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기원
토니 모리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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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리 모리슨이 쓴 자기 소설에 대한 설명. 미국 사회의 흑인에 대한 백인의 차별에 대한 통찰. 타인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간 역사와 흔적에 대한 추적. 이방인을 설정하는 본질적인 이유까지 포함하는 방대한 사유를 쉽고 간결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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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달째 아침에는 계란 스크램블을 해서 먹는다. 제일 먼저 커피내릴 물을 올려놓는다. 물이 끓기 전에 베트남 커피핀에 카페인 하나, 디카페인 하나를 부어둔다. 슬라이스치즈를 과일칼 등으로 눌러서 16등분하고 전자렌지에 3분 정도 돌린다. 냉동실에서 버터 한 조각을 꺼내 팬에 먼저 올린다. 버터를 다시 냉동실에 넣으려다가 놓쳤다. 전날 새로 8분할해둔 113g짜리 스틱버터. 녹기전에 얼른 주워 모았는데 한 조각이 없다. 식탁에 뭐가 많이 올라가있긴 하지만 버터가 들어간 곳은 내가 쓰는 물컵. 얼른 주워서 팬에 같이 올린다. 갑자기 오늘은 버터 2조각짜리 스크램블. 팬에 넣기 전에 흘렸으면 1조각짜리인데. 덕분에 왠지 더 풍미있는 기분.


 먹고난 자리 옆에 냄비뚜껑이 있고 다른 옆에는 먹고 남은 냄비가 있어서 옮겨서 덮으려고 했다. 냄비뚜껑 손잡이가 떨어졌다. 다이소에서 산지 세 달이 안된 것 같은데 3중으로 경사져서 다양한 크기 냄비에 덮을 수 있어서 좋은 뚜껑. 뚜껑 유리 부분과 손잡이 부분만 있고 구멍이 훤하다. 연결하고 있던 뭔가는 사라지고 없다. 언니가 끝까지 찾더니 냄비 안에서 나사를 찾았다. 일반 냄비를 안 쓰고 인스턴트팟을 써서 그렇다. 냄비에 들어있던 요리는 우삼겹1kg, 숙주 한봉지, 다진마늘 2큰술, 간장3큰술, 물 400ml를 넣고 육류-약-20분 버튼으로 눌러만든 것. 버튼만 눌러두면 알아서 익으니까 좋은데 압력뚜껑이라 꺼낸 내솥 위에 덮긴 거추장스럽다. 나사는 나중에 씻게 싱크대 위에 올려둔다.

 

 남은 고기국을 유리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다가 언니가 와사비가 한칸 밑으로 떨어져있는 걸 발견했다.


 반납이 임박한 책을 가지고 도서관에 갔다. 한권은 아직 덜 봤는데 반납하려다 막판에 다시 빌리기로 했다. 다시 빌리려고 반납을 하고 재대출하려고 하니 언니 이름에도 남은 자리가 없어 반납을 해야했다. 급하게 자리에 앉아서 택붙인 곳은 핸드폰에 메모하고 반납했다. 모임책 참고책으로 빌렸던 거라 급하지 않은 책. 


 오후에 간식 먹으려고 커피를 내렸다. 이번에 받은 디카페인 원두는 콜롬비아산인데 다크로스팅 된거라 아아로 하면 프랜차이즈 맛. 먹다 남겨 냉장실에 넣어둔 각종 바 재고가 많아 겸겸 카페세트처럼 먹는다. 키토식을 전도한 지인이 샘플로 준 체인저스 프로틴바. 그냥 먹을 때는 약간 과쫀득한데 냉장고에 넣으면 딱딱해진다. 살짝 렌지에 데우면 부드러워지나 싶었는데 유독가스가 나면서 탔다. 현관문까지 여니 맞바람이 세차다. 저녁까지 고무탄 것 같은 냄새가 났다. 날짜 지난 바 재고는 수두룩해서 다시 꺼내먹었다. 두 번째 프로틴바는 물 조금 쳐서 조금만 돌리자 했는데 언니가 그냥 씹어먹자고 했다. 오랜만에 카페 디저트세트 느낌.


 저녁은 남은 고기국을 데워 먹었다. 요즘 익힌 고기, 묵은지, 오이지를 쌈싸서 자주 먹는다. 엄마는 오이를 생으로 씹어먹는게 가장 맛있다고 다른 조리는 별로로 생각한다. 올해는 재미로 하는 작은 텃밭에 심은 오이가 수확은 몇십개가 되어서 포대로 나왔다. 이제 멀리 살아 생오이를 못 나눠먹어서 엄마는 거의 처음으로 오이지를 만들었다. 마지막에 담근 건 살짝 매콤, 달달하니 아주 맛있게 됐다. 올해 들어 청상추를 처음 알게 됐는데 전에 아무거나 먹을 때보다 두껍고 커서 씻기가 편하다. 상추값이 금값이라 깻잎만 두봉지 사왔다. 소고기에 깻잎은 잘 어울린다. 깻잎 두 장에 국과 찜의 중간식품에서 고기를 건지고 묵은지 하나, 오이지 자른것 5개를 싸서 입으로 가져갔다. 깻잎에서 국물이 넘쳐흘러 잠옷에 묻었다. 기록적인 폭염에 여름밤을 지켜준 잠옷. 엄마가 문화센터 옷 만들기 강의에서 만든 인견 원피스다. 강사는 다음 강의 수강신청을 위해 단추 부분을 알려주지 않고 강의를 마쳤다. 엄마는 다음 강의까지 수강할 여유가 없어서 단추 대신 성기게 똑딱이를 붙였다. 들러붙지 않고 시원하다. 해가 닿지 않는 곳은 날씨가 급하게 추워졌다. 잠옷도 바꿀 때가 되긴 했다.


 저녁 먹고 엄마가 전화했다. 저녁 먹었어? 응. 동생이 추석에 하루밤 온다고 했었는데 근무가 맞지 않아 못 오게 됐다. 동생은 지금 엄마한테 집 출입금지 당한 상태. 오늘은 복숭아도 먹고 싶고 떡도 먹고 싶어서 하루 세 끼 탄수 비중이 높은 식품을 안 먹었다. 언니가 전자렌지에 돌린 쑥가래떡을 막 한 입 먹고 있었다. 하루종일 미리 치밀하게 공력을 쌓아놨고 천천히 집중해서 먹을 타이밍이다. 통화하면서 쑥떡의 맛과 효용은 70%로 감소. 근데 밥먹고 뭐먹어? 엄마는 아까 동네 하나로에 아보카도가 싸고 상태가 좋다고 신난다고 전화했다. 저녁 먹었어? 저녁 막 먹을라고. 상관없는데 저녁 먹고 또 통화할려고 기다린 모양. 떡은 거의 10개월 만에 먹는 것 같은데 아직도 유독가스 냄새가 있다. 통화가 끝나고 피싱라이프 중이던 언니가 물설사? 하고 물어본다. 물설사가 아니었다. 물쳐서 하라고? 였다. 응. 쑥떡 쪄서 먹으면 맛있는데 귀찮아서 렌지에 돌릴려면 물 조금 쳐서 돌리래. 이제 보니 프로틴바는 수분기가 거의 없어서 렌지에서 용암상태로 탔다.  


 아주 어릴 때부터 엉뚱하게 듣는 일이 많았다. 엉뚱하게 듣고는 들린 그대로 상대방에게 다시 묻는다. 나도 갑작스레 예상하지 않은 거라 둘 다 어이없이 빵 터질 때가 많다. 하하 내가 그렇지. 그렇게 들렸어. 하고 말지만 기억력이 좋은 사람에게는 특정한 일화로 남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 언니랑 얘기하다 얻은 깨달음. 나는 베르니케 영역 일부 기능이 미세하게 덜 발달한 것 같다. 소리로 들린 걸 지금 상황과 어울리는 키워드로 챡 연결돼서 입으로 나오게 하는 부분. 소리로 들린 정보가 비슷한 아무 키워드로 챡 연결된다. 이 상황에 그 키워드? 생각할 틈 없이 순식간에 입으로 되묻기 출력. 의사소통이나 순발력 능력치가 높으면 걸러져서 몰랐을 것 같다. 대부분 웃고 말아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이게 모두 하루동안 있었던 일이다. 하나 하나는 나에게 보통 흔한 일이다. 














삶에서 마주치는 각각의 상황이 한 인간에게는 도전이며, 그것이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시한다. 때문에 실제로는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바뀔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자기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를 물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기'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으며, 그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짐으로써'만 삶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로지 책임감을 갖는 것을 통해서만 삶에 응답할 수 있다. 따라서 로고테라피에서는 책임감을 인간 존재의 본질로 본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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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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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있을법한 현세와 덕질 이야기. 일부 공감되면서도 서늘하고 이해되면서도 안타깝다. 쉬운 언어로 쾌락, 욕망, 목적,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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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 - 전3권 -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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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방구석 코지코지 미스터리의 정석 시리즈! 이야기가 이어지진 않지만 하자키 지역의 지명이나 일부 인물이 반복 등장하기에 순서대로 보면 더 재밌다. 세권 모두 비슷하게 재밌고 귀여워서 갈수록 재미없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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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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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속았지? 모리미 도미히코의 변함없는 교토사랑. 현세와 환상이 멋지게 뒤엉켜 한 장면도 허투루 볼 수 없다. 본질은 책과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듬뿍 넣은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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