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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캡슐 ㅣ 텔레포터
이재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9월
평점 :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고, 처음 만났다.
텔레포터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설정한 세계관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비주얼 시티는 최첨단 비주얼 기술을 적용해 자신이 원하는 외모를 꾸밀 수 있는 도시다.
얼굴 생김새뿐만 아니라 옷, 신발, 머리카락, 액세서리 등까지 모두 바꿀 수 있다.
이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본 모습 대신 비주얼템으로 걸치고 돌아다닌다.
쉽게 말하는 전신 가면을 걸치고 다닌다는 말이다.
비주얼템을 바꾸면 누군지 모르지만 서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커넥트키로 연결하면 문자도, 서로 알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커넥트키를 끄면 전혀 그 사람을 알 수 없다.
이런 설정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하나씩 드러난다.
주인공인 차도은은 고등학생이고, 비주얼 시티에서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다.
그녀의 엄마는 비주얼템을 처음 개발한 회사의 대표이고, 도은은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았다.
수많은 비주얼템을 가진 도은은 매일 자신의 기분에 따라 비주얼템을 바꾼다.
자신의 맨 멀굴이 싫어 잘 때마저 비주얼템을 착용한 채 잠자리에 든다.
이런 딸과 아내의 모습에 아버지는 불만이 아주 많다.
그러다 비주얼 기술에 반대하는 데모가 벌어지고, 브이 캡슐이 터진다.
브이 캡슐은 잠시 동안 비주얼템 효과를 차단하고 본 모습을 드러내는 장치다.
이 브이 캡슐이 도은이 가는 방향에서 터지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든다.
브이 캡슐을 맞은 사람이 옷을 전혀 걸치지 않는 나체였던 것이다.
그녀는 옆에 있던 도은에게 자신의 몸을 가릴 옷을 달라고 한다.
하지만 당황한 도은은 차갑게 거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 장면은 뉴스를 타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거린다.
이 영상을 본 누군가가 도은이 차고 있던 아이템을 보고 인플루언서 도은이라고 지적한다.
이때 사람들은 어떻게 나체의 여성을 매정하게 뿌리쳤냐고 질타한다.
나체로 거리를 나간 사람과 브이 캡슐을 터트린 사람은 뒤로 빠졌다.
다음 날 학교 가는 길에 고교생 비주얼템을 걸치기 전 기분 전환 비주얼템을 걸친다.
시내 곳곳에 놓인 비주얼템 교체 부스에서 가능한 일이다.
이곳에서 자신의 학교 교복을 입은 한 남학생을 만난다.
이 만남은 학교에서도 이어지고, 그에게서 나는 향기는 도은의 마음을 끈다.
그리고 학교에서 누가 그 사건에서 무개념녀의 정체를 도은이라고 말했는지 알게 된다.
학교 다니는 동안 절친이라고 생각했던 친구였다.
도은의 전날 행동이 이미 학교에 소문이 모두 퍼졌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질타와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식당에서 벌어진 해프닝과 송모현의 등장은 알맞은 타이밍이다.
둘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도은은 처음으로 공원에 가게 된다.
공원에 온 커플 중 일부는 비주얼템을 벗겨내는 브이 캡슐을 사용해 서로를 확인한다.
물론 이것을 거부하는 커플들도 존재한다. 작가는 여기서 그 장면만 보여준다.
비주얼템을 둘러싼 문제와 효용에 대한 것은 또 다른 장면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날 이후 도은의 마음은 모현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읽으면서 나의 마음 한켠에 송모현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는다. 왜일까?
송모현이 알려준 학교의 비주얼템 사각지대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불러온다.
이 사건으로 도은의 마음은 더 기울지만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주 매력적인 설정이고, 이야기의 확장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다.
작가는 이야기를 확장하기보다 여러 곳을 간단하게 건드리면서 빠르게 넘어간다.
예상 가능한 상황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같이 보여준다.
열린 결말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지만 왠지 작가가 만든 세계의 매력을 완전히 다 보여주지 못했다.
장르 소설가들이라면 이 매력적인 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오를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이 도시를 무대로 또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곳곳에 담긴 매력적인 문장과 인상적인 심리 묘사는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