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괜찮을 줄 알았어 - 나를 잃지 않고 우울증을 앓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지민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울증 커밍아웃이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울증은 너무도 흔한 질병이 되었고, 자녀의 우울증, 친구의 우울증, 배우자의 우울증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참 많은 책과 방송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울증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유독 소외된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님의 우울증 문제입니다. 정신없이 인생을 살아가셔서 자신의 정신을 돌볼 여력이 없던 세대, 더군다나 정신과는 미친 사람들만 가는 줄 알고 사셨던 분들이 제 발로 우울증 상담을 받게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 참 특별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를 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딸이 쓴 책입니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합니다.

엄마는 괜찮을 줄 알았어.

 

실제 가족의 아픔을 옆에서 지켜본 의료인이 쓴 책이기에 이 책은 다른 어떤 책보다 전문성과 따스함을 동시에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중년우울증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자세히 전달해 줍니다.

 

부모님의 성격 변화, 까칠해지고 예민해진 태도를 그저 나이 먹어서 부리는 갱년기 증상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중년우울증의 경우 병원에 방문할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주변에서 잘 살펴보고 적절한 대응을 해주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은 밤에 푹 주무시고 계시는가요?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는 말로 불면증을 왜곡하고 있진 않은지요. 이 책은 도표를 통해 우울증을 자가 진단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책에서 물어보는 항목에 답을 해보며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고마운 것은 이 책이 무턱대고 병원에 가라, 약을 먹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약물 치료는 왜 해야 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으며, 어떤 부작용이 있고, 얼마나 복용해야 하는지 등 상담받기 전에는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디테일한 정보를 전해줍니다. 왜 약을 먹어야 하는지 부모를 설득해야 하는 자녀의 입장에선 이 책이 미리 알려주는 치료 방법이 참 유용한 지식이 되어줍니다.

 

단순히 의학적인 지식만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주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책에는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상황이 소개되는데, 우리 부모님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상황,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례를 유심히 살펴보며 그들의 우울증 발병 원인과 진행 상황, 치료 방법을 자세하게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함께 생활하는 자녀에겐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부모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배워갈 수 있습니다. 어떤 대화가 잘못된 대화이며, 그때 부모님의 감정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배워가며 자녀로서 나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자녀가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소외되고 외면받아 온 중년우울증에 대해 우리 사회는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엄마는 괜찮을 줄 알았어 를 통해 갑자기 변한 부모님의 상태를 이해하는 기회를 얻게 되시길 바랍니다. 이 책을 통해 까칠해진 부모님의 진심을 알아가게 되시길 바랍니다.




 

 


(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만나는 500개의 계단 Q&A
이혜송.이혜홍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중에 참 대단한 사람들이 쓴 자기계발서가 많습니다. 이 상황에선 이런 선택을 하고, 저 상황에선 저런 선택을 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의 반열에 올라선 이들이 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들의 인생이 꼭 나에게도 유효하게 적용될까요? 그들의 삶과 내 삶은 다르고, 그들이 처한 환경과 내가 처한 환경이 다르며, 무엇보다 그들과 나는 다른 사람이지 않습니까? 생각도 기호도 가치관도 너무 다릅니다. 그들은 성공했으니 내가 그들을 따라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요?

 

여기 참 독특한 책이 한 권 출간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는 자기계발서입니다. 가르침이나 대답은 없고 질문만 있는 책, 나를 만나는 500개의 계단이 그것입니다.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회상의 계단, 머무름의 계단, 그림자의 계단, 진실의 계단, 도약의 계단, 각각의 계단은 수십 개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은 먼저 과거의 나와 마주할 것을 요구합니다. 어린 시절에 관해 기억나는 일이 있는지, 나의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기억은 무엇인지 묻습니다. 살면서 한 번쯤 받아볼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내 얘기를 오래 하면 좋아할 사람은 없기에 대부분 의례적인 답변만 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누구에게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하는 것이기에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고, 충분히 답할 여유가 있으며, 다른 무엇을 고려해 답할 필요도 없습니다. 부끄러운 일도, 숨기고 싶은 이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습니다. 투머치 토커가 되어도 좋지요.

 

과거에 대해 생각하며 내가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에 놀랐고, 또 평소엔 생각하지 않아도 질문을 받으면 생각이 나는 기억 저편의 기억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도 놀랐습니다.

 

질문이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라 대답을 하면 나도 몰랐던 나의 생각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밖에서 부모님의 직업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면 상투적인 직업이나 회사명 정도 이야기하고 그칠 것입니다. 그 이상 물어보는 것은 실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디테일하게 파고듭니다. 부모님의 직업과 관련된 당신의 기억은 무엇이 있습니까? 아버지의 직업으로 인해 겪었던 에피소드나 나의 생각 등을 되짚어 보면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그때의 감정과 기분이 되살아 납니다. 참 묘한 기분입니다.

 

과거의 계단을 지나면 현재와 미래의 계단도 넘어서야 합니다. 나를 가장 지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꿈꾸는 나의 가정은 어떤 모습인지를 고민하다 보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어 전 생애를 아우르는 나의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는가요? 여러분 자신에 대해 책을 쓴다면 어떤 내용을 적고 싶으신가요? 적절한 질문을 몰라 답을 할 수 없고 답을 할 수 없으니,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 책, 나를 만나는 500개의 계단이 여러분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며, 더 깊은 나를 만나도록 이끌어줄 것입니다.

 

직업 선택, 배우자 선택, 가족계획 등 우리 앞에 다가올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야 합니다. 나를 만나는 500개의 계단을 걸으며 만들어진 내가 아닌 진짜 나를 만나보세요. 이 책을 통해 숨어있던 온전한 나를 만나고 나와 더 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꼭 활용해 보세요.




 

 


(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90일 감정 노트 - 쓰다 보면 마음이 단단해지는
윤닥 지음 / 와이디북스(YD BOOKS)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분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계십니까? 다른 사람의 감정은 제삼자의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정작 내 감정은 철저하게 내 문제이기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듭니다.

 

이번에 출간된 신간, 90일 감정 노트는 석 달간의 마음 기록을 통해 내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주는 놀라운 책입니다. 이 책은 다른 유명 저자의 생각을 읽는 책이 아닙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저자가 되어 내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써나가는 책입니다.

 

그렇다면 새해가 되어 의례적으로 기록해 나가는 다이어리와 다를 게 없지 않나요? 아닙니다. 이 책은 독자가 기록하는 책이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여백을 제공하는 빈 노트가 아닙니다.

 

이 책은 도입부부터 감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소개해 줍니다. 기쁨, 신뢰, 공포, 놀람, 슬픔, 혐오, 분노, 기대 등 여덟 가지 기본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아니, 이건 초등학생도 아는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요? 감정이 무엇인지는 유치원생도 알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감정에 대해 얼마나 두루뭉술한 정의를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감정은 상당히 추상적입니다. 기쁨이 느껴지면 그냥 기뻐하고 불안하면 그냥 불안해하죠. 그런데 이 책에선 감정을 상세히 분류하고 이름을 붙여 정의합니다. 막연하게 느낌으로만 들고 있던 감정을 텍스트로 치환해 가는 것입니다. 각각의 감정은 이모티콘 같은 귀여운 그림으로도 표현되어 있어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감정 노트를 적기 전 샘플이 제공되어 어떤 식으로 기록해야 하는지를 미리 숙지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답을 하면 되지요. 요일 별로 그날 내가 겪었던 일을 기록하고, 다음 주의 목표를 세우기도 하며, 이번 주의 나에게 메시지를 남기기도 합니다.

 

후회 노트를 작성하는 부분에서 바꿀 수 있는 스트레스와 바꿀 수 없는 스트레스를 나누어 기록하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스트레스를 그저 스트레스 자체로만 받아들이면 해결의 길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내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것과 해결 불가능한 것으로 나누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전진의 희망을 보게 됩니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침착하게 나누어 해결해 가면 되고, 해결될 수 없는 스트레스는 그와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는 작업을 하면 됩니다. 이 두 가지의 분류가 한 주를 정리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에는 상당히 귀엽고 유용한 스티커도 함께 제공됩니다. 요새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가 유행인데 감정 노트도 다꾸하듯이 재미있게 작성해 갈 수 있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90일의 기록으로 나를 정말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닌, 앞으로의 90일로 내 진짜 모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투자해 보세요. 90일 감정 노트를 통해 내 감정을 이해하며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 연애 안 하겠습니다
최이로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N포 세대란 말이 유행한 지도 몇 년이 흘렀습니다. 비혼이니 비연애니 하는 주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금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저, 연애 안 하겠습니다. 부모님이 보면 뒷목 잡을 것 같은 이 책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책은 시작부터 묵직한 이야기를 던집니다. 사별. 나이 든 노부부의 이야기도 아니고, 적어도 결혼하고 부부생활을 이어간 기혼자의 이야기도 아닌데, 연애 이야기에서 갑자기 사별이라뇨.

 

저자는 헤어진 남자 친구의 재결합 요구를 거절했고, 얼마 뒤 남자 친구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사건은 저자에게 큰 고통을 주었고, 사랑과 이별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여러분은 연애에 대해 고민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 질문은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고민은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누구를 만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을 뿐, 연애 자체에 대한 고민은 깊이 해본 적이 없다는 말입니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부분도 이렇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하고 연애하고 이별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다만 연애에도 다양한 방법과 형태가 있을 수 있음을 고민해 보라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도 연애의 한 방법일 수 있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일을 사랑하는 것도 연애의 형태일 수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만이 온전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연애의 종류 중 하나일 뿐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술을 마시고 불안감을 주던 아빠의 모습이 투영되어 현재의 남자 친구를 선택하거나 연애하는 과정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내 외로움으로 인해 아무 사람이나 만나기도 합니다. 우리는 나와 딱 맞는 누군가를 만나야 이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먼저 해야 할 것은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나를 채워가는 것이 연애보다 먼저였음을 알게 되고 나와 연애하기 시작합니다.

 

연애를 시작하면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때론 부정적인 모습을 발견해도 품어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현재를 사랑하는 것 또한 동일할 것입니다. 우리는 연애를 통해서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좋은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연애를 다시 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이 책은 연애에 대한 이별곡이 아니라, 내 마음을 향한 행진곡입니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방도 사랑할 수 있고, 자유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더 명확한 사랑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자발적 을이 되어 연애에 묶여 있던 분께 이 책 저, 연애 안 하겠습니다 를 추천해 드립니다. 우리는 연애하지 않음으로써 더 좋은 연애를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나를 사랑하는 그 길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답게, 여전히 - 안녕 폼페야!
조수빈 지음, 서세찬 그림 / 하움출판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폼페병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이름조차 생소한 폼페병 환자는 국내에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5명 정도만 폼페병으로 진단받았을 정도로 희귀한 병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도 힘들고, 미디어를 통해 접하기도 어려운 폼페병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폼페병을 앓고 있는 2006년생 열일곱 여고생이 쓴 에세이, 나답게, 여전히 안녕 폼페야! 가 그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생후 10개월쯤 희소 난치성 근육 질환 폼페병 진단을 받고 16년째 폼페병 투병 중입니다. 자신의 평생을 폼페병과 함께 살아온 소녀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당연히 고통스러우리라 예상된 배경이었지만 책을 읽으며 저자의 긍정성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때론 억울해하고, 때론 주변을 질투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상황과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며 누구보다 밝은 마음을 키워갑니다.

 

어느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찾아온 장애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 살아온 질환이어서인지 이 책은 투병기보다는 한 사람의 자서전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병보다도 조수빈이라는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 있어 더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특이하게 제갈량의 팬입니다. 전국 여중, 여고를 뒤져보아도 제갈량의 팬임을 자처하는 여학생은 이 학생 한 명뿐일 것입니다. 어쩌면 환자로서의 자아가 아닌, 작가로서의 자아, 힘든 현실이 아닌 희망 넘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기에, 삼국지라는 소설에 빠지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 속 저자는 병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버티기만 하는 환자가 아니라, 작가의 꿈을 가지고 남들보다 조금 특별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평범한 여고생입니다. 지금은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언젠가 세상에 나가게 되면 자신의 고민과 가치관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는 귀중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세상의 정의대로라면 저자는 장애인이지만 정작 저자 본인은 자신을 장애인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실제 장애의 여부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의 싸움에서 저자는 자신 안에 있는 다른 가치관으로 자신을 정의하게 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문득 속상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모든 사람이 각자의 속도대로 달리고 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저 사람에게는 저 사람의 속도가 있고, 나에게는 나의 속도가 있다, 내가 저 사람의 속도에 맞출 필요도 없고, 저 사람이 나의 속도를 판단할 이유도 없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자신의 기준을 세워가며 여고생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갑니다.

 

가족의 소중함 역시 이 책이 전해주는 아름다운 가치 중 하나입니다. 저자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지만, 주변엔 함께 걷는 가족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성숙해지려면 이 폭이 넓어져야 합니다. 가족과 함께 걷던 길을 온 사회가 함께 걸어야 합니다. 저자는 오늘도 병과 씨름하고 있는 희소병 환자들을 응원하며 책을 마무리 짓습니다.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나답게, 여전히 안녕 폼페야! 를 통해 우리가 귀담아듣지 않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오늘도 씩씩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 사회 속 작은 움직임을 발견하시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