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거룩한 하느님,
당신의 눈으로 보시면 오직 나이 많은 어린애와 나이 적은 어린애가 있을 뿐이고, 그 밖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그 어느 쪽을 더 기꺼워하시는지는 당신의아드님이 까마득한 옛날에 이미 일러 주셨나이다. - P55

"즐거운 날이 아주 적고, 반대로 나쁜 날이 너무나 많다고 불평을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이 옳지 않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신께서 우리에게 날이면 날마다 마련해 주시는 은총을 받아들인다면, 설사나쁜 일이 닥쳐온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견디어낼 힘을 넉넉하게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 P58

빌헬름! 내가 감히 이 천국과 같은 그녀를, 이 신뢰를! 자네는 내 마음을 알아줄 거야! 아니, 내 마음은 그렇게까지 타락하지는 않았다! 약하다, 너무 약하다! 그런데 약하다는 것이 바로 타락이 아닐까?
그녀는 내게 신성한 존재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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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어린애처럼 아무 분별도 없이 그저 빈둥거리면서 하루를보내는 것, 인형이나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부질없이 옷을 벗겼다 입혔다 하는가 하면, 엄마가 과자를 넣고 잠가둔 서랍 근처를 자못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돌아다니는 것, 그러다가 갈망하던 물건을 손아귀에 넣으면 볼이 뿌듯하게 그것을 입에쑤셔넣고 먹으면서 ‘더 먹을래!‘ 하고 졸라대는 것, 이런 생활이야말로 누구보다도 행복한 생활이라는 것이지.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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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대의 영혼이 무한한 신의 거울인 것처럼, 종이를 그대 영혼의 거울로 삼을 수 없을까?‘ 나의 벗이여, 그러나 나는 그 생각에 억눌려서 쓰러져버린다. 이런 현상의 장엄한 힘에 압도당하고 마는 것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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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는 ‘말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절망감을 떨쳐 내기가어렵다. 말이 소통의 능력을 회복할 수 있을 때 이 시대는 좁은출구를 겨우 찾아갈 수 있을 터인데, 말이 적대하는 전투에 동원된 시대에 나의 말은 무력하게 들리지만, 무의미하지는 않기를나는 바란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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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또래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온다. 오래 누워서 앓던 사람들은 천천히 죽고, 보약 먹고 골프 치던 사람들은 갑자기죽는다. 남의 집에 저녁 마실 온 듯이 문상 왔던 사람들이 몇 달후에 영정 속에 들어가서 절을 받고 있다. 내가 미워했던 자들도죽고 나를 미워했던 자들도 죽어서, 사람은 죽고 없는데 미움의허깨비가 살아서 돌아다니니 헛되고 헛되다. - P35

나는 내가 사는 마을의 길 건너, 일산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서 햇볕을 쪼인다. 햇볕을 쪼일 때, 나와 해는 직접 마주 대해서대등한 자연물自然物이 된다. - P43

죽으면 말길이 끊어져서 죽은 자는 산 자에게 죽음의 내용을전할 수 없고, 죽은 자는 죽었기 때문에 죽음을 인지할 수 없다.
인간은 그저 죽을 뿐, 죽음을 경험할 수는 없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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