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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은행통장>을 리뷰해주세요.
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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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43년 작품이다. 자그마한 소품이다. 노르웨이 이민 가정을 통해 훈훈하고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작가의 경험담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문장들이 나온다. 시재는 과거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현재도 유효하다. 현명하고 슬기로운 엄마에 대한 기억과 추억으로 읽는 동안 따스함이 조금씩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제목은 작가의 어머니가 어릴 때 한 거짓말에서 유래한다. 가난한 이민 가정에 돈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자식들 걱정을 시키지 않고,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엄마는 거짓말을 한다. 작은 돈은 작은 은행으로 불리는 예쁜 상자에 보관되고, 큰 은행 예금통장은 시내에 있다고. 사실 진짜 은행엔 단 한 푼도 예금이 없다. 이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간다.   

 

 과거는 지나갔기 때문에 아름답다. 현재의 위치에 의해 과거는 변한다. 작가에게 과거는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 속에 힘차게 자리 잡은 엄마 때문에 추억과 즐거움과 기쁨이 가득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화자가 아니라 엄마다. 엄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퍼맨이다. 초인적인 육체적 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자식들의 걱정과 고민을 해결하는데 천부적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허둥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한다. 그 최고의 백미는 딸 다그마르와 아빠의 병과 관련된 일이다. 이때 보여준 재치와 결단력과 추진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소설은 길지 않다. 한 소녀의 성장을 그려내기도 한다. 에피소드 중심이다 보니 각각의 이야기가 완결된 듯하면서 이어진다. 물론 그 모든 중심에 엄마가 있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연과 행운이 깃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우연과 행운도 알고 보면 엄마의 노력과 정성과 애정이 빚어낸 소산물이다. 만약 그녀가 우울하고 고뇌하고 주저하고 용기가 없었다면 이런 재미나고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들이 없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연극으로, 영화로,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아마 이 책이 지향하는 점이 미국적 가치관과 잘 맞는 것 같다. 고난, 가족애, 노력 등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들은 자극적인 것에 지치거나 현실의 힘겨움에 부딪히는 사람들에겐 휴식과도 같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곳곳에 힘을 발휘하는 엄마의 활약을 보면서 조금씩 잊고 있던 엄마의 모습을 상기하거나 자신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의 환상에서 위안을 받고자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말하자. 흔히 우리는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말한다. 이 소설을 다 읽은 지금 그 강함은 어머니의 삶을 보고 자랐기에 그 딸들이 자신들의 자식들을 위해 강해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 그 시절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곳곳에 나온다. 가끔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긴 세월을 통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화려하거나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따뜻하고 훈훈함이 가득하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현명하고 재치 있는 엄마의 활약이 가슴 속에 따스함을 전해준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가족의 따스함을 느끼고 싶거나 멋진 엄마의 이상형을 보고 싶은 모두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네가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하도록 만드는 것이 창피야. 하지만 카트린, 창피와 슬픔을 느낄 때, 그런 것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이 바로 웃음이란 걸 모르겠니?”(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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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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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화로 만난 작품이다. 오래 전이라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읽는 동안 <파고>와 종종 혼돈을 일으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영화로는 <파고>가 더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 당시 영화는 나에게 큰 감명을 주지 못했다. 당연히 원작도 그렇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말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영화로 생각하면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 아닌데 말이다.   

 

 이런 생각은 소설을 절반 정도 읽는 동안에도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세부적인 내용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파고>와 착각도 하였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서 많이 생략된 감정의 흐름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숨겨진 재미를 드러내긴 하였다. 하지만 결과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긴장감이 많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영화가 끝난 그 부분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한 인간이 탐욕에 휩쓸려 악으로 물드는 과정이 너무나도 담담하면서도 섬뜩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행크와 제이콥은 형제다. 그들의 부모님들은 늘어난 부채 때문에 차를 몰고 나가 자살을 한다. 아버지가 바란 것은 새해 전날 자신의 무덤으로 두 형제가 찾아오는 것이다. 매년 이 행사는 잘 이어져왔다. 그러던 어느 날 형 제이콥의 친구 루가 함께 무덤으로 가게 되었다. 미끄러운 길에 조그마한 여우가 나타나면서 사고가 발생하고, 함께 있던 개가 그 여우를 쫓는다. 개를 쫓아간 그들은 눈 속에 파묻힌 비행기를 발견한다. 그냥 신고를 하면 되는데 그들은 비행기 안을 들여다본다. 여기서 어마어마한 돈을 발견한다. 루와 제이콥은 그 돈을 가지자고 하고, 행크는 신고를 주장한다. 돈을 추적한 사람들을 염려한 덕분이다.   

 

 이 갈등의 순간 슬그머니 마음 한 곳으로 악이 스며든다. 아주 간단한 계획 하나를 제안한다. 6개월 동안 이 돈을 사용하지 않고, 그 후 찾는 사람이 없다면 돈을 나누기로 한다. 물론 돈은 신고를 주장한 행크가 보관하기로 한다. 6개월 뒤 돈을 나누기로 하고, 새로운 눈이 추락한 비행기의 흔적을 지워줄 것을 생각한 그들의 계획은 간단하면서도 매력 있다. 바로 이 간단한 계획에서 무시무시한 살인들이 이어지고, 한 인간이 완전히 무감각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현실로까지 이어진다.  

 

 소설은 제목처럼 간단한 구성과 전개다. 행운이라 생각한 돈 다발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한 순간 선택이 어떻게 결말에 이르게 되는지 보여준다. 복잡하게 이야기를 꼬지도 않고, 많은 등장인물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화자인 행크의 심리와 행동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 소설이 주는 가장 큰 재미가 바로 그것이다. 돈에 대한 욕심에서 시작된 살인과 자신이 잡히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벌어진 살인이 이어지는데 너무나도 담담하게 쓴 덕분에 더욱 섬뜩하고 끔찍하다. 그 잔인함이 평소 너무나도 평범하게 살았던 중산층에서 나왔기에 더 그런 모양이다.   

 

 영화에서 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등장인물은 행크의 아내다. 행크가 돈을 보여주었을 때 행크처럼 신고하자고 하지만 금방 설득 당한다. 위험해지면 돈을 태우는 것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욕망은 비정하고 냉혹하면서 거대하다. 그녀 자신이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는 않지만 행크 뒤에서 공포에 질려하고, 주저하는 그를 독려하고 독촉하여 무서운 현실로 연결한다. 그녀가 바라는 것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순간 윤리의 가면 뒤에 숨겨져 있던 욕망이 흘러넘친다. 이 욕망이 순간적인 흥분으로 튀어 올랐다면 인간적으로 느껴졌을 테지만 그녀는 냉정하고 비정하면서 주저 없다. 물론 이것은 그녀가 직접 살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실제 현실이 감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기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여도 그녀가 곳곳에 드러내는 감정과 욕망은 행크의 욕망과 두려움을 압도할 정도다.  

 

 나에게 영화 때문에 약간 빛을 바래긴 했지만 영화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심리와 장면들이 정말 놀랍다. 소설을 읽다 기리노 나츠오의 <아웃>이 먼저 생각났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 숨겨져 있던 악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거대한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잔인하다고 외치면 욕할 행동이 자신들을 위해서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인간은 욕심과 자기 안위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는 존재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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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넬라 Passionella
줄스 파이퍼 글.그림, 구자명 옮김 / 이숲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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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 놓고 본다면 이 만화는 낙제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과도 다를 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모습이나 행동이 사실적이지도 역동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대충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차분하게 읽기 시작하면 이런 그림체가 주는 거부감이나 미숙함은 사라진다.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와 은유들이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길지도 않은 이야기 속에 담아내는 함축적인 의미와 여운은 쉽게 가시질 않는다.  

 

 모두 6편이다. 표제작 <패셔넬라>부터 <관계>까지다. 개인적으로 <꼬마 병사 먼로 이야기>와 <해롤드 스위그>가 재미있다. <꼬마 병사 먼로 이야기>는 작가가 처음으로 그린 만화로 군 생활을 기반으로 놀라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꼬마 먼로는 네 살이다. 그런데 우연히 날아온 신검 통지서를 받고, 통과하게 된다. 황당하다. 이 보다 더 황당한 것은 그를 본 누구도 네 살 어린이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가 자신이 네 살이라고 외쳐도 그 많은 장교와 군의관과 동료들이 그렇게 보지 않는다. 딱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는데 말이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속에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들이 보려고 하는 것만 보는 습관과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리를 표출한다. 극단적 표현이지만 이것을 조금만 완화하면 우리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눈 가리고, 귀 덮고,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네 살로 드러난 먼로를 두고 그들이 펼치는 홍보는 마지막 먼로의 어머니가 먼로를 겁주기 위해 펼치는 방법과 더불어 씁쓸한 느낌을 준다.  

 

 <해롤드 스위그>는 대단한 운동선수다. 그는 누구보다 공을 멀리 치고, 축구공을 멀리 차고, 빨리 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것에 관심 없다. 그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문서정리다. 이 특별한 능력을 살리지 않는 것을 사람들은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한다. 특히 소련에서 뛰어난 선수들이 나와 미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매국노니 스파이니 하면서 그를 괴롭히고 매도한다. 전 국민들이 그가 올림픽에 나가 소련 선수들을 이겨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는 전혀 관심이 없다. 계속되는 사람들의 괴롭힘에 그가 출전을 결심한다. 이 결심을 두고도 여야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공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누구의 우승을 자신들의 당에 이용한 것을 생각나게 한다. 올림픽에 출전한 스위그는 놀라운 실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소련선수들이 세운 점수와 똑같은 점수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시 그를 욕하고 매도한다. 이길 수 있는데 이기지 않았다고. 이 이야기를 보면서 나 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국가를 위해 뛰지 않거나 열심히 하지 않은 선수들을 매도하는 현실이 떠올랐다. 국수주의와 전체주의의 망령이 떠돌아다니는 것 같다.  

 

 표제작 <패셔넬라>는 영화판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알라딘의 램프와 신데렐라 스토리를 섞어 놓았다. 하지만 결국엔 진실된 삶을 이야기한다. 굴뚝 청소부 넬라가 패셔넬라가 되어 엄청난 인기인이 되지만 결코 만족스럽지 않는 현실은 물질적 풍요나 거품 같은 명예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전개와 마무리가 재미있다. <조지의 달>은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까? 신과 인간. 나와 타인. 존재의 의미와 가치. 일상의 삶에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기보다 외부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우리를 비유한 것일까? 상상만으로 결코 삶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의문투성이다. <외로운 기계>는 월터 페이가 남들과 잘 지내지 못하다가 외로운 기계를 만들어 그와 대화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매력남으로 발전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전에는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사람들은 그를 무시하고, 배척하거나 배반했다. 그래서 그는 늘 불만에 차 있었다. 사랑이 부족한 그는 친구를 원했고, 그 친구를 기계로 만들었다. 이 친구와 그는 대화를 하고, 위로를 나누고, 감정을 공유했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감을 가지고, 매력남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곧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고 점점 기계를 멀리한다. 이 과정은 그가 사람들에게 받았던 것들과 유사한 행동이다. 삶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관계>는 그림으로만 표현되었다. 남여의 단절과 사랑과 관심이 단절과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굉장히 함축적이다. 숨은 그림처럼 그 의미를 하나씩 찾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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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라지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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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을 처음으로 만난 작품은 <마지막 기회>다. 굉장히 인상적인 문장으로 문을 열어 쉴 새 없이 끝까지 달려간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해도 화려한 이력이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후 다른 책들을 만나면서 그의 매력에 빠졌다. 그의 명성이 나의 독서 목록에 이름을 본격적으로 올린 것이다. 머리가 조금 복잡하거나 골치 아픈 책을 읽고 난 후라면 할런 코벤처럼 단숨에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주인공 윌의 어머니가 죽었다. 그녀는 죽기 전 아들에게 형이 살아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이 말만 생각하면 모두 그가 죽은 것을 사실로 아는데 그녀만 특별히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말 뒤에서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 그의 형 켄이 한때 윌의 연인이었던 줄리를 죽인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언론에 그의 행적이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 굉장히 유명한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수많은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현실에서 그의 행방불명은 언론에게 흥밋거리일 뿐이다. 하지만 이 도망 뒤에도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렇게 소설은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하나씩 비밀을 드러내고, 복선을 깐다. 그리고 마지막에 반전과 반전으로 몰아간다.  

 

 11년 전 그의 애인이었던 줄리가 죽었다면 어머니의 장례식 후 현재의 연인인 실러가 사라진다. ‘언제나 당신을 사랑해요.’란 메모만 남겨두고 떠났다. 그리고 FBI가 그를 찾아온다. 그녀를 찾는다. 연방경찰은 권력을 내세워 그를 윽박지른다. 그의 동료 스퀘어즈가 중간에서 이를 중재한다. FBI는 실러의 지문이 살인현장에서 발견되었다고 말하면서 그녀가 있는 곳을 묻는다. 이미 그녀는 사라졌다. 그는 왜 그들이 그녀를 찾는지 모른다. 이때부터 그는 그녀의 과거를 뒤쫓는다. 그가 알고 있던 것 이상의 삶이 그녀에게 숨겨져 있다. 하지만 곧 그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또 한 번 더 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윌은 깊은 절망에 빠진다. 그렇다고 그녀의 과거를 찾는 행동이 중지되지는 않는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난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되면 다시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잘 만들어진 구성에 따라 이야기는 진행된다. 어느 순간 읽다보면 빠져들어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된다. 평범한 한 인간이 자신도 모르게 사건에 빠져 과거와 현재를 파헤치는 모습은 이미 다른 작품에서 보았지만 역시 일품이다. 잘 짜인 구성이 끝을 궁금하게 만들면서 속도를 재촉한다면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은 읽는 재미와 속도를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유령의 존재는 그를 하나의 독립된 주인공으로 등장시켜도 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다. 그렇다면 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겠지만 말이다. 그의 활약은 뒤로 가면서 더욱 강해진다. 마지막 반전을 준비하는 것도 역시 그다.   

 

 또 다른 매력적인 조연은 역시 스퀘어즈다. 이름난 요가 강사인 그의 발은 상당히 넓다. 윌이 알고자 하는 의문들을 자신의 인맥을 통해 접근하여 풀어낸다. 그의 과거도 상당히 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 살짝 드러난 부분을 보면 많은 사연이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면서 그의 활약이 조금 사라져 아쉽다. 어쩌면 다른 작가의 책에서 본 비슷한 이미지를 그 속에서 내가 찾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느낀 점 하나는 작가가 한 문장이나 상황을 통해 복선을 심어놓았다는 것이다. 수많은 복선 중 한두 개는 예상한 것이지만 전체적인 진행이나 반전들이 재미를 보장해준다. 그리고 약간 느슨한 듯한 초반을 조금만 지나면 한 번 잡으면 끝을 보게 만드는 문장과 전개로 역시 코벤이란 감탄사를 자아낸다. 읽고 난 후 복선들이 머릿속에서 하나씩 떠오르면서 그랬군, 그랬지를 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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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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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트릭을 풀어내는데 약하다.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범인을 찾아내는 것은 오랫동안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공력으로 가끔 범인을 발견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게을러서 사건이나 트릭을 하나 하나 분석하고 푸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성격을 생각하면 트릭 중심인 미스터리를 멀리해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다. 범인이나 트릭을 찾지 못해도 여전히 좋아한다. 그래서 명탐정 코난을 멀리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한 개인이 공을 들여 지은 건물을 말하면서 시작한다. 구미에선 이런 건물이 있지만 일본에선 드물다고 말한다. 이렇게 문을 열면서 살인사건의 배경이 되는 유빙관을 설명한다. 재미있게도 이 저택은 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외형만 기울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도 기울어져 있다. 처음 이 저택에 온 사람들이 적응을 못해 가끔 넘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왜 이런 저택을 지었을까? 단순히 돈 많은 부호의 개인적 취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은 1983년 크리스마스 밤이다. 하마디젤의 회장이자 유빙관의 주인인 하마모토 고자부로의 초대로 사람들이 모였다. 처음 이 저택을 방문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한두 번 정도 이미 온 경험이 있다. 기울어진 저택에 나름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온 첫 날 밤 기쿠오카베어링 사장의 운전수 우에다 가즈야가 기묘한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된다. 그가 죽은 방은 안으로 잠긴 밀실이다. 여기서 시마다 소지는 밀실 살인에 도전한다. 밖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고, 밖은 그 누구의 발자국도 없다. 단 하나 이상한 것은 기쿠오카 사장의 비서이자 애인인 구미가 방에서 이상한 남자의 비명과 괴한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녀의 비명에 고자부로의 딸 에리코가 들어오지만 어떠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녀의 설명을 들은 에리코나 다른 사람들은 구미가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이 사건으로 형사들이 파견된다. 형사들은 집 곳곳을 조사하고, 개인들의 알리바이를 묻는다. 특이한 집 구조 때문에 그들의 왕래가 쉽지 않다. 집 구조를 자세하게 설명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조금 지루하다. 어쩌면 중요한 단서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경찰들이 와서 독자들에게 심어준 것은 각 방 어디에도 비밀스럽게 숨겨진 장소나 문이 없다는 사실과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밀실살인이 일어나고, 범인은 누굴까? 기묘한 집에서 벌어진 기발한 살인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점성술 살인사건>을 먼저 읽은 사람이라면 사실 이 작품이 그보다 조금 못하다고 느낄 것이다. <점성술 살인사건> 자체가 너무나도 유명하고 기발한 트릭으로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잊지 못할 매력을 지닌 탐정을 만나게 된다. 미타라이 기요시다. 이번 소설에서 미타라이는 후반부에 등장한다. 두 번째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경찰들이 자신들의 능력으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도움을 요청하면서부터다. 그래서인지 미타라이가 지닌 매력이 많이 발휘되지 않는다.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신본격으로 유명한 그가 최근에야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조금 놀랍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이 1982년인데 시간적 배경은 1983년 크리스마스부터 일주일이다. 고전 미스터리에서 엘러리 퀸이 자주 보여주었던 독자에의 도전이 이번에도 나온다. 이 도전 문구를 볼 때마다 늘 나의 부족함을 느낀다. 이번에도 역시 트릭이나 범인 찾기에 실패다. 하지만 기묘한 저택에서 벌어진 밀실트릭은 역시 뛰어나고 재미있다. 언젠가 나도 이 트릭을 해결할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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