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클레이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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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된 SF 소설가다.

그의 대표작을 보고 제목이 낯익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간단한 소개글만 읽고 클레이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영화 <에일리언>의 이미지가 순간적으로 나를 사로잡은 것이다.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갔는데 생각보다 무겁게 다가왔다.

기존의 SF소설과 다른 방식으로 외계 행성에 온 인류의 모습을 담았다.

외계 행성 임노 27g은 지구에서 30년을 날아와야 도착이 가능하다.

이 행성은 지구의 범죄자들을 행성 탐사와 개척 등을 위해 보낸다.

그런데 이 범죄자들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살인범 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구의 통치부에 반대하는 정치 세력이 주로 유배되는 곳인데 호주가 떠오른다.


호주의 탄생과 닮은 시작이지만 더 파고들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범죄자를 보내 행성을 개척한다고 하지만 환경이나 상황이 다르다.

성간 이동이 가능한 미래이지만 여전히 비용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이 소설에서 지속적으로 다루는 부분 중 하나도 자원 재활용과 비용 문제다.

성간 이동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30년이나 걸리는 긴 여행이다.

지구의 통치부는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장비로 보낸다.

인간을 건조해 수면 상태로 목적지까지 보내는 것이다.

이 우주선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산산조각나고, 사람들은 이때 깨어난다.

하지만 제대로 깨어나지 못하거나 낙하산 등의 문제가 생기면 죽는다.

성간 이동에 대한 이런 접근은 이전 SF 소설에서 거의 보기 힘든 장면이다.


글로벌 정부 통치부는 외계 행성 개척을 주도한다.

하지만 강력한 권력을 쥐면서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조직을 제거한다.

주인공이자 생태학자인 아턴 다데브도 혁명 세력의 일부였다가 체포되어 이 행성으로 강제 이송되었다.

그가 도착한 이곳에는 그와 함께한 동지들이 있지만 그의 배반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교수 이력 등은 킬른이라 부르는 이 행성에 지적 생명체가 만든 듯한 구조물 탐사에 필요하다.

단순히 구조물만이 아니라 킬른의 생명체와 문자인 것 같은 것도 연구해야 한다.

공기는 사람이 숨을 쉴 수 있지만 대기 중에 어떤 바이러스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

외부로 나갈 때 경비원들은 완전 무장을 해서 돌아다닌다.

테롤런 사령관은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고, 완벽하게 통제된 환경에 머문다.

왜 이렇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변화를 봤기 때문이다.


다데브는 사령관의 호의 속에 외계 생명체와 구조물 조사에 투입된다.

연구실에 있지 않으면 탐사팀에 보내 야생으로 나가 생태계와 구조물 등을 조사해야 한다.

1세대 연구자 라스무센의 모습은 외계생명체에 오염된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라스무센 이외 다른 사람들도 오염되어 미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외부로 나갔다가 돌아오면 몸에 붙거나 속에 들어온 세균을 없애야 한다.

아주 위험해 보이는 환경이라 탐사팀은 필터가 벗겨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방호복을 입고 일하러 나가지만 이 재질도 종이로 되어 있다.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환경이고, 인간의 목숨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구조물과 문자에 대한 호기심만 가득한 사령관은 자신의 안전이 우선이다.

이 낯선 장면과 상황 등이 기존 SF에 익숙한 나에게 아주 낯설었다.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상황과 장면들이 꾸준히 나온다.

딱딱한 문장과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성의 모습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킬른성에 대한 설명이 점점 세밀해지고, 낯선 환경을 자세히 설명할수록 머리는 복잡해진다.

괴생명체의 등장, 인간의 공격, 괴물의 반격, 무사 귀환.

무사 귀환이 반복되면 좋지만 아닌 경우가 생기면서 이야기는 더 깊어진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작가는 직선적으로 달리기보다 교차하면서 속도를 조절한다.

킬른의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으면서 이 킬른성의 법칙을 알게 된다.

이 변화가 만들어낸 거대함은 지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혁명적인 진화다.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이지만 개별성은 존재하는 진화.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다양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지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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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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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래 전 선물로 받았던 책이다.

옆에 늘 놓아두었지만 왠지 모르게 손이 잘 나가지 않았다.

이번에 검색하니 개정판이 새롭게 나왔다.

목차를 비교해보니 한 장이 추가되었다.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의 여행법>이란 장이 추가되었다.

보자마자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떠올랐다.

이 부분은 나중에 찾아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오랜만에 읽은 김영하의 글은 재밌고,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한때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재밌게 듣던 시절이 있었다.

팟캐스트 초창기에 좋아하는 작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는 좋았다.

한쪽으로 기울던 나의 독서 편향을 살짝 바로잡아주는 역할도 했다.

물론 그때 듣고 산 책들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나의 취향을 더 넓혀주었다.

그의 소설도 열심히 모으던 시절이었다.

아마 이때가 그가 뉴욕으로 간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의 상황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잠시 추억에 잠긴 것은 즐거웠다.

첫 장 <추방과 멀미> 이야기는 솔직히 말해 황당했다.

중국 비자를 받지 않아서 푸동 공항에서 돌아온 사연 때문이다.

실제 이런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 못했는데 여행 고수가 이런 일을 하다니.


TV를 잘 보지 않는 내가 아내와 같이 보던 프로그램이 몇 개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었다.

이 <알쓸신잡>의 출연진들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때는 그냥 재밌게 봤을 뿐인데 제작과정의 이면이 나와 흥미로웠다.

아내가 이 방송을 보고 김영하의 소설을 달라고 했던 것도 기억난다.

프로그램 성격에 대한 것보다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삼인칭의 시선으로 본 여행자란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한 번도 여행을 하면서 제3자의 시선으로 나의 여행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동행자가 말하는 나의 여행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학생운동 시절의 그의 경험을 풀어낸 여행.

월가 점령운동 시기에 그곳을 방문한 경험.

출간된 책의 연극 공연에 초대받아 가는 길에 생긴 에피소드.

배낭여행 시절 경험했던 일들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이면들.

삶의 경험이 여행을 대하는 생각 차이를 보여주는 이야기.

그 와중에 최근에 재밌게 읽었던 <호메로스>에 대한 글과 다른 해석이 주는 재미.

그리고 어느 순간 여행을 가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특유의 문체와 다양한 사유와 경험과 인용으로 깊이와 재미를 더했다.

오랜만에 그의 책을 읽었지만 사놓고 묵혀둔 그의 책들이 다시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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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쑤기미 - 멸종을 사고 팝니다
네드 보먼 지음, 최세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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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블랙 코미디가 주는 재미와 기후 위기가 초래한 근 미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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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쑤기미 - 멸종을 사고 팝니다
네드 보먼 지음, 최세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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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만났고, 소설도 처음 번역된 작가다.

책 제목과 표지를 대충 봤을 때는 소설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물고기 한 마리와 멸종을 사고 판다는 말에 환경 관련 인문학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좀더 보니 출판사와 장편소설이란 글이 보였다.

아서 C. 클라크 상을 수상했다니 더 관심이 갔다.

그리고 기후 위기로 완전히 변한 근 미래의 지구를 만났다.

멸종과 이것을 거래하는 경제 행위를 엮은 이야기 속에서.

이것은 다시 현실 속 탄소 배출권 문제와 엮어 사고의 범위를 확장한다.

독자가 아는 만큼 소설 속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멸종과 멸종 크레딧. 멸종된 종에 대한 데이터 보관.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멸종이 아닌 멸종 크레딧이다.

하나의 생물종을 멸종시키기 위해 반드시 제출해야하는 혀가증 같은 것이다.

이 크레딧은 국가와 기업에 할당된 수량 안에 있고, 거래가 가능한다.

거래 가능한 크레딧은 시세가 존재하고, 시세 차이를 노리는 개인 혹은 단체가 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핼야드는 회사 돈을 이용해 멸종 크레딧 공매도로 돈을 벌려고 한다.

그런데 그의 회사가 독쑤기미의 마지막 서식지를 해저 채굴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독쑤기미가 지능이 있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래서 독쑤기미를 조사하는 카린을 억류하고, 평가서를 바꾸어 달라고 요청한다.

당연히 카린은 반대하지만 다른 곳에서 독쑤기미를 먹는 영상을 발견한다.

이제 이 둘은 새롭게 발견된 독쑤기미의 서직지를 확인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 디스토피아 세계는 기후 위기로 사람들이 음식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식재료가 되는 것들이 모두 망가지면서 맛을 낼 수 없게 된 것이다.

핼야드는 젊은 시절 일본 장인이 만든 스시의 맛을 본 적이 있다.

이 기억은 형편없는 음식에 대한 그의 심한 거부 반응으로 이어진다.

물론 부자라면 이전처럼 그런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다만 가격이 너무 비쌀 뿐이다.

그가 불법을 저지르게 된 데는 이런 경험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에 카린은 여러 직업을 거친 후 현재 생물종 지능 감별사가 되었다.

이번 독쑤기미 조사는 그녀가 바라는 바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저 채굴로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그 희망은 사라졌다.


이 둘이 함께 움직이면서 서로 다른 희망을 품을 때 사건 하나가 터진다.

멸종된 생물종을 스캔한 데이터 보관소의 데이터가 삭제된 것이다.

누가 이런 일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때문에 멸종 크레딧의 가격이 폭등한다.

이제 핼야드에게 단순히 독쑤기미만의 문제가 아니다.

둘은 자연보호구역 같은 곳으로 가서 독쑤기미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지만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산업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비리와 현실이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때 핼야드가 발견한 영상은 그 희상을 다시 되살려준다.

은둔왕국에서 일하러 온 뒤 곰팡이 균 때문에 수송소에 갇힌 한 소녀가 올린 영상이다.

독쑤기미 전문가가 볼 때 그것은 분명한 독쑤기미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목적지로 향해 움직이고, 이것은 다시 반복된다.


독쑤기미의 서식지에 대한 기대, 멸종 크레딧이 의미하는 바가 엮여 있다.

이 둘이 독쑤기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디스토피아의 현실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은둔왕국의 정체가 밝혀질 때 영국의 EU 탈퇴가 떠올랐다.

고립과 통제로 가득하고, 경제는 점점 낙후된 나라가 은둔왕국이다.

안면인식 기술은 축산업도 인공지능 관리가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세균 감영병 캡차의 존재는 이 기술을 무력화시킨다.

인간의 기술 개발과 자연의 반격이 서로 엇갈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한 생물종의 소멸이 단순히 한 생멸종의 소멸이 아니라고 말할 때 우린 사실의 일부를 깨닫는다.

멸종 크레딧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줄 때, 멸종된 생물종 데이터가 사라졌을 때 현실의 문제가 드러난다.

그리고 이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가볍고 빠르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현실과 근 미래에 대한 블랙 코미디가 재밌고 인상적이다.


#장편소설 #경제블랙코미디 #기후SF #디스토피아 #독쑤기미 # 네드보먼 #황금가지 #최세진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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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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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톤 허’라고 하면 잘 모른다.

하지만 그가 번역한 작품들을 말하면 아! 하고 금방 안다.

이 소설의 재밌는 부분 중 하나 그가 번역했던 작가가 그의 소설의 번역한 것이다.

이전까지 잘 몰랐던 부분 중 하나는 정보라가 번역한 책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최근 번역된 소설에 관심이 가지만 쉽게 손이 나갈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는 자신이 왜 영어로 글을 썼는지 앞부분에 말한다.

어린 시절 영문 소설가의 꿈이 있었다고 하니 축하 먼저 해주고 싶다.

그리고 유명 작가들의 추천과 역자 이름은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앞부분에서 설정 때문에 약간의 혼란을 겪었다.

내가 본 sf소설에서 나노봇 치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 나노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죽거나 특이한 상황에 마주한다.

갑자기 사라지거나 자신과 닮은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상황과 현재를 하나의 노트 속에 문자로 기록해서 전달한다.

시간은 근미래, 미래, 먼 미래, 아주 먼 미래로 흘러간다.

이 시간의 흐름 속에 인류에 대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놓여 있다.

인류가 생산해낸 안드로이드, 나노봇의 적용, AI 문제 등이 뒤섞여 풀려나온다.

이 진행은 기존의 디스토피아와 닮은 부분들이 많다.


첫 화자인 말리는 이 나노 치료를 진행하는 연구자이자 첫 기록자이다.

갑자기 연구실에서 사라진 용훈에 대해 기록하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말한다.

용훈은 남편을 잃고, 19세기 영미 문학을 인공지능 프로젝트 파닛과 연구한다.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후 그는 이전의 자신과 다른 것을 느낀다.

이것은 다음 화자이자 첼로 연주자 앨렌이 경험한 특수한 일과 연결되어 있다.

엘렌은 자는 동안 어린 시절 자신의 연주가 녹음된 파일을 발견한다.

연주회에서 자신과 닮은 사람을 발견하고 달려나간 것도 이런 현상과 관계 있다.

이런 특이한 상황들을 다음에 이어질 사건들과 연결된다.


파닛은 말리가 자신의 연구소를 매각하는 과정에 나노봇 안드로이드에 정착시킨다.

파닛은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인공지능이기에 자신만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나노봇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났을 때 감각 등을 경험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런 그가 불멸자로 긴 세월 세상을 떠돌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이 삶은 인간의 삶이고, 그 과정에 몇 번의 사랑도 경험한다.

어느 날 자식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여자와 결혼까지 한다.

임신에는 성공하지만 아이는 태어나지 못하고 유산된다.

그런데 파닛을 늘 뒤쫓고 있던 조직이 있었다.

자본과 인간의 탐욕은 파닛을 이용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려고 한다.


화자들은 새로운 나노봇 안드로이드로 이어진다.

미래에 나노봇이 가진 문제와 기이한 현상이 드러나는데 섬뜩하다.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는 군인으로 태어난 이브란 나노봇 안드로이드.

이름은 없고 알파벳으로 그들을 구분한다.

재밌는 점은 닮은 얼굴이지만 키가 다른 존재도 있다는 것이다.

모두 명령에 따라 움직일 것 같은데 갑자기 시가 떠오르는 이브도 나온다.

오랜 옛날 용훈과 파닛이 공부하고 연구했던 영시의 문구가 떠오른다.

단순한 안드로이드라면 이런 문제가 없겠지만 나노봇 속 기억이 이것을 불러온 것이다.

기계처럼 움직이던 안드로이드가 생각을 하고, 어느 정도 자아를 가진다.

현재의 우리 같은 인간이 거의 사라진 먼 미래를 생각하면 그들이 새로운 인류다.

치료 목적으로 개발한 나노봇들이 어느 순간 의식을 가진 것처럼 움직인다.


언어와 시, 기록과 기억. 인간과 나노봇 안드로이드.

나노봇 안드로이드 기억 속에 떠오르는 시어들.

하지만 이 안드로이드들은 자신의 상황을 기록할 뿐 시를 짓지는 못한다.

시가 사라진 세계이기에 시란 것도 알지 못하니 창작은 말도 되지 않는다.

음악은 또 어떤가?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사람조차 드물고, 악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와 음악. 인류가 발전시켜온 문화다.

이 두 가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는 인간의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불멸의 시대가 되었지만 불멸은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다.

인류와 개인을 구분한 장면과 순간들, 그 사이를 채우는 감정들.

묵직하지만 어느 순간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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