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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 2판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선물로 받은 <여행의 이유>를 읽고 필 받아 읽었다.
2004년에 첫 소설집이 나온 후 두 번이나 새롭게 나왔다.
이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2010년에 나온 책이다.
단편집이라 매일 한두 편씩 읽었다.
오래 전 이 책을 샀을 때는 정말 김영하의 소설이 재밌었다.
하지만 이때의 재미는 다른 소설 읽는다고 뒤로 뒤로 점점 밀렸다.
그런 책들이 집에 쌓여 있는데 최근 한 권씩 뒤져 읽고 있다.
그리고 이 단편들을 읽으면서 왜 내가 이 작가를 좋아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표제작 <오빠가 돌아왔다>는 막장 가족 드라마다.
성욕이 뻐치는 오빠가 데리고 들어온 미성년자 새언니.
아들의 폭력에 힘을 못 쓰는 아버지. 그들을 보고 이야기하는 여중생 화자.
이혼 후 집 나간 엄마가 돌아와 함께 떠나는 여행.
이 가족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말들 속에 담긴 정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사>는 포장 이사를 너무 쉽게 생각한 집의 이야기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손 없는 날 이사. 무례한 이사서비스 직원들.
갑과 을이 뒤바뀌는 순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잘못이 현실의 문제가 된다.
지금과 다를 듯한 시기이지만 이사도 공부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가야토기 문제는 글 속처럼 자신이 직접 옮기는 것이 안전했을 것이다.
<보물선>은 자본주의의 한 극단을 잘 보여준다.
투기를 조성하고,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해 주식을 뻥튀기한다.
한국사의 음모론과 서해안 보물선 이야기를 주식 사기와 엮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사기가 벌어지는지, 그 과정의 공모자는 누군지 알려준다.
마지막의 한 장면은 반전이자 자신의 바람에 대한 미련이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이상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뻗어간다.
마감을 앞둔 작가, 그에게 전화를 건 이전 친구 미경, 다음에 전화를 한 신부 친구.
미남 신부의 눈에 들어온 여자 신도. 자신의 몸속에서 들끓는 욕망.
신부와 미경의 하룻밤, 미경의 남편을 소개한 화자.
그리고 미경이 만들고 있고 프로그램과 과거의 자연발화 사건 하나.
<너를 사랑하고도>는 아침 수영교실에서 마주한 남녀 동창생 이야기다.
남자는 우연히 수영장에서 나체의 여성이 수영장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본다.
실수. 여자 회원들의 도움과 재치. 그리고 수영복 입은 여자 동창 인숙.
인숙에게 반한 수영 강사의 부탁, 인숙의 간결하고 확실한 거절.
인숙의 이야기는 정치인 보좌관인 유부남과의 불륜이다.
이 이야기 속에 드러나는 한국 정치사의 한 장면, 남자의 착각과 현실의 문제.
<너의 의미>는 뮤직 비디오 감독의 욕망과 그가 갇힌 굴레 이야기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모델이나 신인 여배우와 잠을 자는 감독.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한 소설 한 편과 그 작가. 그리고 유혹.
잠깐의 유흥이었던 일이 작가의 고백으로 그의 삶에 굴레로 작용한다.
한때 소문이 파다했던 영화판 이야기라 완전한 거짓을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손님>은 가장 짧고 잠깐 동안 추억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른 결혼을 한 부부. 영화 제작부 직원인 남편의 여고생 시체 작업.
감독의 방문, 촬영때까지 이 좁은 집에 놓아두어야 하는 시체 인형.
제야의 종소리와 종각의 인파들. 침묵이 내려 앉는 집안의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남편의 불안으로 시작한다.
그 불안은 친구들과 만났던 진숙이 잔인하게 죽은 살인사건에서 비롯했다.
영수, 정식, 중권 이 셋은 학창시절 진숙과 함께 자든 사이다.
진숙이 죽는 날 같이 만났던 그들. 용의자로 의심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영수 아내가 기억하는 진숙의 행동과 이미지는 진술이 말한 ‘걸레’ 그대로다.
하지만 진숙은 독일 남편 때문에 성장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바꾸었다.
이 변화가 왠지 모르게 세 남자의 삶을 불안하게 했고, 그 결과 살인으로 발전했다.
중년 남성의 현실과 민낯이 곳곳에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