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책을 읽으면 나의 일반 상식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개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일전에 서평한 우분투가 그랬고 텍슈량스도 그랬다. 특히 소통이 중요한 시대라 많은 전문 분야에서의 커뮤니케이터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 와중에 최근에는 동물과 교감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란 것도 있고 비주얼 커뮤니케이터, 인터넷 커뮤니케이터란 것도 있단다. 그렇다면 사람이나 동물과 같은 생명체나 IT적인 부분이 아닌, 물건과도 소통하는 커뮤니케이터가 있을까. 작가는 건축사로 실제 인문학을 바탕으로하여 자신의 분야를 통해 건축 커뮤니케이터 활동을 하고 있다.
Ubuntu(우분투) - 데이비드 R. 해밀턴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6855877
택슈랑스 - 김영록, 김정민|박철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4650138
작가는 '건축은 사랑이다'라는 낭만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계기를 만든 사건은 당시에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불안을 안겨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었다. 조용원씨는 당시에 직접 헌혈과 인명구조를 하면서 사람들이 대개의 시간을 보내는 건축물이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는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면서 이를 계기 삼아 그러한 모토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내 경우 건축에 관하여 문외한인 관계로 이런 직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란 것은 정형적이다. 커다란 건축 도면을 전용책상에 널따랗게 펼쳐놓고 열중해서 자를 대고 선을 긋는 모습 정도.
[내가 만난 e-사람] 사람을 살리는 건축을 설계하는 건축커뮤니케이터 조원용을 만나다 by 지식소통 조연심
http://blog.daum.net/image03/6924920
사람을 살리는 건축을 설계하는 건축커뮤니케이터 조원용을 만나다
http://blog.naver.com/pbclick?Redirect=Log&logNo=70167690266
그런데 지은이의 활동은 사무실에서 벗어나 국내 주요 건축설계경기에 여러 차례 당선된 이력 이외에도 여러 대학, 지자체, 기업과 같은 기관에서 건축에 대해 강의하며 각종 체험활동과 같은 프로그램 및 브랜드를 만들어 청소년을 위한 창의력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가 건축과 창의력을 연관 짓는 것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데 얼마 전에 아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온라인 게시물이그러했다.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한 그림을 천을 이용해 봉제하여 인형으로 만든 것을 모아놓은 이미지였다.
출처
http://pann.nate.com/talk/318299917
아이들은 손쉽게 자신의 상상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2차원적이 방식인 종이위에 택한다. 하지만 건축활동과 같이 그림을 3차원적인 방식으로 현실로 현출해내는 능력은 공간지각력과 용도 및 심미성을 고려하기 위한 색감과 디자인 능력까지 다방면의 재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결과물이 주는 즐거움을 누림과 동시에 창의력을 배양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건물은 인간의 생활을 위한 3대 필수요소인 의식주 중에 속하며 대개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 진정한 건축의 의미를 알고자 한다면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통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건축 인본주의로 그러한 발로에서 나온 것일테다.
특히 공간은 주변과의 조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건축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통해 어울림에 관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일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책에는 건축물 이외에도 실내에 장식이 되는 액자가 사로로 긴 이유나 마당에 심어진 나무, 그리고 사시사철 변하는 날씨와 계절별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까지 건축에서 파생된 주변환경과 유기성을 가진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그리고 건축물에 주인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나이든 노인과 아직 어린 아이들에 관 주제에 관해서도 다룬다.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강조표시해두었다. 주방에 관한 이야기나 학창시절에 가정이나 기술, 실습이란 과목에서 보던 이야기도 들어있던 이야기라 옛날 생각도 나고 더 몰입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실제 책의 내용은 2013년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있기도 하다. 책의 내부는 다양한 사진과 관련 이미지 등의 시각자료가 풍부해 이해도 쉽고 지루하지 않다. 글쓴이의 개인적인 체험과 솔직한 경험담도 등장하는 친근한 느낌의 책이며 대중 눈높이에 맞는 교양서임과 동시에 학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서적이다.
개정판을 내며· 04 프롤로그· 06 추천의 글· 08 추천의 글· 10 CHAPTER 01 건축, 인문학이라 부르다
공간, 원래부터 비어 있다· 16 │ 건축이란 무엇일까?· 22 ‘사는’ 집, ‘살리는’ 집· 30 │ 사람을 닮은 건축· 38 건축물의 뼈대, 가문의 뼈대· 44 │ 사람이 죽으면 집도 죽는다· 54
CHAPTER 02 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백화점에는 왜 창이 없을까?· 64 │ 백화점 화장실에는 왜 출입문이 없을까?· 70 은행 천정이 높은 이유?· 76 │ 음악당 천정은 왜 구불구불할까?· 80 주부의 작업 삼각형· 88 │ 주차장 출입구는 어디에?· 94 발코니, 베란다, 테라스, 필로티?· 100 │ 들어가기 위한 문, 나가기 위한 문· 106 화장실을 쉽게 찾으려면?· 114
CHAPTER 03 건축, 생각 속 직업병
건축가의 직업병· 120 │ 건축물의 중요한 부분· 126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132 │ 어느 쪽이 정면인가?· 136 연계가 필요한 곳은 매개가 필요하다· 140 │ 원리를 이해하면 응용하기가 쉽다· 146 건물에도 헤어스타일이 있다· 152
CHAPTER 04 건축, 사람을 살리거나 죽이거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습니다· 160 │ 사람을 살리는 건축· 166 사람을 죽이는 건축· 170 │ 계단과 주 출입구의 관계· 176 계단의 올라가는 방향, 내려가는 방향· 180
CHAPTER 05 건축, 사람이 먼저다
노인들이 계시는 집에는· 186 │ 손으로 문을 열 수 없다면· 190 점자블록은 자전거도로의 경계표시용?·194 휠체어의 작은 바퀴는 어디에 있을까?· 200 │ 어린이를 위한 건축· 196
CHAPTER 06 건축, 한옥을 만났을 때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216 │ 돌과 나무의 만남· 220 한옥의 지붕과 처마· 228 │ 추녀 끝에 고드름?· 236 키 큰 나무는 왜 집 가까이 심지 않을까?· 240 한국화에는 왜 길고 좁은 액자가 많을까?· 244 │ 천정과 천장· 250
CHAPTER 07 건축, 왜 친환경이어야 할까?
사계절이 있어서 살기 좋다?· 256 │ 건축물에도 내복을 잘 입히자· 262 겨울에 북서풍이 부는 이유?· 266 │ 벽에도 이슬이 맺힌다?· 270 온실 효과· 274
CHAPTER 08 건축, 청소년의 꿈을 키우다
스케치하는 습관을 기르자· 282 │ 줄자를 가지고 다니자· 288 이 공간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292 │ 모형 만들기· 296 계절에 따라 꽃과 나무를 살펴보자· 300 │ 연필심의 H와 B· 304 방향 감각· 308 │ 여행을 떠나자· 312 │ 조 아저씨의 ‘건축창의체험’· 318
에필로그· 324 |
평소에 근자에 지어진 광공서애 출입문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꼈는데 책에도 동일 내용이 나온다. 특히 백화점 같이 쇼핑백으로 손이 바쁜 곳은 출입문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악취와 환기는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하는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은행의 천장이 유독 다른 관공서보다 높은 이유나 내가 명절에 시골로 향하면서 왜 집 가까이에는 대추나무만 줄줄이 심어져 있는 장면만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책에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작가의 지적대로 우리나라는 사계절을 견디는 견디는 건축기술를 가지고 발전시켜왔음에도 오늘날 보금형 주택을 보면 전통을 계승한 것도 아니고 디자인적으로도 지루한 스타일이 많다. 새마을 운동 이후에 그렇게 되었다는데 무분별한 개발산업도 문제지만 우리가 자랑처럼 여기는 두렷한 사례가 유럽처럼 몇백년 된 건축물을 볼 수 없는 이유라니 짐작은 했지만 책에서 직접 확인하고는 많이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한옥촌 개발과 관련해서 소송을 제기했던 외국인에 관한 기사가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작가분께서 내 실명을 적어 사인까지 해주신 책이라 서평하면서 더 즐거웠다. 개별 챕터의 주제들이 모두 호기심을 자아내는 것들이며 재미도 있다. 어느 공간이나 사람의 손이 미치고 생활이 이뤄지는 곳엔 이야기와 사연이 있다는 점을 재확인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기에 누구에게나 추천이다. 집이란 것이 전국적으로 투기수단으로 변모해서 일부 아이들이라 생각하지만 한참 어린 나이에 아파트 평수를 두고 편을 가르며 다투거나 따로 놀기도 한단다. 속상한 이야기지만 아이들이 어른들의 자화상을 답습한 모습이 아닐까.
공간은 금전 이상의 많은 가치를 담고 있고 추억이 생기는 장소임에도 현시대엔 그 의미나 너무나 탁하고 팍팍하다. 누군가 순수한 의미에서 사는 곳을 설명하라 했을 때 가볍게 주소를 대거나 평수와 가격대를 읊는다면 그것은 얼마나 슬픈 이야기이겠는가. 아이들이 평생 살아가는 '공간' 그 자체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어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도움을 받기를 바라며, 혹시 아이들과 함께 읽는 부모라면 자신의 추억의 공간을 이야기 해주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 같다.
내가 책을 읽자마자 번뜩 떠오른 어린 왕자에 한 구절을 남기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턱에서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는 분홍빛의 벽돌집 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면 그들은 "아, 참 좋은 집이구나!" 하고 소리친다.
- 어린왕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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