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 쇼펜하우어 소품집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박제헌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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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번은 읽어봐야지 하고 마음 먹었으나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철학자가 있습니다. 너무도 많은 위인들이 자신의 멘토로 삼고 있기에 나도 꼭 읽어봐야지 생각했지만 워낙에 염세적이고 시니컬한 태도에 쉽게 마음이 가지 않는 철학자입니다. 쇼펜하우어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쇼펜하우어의 글을 모은 소품집이 출간되었습니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제목부터 정말 쇼펜하우어답습니다.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는 행복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설파합니다.

 

쇼펜하우어는 건강이 행복에 큰 요인이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정신적인 측면이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도 이야기합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를 인용하여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주된 원천은 결국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너무도 맞는 말 같으면서도 쉽게 동의하기 힘든 면도 있습니다.

 

행복에 있어 평범한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소유욕일 것입니다. 가지지 못해 느끼는 불행이 우리에겐 너무도 큽니다. 이것만 가지면 행복할 것 같고, 조금 더 소유하면 편안하게 살 것 같은 마음이 우리 안에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쇼펜하우어는 단호한 어투로 지적합니다. 소유욕은 상대적인 것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어떤 절대적인 행복의 가치가 아니라, 사람에 따라 천지차이로 다르게 경험되어집니다. 더 적게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가진 사람보다 행복하기도 하고, 누구보다 많이 가진 사람이 늘 불행을 느끼기도 합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보여집니다. 타인에 비치는 내 모습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상대적인 것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이에 대해 상당히 시니컬한 태도로 일갈합니다. 타인의 생각이 내가 처한 현실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고 되묻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정말 맞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생각과 판단은 내 현실에 실상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행복의 기준을 타인에게 두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저 사람이 내 성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런 행동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한심하게 보진 않을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들의 생각은 내 현실을 바꾸고 조종할 아무런 능력이 없습니다. 내 현실은 내 현실대로 존재하고, 그들의 생각은 그들의 생각대로 존재할 뿐입니다.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는 성경의 구절들을 자주 인용하지만 그 철학 자체는 상당히 불교적이고 동양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관계의 문제가 아닌 인식의 문제이고, 모든 것의 원인은 네 안에 있으며, 이 세상은 본래 고통스러운 것임을 인정하라는 불친절한 철학자의 조언이었습니다.

 

헛된 기대를 안고 살아가다 세상에 실망하는 모든 인생들에게 제시하는 쇼펜하우어의 거친 충고가 한 권의 책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쇼펜하우어 소품집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를 통해 행복과 인생,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고통스러운 청춘을 응원합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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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트렌드 모니터 - 대중을 읽고 기획하는 힘
최인수 외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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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신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를 분석해 향후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는 트렌드 모니터 시리즈의 2024년판이 출간되었습니다. 2024 트렌드 모니터는 복잡하고 난해한 트렌드 용어들을 정리해주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정확한 미래 예측을 알려주는 놀라운 책입니다.

 

이번 트렌드 모니터의 가장 큰 주제는 피드백 없는 사회입니다. 코로나를 겪은 후 우리 삶의 형태는 급속도로 변화했습니다. 2024년엔 친구, 직장 동료, 어른에게서 받는 피드백이 사라지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화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소비 행태의 변화와 뉴스거리들도 모두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수비수가 국가대표 은퇴를 암시하는 인터뷰를 해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추후 인터뷰를 통해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사실 이 역시 트렌드 모니터가 말하는 향후 우리 사회의 움직임과 일치합니다. 과거 국가대표들은 긴 비행시간, 휴식 없는 경기 일정을 감안하고도 국가대표 스케쥴을 최우선에 두었습니다. 개인보다 공동체, 국가의 위상과 자부심을 우선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다가올 세대는 개인 취향이 그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입니다. 공동체의 성향, 어른의 피드백, 앞서 갔던 이들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이 나의 취향이며 선호인 것입니다.

 

이 책에선 젊은 세대가 어른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를 주목하고, 이것들이 향후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분석해갑니다.

 

어른과 공동체가 제시한 가치보다 자신의 만족감을 더 중요시하는 요즘 세대의 행태는 소비 시장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기존의 기성 명품이 아닌 자기 만족감을 높이는 물건을 소비하기도 하고, 정해진 방식과 다른 형태의 결혼식이나 소비행태를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소비 뿐 아니라 이직과 퇴사에 대한 가치관도 기성 세대와 완전히 달라져 부모 세대가 좋다고 알려준 공무원, 대기업과 같은 일자리를 거부하고 과감히 퇴사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어느 시기에나 세대 차이가 있었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의 단절과 피드백의 부재로 인한 젊은 세대만의 독특한 삶의 형태가 빠르게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재택 근무와 워라밸이 중요시 되며 극심한 보수 국가라는 일본에서도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장인정신을 강조하며 평생직장을 삶의 목표로 삼던 일본도 과거 세대의 가르침을 벗어나 자신의 가치를 찾아 이직과 퇴사를 반복하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변화의 물결이 얼마나 빠른지 놀라게 되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뉴스에서 경고하던 일들이 이제 완전히 우리 현실이 되었습니다. 부모에게서 벗어나지 않던 캥거루 족은 이제 직업 자녀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트렌드 모니터를 계속해서 보다보면 우리 사회가 어떤 큰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지를 한 눈에 보게 됩니다.

 

2024 트렌드 모니터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의 트렌드를 읽어보세요. 어제의 경고는 오늘의 현실이 되었고, 오늘의 경고는 내일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2024 트렌드 모니터를 읽으며 변화하는 세상에 빠르게 대처하시길 바랍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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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다 - 그림책 작가 오소리 에세이
오소리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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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나는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냈을까요? 작년의 나, 십 년 전의 어떤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냈을까요? 분명 똑같은 24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때의 나는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아무의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모두가 기억할 만한 특별한 일이 벌어진 날이야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나의 날은 누구의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림책 작가 오소리님께서 이번에 독특한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다 라는 책입니다. 오소리 작가님은 기록하지 않으면 영영 사라져 버릴 오늘을 부여잡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전학을 가 낯선 학교에 들어선 날, 대학에 합격한 날, 군대에서 보낸 첫 밤, 결혼식, 돌잔치 등 나뿐만 아니라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특별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지나고 나서 함께 과거를 회상하며 웃고 떠들 수 있는 공통의 기억들 말이죠. 그런데 반드시 내가 기억해야만 사라지지 않을 일들도 있습니다. 어떤 사건일 수도 있고, 어떤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는 소소하고 별거 없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기록됩니다. 나는 이런 기대를 했고, 이런 일을 하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던가, 사고가 날 뻔 했지만, 다행히 사고가 나지 않고 지나갔다 같은 에피소드답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남겨져 있습니다.

 

이런 건 도저히 어디 가서 화두에도 올릴 수 없는 맥 빠지는 이야기들입니다. 쟤는 저런 의미 없는 자기 얘기를 왜 줄줄 늘어놓고 있어? 하며 무리에서 왕따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일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남들에겐 하나도 중요하지 않지만, 나에겐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꼭 필요했던 시간들이며 감정들입니다. 목적 없이 부유하던 사춘기, 결국 결말을 짓지 못한 결심들, 이불 속에서 혼자 고민하다 덮어둔 찌질한 감정들까지 그 모든 것이 결국 나였으며,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온 것입니다.

 

저자의 일기를 읽다 보면 타인의 감정인 것처럼 지난 시간을 읽게 됩니다. 독자와 저자는 다른 사람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요? 저는 저자가 자신의 일기를 다시 읽어도 같은 감정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분명 나였던 그 아이, 지금과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결정을 내렸던 그 아이, 나이지만 동시에 남과 같은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책을 읽으며 저도 일기를 써야겠다는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처럼 수려한 글빨이 있어 장문의 텍스트를 남길 순 없지만 조각조각 짧은 문구로라도 나의 오늘을 기록해야겠습니다.

 

내가 기억해 주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나의 작은 날들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순간순간 존재했던 잊혀진 나를 떠올려 보세요. 현재를 기록하여 미래의 나와 오늘의 나를 연결해 줄 중요한 첫걸음을 떼시길 바랍니다. 나를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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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르시시스트 맞아 쓰면서 치유하는 심리워크북
브렌다 스티븐스 지음, 양소하 옮김 / 에디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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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명백한 악인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그 사람을 피해야 할 것입니다. 나쁜 일을 벌이는 사람과 함께 해서는 안 된다는 건 유치원생도 알 수 있는 진리입니다. 그런데 특별한 악인이 아니라, 단순히 이기적인 사람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나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때마다 관계를 끊어야 합니까?

 

자아도취적 학대 상담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심리 상담가 브렌다 스티븐스가 집필한 책 그게, 나르시시스트 맞아는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괴롭게 하는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조명한 놀라운 책입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떤 면에선 정상적인 생활을 해나가며 특정 분야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탁월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과 관계를 맺으면 우리의 기력과 생각, 삶에 대한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힘들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기본적으로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희생이 없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최우선시 합니다. 또 그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조종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관계의 우위에 선 후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도리어 사과를 받아내기도 합니다. 이런 나르시시스트와 함께 하는 것은 우리에게 심각한 데미지와 피로감을 안겨주게 되며 심할 경우 우리의 일상이 파괴되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을 이용해 자신의 자만심을 채우고 자신이 관심과 칭찬과 주목을 받기 위한 도구로 주변 사람들을 이용한다고 말합니다. 나르시시스트 본인을 의존하도록 교모히 이끌기도 합니다.

 

어마어마한 학대를 받은 것도 아니기에 그저 내가 참고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그런 생각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우리의 감정은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과 전문가들에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그냥 참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감정의 어두운 부분이 드러나고 치유받고 치료되어야 할 상처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나르시시스트가 부모 혹은 연인이나 부부 등 피할 수 없는 관계에 놓인 사람일 경우 문제는 더 커집니다. 이 책에선 관계가 아닌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 나의 감정을 돌보는 법을 비롯해 타인이 아닌 나를 중심에 놓는 훈련법을 알려줍니다.

 

이것은 나르시시스트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의 경우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이 자칫 이기적으로 보이거나 나만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두려워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르시시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며 표현법과 주장의 동기를 잘 컨트롤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당연히 자기 주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나르시시스트의 문제에 집중하며 읽어갔지만 책을 읽을 수록 그들에게 당하는 사람의 입장과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주변엔 관계를 파괴하고 무조건 주도하려고 하는 나르시시스트가 있습니까? 그 사람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가까운 거리에 존재합니까? 그렇다면 이 책 그게, 나르시시스트 맞아 를 통해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을 해보세요. 관계를 개선하고 더 건강한 나를 만들어갈 중요한 관점을 발견하시게 될 것입니다. 이제 나 자신과 타인 앞에서 조금 더 당당해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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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이상해
헤이란 지음 / 사유와공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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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 시대가 되며 손주 보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4대의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가 있습니다. 독특한 제목의 신작 에세이,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이상해가 그것입니다.

 

저자가 딸을 출산한 후 할머니는 세상 가장 귀한 보물을 대하듯 증손녀를 대했습니다. 손주만 해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들 하는데, 증손녀는 오죽 예뻤을까요.

 

그런데 행복하기만 할 것 같던 가정에 먹구름이 드리웁니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겁니다. 내 아이에게 할머니의 상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아이 눈에는 이상하게만 보이는 왕할머니를 이 가족은 어떻게 품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치매 극복기나 무슨 예방 서적, 의학 서적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한 가정, 다만 요즘 세상에선 조금 독특하게 4대째 정을 나누고 있는 여성들의 일상적인 상황을 다루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전쟁을 겪은 할머니가 가지고 있는 평생의 한은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먹고 살만한 세상이 되었고, 웃고 추억할 수 있는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는 가장 강렬했던 그때의 감정이 불쑥 불쑥 튀어나옵니다.

 

했던 얘기를 또 하는 할머니는, 권했던 음식을 또 권합니다. 그러더니 이유 없이 화를 내기도 하고, 속에 있던, 아니 속에도 없던 거친 말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상황에 함께 한숨 쉬기도 하고, 때론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도 느끼며, 이 책의 존재 의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기억은 불안정합니다. 우리가 지금 할머니에게 어떻게 대하든 그 기억이 얼마나 갈지, 제대로 받아들여지기나 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순간을 기록한 텍스트는 영원히 남게 됩니다. 애니메이션 코코처럼 할머니를 추억하고 기억할 모든 순간들이 가족들에게, 또 남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할머니가 걸어온 그 긴 세월,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기나긴 시간들은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은 너무나 짧고 심지어 불안정합니다.

 

그런데 이런 위기 속에서도 사람은 이어집니다. 딸에게, 또 딸에게, 또 딸에게 할머니와 함께 했던 에피소드들은 전해지고, 기억되어지고, 이야기 주제가 되어줄 것입니다.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 인생을 책을 통해 또 느낍니다. 그런데 그 막막함 속에서도 평범한 기쁨과 평범한 용기와 평범한 사랑들이 나도 모르게 스쳐지나가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특별히 사랑해, 고마워 같은 이야기가 나오진 않습니다. 그런데 상황을 통해, 독백을 통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무언가를 통해 서로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이 느껴집니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지나간 시간과 남은 시간은 무엇인지, 얽히고설킨 복잡한 가족간의 관계는 무엇인지 답을 찾고자 하는 분들께 이 책,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이상해를 추천드립니다.

 

우리 엄마가 죽고 나면 우리 아이들은 엄마를 어떻게 기억할까요?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를 나중에 내 아이들에겐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요? 이 책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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