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 - 우울증 환자를 살리는 올바른 대처법
최의종 지음 / 라디오북(Radio boo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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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우울증은 희귀한 병이 아닙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우울증 커밍아웃을 했고, 시중에는 우울증 환자가 집필한 많은 책이 나와 있습니다. 병원의 문턱도 많이 낮아졌고, 상담을 받을 곳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우울증이 대중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외되고 있는 계층이 있습니다. 바로 우울증 환자의 가족입니다.

 

우울증 환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해선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만 우울증 환자의 가족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제대론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병원에 가보라는 말 외에는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없고, 병원마저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그때 가족의 심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신간, 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 는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아내를 지켜본 남편이 쓴 신선한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울증 환자의 동반자로서 어떤 삶의 태도와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 생생하고 디테일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쓴 책임에도 우울증에 대해 상당히 깊이 있는 분석을 전해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내 문제인 셈이죠. 저자는 우울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각종 책과 논문까지 찾아가며 공부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오히려 의료인의 책보다 더 직관적이고 친절합니다. 의료인은 의료인의 관점에서 문제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일반인의 시선에서 쓰였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더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의학적 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이 읽더라도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우울증에 대해 깔끔하게 분석하고 정리해 내는 놀라운 책입니다.

 

병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보호자가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 책만큼 정교하게 조언해 주는 책은 본 적이 없습니다. 단순히 증상, 리액션의 구도로 책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이런 반응을 보일 때 그 상황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때 환자의 감정은 어떠하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쪼개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읽을수록 놀랍고 존경스러운 정리입니다.

 

특히 이 책은 환자와의 피드백이 정교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의 말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대답을 알려주는데, 주변의 말을 환자가 어떻게 곡해해서 들을 수 있는가를 알려주며 주변인의 주의를 요구합니다. 우울증 환자는 일반인과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으므로 평범한 말도 오해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좋은 말도 소음으로 들릴 수 있다는 이 책의 표현을 가슴에 새겨야겠습니다.

 

티 나지 않게 해 놓으면 도움이 되는 행동이나 문제 있는 의사의 행동을 분별하는 법 등은 이 책이 아니면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신선한 꿀팁이었습니다. 암이나 그 밖의 큰 병은 환자 커뮤니티가 잘 되어 있어 정보를 쉽게 교환할 수 있지만 우울증 환자 가족끼리의 커뮤니티는 존재하지 않기에 이 책이 가지는 가치는 더없이 중요합니다.

 

정말 세상 모든 우울증 환자 가족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 를 통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주세요. 우리의 좋은 마음이 오히려 상대방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이제 공부하고 또 공부합시다. 먼저 그 길을 간 선배의 책을 통해 우리 모두 더 좋은 친구, 가족, 연인이 되어주어야겠습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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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후쿠오카 - 행복의 언덕에서 만난 청춘, 미식 그리고 일본 문화 이야기
오다윤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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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가장 마음 편한 해외를 꼽으라면 단연 후쿠오카가 1순위일 것입니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대도시이면서 여러모로 관광객에게 친화적인 환경 덕분에 많은 한국인이 후쿠오카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 달 살기를 하기에 최적화된 곳이 후쿠오카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의 내 환경과는 아예 다른 곳이면서 동시에 너무 이질감이 느껴지는 낯선 곳은 아닌 지역, 모든 인프라와 먹을거리가 갖춰져 있고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는 마음 편한 도시, 후쿠오카는 한국인이 한 달 살기 하기에 정말 딱 입니다.

 

도쿄의 하늘은 하얗다 를 쓰신 오다윤 작가님께서 이번엔 규슈에서 한 달을 살며 한 달의 후쿠오카 라는 책을 집필하셨습니다. 이 책은 익숙한 도시 후쿠오카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하고 살아내며 기술한 새롭고 낯익은 독특한 책입니다.

 

2박 3일이면 후쿠오카를, 외곽지역으로 나가도 3박 4일이면 볼 거 다 본다는 후쿠오카에서 한 달을 살면 더 할 게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이 있듯이 오래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도 있습니다. 저도 후쿠오카를 세 번이나 가보았기에 더 새로울 것이 있을까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제가 미처 보지 못한 후쿠오카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온통 익숙한 상호와 지역이 쏟아집니다. 우동 타이라, FUK 커피, 텐진 호르몬, 나카스 강 등 후쿠오카를 다녀오신 분이라면 당연히 가보았을 곳이 소개됩니다. 그런데 이미 가본 곳이고,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곳인데도 텍스트로 접하니 완전히 새로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현장을 묘사하는 저자의 생동감 넘치는 표현과 설명은 잊고 있었던 후쿠오카의 기억을 고스란히 살려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도 여행에서 찍어온 사진이 많을 것입니다. 사진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지요. 그런데 이렇게 텍스트로 묘사를 읽는 것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사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그 곳의 냄새, 분위기, 열정, 잔잔함 같은 것이 기억의 문을 열고 다시 나를 찾아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미 후쿠오카를 다녀온 분들께 이 책은 기억의 소환소 같은 역할을 해주겠지만, 아직 후쿠오카를 다녀오지 못한 분들, 한 달 살기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은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전 후쿠오카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지 못했기에 이 책을 읽으며 여행에선 경험할 수 없는 여유와 규슈인의 일상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행은 하이라이트 같은 것이라 정해진 시간 내에 최선의 것만 경험해야 하지만, 실제로 사는 것은 다르죠. 그저 하루하루를 나름의 의미를 붙이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니까요.

 

한 달 살기 책이지만 여행 책자로도 참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상 이 책에서 방문하지 않은 후쿠오카의 명소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고, 맛집이나 스팟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제공하기 때문에 후쿠오카로 떠나기 전 편안하게 읽어보면 큰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 책자처럼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과 감정을 함께 전달해 주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유익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어디로 떠나고 싶으세요? 저는 후쿠오카를 추천합니다. 해보지 않고 추천한다는 것이 우습지만 이 책을 통해 실제 후쿠오카에서 보낸 한 달은 어떤 모습일지 미리 경험해 보세요. 낯설지만 익숙한 그 맛, 후쿠오카의 설레는 한 달이 우리의 감성을 온전히 채워줄 것입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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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효과
댄 토마술로 지음, 윤영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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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불안하고 현재는 스트레스뿐입니다. 지금에 만족하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바뀌고 싶고 더 나아지고 싶고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방법이 보이질 않습니다. 나에게 있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컬럼비아대학 교육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댄 토마술로 박사가 집필한 신간, 긍정 효과는 성공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보통 더 나아지고 싶다거나,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 선택하는 방법은 자신의 문제점을 제거하고 단점을 극복하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이 책 긍정 효과에서 댄 토마술로 박사는 조금 독특한 이야기를 합니다. 부정성이 아닌 긍정성에 주목하라는 것입니다. 기쁨을 선택하고 평안을 누리라고 합니다. 종교적인 책일까요?

 

이 책에선 HERO라는 놀라운 툴을 제시합니다. HERO는 Hope 희망, Empowerment 유능감, Resilience 회복탄력성, Optimism 낙관주의의 과정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요?

 

저자는 위기 극복에 있어 가장 선제적인 요소로 희망을 꼽습니다. 그런데 이 희망은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과는 조금 다릅니다. 여기서 말하는 희망이란 불확실성과 부정성 안에서도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부정적인 현재가 아닌 긍정적인 미래를 믿고 그것에 열망을 가지는 것이 회복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첫걸음을 뗀 후에도 우리에겐 여전히 높은 벽이 남아 있습니다. 실망이라는 벽입니다. 이 벽을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것이 성공 경험입니다. 보통 자기 효능감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책에서 댄 토마술로 박사는 유능감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우리의 노력이 효과를 낳는 것을 경험하는 것, 내가 한 일에 대한 결과를 확인하는 것은 우리에게 포기하지 않고 일을 계속해 나가는 힘을 불어넣어 줍니다.

 

그래도 또 실패하면 어떡하냐고요? 그때 필요한 것이 회복탄력성입니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그럴 수 있다며 훌훌 털어버리는 능력, 이 책에선 장애물이 새로운 행동을 유발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슬슬 도전이 흥미롭게 느껴지시나요?

 

우린 결국 잘될 것이라는 낙관주의가 우리를 유능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게 될지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 낙관주의는 필요합니다. 결국 이것은 내 인생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에게 펼쳐진 일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요? 걱정만 하고 앉아서 최선의 미래를 외면하고 있진 않습니까?

 

걱정이란 게 막연하게 두려운 느낌으로만 존재했는데 이 책을 통해 하나씩 나누어 생각해 보니 의외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기분이었습니다.

 

부정성과 긍정성 중 어떤 것을 택할지는 오직 내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내린 선택의 결과가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가를 깨닫고 이 책, 긍정 효과를 통해 긍정을 강화하는 삶을 살게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오늘의 변화로 최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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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 마음에 들고 싶어서 - 매일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마음의 문을 두드립니다
버들 지음 / FIKA(피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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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오늘 하루 무엇을 의식하며 사셨나요? 직장 상사의 감시, 주변 사람의 평가,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지치고 주눅이 듭니다. 타인의 판단이 결국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 를 쓰신 버들 작가님께서 이번엔, 오늘도 내 마음에 들고 싶어서 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아니, 내가 나인데 내가 내 마음에 든다는 게 무슨 말일까요? 제목 만으론 직관적인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이 책은 일종의 나 관찰 일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일상이 그림과 글로 소개됩니다. 내 삶으로 책을 써야 한다면 남들이 혹할만한 사건과 이야기 위주로 글을 쓰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길을 가지 않습니다. 정말 아무런 특기할 만한 사건이 없는 평범한 오늘을 그려냅니다. 365일 중의 하루, 일주일 중에 한 요일, 흘러가 버리는 오늘을 붙잡아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책을 읽으며 놀라게 된 것은 생각보다 내가 나에게 관심이 없었구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한 시간 전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무슨 생각을 하기는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 아무도 그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나조차 말이죠.

 

직장 상사가 이야기했다면 내가 흘려들을 수 있었을까요? 카페에서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무시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나의 말에 내가 귀를 기울입니다. 정말 소중한 사람을 대하듯 나의 삶을 존중해 줍니다.

 

대단할 것 없고, 자랑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런 마음도 관심을 기울여주고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줍니다. 내가 나에게 존중받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마음에 드십니까?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나를 오래 보아준다면, 좋은 점을 발견하고, 찌질한 점을 용납하며, 나의 하루와 순간을 그대로 수용해 준다면 나의 자존감은 어떻게 될까요?

 

요가 명상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이 책의 저자는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어떤 진리의 정답 같은 것이어서가 아니라,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고, 관찰하고, 사색하는 것만으로 삶에 대한 건강한 자세를 배우게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제의 나는 어디 있을까요? 내가 귀 기울여 주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아 외롭진 않았을까.

 

이 책의 그림은 참 따뜻합니다. 특별히 겨울을 표현하고 있지 않은 그림마저도 모두 따뜻합니다. 그래서 이 겨울에 참 잘 어울리는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하루에 묻고 자기 삶으로 답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저자의 삶이 아닌 내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특별한 사건으로 가득 찬 책이라면 온전히 저자만의 것이겠지만, 너무도 평범한 하루를 그려낸 책이기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부유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 모든 현대인에게 이 책, 오늘도 내 마음에 들고 싶어서 를 추천해 드립니다. 내가 마음에 든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이 책을 통해 그 따뜻하고 건강한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올겨울이 가기 전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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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겨울나그네 1~2 세트 - 전2권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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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한파가 몰아치고 날이 쌀쌀해졌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꼭 생각나는 소설이 있습니다. 작고하신 최인호 소설가의 명저 겨울 나그네가 그것입니다.

 

겨울 나그네는 80년대 영화로, 90년대엔 드라마로 방영하며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며 각본으로 활용될 만큼 원작 소설의 줄기는 탄탄합니다. 이번에 이 작품은 뮤지컬로 개막합니다. 뮤지컬 개막에 맞춰 소설 겨울 나그네도 새로운 표지를 입고 우리 곁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산뜻한 표지로 겨울 선물용으로 참 좋게 출간된 겨울 나그네는 시대를 넘어 MZ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것입니다.

 

영화 건축학개론과 소설 국화꽃 향기 등은 90년대 대학에 다닌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이 책, 겨울 나그네는 그보다 더 이전 시대를 다룹니다. 어쩌면 지금 새롭게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겐 부모 세대의 감성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결국 청춘의 결은 시대를 넘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젊은 날들, 그 안에 펼쳐지는 잔인한 사랑의 감정은 시대를 가르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청춘의 희망과 기대는 배신을 당합니다. 그 가해자는 타인일 수도 있고, 세상 그 자체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풋풋하고 아름답기만 한 청춘도 그야말로 한순간일 뿐입니다. 어쩌면 찰나이기에 한없이 소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시절 아니겠습니까.

 

등장인물들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조금은 고전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면적인 캐릭터는 하나도 없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분히 입체적이며 복잡한 마음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줍니다.

 

꼬이고 꼬이는 민우의 삶, 전지적 시점으로 보고 있는 독자들은 당장에라도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지만, 민우의 삶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만 갑니다. 민우는 다혜에게 절규하듯 말합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이 생각하던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지금의 나는 악마라고 외칩니다. 민우는 정말 악마일까요?

 

최인호 작가의 수려한 글솜씨 덕분인지 처절하고 비참한 순간들이 아름답고 처연한 묘사로 풍성하게 전달됩니다. 등장인물의 감정이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오롯이 독자들의 마음에 스며듭니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참 답답한 장면이 많습니다. 저걸 왜 저렇게 생각하지? 저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저렇게 난리를 부리는 거지? 그런데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이런 감정이 단순한 세대 차이 때문에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 삶을 텍스트로 기록해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더 답답한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모르는 것이지요. 젊고 감정적일 땐 볼 수 없지요. 청춘이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시대를 넘어도 변하지 않는 사랑과 갈등과 괴로움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분께 소설 겨울 나그네를 추천해 드립니다. 뮤지컬을 보신 후 원작 소설을 꼭 읽어보세요. 다시 돌릴 수 없는 그날의 우리들, 그때의 감정들, 이 책을 통해 깊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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