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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라오스 - 순수의 땅에서 건져 올린 101가지 이야기
한명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부터 갑자기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루앙파방인 그곳에 가는 일정을 몇 번이나 세웠다. 베트남 하노이를 경유해서 갔다오는 일정이다. 돈과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했지만 라오스를 다녀온 사람들의 여행기는 가끔 읽었다. 물론 이들의 여행에서 루앙프라방은 일부일 뿐이다. 누구는 한 달 정도, 누구는 몇 개월에 걸쳐 전국을 돌았다. 봉사활동으로 그곳에 간 사람도 있었다. 아픔다운 풍경을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곳의 삶과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지 못한 곳이라서 그런지 더 가고 싶었다. 몇 년 전 빠이를 다녀온 후 매번 그곳을 말했듯이 루앙프라방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올해는 일이 생겨 갈 수 없지만 늘 가슴 속 한 곳에 라오스는 살아 있다. 이 책을 선택한 것도 사실 그때를 기약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여행자의 글의 아니다. 라오스 민간기업 코라오그룹의 부회장이 쓴 글이다. 그래서 그곳에서 살면서 사업하는 사람의 시선이 많이 담겨 있다. 라오스에 관심이 있는 기업가들의 입문서로 생각하면 딱 맞는 책이다. 물론 여행자들이 라오스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개론서로 나쁘지 않다. 전체적인 글의 구성이 정치, 문화, 역사, 지역, 경제, 음식 등을 모두 다루고 있어 깊지는 않지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순수의 땅에서 건져 올린 101가지 이야기’란 부제가 있다. 일곱 장으로 나누고, 각 장마다 열하나에서 스물셋까지 챕터를 담고 있다. 각 챕터는 하나의 소재를 다루는데 사실 중복되는 부분도 있다. 이것은 개론적인 이야기가 각론에서 다시 다루어지면서 생긴 일이다. 어떻게 보면 한 번 더 강조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라오스 여행을 늘 꿈꾸는 나에게 개인적인 경험이나 풍경에 대한 감상 등이 많이 제거되어 재미는 떨어지지만 라오스란 나라의 역사와 문화 등을 개괄적으로 배우는 데는 많은 도움을 준다. 사실 다른 책이나 카페 등에서 얻은 정보가 중복되는 부분이 있지만 정치와 역사 등은 더 정확하고 풍부하다. 이것은 여행자가 아닌 사업자로 그곳을 보고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저자가 라오스에 대해 말한 수많은 말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들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다.”(222쪽)란 표현이다. 자신이 사업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라오스 국민을 바라볼 때 세계최빈국이지만 행복지수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그들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 풍족한 자원이 있어 굶어죽을 걱정이 없고, 또 식민지 시대를 겪으면서 생존수단으로 닦은 생활습관이 이것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역사와 지역과 문화 등을 풀어서 이야기해줄 때 이런 현상의 원인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물론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더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오늘의 행복을 놓치고 살고 있는 우리의 현주소를 생각할 때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재미난 에피소드가 생략되고 라오스의 정보를 많이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래서 재미는 조금 떨어진다. 이전부터 알고 있던 라오스 정보들이 책 속에서 다루어지면서 반가웠고, 조금 더 자세하게 알게 된 것도 적지 않다. 잠시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많이 필요한 내용은 아닐지 모르지만 좀 더 오래 머물거나 살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매력 있는 책이다. 아마도 집필도 여행자와 사업가의 중간을 노리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작년에 방영한 <꽃보다 청춘>은 재미있었지만 그곳을 가려고 나에게는 오히려 악재다. 비행기 좌석도, 숙소 등도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오스를 자주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면 라오스의 변화가 잘 느껴진다. 점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예전의 싸고 맛있는 음식이 줄어들고,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도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말한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빨리 가야지 생각하지만 쉽지 않다. 책 속의 풍부한 사진 자료는 여행 사진과 다른 부분이 많다. 하지만 글 내용과 잘 맞는다. 빠른 이해를 돕는데 도움을 준다. 또 어떤 사진은 너무 멋지다. 그리고 사진은 많고, 글은 많지 않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음식에 눈길이 더 많이 갔지만 라오스의 관료주의와 정치를 적은 글도 흥미로웠다. 늘 나의 시선으로 그들을 본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라오스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나쁘지 않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