 과학적인 내용이 없어 아쉽다.

큐레이터, 특히 저자처럼 연구 큐레이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흥미로울 것 같다.

딱히 과학적 소견도 없는데 서울시립과학 관장인 이정모씨의 감수는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박물관 직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많아 흥미롭긴 한데 학구적인 사진들은 아니라 아쉽다.

표지에 나온 저 우람한 공룡은 티 렉스인데 발견자의 이름을 따 수라고 불린다.

얼마나 유명한 공룡인지 당시 대통령인 클린턴까지 관람하고 갔다.

미국에는 상업적인 화석 발굴 회사들이 있는 모양이다.

지난 번 공룡책에서도 학자인 저자가 이들을 비판했던 글이 생각난다.

얼마나 화석 발굴이 일반화 됐으면 학자가 아닌 사업가들이 뛰어들었을까.

대중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놀랍고, 땅이 넓고 투자할 여력이 많다 보니 미국은 참 별 사업이 다 있구나 싶다.

티 렉스를 발굴한 회사는 20개월에 걸쳐 이것을 암석에서 분리하는 고된 작업을 했으나 사유지에 무단 침입한 게 드러나 결국 이 거대한 화석은 땅주인 소유가 되어 경매에 부쳐졌다.

무려 8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시카고 박물관이 낙찰을 받아 저렇게 멋진 전시품으로 탄생하게 됐다.

이 복잡한 과정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는 아무리 소유권이 땅 주인에게 있다고 해도 발굴하는데만 2년여가 걸린 엄청난 작업을 한 사람은 보상은 커녕 감옥에 들어갔다는 게 희안하다.

공룡 화석이 백 억에 가까운 금액으로 거래될 정도이니 과연 쥬라기 공원 같은 영화가 나올 만 하다.

확실히 미국은 과학의 나라인 것 같다.

과학에 관한 대중들의 관심도 놀랍고 국가의 투자도 굉장한 듯하다.

그런데도 한 쪽에서는 창조론을 교과서에 수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참 재밌는 나라다.

저자도 마지막 장에서 미국의 과학 문맹이 심각함을 걱정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든 부분이 바로 마지막 장이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저자처럼 종교가 과학의 영역을 침범해 진실을 가리우고 있음을 걱정할 것이다.

진화란 자연에서 일관성 있게 발견되는 패턴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이론이라는 말에 정말 공감이 간다.

과학자들은 보통 동료 집단에게 인정받기 위해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학술 지원금을 따내는 것에 총력을 기울인다.

학계는 전문 연구가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이므로 오늘날 미국 과학계의 수준은 세계적이나 불행히도 대중과 공유하지 못하고 있음을 저자는 안타까워 하고 있다.

비단 과학계가 아니어도 내가 관심갖고 있는 역사학계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읽었었다.

민족주의에 기반한 유사역사학이 판을 치는데도 학자들은 대중서 출간이 실적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학문적 이미지에 손상이 가므로 기피한다는 것이다.

엘리트와 대중간의 간극차는 비단 학계 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전문가들의 연구 성과를 어떻게 대중에게 잘 전달할 것인가, 대중을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가 참 중요한 시대인 것 같다.

전문가의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는 시대가 아닌 "대중사회"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큐레이터들은 아주 중요하고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박물관에서 전시를 하면 대중들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고 교육적인 효과가 높아진다.

나를 봐도 별 관심없는 주제였다가 우연히 전시회에 다녀온 후 호기심이 생겨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려서는 누구나 자연 환경에 호기심을 갖고 있고 성인이 된 후 잠시 잊었다가도 전시회를 다녀오면 곧 호기심이 되살아 날 수 있다면서 대중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박사 학위를 수여할 정도라니, 그 수준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테뉴어라는 정년 보장제이다.

지금은 한국도 정식 교수 되기가 어렵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학교에 취업을 하면 정년 보장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 왔는데 미국은 이 테뉴어가 대단히 얻기 힘든 자격인 모양이다.

저런 치열한 경쟁이 있기에 발전하는 것 같다.

노동자 계층에서 태어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영학 대학을 다니던 저자가 어느날 선물받은 고대 어류 암석에 대한 호기심으로 갑자기 고생물학자가 된 사연이 재밌다.

같이 일한 양서류 분과의 큐레이터가 뱀에게 물린 후 가볍게 생각하고 병원에 안 갔는데, 물린지 28시간 만에 내출혈로 사망한 이야기가 나와 안타까웠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한 연예인의 애견에 물린 여자도 파상풍으로 사망했었다.

맹독이 이렇게 무서운 모양이다.

저자가 관리자가 된 후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미국 박물관은 한국처럼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좋은 인재를 유치하여 명성이 있는 연구를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고 자본주의의 나라답게 관람객을 모아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표지의 멋진 티 렉스도 시카고 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품이 되어 관람객들을 불러 들이고 있다.

큐레이터가 단순히 전시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전세계를 다니면서 발굴을 하고, 논문을 써서 학회에 발표하고, 대학원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다.

대학 교수와 같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고 그만한 대우를 받는 셈이니 이 박물관의 질적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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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 지구상 가장 찬란했던 진화와 멸종의 연대기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양병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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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 보는 과학책이다.

어려울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너무 재밌다.

저널리스트를 꿈꿨다는 저자답게 재밌게 글을 쓸 줄 안다고 할까.

지루한 공룡 생활사나 발굴 이야기만 나열하지 않고 자신의 어린 시절과 이 분야의 대가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삽입해서 독자들에게 마치 수필 읽는 느낌을 준다.

공룡도 공룡이지만 고생물학자가 된 저자의 이야기가 더 재밌었다.

미국은 정말 공룡이 대중화 된 모양이다.

마치 우리가 유적 답사 가는 것처럼 공룡 화석 발굴하러 애호가들과 함께 사막으로 떠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대중들에게 공룡을 강연하러 다니는 학자들이 명성을 얻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스타라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칼 세이건이 괜히 유명해진 게 아니었다.

대중적으로 이렇게 과학의 관심도가 높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기자를 꿈꾸던 저자는 그 나이 아이들처럼 공룡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는데 폴 세레노라는 유명한 교수의 강연을 따라 다니며 그 사람의 기사를 전부 스크랩 하고 심지어 직접 전화도 하고 이메일도 보내더니 급기야는 그에게 수업을 듣기 위해 진로를 바꿔 시카고 대학 고생물학부에 입학하게 된다.

정말 놀라운 성장기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이돌 따라 다니다 가수가 된 경우인가?

폴 올슨이라는 어린이도 자기가 사는 지역에 공룡 화석들이 발견되자 이 곳을 유적지로 지정하기 위해 닉슨 대통령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내 일을 성사키기고 그 역시 유명한 고생물학자가 된다.

미국 어린이들은 정말 진취적이고 사회가 이런 활동들을 지지해 주는 분위기 같다.

학자들 역시 어린이들의 관심을 무시하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해 주고 격려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행성이 충돌해 백악기 단층이 바뀐 이탈리아의 구비오라는 곳을 찾아가기 위해 10대 소년이 직접 그 논문을 발표한 학자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물어보고, 이 분은 또 상세하게 그 곳을 알려주고 훗날 학계에서 다시 만나 그 때 일을 회상한다는 아름다운 스토리!

심지어 이 학자의 아버지는 무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분이다.

미국의 과학 발달이 최첨단에 서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라는 제목답게 나로서는 놀랄 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1) 가장 놀라운 주장은 공룡의 후손이 곧 새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일부 공룡이 깃털을 갖게 되고 새로 진화했다는 정도이지 모든 공룡이 다 깃털 공룡일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공룡은 파충류이므로 비늘이 있지 온혈동물처럼 깃털이라니.

그러고 보면 이제 공룡은 변온동물이 아니라 조류처럼 온혈동물로 생각해야 하는가?

더 신기한 건 날개가 단지 날기위해 진화된 것이 아니라 몸 구조가 생존에 적합하게 발달하다 보니 우연히 날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공룡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그 깃털은 날개를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보온과 과시 목적으로 작용했고 나는 것은 여러 과정에서 정말 우연히 획득한 능력이라고 한다.

공작새의 꼬리처럼 과시 목적의 깃털 달린 공룡이라니!

깃털까지 화석으로 남기 힘들어 그 동안 매우 드물었으나 랴오닝 성에서 엄청나게 많은 깃털 공룡들이 매주 발굴된다고 한다.

매월 새로운 공룡들이 계속 이름을 갖게 된다.

모든 공룡이 다 새로 발전한 것은 아니고 우리가 무섭게 생각하는 수각류, 간단히 말해 이족 보행을 하면서 무시무시한 턱과 이빨을 가진 엄청난 크기의 육식동물, T-rex 같은 애들이 몸집이 작아지더니 어느날 갑자기 새가 된 것이다.

기낭이라고 들숨과 날숨에 다 산소 공급을 할 수 있는 고효율 폐, 즉 기낭이 있고, 뼈는 가벼우며 쇄골이 융합되어 오늘날 새처럼 차골이 생긴다.

사실 공룡이 거대한 크기로 자랄 수 있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에 나온 것과는 달리 T-rex 는 너무 커서 자동차를 따라잡을 만큼 빠른 속도로 달릴 수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0여 톤에 달하는 엄청난 거구가 치타처럼 시속 100km 로 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인간보다는 훨씬 빨라 16~40km/h 속도로 뛸 수 있었고 이런 상황이라 달려서 잡기 보다는 매복해 있다가 엄청난 두개골로 한방에 박아 버린 후 바나나 길이 정도의 엄청난 이빨로 무려 뼈까지 씹어 버린다고 한다!

먹이감의 뼈에 이빨 자국이 남아 있다니 정말 놀랍다.

뼈를 씹어 먹을 정도의 파괴력이면 과연 지구상 최고의 괴수였던 듯하다.

또 놀라운 것은 이들이 혼자 다니는 게 아니라 집단으로 사냥을 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새처럼 군집 생활을 하고 알을 낳으면 아이들을 양육했다.

그런데 너무 작은 크기로 태어나므로 일정 기간 보호해 주지 않으면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 같긴 하다.

또 재밌는 게 이들은 새처럼 한번에 급속하게 자란다.

조금씩 계속 자라는 게 아니라 급성장을 하는데 이것도 온혈동물의 증거라고 한다.

보통 30년 정도 살았다고 하니 수명도 길다.

이들은 백악기에 활동했으므로 이 때는 이미 남반구와 북반구로 대륙이 갈라진 후라 오늘날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는 이 공룡들을 볼 수 없고 대신 다른 종류의 육식동물들이 등장한다.

티 렉스는 북아메리카와 아시아의 패자였다.


2)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시 공룡이 왜 멸망했는지다.

내가 어려서 처음 공룡책을 읽을 때만 해도 소행성 충돌설도 있다고 소개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소행성 충돌은 공룡의 공식적인 멸망 원인으로 정립된 모양이다.

다만 소행성만이 유일한 원인인지 아니면 이미 공룡이 몰락해 가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한 방이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있나 보다.

소행성 충돌로 70%의 생물종이 멸종했으나 양서류와 거북이나 악어 같은 파충류, 그리고 우리의 조상인 포유류는 살아 남았다.

소행성이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후 핵폭탄 10억개가 터진 것과 맞먹는 엄청난 에너지 분출로 인해 이른바 핵겨울이 왔다.

식물들이 광합성을 못해 죽어가자 초식공룡이 죽고 그 위에 육식공룡도 먹이사슬 파괴로 멸종하고 만다.

반면 수중 생활을 병행하던 양서류나 악어류 등은 호수에 몸을 숨겨 버텼고 포유류도 땅을 파고 들어간다.

새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덩치가 큰 공룡들은 불바다가 되고 다시 추워진 육지 밖에는 피할 곳이 없었던 것이다.

먹잇감이 없자 포유류는 식물 대신 다른 것들을 먹으면서 버틴다.

잡식성이 생존에 유리했던 것이다.

공룡은 비록 백악기 말에 생존에 실패했으나 이들도 페름기 화산 폭발로 인한 생태계 변화로 전 생물종의 90%가 멸종할 때 잘 살아 남아 텅 빈 지구를 점령하고 1억 5천만년 동안 번성했다.

그러나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 때는 그 행운이 포유류에게 찾아온 셈이다.

덩치 큰 최상위 포식자들이 사라졌으니 50만 년이 지나 생태계가 정상화 되자 땅 속에 숨어살던 포유류들이 밖으로 나와 전 지구를 채우고 번성하게 된다.

결국 자연 상태의 급격한 변화에 살아 남은 자들이 자손을 이어가는데 이것은 예측하기 힘든 우연과 행운의 기묘한 조합 같다.


어려운 과학책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공룡의 생활사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 또 마치 에세이를 읽듯 문장력 자체가 훌륭해 정말 재밌게 읽었다.

번역도 아주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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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 - 대체의학의 진실
사이먼 싱 외 지음, 한상연 옮김 / 윤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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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상한 것을 믿는 것일까?

제목 한 번 잘 지었다.
스켑틱과도 통하는 책이고 마이클 셔머의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를 떠올리는 책이다.
공동저자 중 한 명이 쓴 <대체의학이라 불리는 사기>를 먼저 읽어서 같은 내용이면 어쩌나 싶었는데 더 재밌고 이해하기 쉽다.
아주 명료하게 과학적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일반 대중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려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서구권에서는 대체의학이라고 하고 한국에서는 한의학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은 독특하게 의사 면허 외에 한의사라는 면허가 따로 있어 현대의학이라는 범주가 좀 애매한데 책 내용에 따르면 침술과 약초 요법이 해당되므로 대체의학 범주에 속한다.
한의학의 존재 때문인지 한국 사람들은 현대의학을 양의학이라고 따로 지칭하지만 현대의학, 주류의학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의사들은 전 세계의 표준적인 보편적 의학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동양의학, 서양의학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대체의학 혹은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서양의학도 20세기 들어서 치료 효과가 입증되기 전에는 사혈이나 체액설 등을 믿었다.
책에도 사례가 나온다.
조지 워싱턴이 사혈 요법을 받다가 지나친 체액 소실로 사망했다.
대체의학을 침술, 동종요법, 카이로프랙틱, 약초요법 네 가지로 나눠서 과연 이 치료들이 임상적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했다.
침술은 두통과 구역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경우가 간혹 있고 동종요법은 전혀 효과가 없으며 카이로프랙틱은 허리 통증 완화에 한해서 효과가 있다. 
약초요법은 약리효과가 있는 유효성분은 약으로 정제되어 사용하고 있으므로 약리학에 속하고 그 외에 전체 식물을 다 먹어야 하는 경우는 오히려 부작용을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임상실험을 통해 임상효과를 내는지로 검증했다.
과학만능주의라는 말로 비판을 하는데 저자들은 과학이란 의견이 아니라 진리를 밝히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공정성이나 문화다원주의 이런 의견적 영역이 아니라, 치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아무 감정없이 입증하는 것이 바로 임상실험이고 의학이고 과학이다.
그러므로 실험을 통해 치료 효과가 입증되면 현대의학의 영역에 받아들여 표준적인 치료법이 되는 것이고, 효과가 없다면 배제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무작위 이중 맹검법의 설계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데 이 방법이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해 공들여 설명한다.
침술의 경우 아픈 부위에 자극을 주면 통증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고, 그런 신경자극을 통한 치료가 IMS 기법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특정 부위에 침을 놔서 다른 장기의 질병을 낫게 한다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해 동양의학에서 주장하는 기라던가 혈자리, 경락 같은 개념이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일종의 철학 체계라는 것이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이렇게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은 해부가 가능했는지 차이라고 한다.
일리있는 말 같다.
저자들은 동양에서는 신체 해부가 금기시됐기 때문에 당시 의사들이 신체에 대해 상상의 체계를 만들었으리라 추정한다.
오장육부나 기 같은 추상적인 철학 체계 말이다.
저자들은 대체의학이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 까닭이 전적으로 플라시보 효과라고 단언한다.
의미가 있는 치료라면 언제나 누구에게서나 일정한 효과를 내야 하는데 대체의학의 여러 시술들은 이러한 임상실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그래서 현대의학에 들어오지 못했다.
괴혈병의 치료법이 라임을 먹는 것이고, 말라리아 치료법이 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키니네를 복용하는 것처럼 효과가 있으면 현대의학에 속하게 되고, 동일한 효과를 내지 못하면 배척된다.

플라시보 효과만으로 대체의학의 의미가 있지는 않을까?
저자들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주장한다.
1) 부작용 우려.
의사들이 처방하는 모든 약은 성분과 부작용, 사용 용량 등이 표기되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대체의학에 사용되는 약초들은 위생당국의 규제로부터 벗어나 있다.
대체의학의 약초들이 정식의학으로 인정받으려면 임상실험을 통과하여 허가받은 약들과 똑같은 기준에 맞춰 그 성분을 공개해야 한다.
2) 잘못된 의학적 조언들
비근한 예로 예방접종을 못하게 하는 안아키 같은 경우다.
잘못된 조언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3) 과도한 비용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크다.
저자들은 카이로프랙틱과 물리치료가 큰 차이가 없지만 비용 면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도수치료 같은 게 해당되려나?
효과의 차이가 미미한데도 환자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많은 돈을 쓰게 된다.
이런 대체의학이 건강보험으로 허용이 된다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4) 진실의 문제
과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우리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히는 과정이다.
단지 심리적 위안이라는 측면에서 마치 그것이 사실인양 현대의학 안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앞으로 더 나아가기 힘들다.

현대의학이 가져다 준 엄청난 혜택, 이를테면 주산기 사망률 감소, 예방접종의 효과, 항생제, 외과적 수술,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치료, 항암요법 등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의학을 불신하고 뭔가 다른 그럴 듯한 치료법이 있지 않을까 주변을 둘러본다.
꼭 같은 경우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사람들이 종교적 심성을 갖고 있고 여전히 인류는 달에 가지 않았다고 믿고, 진화가 아닌 인격신이 목적을 가지고 인간을 만들었다는 창조론을 믿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건강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올바른 의학적 선택을 하는 것도 중요하니 정치적 공정성, 도덕성 이런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과연 이 치료가 부작용이 없는지 효과는 입증이 됐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번역이 매끄러워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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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음의 과학 - 세계적 사상가 4인의 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김명주 옮김, 장대익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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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가 된 것은 전적으로 리처드 도킨스 덕분이다.

<만들어진 신>을 읽고 기독교를 버렸던 것 같다.

지금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더 정확히는 지구 6000년 설을 믿고 있는 근본주의자인 엄마 때문에 편안한 무신론자가 되지 못하고 내 신념을 지지해 줄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다.

네 사람의 유명 지식인들이 등장하는데 도킨스의 책만 읽어 봤다.

다른 세 명의 저작들도 곧 읽어 볼 생각이다.

어려워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아주 평이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네 명이 모여서 편안하게 대화한 내용을 엮은 일종의 대담집이기 때문이다.

유튜브에도 영상이 올라와 있다고 한다.

도킨스의 견해에 가장 동의해서 제일 많이 옮겨 적었다.

우주 그 자체가 너무나 경이롭기 때문에 초자연적인 존재 따위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종교의 대안으로 인류가 이룩한 문화적 유산은 어떨까?

어떤 책에서 종교가 사라진 현대인들에게 미술관은 교회의 역할을 한다는 글귀를 봤다.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말이 정말로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앞서 읽은 인류학 저서들에 따르면 우리는 숲에서 벗어나 사바나로 진출하면서, 또 아프리카를 탈출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면서 집단을 이루어 포식자와 추위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했다.

이 사회성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도덕이라고 부르는 기본적인 사회규범이 진화해 왔다고 한다.

종교심도 이런 마음의 진화 내지는 사회성 중 일부일 것 같다.

그렇다면 종교는 인간의 한 본성이므로 사라지지 않을 것 같고 지금처럼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지만 않으면 될텐데,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혼자 믿음을 간직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면 그저 개인의 가치관 정도로 생각될 수 있을텐데, 전도라는 이름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믿음을 강요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드는 게 문제인 것 같다.

특히 창조론을 가르치자는 미국의 근본주의자들이나 신의 이름으로 폭탄 테러를 자행하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엄마와 논쟁을 벌일 때마다 항상 답답했던 점이, 모든 것이 다 성경에 나와 있는데 왜 안 믿냐는 것이다.

성경에 쓰여 있다는 게 바로 근거이다.

이러니 토론이 될 수가 없고 종교는 합리적인 사고의 대상이 아니라 막연하면서도 절대적인 교조적 신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과학적 사고방식과 함께 갈 수가 없는데 성경은 과학이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코메디 같다.

과학은 오만하다, 과학이 다 설명할 수 없다고 하지만, 오히려 도킨스에 따르면 과학이야 말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매우 겸손한 집단이다.

그리고 인간이 우주의 생성 원리에 대해 다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대로 초자연적인 존재의 증거가 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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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폭력의 기원 - 폭력의 동물적 기원을 탐구하다
야마기와 주이치 지음, 한승동 옮김 / 곰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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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이 참 예쁘다.

"인간 폭력의 기원" 이 과연 무엇인지 시원하게 밝혀 줄거라 기대했는데 솔직히 원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역자가 마지막에 정리한 바에 따르면, 유인원들은 폭력을 행사하긴 하지만 인간처럼 대량 학살은 자행하지 않고, 우리가 이런 대규모의 무자비한 폭력을 저지르는 원인은, 지켜야 할 자산이 많은 농경 사회의 출현, 그리고 언어를 통해 본 적도 없는 조상들로까지 정체성을 확대시켜 급기야 오늘날의 민족이니 국가를 만들어 낸 사회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앞서 읽은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 에서도 인간의 독특한 본능인 문화적 속성과 사회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릴라를 연구하는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대형 유인원들 역시 사회를 이루고 있으나 인간처럼 집단을 이루면서 짝 생활, 즉 가족을 형성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집단으로 모여 사는 이유는 포식자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랑우탄은 단혼제로 암컷과 수컷의 체격이 거의 비슷해 무리를 이루지 않고 가족끼리 살아간다.

침팬지와 고릴라는 수컷이 훨씬 큰데 암컷은 핵심 수컷들의 무리에서 보호를 받고 교미 상대가 되어 아이를 키운다.

단 한 명의 암컷과 수컷이 교미하지 않고 여러 명과 교미를 하는데 인간처럼 가족을 이루지 않는다.

다만 아이를 키워주는 친밀도 있는 사람과는 성년이 되어서도 교미하지 않는다.

이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근친상간의 터부는 비단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영장류 사회에서도 자신을 키워 준 어미하고는 자녀가 교미하지 않는다.

단 아비가 자녀 양육에 참여하지 않으면 딸과 교미하게 된다.

인간 역시 가족을 이룰 때 교미할 수 있는 상대는 오직 배우자 뿐이다.

아버지와 딸, 혹은 어머니와 아들, 숙부와 조카, 조부와 손녀 등은 절대적으로 성관계가 금지된다.

이런 근친상간의 터부 덕분에 인간은 가족을 이루고 평화롭게 공동육아를 시행하면서 집단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유전적으로도 열성 형질을 피하기 위해 근친상간의 회피가 종 번식에 이득이 된다.

수컷의 새끼 살해도 인상적이었다.

아이를 키울 때는 암컷이 발정하지 않기 때문에 교미 상대가 부족하게 되면 수컷은 새끼를 죽여 버리고 암컷을 차지한다.

보노보의 경우는 육아 기간에 임신을 하지 못하지만 발정은 빨리 가능해짐으로써 새끼 살해를 피한다고 한다.

섹스가 단순히 쾌락의 차원이 아니라 매우 핵심적인 본능이고 오히려 모성애나 부성애가 이차적으로 만들어진 감정 같다.

유인원들은 집단을 이루어 먹이를 나눠 줌으로써 함께 공감하고 협력한다.

앞서 읽은 책에서도 인간이 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속성 중 하나가 바로 고기의 공유였다.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물의 궁극적 생존 목적은 먹이와 성행위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고 사회성 역시 인간의 중요한 본능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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