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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끝, 예수의 시작
카일 아이들먼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6년 1월
평점 :
아름다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책을 받자마자 단번에 읽어내려갔고, 책을 다 읽은 후엔 밑줄을 그어가며 또 읽었습니다.
가슴에 큰 자국을 남긴 책, <나의 끝, 예수의 시작>을 소개하려 합니다.
<나의 끝, 예수의 시작>은 <not a fan>으로 유명한 카일 아이들먼의 신간입니다.
카일 아이들먼은 이미 전작에서도 영성 넘치는 글을 통해 우리 영혼의 변혁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바 있습니다.
이번 책에서 카일 아이들먼은 조금 더 깊고 세밀하고 은밀한 영역을 터치합니다.
바로 우리의 실패와 무기력입니다.
우리는 보통 신앙의 여정을 깨달음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크리스천들, 특히나 이렇게 신앙서적을 구입해서 읽는 성도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내가 뭘 몰라서 지금 이런 실수와 죄를 짓는 것이고, 무언가 나를 뒤집어 엎을 큰 깨달음을 얻고 나면 삶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앙 서적도 구입해서 읽고, 목사님들의 설교도 찾아 읽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왠 일인지 우리의 삶은 도통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죄에 찌들어 있고, 머리에 지식은 점점 쌓여만 가는데 우리의 삶과 행동엔 조금도 진전이 없습니다.
마치 사사기의 백성들처럼 우리는 절망의 쳇바퀴를 굴리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여전히 한심한 인간, 죄의 노예, 중독과 구습에 허덕이는 옛 사람.
우리에겐 정녕 소망이 없는 것일까요?
우리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아야만 할까요?
도대체 인간이란 존재는 어떻게 해야 변할 수 있단 말입니까?
좋은 신앙 서적을 읽고 머리엔 무언가를 가득가득 채워가고 있는데 실제 내 삶은 조금도 나아지질 않습니다.
이 책에서 카일 아이들먼은 우리의 끝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일하심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의 끝에 도달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큰 깨달음을 통해 지금 당장에라도 삶의 형편이 나아지기를 기대합니다.
"하나님! 내가 이렇게 이렇게 했고, 이렇게 이렇게 한 것을 후회하니 이제 그만 나를 구원해주십시오."
우리는 우리의 깨달음으로 하나님과 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변화는 그렇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절대 그런 식으론 변하지 않습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지독하고 이기적인지요.
우리는 조금이라도, 단 1mm라도 살 틈이 보이면 절대로 죽으려 하지 않습니다.
자발적인 죽음과 성화라는 것은 어쩌면 허상과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포기하지 못하고 끝끝내 자아를 움켜쥐고 살아가는 우리가, 외부의 사건이든 내부의 절망이든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끝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죽이게 됩니다.
아니, 죽이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죽는 것이죠.
다른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인생은 완전히 끝장났고, 나에겐 소망이 없고, 앞길은 보이지 않고,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고, 이런 우리 삶의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고개를 들어 예수님을 바라보게 됩니다.
"주님, 다 끝났습니다. 완전히 망했습니다. 이젠 방법이 없습니다. 죽여주십시오. 소망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애초에 예수님은 우리를 고쳐 쓰실 생각이 없었던 겁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다.
죽어야 부활할 수 있으니까요.
옛 사람이 죽어야 새 사람이 살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우리의 삶이 완전히 끝났을 때, 예수님은 비로소 일을 시작하십니다.
저역시 제 삶에서 왜 예수님의 일하심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인지 늘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 속에는 바리새인 같은 비열한 자기의도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다른 세상 사람들보다는 주님을 더 생각하지 않나. 내가 나만 잘되겠다고 사는 게 아닌데, 왜 하나님은 나를 도와주시지 않나.'
이런 생각은 모두 내가 죽지 않았기 때문에 생겼던 자기의였습니다.
더이상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고, 더이상 내 힘으로 무엇도 찾거나 회복시킬 수 없는 완전한 인생의 끝, 거기서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진정한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정말 예수님만 위해서 살고 싶으신가요?
이타적인 삶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싶으신가요?
아니요. 당신은 원하지 않습니다.
카일 아이들먼은 단언컨대 우리의 자아는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본래적으로 이기적인 자입니다.
나를 주인으로 세우고, 온 우주가 나를 떠받드는 상상을 하는 자입니다.
내가 완전히 끝장 나기 전까지, 우리의 본성은 절대로 우리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내 능력이 남아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으로 도망가버립니다.
심지어 도망가는 와중에 그럴듯한 신앙 명문을 내세워 신앙과 성공,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할테지요.
우리는 자신에게 중독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천국도 아니고, 세상도 아닌, 중간 지대에 갇혀 있습니다.
우리는 변화를 원하지만, 동시에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우리는 죄인 중에 괴수입니다.
'할 수 없다'고 울부짖는 우리의 속마음엔 '하기 싫다'는 울부짖음이 들어 있습니다.
'나를 죽이기 싫어요 주님. 이러다 나 진짜 죽어요. 살려주세요.'
더이상 발버둥치지 말고 온전한 죽음과 끝을 받아들이세요.
그 끝엔 멸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주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때를 기다렸다. 너의 끝이 아니면 내가 일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인생이 완전히 끝장나셨습니까?
철저하게 무기력해지셨습니까?
이젠 더는 일어날 힘도 없으십니까?
자,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진정한 삶이 시작될 때가 되었습니다.
지친 무릎을 일으켜 세우시고, 일어나서 '한 번' 더 해보세요.
물론, 내 힘이 아닌 철저하게 예수님께 의지하며 한 걸음을 내딛으셔야 합니다.
오늘 절망에 빠진 우리의 삶에 새로운 삶이 찾아올 것입니다.
이 삶은 더이상 우리를 옭아매지도 않고, 우리를 중독의 도가니에 빠뜨리지도 않습니다.
나의 자아로부터 해방되고, 온전히 예수님과 동행하는 새로운 삶입니다.
진정으로, 진정으로 자유한 삶입니다.
내 삶의 끝에서 비로소 일을 시작하실 예수님을 기대합니다.
나의 끝, 하지만 예수의 시작!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