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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
가시눈 지음 / 투영체 / 2023년 10월
평점 :
웬 고양이 만화가 출간되었습니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해 홀린듯이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고양이 만화가 아닙니다. 고양이가 등장하지만 그 어떤 책보다도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나는 신간,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가 그것입니다.
책은 엄마 그 냥씨와 딸 어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 냥씨는 평범한 우리네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예순이 넘은 여성의 평범한 삶, 여자라는 이유로 공부하지 못했고, 친척 집에 보내져 식모 살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정해진 때에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일터에서 노동을 했습니다. 그렇게 지독하게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책을 읽을 수록 그 냥씨는 특정한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피사체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게 모르게 받아왔던 차별과 그 누구보다도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며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내온 그 세대의 어머니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딸의 이름이 어제인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젊은 세대에겐 후회가 참 많습니다. 그때 이렇게 할 걸, 그때 공부 열심히 할 걸, 그때 이 전공을 택할 걸, 그때 그 직장에 가지 말 걸. 후회되는 과거와 불안한 미래 앞에 흔들립니다. 그런데 엄마의 하루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억울한 과거를 살았고, 누구보다 막막한 미래를 앞두고 있지만 엄마는 씩씩하게 오늘 하루만 삽니다. 오늘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고된 몸을 뉘고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십 년 전에도, 이십 년 전에도 엄마는 그 날의 하루를 열심히 살았습니다.
퇴사를 빙자한 해고, 폐경, 갱년기를 맞으며 또다른 인생의 막을 시작하게 된 그 냥씨는 갑자기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택합니다. 어르신이 되어가는 그 냥씨는 또다른 어르신들을 돌보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냥씨와 딸 어제, 요양원의 어르신들 모두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들은 모두 다른 세상을 살았습니다. 다른 시대, 다른 환경, 각자에게 주어진 서로 다른 요구들을 수용하며 각자의 인생을 써왔습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시대가 뒤섞이며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디테일한 근현대사 같은 책입니다. 어떤 역사책에도 기록되지 못했지만, 지금의 우리 나라를 만든 노동자와 여성과 노인들의 진짜 한국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엄마는 왜 저럴까 이해하기 힘든 순간들이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그런 순간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엄마, 할머니, 괴팍한 동네 어르신까지, 우리가 미처 읽어내지 못한 그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참 좋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를 통해 오늘 하루도 여전히 부지런히 살아내고 있는 엄마의 바쁜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서로를 이해하고 그들의 진심을 읽어내기 위한 귀중한 인사이트를 이 책이 제공해줄 것입니다.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와 함께 기성세대와 부모에 대한 청년들의 이해와 존경이 깊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