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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그림여행 - 특별 보급판
스테파노 추피 지음, 이화진.서현주.주은정 옮김 / 예경 / 2009년 5월
평점 :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던 책들 열심히 읽고 있다.
옛날 책들을 다시 보니 좋으면서도 시의성에 뒤떨어진 기분도 들고 그래도 읽다 보면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돼서 어떤 독서든 다 나름의 의미있는 시간들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이 매력적인 표지의 주인공은 베를린 국립미술관에 있는 반 데르 베이덴의 작품이다.
무려 15세기 작품이니 서양화의 색채감과 드로잉은 참으로 놀랍긴 하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조선 초기 작품이니 과연 인체와 자연에 대한 서양인들의 관심도는 놀랍다.
예술서적을 주로 출판하는 곳이라 도판질도 비교적 양호하고 가능하면 많은 도판들을 실으려고 해서 여러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운 점은 작품을 소개하는 이런 책들이 흔히 갖는 편집의 문제와 번역이다.
주제를 서술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많은 작품들을 소개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통일성이 부족하고 글이 뚝뚝 끊긴다.
그리고 언제나 아쉬운 번역의 문제다.
영어권 번역은 자연스러운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고 이탈리아나 독일어권 서적들은 보통 어색하다.
번역자들이 적어서 그런가?
더군다나 이 책은 세 사람의 공동역자라 그런가 같은 미술관도 서로 다르게 번역한 경우도 종종 나온다.
그리고 번역투의 문체는 어쩔 수 없이 어색해서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좋은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르네상스부터 20세기 팝아트까지 유럽 미술사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특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미국이나 이탈리아 회화도 같이 소개해 신선했고 많은 작품들을 실어줘서 좋긴 한데 번역투의 어색한 문장들은 가독성을 많이 떨어뜨린다는 게 아쉽다.
<오류>
58p
로히르 반 데르 베이덴 <그리스도의 탄생> 슈타틀리세 미술관, 베를린
-> 베를린의 슈타틀리세 미술관은 어디란 말인가? Staatliche museen zu Berlin 즉 베를린 국립박물관이다. state 라는 뜻으로 베를린에 있는 여러 국가 박물관을 총칭하는 단어다. 저렇게 표기하면 슈타틀리세 미술관이 따로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게 표기해 주면 좋겠다.
73p
한스 멤링 <밧세바> 스타츠 미술관, 슈투트가르트
->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Staatsgalerie, 죽 국립미술관에 있는 작품이다.
스타츠 미술관이라고 한글로 써놓으면 미술관 이름이 스타츠인 줄 오해하게 된다. 역자가 전공자던데 이런 부분이 아쉽다.
99p
히에로니무스 보스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 켄트 미술관
-> 켄트 미술관이라고 해서 내가 잘 모르는 곳인가 싶어 찾아보니 벨기에의 Ghent, 즉 겐트(혹은 헨트) 미술관이다.
켄트 미술관은 미국에 따로 있다. 역자가 전공자던데 이런 부분은 신경을 좀 써 주면 좋겠다.
104p
알브레히트 뒤러 <시스킨의 성모 마리아> 국립미술관, 베를린
-> 역자가 세 명이라 위의 역자와 다른 사람이 번역한 것인가? 여기는 또 국립미술관이라고 번역했다. 이런 식으로 통일성이 없는 게 이 책 번역의 문제다.
시스킨의 성모 마리아라고 하니 원어 표기도 없고 시스킨이 도대체 뭔가 했다.
Madonna with the siskin 즉 성모와 방울새로 보통 번역한다. 시스킨의 성모라고 하면 원어를 표기해 주면 좋겠다.
108p
이후 미켈란젤로는 바티칸에 있는 파울린 예배당을 위해 <성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과 <성 바울의 개종>을 제작하였다.
-> 파울린 예배당이 어딘가 했더니 바티칸 성당에 있는 Cappella Paolina 즉 바오로 경당이다. <성 바울의 개종>이라고 번역하면서 파울린 예배당이라고 하니 같은 용어를 다르게 번역해 헷갈린다.
142p
야코포 틴토레토 <노예들을 구하는 성 마르코> 갈레리아 델라카데이미아, 베네치아
-> The Miracle of the Slave 혹은 The Miracle of St. Mark 즉 노예를 구하는 성 마르코로 번역해야 한다. 주인 몰래 성지 순례를 다녀온 노예를 죽이려 할 때 성 마르코가 구하는 장면이고, 노예들이 아니라 the slave 노예 한 사람이다.
이 그림은 Gallerie dell'Accademia in Venice 에 있다. 기왕이면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게 베네치아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이라고 번역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다른 부분에서는 또 아카데미아 미술관이라고 해서 일관성이 없다. 역자가 다른 탓인가?
144p
1553년경, 베네치아 총독궁의 살라 델 콘실리오 데이 디에치에서 작업하던 베로네세는 그곳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다.
-> Sala del Consiglio dei Dieci 즉 10인 위원회 회의실이다. 가뜩이나 이탈리아 말도 생소한데 원어 표기도 없이 저렇게 한글로 써 놓으면 어딘 줄 안단 말인지.
154p
프랑수아 1세와 프랑수아 1세의 후계자인 앙리 2세, 샤를 4세의 궁정화가였던 클루에는
-> 앙리 2세의 후계자는 샤를 4세가 아니라 샤를 9세이다.
157p
카바라조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안티카 국립박물관, 로마
-> 이 작품은 Galleria Nazionale d'Arte Antica at Palazzo Barberini에 있으니 바르베리니 궁에 있는 국립회화관이라고 번역하면 더 좋을 것 같다.
188p
마인데르트 흡베마 <미델하르니스로 가는 길>
-> Hobberma 흡베마가 아니라 호베마다.
207p
오노레 프라고나르 <둥근 과자> 카유 재단, 파리
-> 이 작품의 제목은 "Young woman playing with a dog" 즉 강아지와 노는 소녀라고 번역한다. 둥근 과자는 어디서 나온 제목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