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 일상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은 여행, 특별한 발견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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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북스의 일본 책을 좋아합니다.

일본에서 일하는 이야기나, 일본 여행 이야기,

일본 지역문화를 다루는 이야기 모두 흥미롭게 다가왔던 경험이 있어

세나북스의 일본 책은 믿고 읽게 되더라구요.

이번이 한 다섯 번째 읽는 세나북스 일본 책 같네요!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이예은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도쿄 여행을 다녀왔던 때를 생각해보며,

도쿄 근교는 또 어떤가 궁금해하며 읽었습니다.

도쿄 사람들은 주말에 어디를 갈까, 라고 생각한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




이 책에서는 근교 식당에 간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사진 중심이라기보다는 글 중심으로 구성되어있었어요.

그중 마음에 들었던 페이지는 멸치 같은 생선인 시라스를 재료로 한 시라스동 이야기.!

뭐랄까, 배고파지는 페이지 ㅋㅋㅋㅋ

먹어보지 못한 도쿄 근교의 음식이 궁금해졌어요.!


-



'오다와라 오뎅'에 대한 페이지도 좋았어요.

그 따뜻한 오뎅은 언제나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다와라 오뎅'이라는 그 공간과 분위기가 그려지는 페이지라

더 맛있게 좋게 다가왔어요.


-




책을 읽고 가장 산책해보고 싶은 도쿄 근교는

시즈오카현 아타미였어요.

동양의 나폴리, 라는 말도 그렇고

로맨틱한 묘사도 그렇고

소도시 여행이나 도쿄 근교 여행을 가게 되면

시즈오카가 괜찮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


좋았던 문장들,

익숙한 생활과 관계를 뒤로하고 떠나온 일본에서는 고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이방인이라는 신분은 현지 사회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해 주는 방패임과 동시에 넘어서기 힘든 벽이기도 하다. ... 가끔은 '섬 안의 작은 섬'이 되어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35

여행은 사실 바깥세상이 아닌, 내면의 세계를 탐험하는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안전지대를 벗어나 낯선 환경에 자신을 노출함으로써, 다름 아닌 자신의 성향과 취향을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여행자가 정작 관찰하는 대상은 외부 풍경이나 이국의 문화보다는 그런 자극에 반응하는 나 자신이 아닐까.

64

유학생의 신분으로 혼자 타지 생활에 적응해 나가던 무렵 자취방에 있던 플라스틱 욕조는 몸도 마음도 벌거벗은 채 쉴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였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표정이나 감정을 모조리 토로할 수 있는.

227

"후지산에 올라가면 후지산을 못 보잖아."

평소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멀찍이 감상하는 존재라고 믿는 내가 받아쳤다.

254

철없던 시절에는 막연한 죽음보다 뚜렷한 노화가 두려워,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내심 동경했었다. 가장 찬란했던 모습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으니까.

297


-


이예은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이야기하자면,

글로 그려내는 그 지역의 분위기나 예쁨이 좋았어요.

맛있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구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나 드라마 <콰르텟> 같은

콘텐츠와 일본 지역을 엮은 부분들은

그 작품들을 감상한 사람들이라면 작품과 함께 곱씹으면서 볼 수 있는 페이지였어요.

현지에서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스며든 감상,

작가의 말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학술적인 지역 문화 이야기도 아니었고,

신나서 방방 뛰는 여행 일기 같은 느낌도 아니었어요.

딱, 담담한 동네 산책 같은 느낌!

그 담담함이 좋았던 책이었네요.

편안한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


-


*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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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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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박성제 #MBC를날리면

창비 <MBC를 날리면> 서포터즈로 참여하게 되어

전 MBC 사장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MBC의 수난사를 읽게 되었어요.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이 책이 나온 곳이 창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어스태핑 때, 이기주 기자가 외쳤던 말들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어요.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

"질문도 못해요?"

딱 그 장면이 뇌리에 남았고, 지금 이 언론 환경을 잘 나타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책 <MBC를 날리면>에

그 이야기도 담기고 공영방송 MBC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고 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책이었네요.

꽤나 재미있더라구요.

단숨에 읽은 책입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눈을 사로잡은 부분들은 크게 세 가지였어요.

보도국장-사장으로 이어지는 결정권자로서의 위치와 그 책임,

MBC 살리기의 과정,

MBC 죽이기의 현실.





방파제와 같은 역할로 최전선에서,

보도국장과 사장으로 자리하며

박성제는 성공적인 결정권자이자 대표자로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라는 말처럼

공영방송의 자리는 생각보다 더 큰 책임이 따르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MBC를 살리기 위해

분투했던 그 기록들은

굉장히 역동적이고,

현장감 있었어요.



MBC 살리기에 힘썼던

저자의 이야기를 되돌아보니

정말 MBC가 많이 살아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 사장 연임에 도전하며

시민평가단 앞에 선 영상도 찾아 보게 되었는데,

이번에 <연인> 드라마도 그렇고,

앞으로 나올 컨텐츠들도 그렇고

사업 계획 같은 걸 그려나가는 그 모습이

명확하게 다가와서 좋았어요.




하지만,

MBC 죽이기.

인상적으로 생각했던 이기주 기자의 이야기도 그렇고,

MBC가 지나왔던 날카로운 수난들이 읽혔어요.

박성제는 사장의 자리에서 물러나며

앞으로의 MBC가 마주하게 될 현실에 대해

상당히 엄중한 경고를 보여주고 있었어요.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왔네요.

-


박성제 <MBC를 날리면>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책이었고,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도 있고,

앞으로의 언론 환경을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 있는 책이기도 했어요.

지금 MBC는 또 뉴스가 끊이지를 않는데,

좋은 친구로 MBC를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서

조금 더 밝은 미래가 약속되었으면 좋겠네요!

파이팅입니다.!

:D



-


*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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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는 언니들 - 12명의 퀴어가 소개하는 제법 번듯한 미래, 김보미 인터뷰집
김보미 지음 / 디플롯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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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인터뷰집

12명의 퀴어가 소개하는 제법 번듯한 미래

<키스하는 언니들>

나의 경우에는 유튜버 조송님이 있어서

이 책에 대한 흥미가 먼저 생겼다.

그냥 연애 유튜브인 줄 알았는데, 그런 얘기들이 있어서

더 흥미롭고 재밌게 봤던 영상들이 기억이 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안은 책.

고민 자체가 사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고민과 같아

더 집중해서 읽었다.

세상 기준에서 무언가 불리점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확실히 자신을 작아지게 만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꾸역꾸역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끈질기게 행복을 좇을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담은 것처럼 느껴졌다.

--

좋았던 페이지들,

조송이라는 사람을

연애 유튜브로 처음 알게 되면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게

내 쪽이라서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그 흐름.

특이한 게 아니라, 그저 보통 사람들이라는 거.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레즈비언 부부의 임신,

그 주인공 규진님의 글도 있어서

눈길이 갔다.

결혼이라는 것도 그렇고,

임신이라는 것도 그렇고

쉽게 생각해보지 못한 세계를

공유해주는 글이 좋았다.

도움이 된다는 것,

도움이 되는 정보

그것은 가지지 못한 자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원하게 되는 사람.

--

좋았던 문장들,

나를 괴롭히던 고민과 걱정의 7할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었고요.

7, 김보미

세상에서 제일 처음 하는 커밍아웃은 내가 나한테 하는 고백이죠.

51, 한채윤

'정의가 이긴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괜찮아져요.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거든요. '이렇게 올바르게 행동하면 언젠가 인정받을 거야' 같은 생각을 버려야 돼요. '맞게 행동해도 끝까지 인정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하고요. 간교한 사람일수록 훨씬 더 많은 것을 얻고 승리하는 세상이니까요. 세상은 알아서 바뀌는 거고 내가 세상을 바꿀 거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이 일들을 안 할 것인가? 안 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 '나중에'라는 이야기나 듣고 살 것인가? 중요한 지점은 그 꼴은 못 보겠으니까 활동한다는 사실이죠.

58-59, 한채윤

절대 거저 주어지지 않는 것, 꾸준히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죠. 저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꼽습니다. 하나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 오래 함께하는 일입니다.

73, 김보미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야'라는 생각들이 늘 들던 20대 때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30대에 들어와서 '어디를 가도 그냥 도피처일 뿐 마음을 다잡지 못하면 내가 있을 곳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제야 안정을 찾은 거죠.

내가 있을 곳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하루아침에 깨닫지는 않았습니다.

165, 연희

그렇게 가족들과 안 보니 편한 거예요. 우리 차이가 얼마나 큰지 명확하게 알고, 머릿속이 간결해졌죠. '당신이 뭔 난리를 쳐도 내게는 그냥 내가 옳다'라는 가치를 천명하는 자리였죠.

272, 최현숙

여러 가지 사회적 활동들 중에 특히 나를 설레게 하고 붙드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더 가난한, 더 더러운, 더 냄새 나는, 더 남들에게 비난받는 자리들이에요.

280, 최현숙

--


김보미 <키스하는 언니들>

잘 못 살아갈 것만 같은 미래를 보고 있는 퀴어 동생들을 위한

잘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언니들의 이야기.

불리점을 안고 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질적인 도약, 이라는 말로 정리하고 싶다.

나의 경우에는

퀴어 프렌들리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좋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무지갯빛이 될 수 있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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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홋카이도 - 겨울 동화 같은 설국을 만나다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4
윤정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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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일본 책들로 꾸준히 만나온 세나북스에서

겨울의 홋카이도를 눈앞으로 데려왔다.

홋카이도의 매력은 무릎까지 파묻히는 눈이라고

매번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 만난 홋카이도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재미가 있었다.

세상의 끝, 가능한 멀리,

동생을 알아가는 과정,

남자친구와의 즐거운 시간.

하얀 설국의 이미지도 좋았고,

삿포로와 하코다테 시내 도심 여행에 눈이 많이 갔던 책.


홋카이도 책을 꾸준하게 읽어가는 중이다.

아이슬란드, 우수아이아 등 세상의 차가운 끄트머리에 대한 낭만이 있다.

홋카이도는 무릎까지 파묻히는 눈의 매력을 가진 땅.

겨울의 정점을 느껴보고 싶어서.

여름에 더 가고 싶어지는 삿포로,

겨울이라 꼭 가고 싶은 비에이,

오타루, 하코다테 풍경들.

홋카이도의 매력은 무궁무진인데,

이번 책으로 만난 매력은 또 다른 매력이었다.

:)



좋았던 페이지들,


마치 여행 가이드북처럼

깔끔한 구성과 배치가 마음에 들었다.

감성이 담긴 사진까지.

빙설의 문 이야기도 꽤나 좋아서 재미나게 읽었다.

일본 가서 게 요리를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지카 홀 카페

이 공간도 꽤나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아무도 없는 손님,

라이브 공연의 무대,

하늘의 음표,

흩날리는 눈송이들.


'그동안 내가 맛없는 당고만 먹어왔나 봐'라는 말이

일본 여행을 몇 번 다녀온 입장에서 공감이 갔다.

이미 아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익숙한 것도

여행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더 좋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으니까.

새로운 경험의 순간은

신선한 깨달음이다.



동생과의 여행과

동생이 떠난 후의 빈 자리를 느끼는 순간도

읽기 좋았다.

가족 여행으로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나 또한 동생에 대한 재발견을 했다.

동생이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생각보다 더 좋아하고,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던 여행이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동생과의 여행이

그런 순간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었다.

--


또 좋았던 문장들,

여행지에는 언제나 과대광고의 함정이 있다. 맛있기로 소문난 맛집은 그저 마케팅을 잘했을 뿐인 빈 수레일 수도 있다. 모두가 줄 서서 기다리는 포토 스팟은 그저 사진 한 장 남기면 끝나는 무경험의 공간이기도 하다.

88

계획이 단단히 허술했던 우리의 실패였다.

111


--

윤정 <한 달의 홋카이도>

아름다운 설국 홋카이도에서의 축제 같은 한 달!

홋카이도 여행 책을 꾸준하게 좋아하는 내게 쏙 마음에 드는 책이었고,

세나북스의 한 권으로도 좋은 만남이었다.

이번 겨울에는 홋카이도에 가고 싶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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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자들에게
이사벨 아옌데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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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 아옌데는 내게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기억되는 작가였다.

<야수의 도시>, <황금용 왕국>, <소인족의 숲> 이렇게 3부작 정말 재밌게 읽어서

언제나 좋게 기억하고 있는 작가였는데,

이번에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냈다고 하여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되었다.

페미니즘, 이라는 말을 몰랐을 때부터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늙은 페미니스트의 솔직한 이야기였고,

내가 피부로 겪는 무언가보다는

아프고 간절한 것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


좋았던 페이지들,



평범한 남성의 폭력,

여성의 도전에 대해서 남성은 폭력으로 대응한다,

그런 내용이 보였다.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면 그런가? 싶기도 한데,

더 심한 나라들을 생각해 보면 이사벨 아옌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 책의 전체적인 시선은 매 맞는 여자들을 기본으로 하는 나라들을 대변하는 느낌이었다.

뭔가를 얻고자 한다면 여성 스스로 쟁취할 수 있다는 것.

확실히 온라인 등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졌겠다.

이 책에서도 나오듯,

칠레의 라스 테시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확실히 쟁취하는 활동이 느껴졌다.



세계적인 연대.

나는 이 책에서 정확히 바라보고 있는 지점이,

이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역적인 연대가 아니라,

세계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



사우디아라비아의 뉴스는

그때 나에게도 놀라운 뉴스였는데,

한다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소식으로 다가와

놀라웠던 것 같다.

사실 별 게 아닌데도.

아직도 그 별것조차 못하는 나라들은 많다는 것.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의 모습을 볼 수 있던 페이지도 눈이 갔다.

소설 <파울라>에 대한 내용이나,

여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 <사랑하는 여자들에게>를 읽고서,

칠레 라스 테시스의 영상을 찾아보았다.

손을 들어, 외치는 그 장면들은

확실한 메시지가 있었다.

의미 있게 읽혔다.


--


좋았던 문장들,

"엄청난 공격을 받을 거다. 네 그런 생각들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걱정에 사로잡힌 엄마는 여러 번 내게 경고했다.

36

장담하건대, 엄마는 스스로 인식하지도 못한 가운데 내게 반란의 씨앗을 심어주었다. ... 남편의 바람을 우선시 하여 자신이 꿈꾸던 삶을 접었다는 점이다.

38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눈에는 페미니즘이 나를 망쳐버릴 위험천만한 유토피아였다. 결국, 사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그런 페미니즘이 나를 망쳐버리기는커녕 나 자신을 단단하게 단련시키고 내가 하고자 하는 거의 모든 일들을 해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나를 통해 엄마는 몇 가지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 수많은 딸들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살 수 없었던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38-39

엄마가 늘 타이르곤 했다.

"뭐든 소란 피우지 말고 품위 있게 해야 하는 법이란다."

하지만 나중에 더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페미니즘이라는 게 소란 피우지 않고서는 도저히 들이밀 수 없는 것이다.

49

겉으로는 대놓고 페미니스트라고 떠들어대고 있었던 것과는 모순되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속절없이 노처녀로 늙어갈까봐 두렵기도 했던 것이다.

51

난생 처음 안도감이 피부로 느껴졌다. 알고 보니 나는 외로운 괴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세상 곳곳의 수백만의 여성들이 나와 똑같은 불안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54

나처럼 자부심이 꽉 찬 여자에게 늙어가는 건 힘든 일이다. 마음만은 여전히 매력이 넘쳐흐르는 여성인데, 아무도 그걸 알아주지 않으니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내가 이렇게 투명인간처럼 취급받는 게 기분 나쁘다.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게 필요한데, 사실 내 나이에는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77

"날갯짓으로 달리는 기차를 막으려 했던 앵무새 이야기 기억하지? 결국 앵무새는 기차에 깔려 산산조각이 났고 깃털 하나 남지 않았지. 설마 너도 그렇게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 할아버지는 여러 차례 날 불러 말하곤 했다.

149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다. 단순히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런 아름다움이 아니라 열린 마음과 맑은 생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 말이다. 우리는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는 평화로운 지구를 원한다.

249


--


내가 이 책 <사랑하는 여자들에게>를 읽고,

가장 첫째로 생각하게 된 것이자, 끝까지 머릿속에 남는 것은

'세계적인 연대'였다.

심각한 기아 문제가 있는 다른 대륙이나 도시로,

해외로 나가서 봉사활동을 펼치듯

보다 간절하고 문제가 심한 곳으로 나가서

페미니즘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이 생겼다.

그게 급선무처럼 느껴졌다.


--


이사벨 아옌데는,

이제는 늙어버린 존재로서

결혼도 경험하고 출산도 해본

늙은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며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점점 늙어가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삶과

솔직한 어른으로서의 이야기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좋게 읽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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