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뇌, 호르몬 - 뇌와 호르몬이 여자에게 말해주는 것들
사라 매케이 지음, 김소정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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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나왔던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라는 책이 있다. 제작년에 나왔던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라는 같은 책을 1년만에 제목만 바꿔 재출간한 것이다. 서론에서 저자는 책을 쓴 의도와는 다르게 엉뚱한 오해와 질문으로 이어져서 굳이 제목을 바꾸었다고 해명한다. 생물학적으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우열의 대상이 아님에도 곧잘 악의적으로 잘못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런 악의적인 습관은 실은 그 우열에 근거가 없고, 의미가 없고, 사실도 아니라는 점에서 불안함과 절박함의 근거로 보인다​.




사라 매케이의 <Demystifying the female brain>은 2018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작년 5월에 번역 출간되었다.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신경과학자로 주로 여성의 생애에 따라 뇌와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하고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태아기, 아동기, 사춘기, 임신과 수유기, 갱년기와 생의 마지막 노화 순간까지 여성의 뇌와 호르몬을 탐구한다. 자연스럽고 당연해보이는 이 탐구가 왜 특별하고 책으로까지 출판되어야 했을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1. 경구피임약은 아주 일반적인 약이다. 그런데 이 약이 여성의 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 ! 이와 관련된 연구 논문은 2014년에 처음 나왔다. <호르몬제를 활용한 피임법 50년 - 이제는 피임약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볼 때가 되었다.> 정말이다.

2. 저자는 다중 오르가슴의 비밀을 밝히겠다고 결심하고 관련 자료를 찾는다. 하지만 관련 자료는 얼마나 있을까?

☞ 퍼브메드에는 관련 논문이 5개밖에 없다. (원서 출판 시점인 2018년 근처일 것으로 추정)(PubMed - 생물, 의학 관련 논문을 기재하는 온라인 사이트) 그 중 세 편은 남성에게 다중 오르가슴이 가능한가를 다루는 논문이었다.

3. PMS(월경 전 증후군 - 생리를 시작하려고 할 때 변하는 감정) 때문에 고생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 ! 놀랍게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전체 여성의 12~90% 사이일 거라고 추정한다.

여성의 몸은 이제까지 임상 연구에서 배제되었고, '작은 남성'이라는 추론으로 치료받아왔다. 그 결과 미국에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퇴출된 약물 중 80%는 여성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퇴출되었다. 남성의 몸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약물들은 시판 전 임상 과정에서 대부분 걸러져서일 것이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는 구조적으로 다를까? 책에서는 모자이크 뇌라는 개념을 말한다. 만약 사람의 뇌를 여자같은 부분(그런 게 있다고 가정한다면)은 분홍색으로, 남자같은 부분은 파란색으로 칠하기로 하자. 그리고 한 사람의 뇌를 멀리서 바라보면 분홍색이나 파란색이 아주 진한 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분홍색과 파란색이 뒤섞여 보라색이나 자주색, 남색의 모습일 거라는 개념이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다르다는 주장은 위험한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성이 양육보다 중요하다는 폐기된 믿음의 표현이기도 하고, 다름이 우월함과 열등함으로 주장되기도 한다. 남자의 뇌는 다른 남자의 뇌와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여자의 뇌는 다른 여자의 뇌와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는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물론 뇌에 여자같은 구조와 남자같은 구조라는 건 없다.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뇌의 차이는 사실 없다고 하는데, 임신이라는 큰 사건을 겪으면 어떨까? 책에서 임신건망증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임신건망증은 브레인포그처럼 집중하기 힘들고, 제대로 기억하기 어려워하는 증상이다. 임산부의 75%가 호소한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조군과의 비교연구결과를 보면 실제로는 임산부들이 임신하지 않은 여성들보다 수치적으로 학습과 기억을 더 잘했다. (출산 후 할일도 많아지고 생존도 불리해지는 어머니에게 진화와 유전자가 준 선물일까?) 차이점은 임산부들이 스스로 기억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하고, 기분이 저조했다.(이건 사회가 주는 선물?) 임신건망증은 사실 1960년대에 생겨난 개념이라고 한다. 여성이 다수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시기라 임산부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시거리를 주게 되었고, 그때 여성들이 내놓던 변명이라고 말이다. 사실과 반대되는 믿음은 현재까지 이어지는데, 사회가 그 증거를 선택적으로 찾아내기 때문이다. 이 잘못된 신화는 여성은 감정적이며 호르몬변화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인식과 연관된다.

그럼 여성은 정말 호르몬 주기에 따라 감정적으로 변할까? 월경전 증후군이 정말 있다면 범인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일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월경전 증후군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결과가 거의 없다. 증거가 없다는 얘기다. 이 범인의 유죄 선고까지는 더 많고 정확한 연구결과가 필요하다. 대신 우리는 사람의 감정기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을 이미 알고 있다.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을 방법이 없을때,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이 아플 때다. 월경전 증후군에 대한 모함에도 신화는 숨어있다. 월경전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대면 만능키처럼 여성이 자신이 힘든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또 생리 직전에 여성은 짜증을 많이 내고, 이성을 잃고, 신뢰할 수 없다고 생리적 저주를 걸면 여성의 몸에 대한 긍정적인 자기인식도 망가뜨릴 수 있다.

월경전증후군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갱년기에 여성이 겪는 고통과 불편은 확실하다. 태아때부터 한평생 강력한 협력체제를 이루던 뇌와 난소가 연락이 끊기면서 몸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기를 가지기 때문이다. 갱년기는 별탈없이 지나가는 사람이 60%,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 20%, 심각한 증상을 겪는 사람이 20%라고 한다. 갱년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호르몬대체요법이다. 모든 치료법에는 부작용이 있다. 치료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있을지 모르는 위험은 생각해보는 게 맞다. 하지만 호르몬대체요법은 오히려 암과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오해가 퍼져 있다. 2017년 북미갱년기학회는 수백만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수십년간 축적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호르몬대체요법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질병에 영향을 미치고, 위험보다 이득이 많다고 밝혔다. (책에는 더 자세한 근거들이 있다) 기억할만한 건 유아기나 청소년기처럼 뇌가소성에 결정적 시기가 있듯이 호르몬대체요법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점이다. 시작한 시기에 따라 결과가 다양해지기 때문에 갱년기 증상 초기에 바로 호르몬대체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고, 부작용이 가장 적다. 갱년기 증상은 안전하고 저렴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는데도 참고 버티는 거의 유일한 건강 문제다.

오래된 고급 와인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핵실험에 사용되었던 방사성 동위원소 탄소표지를 이용한다는 얘기를 본 적 있다. 책에는 신기하게 그 내용도 들어있었다. 와인뿐만 아니라 냉전시대 핵실험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뇌세포 DNA를 분석하면 그때의 제조날짜가 새겨져 있었다는 거다. 그때 당시 핵실험으로 대기에 C14 양이 증가해서 그 탄소들을 식물이 광합성해서 양분을 만들었다. 식물과 동물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한 인간의 세포에도 그대로 C14가 표지됐다. 그래서 중년기 사람의 해마에서도 매일 700개쯤의 뉴런이 새롭게 생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오래된 고급 와인과 다큰 성인에게 새로 생긴다는 해마는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 그런데 세상의 절반인 여자들은? 더 귀하고 소중하다. 그 세상의 절반인 여자들이 평생 30~40년간 생리를 겪고, 갱년기를 지난다.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하고, 더 많은 증상이 있어야 하고, 더 많은 연구대상이 있어야 하고, 더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야 하고, 더 많은 자기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서야 우리는 작은 남성이 아닌 여성의 몸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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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는 98권을 읽었다.


1. 자기계발 21권





























의도치 않게 자기계발의 해를 보냈다. 거의 15년쯤 쳐다보지도 않았던 책들이다. 올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자기계발 책들을 살펴봤고, 자기계발책 읽는 법대로 읽어봤다. 


◆습관에 대한 책들

<일독>, <미라클모닝>, <하루15분 정리의 힘>, <원씽>, <레버리지>, <아주 작은 반복의 힘>, <타이탄의 도구들>, <매일 아침 써봤니?>

 습관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좋아보이는 습관들을 하나씩 확인해봤다. 읽을 때 딱 한번 해보거나, 꽤 해보고 지금은 잊어버린 습관들도 있다. 그래도 책을 따라서 해보고 좋다는 확신이 들었던 습관들 중 반 이상은 지금도 몸에 착붙여서 잘 유지중이다. 그리고 그 결과와 그렇게 해보는 과정에서 스스로 조금 달라졌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완전 만족! 읽었던 책을 반복해서 읽거나 새로운 자기계발서를 일정 비율 꾸준히 읽어갈 생각이다.


◆관계에 대한 책들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미움받을 용기>

 너무 유명한 책들이라서 식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꾸준한 인기에는 이유가 있다. 식상하고 단순해보이는 것들이 행동이 가장 어렵다.


◆마음가짐에 대한 책

<시크릿>

 호불호가 강한 책. 나도 십수년간 굉장히 무시했던 걸 인정한다. 그래도 마음을 열고 예쁜 점을 뜯어보자고 작정하고 보니 또 좋은 책이었다. 좋은 점만 골라서 잘 취하면 되니까. 마지막엔 사고싶기도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자마인드에 대한 책

<보도섀퍼의 돈>, <한국의 젊은 부자들>,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나도 부자되서 맘껏 책읽을거얏! <보도섀퍼의 돈>이 특히 좋았는데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독일인 버전 느낌이었다. (더 직접적이고 실용적?)


◆도구에 대한 책

<토니부자의 마인드맵북>, <본깨적>,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당신도 지금보다 10배 빨리 책을 읽는다>, <끌리는 단어 혹하는 문장>, <몰입>,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이것저것 하고싶은 거나 할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점점 도구 탓을 한다. 스마트 도구를 쓰는 스마트 인간이 되고 싶다. 마인드맵도 이 책을 보고 정말 잘 사용하고 있다. 마인드맵이 없었으면 올해 했던 많은 일들 중 일부분은 이만큼 할 수 없었을 거다. 느릿느릿 자울자울 한글자 한글자 보는 걸 좋아해서 속독법도 굉장히 무시했던 건방진 나는.. 회개하고 속독법을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맹렬하게 하는건 아니지만 속독 연습 훈련을 한지는 6주 정도 되었는데 읽는 속도는 2.5배가 됐다.(텍바텍큼) 적당한 명상책을 굉장히 찾아 헤맸는데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가 좋았다. 명상은 정말 잘 활용하고 있다. 명상이란 게 뜬구름처럼 보이지만 구글의 엔지니어가 굉장히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놓아서 도움이 많이 됐다. 


게으른 나... 진작 중간정리를 하면서 좀더 자세히 정리하면 좋겠지만 이 정도라도 정리하자.


2. 문학 15권






















은근슬쩍 문학을 15권 읽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재테크, 부동산 책을 열심히 읽어보려던 해였지만 왠지 문학보다 많이 읽을까봐 조마조마했다.


◆세계문학 

<오셀로>, <싯다르타>, <야간비행>,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뜻대로 하세요>, <체호프 단편선>, <사랑에 관하여>, <빨강머리 앤>

 겨우겨우 셰익스피어 희곡 2편과 체호프 단편선 3권을 챙겨 읽었다. 출가하고 싶은 마음으로 싯다르타도 읽고.. 예전과 달라진 건 신기하게 세계 문학이 한문장은 지루할 때가 있는데 다 읽고나면 재밌어서 또 다른 것도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 <가재가 노래하는 곳>, <체공녀 강주룡>, <달러구트 꿈백화점>, <나를 보내지 마>, <XX>

 꿈백화점만 4.5점이라면 다른 책은 모두 5점 만점이었다. 따뜻하거나, 뭉클하거나, 질질 짜거나, 먹먹하거나, 숙연해지거나. 대단했다. 6권 중 여성 작가가 넷, 남성 작가가 둘.


◆SF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좋으니까 돋보이게 따로 항목잡기.ㅋㅋ 정말 최고였다. 운좋게 첫 장편이 나오기 직전에 단편집을 읽은 나! 승리자여!


3. 에세이 11권















가만있어도 읽게되는 에세이. 신경써서 자제한 게 이정도.. 그치만 올해 읽은 에세이들이 진짜 대단했다. <여자는 체력>만 4.5점을 주고 모두 5점 만점이다. 그래도 역시 다 똑같이 좋은 건 아니다.


◆이 에세이가 특별히 대단하다!

<배움의 발견> 


◆이 작가를 특별히 애정한다!

<말하기를 말하기>,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시차가 있다)


◆이 이야기가 따뜻하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등장인물말고 작가님 마음과 말과 행동이 따뜻하다), <살고 싶다는 농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이 에세이가 실용적이다! 나만보자!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4. 부동산 11권















이런 세상에 이미 태어나버렸는데. 슬슬 달팽이집도 준비해야할 시기다. 상황이 점점 안좋아진다는 뉴스가 가득하지만 그래서 언제 좋은 시기가 있었다는건지 나는 모른다. 그런 꿈같은 시기가 있었다고 해도 그때는 집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없었다. 마음을 먹었다고 당장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 달팽이껍질이니까 공부는 해놔야지. 대부분 부동산 책 중 고전인 책들이라 좋았다.


5. 과학 10권















뇌과학책 서평(이 되고싶었던 에세이)을 꾸준히 써볼 생각이다. 처음엔 그냥 다 좋았는데 읽다보니.. 나름나름으로 다 좋다.ㅋㅋ 뇌과학은 분야가 다양하고 통합이 안되어 있는데 그래서 책 지도를 그리면서 자리를 정해주는 작업을 할거다. 한때 심리학을 오만 데 갖다붙일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뇌과학이 그런 접두사, 접미사가 된 것 같다. 책이 쏟아지고 있다.


6. 인문사회교양 10권















과학책방 갈다에서 다윈주의 문학비평 강의 때 추천해주신 책이 <뇌를 훔친 소설가>와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문학분석을 시도한다. 새롭고 재밌었다. 오만과편견 읽고 직접 연습해보고 싶었는데 실패로 스쳐지나갔다. <지방도시 살생부>는 등골이 서늘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꼭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7. 재테크 8권















<28가지 재테크의 비밀>과 <마법의 연금 굴리기>를 보고 보험을 대부분 깼다. 이 세상에 나 대신 내 돈을 공짜로 불려줄 사람은 없다. 비용을 내고있는지도 몰랐던 유료서비스도 나만을 위해 불려줄 서비스는 없다.


8. 만화책 4권








다카기 나오코 이 배신자.. 아직도 알라딘에 제일 많이 읽은 작가 1등인데.. 그래도 혼자 살던 시절의 다카기 나오코는 책을 보면 언제나 그대로 거기 있다. 먹는 거 잘 그려서 먹는 얘기 자주 해서 좋아 >.< 부자사전은 요즘 나오는 다른 책들로 대체해도 충분하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너무 좋아.. 그러니까 2권 언제 나와요? 작전같은거뭐 다 은퇴한걸로 하고 새로 2권 쪄줘요. 


9. 예술 3권








올해 예술 책을 조금 본 게 아쉽다. 이것도 그나마 모임에서 같이 봐서 겨우 읽은 거. <방구석 미술관>이랑 <클래식이 알고싶다>는 요즘 트렌드에 잘 맞는 가볍고 재미난 책이었다. 예술가 인생 이야기 위주로 흥미롭고 속도감 있게 볼 수 있다. <미술관 옆 인문학>은 제목에 유의해야 한다. 미술에서는 거의 소재만 추출한 인문학 책에 가까웠다.


9. 건강실용 3권








저탄고지 생활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인내심이 조금 있는 독자라면 <최강의 식사>보다는 <케톤하는 몸>이 훨씬 내용이 더 좋다. <한나의 저탄수화물 홈베이킹>은 명작이다! 레시피 몇 가지를 따라해봤는데 정말 된다!! 명작. 몇몇 레시피는 재료에 따라서 당분이 너무 적은게 있다. 


2021년에는 책은 50권 정도만 읽고 더 많이 써보는 것이 목표다.

사실은 목표하는 일정량의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 읽는데

속독 스킬을 올려서 비슷하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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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8-19 0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kh-loves2 2024-04-18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밥먹고 일하시고 책만 읽으시나요? 어떻게 직장생활하며 이게 가능 한지 비결 궁금하네요

aqua 2024-05-30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합니다.동기부여가 되네요.분말해야겠습니다^^
 
신경과학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 신경과학의 신화와 실제 사이의 과학적·사회학적 질문들
힐러리 로즈.스티븐 로즈 지음, 김동광 옮김 / 이상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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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나는 뇌과학을 신비로운 '마법사의돌'로 기대했다. 뇌과학책을 열심히 읽어서 치매 예방을 하려고 했다. 치매만 피할 수 있다고 하면 이중언어건 뭐건 고대 라틴어라도 공부할 마음이 있었다. 즐거움과는 별개로 약을 먹는 마음으로 악기 연주도 하고, 싫어하는 운동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효율적으로 자기계발을 해서 지금부터라도 수퍼 휴먼이 되려고 했다. 10000시간이 걸리는 일을 방법이든 내용이든 뇌에 착 붙여서 5000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면 뭐라도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이건 뇌 뒤에 '과학'이 붙어있으니까 되는 방법일 거라고 기대했다.



인터넷서점에 검색해보니 올 한해 '뇌'라는 키워드를 붙여 출판된 책만 169권이다. 뇌과학책이 쏟아지는 시대다. 한때의 심리학처럼 무엇이든 뇌과학만 갖다붙이면 그럴듯해 보인다.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읽어볼까하는 책들의 제목은 이런 식이다. <창조하는 뇌>, <10대의 뇌>, <사회적 뇌>, <책 읽는 뇌(다시, 책으로로 개정)>, <정리하는 뇌>. ~하는 뇌가 대부분. 내 뇌를 물질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서 무적의 도구로 만들어줄 거라는 욕망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의도적으로 뇌과학 대신 신경과학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유는 뇌과학이라는 용어가 사람의 정신활동이나 마음이 오직 뇌에서만 일어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라고 한다.

컨텐츠를 만드는 마음이란 유튜버나 뇌과학자나 같은 것이다. 주제의 중요성과 심각성과 절박함은 썸네일과 제목으로 표현된다. 책의 제목은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의도 그대로다. 신화적 뇌과학이 정말 신자유주의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하고. 원제는 <Can NEUROSCIENCE CHANGE OUR MINDS?>이지만 한국에서는 마음이 미래로 바뀌었다. 우리 마음을 바꿔 사회를 바꿔야 미래를 바꿀 수도 있을 거라는 저자들의 의도가 담긴 더 멋진 제목이다.

부부인 두 저자는 신경과학자이면서 급진과학운동-원자폭탄에 반대, 첨단 과학기술이 국가와 자본에 포섭되는 것을 비판-의 주역이다. 신경과학 자체의 연구나 활용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환원주의에 대한 것이다. 환원주의는 다양한 현상을 하나의 근본 원리와 개념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전에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왓슨이 주장했던 유전자 환원주의가 그 예다. 뇌신경 환원주의를 우리가 함께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그 관점이 우리를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현상을 뇌신경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은 삭제되고, 모든 가능성들도 단지 하나의 뇌로 환원될 뿐이다. 이렇게 각종 사회 현상들이 뇌 탓이 되고 뇌를 소유한 개인의 잘못이 되고 결국 현상의 본질인 사회 구조의 문제를 가린다. 개인의 의지와 부족 탓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이 '뇌'와 '신경'이라는 접두사는 신자유주의의 유용한 도구가 된다.

이 테크노사이언스-과학과 기술의 융합-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신자유주의 정치경제학과 한 몸이 된다. 특성상 테크노사이언스는 고가의 장비와 지원금이 필요하고,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경제성장거리가 필요하다. 여기서 소외되는 것은 다시 한번 사람이다. (지원금) 대규모 프로젝트는 당연하게도 폭넓은 산업적 잠재력과 부의 창출을 기대받기 때문이다. 여기서 뇌는 자원이 되고, 사람은 정신자본을 담는 그릇이 된다. 이게 왜 문제가 될까. 이 방면의 나쁜 과학-과학을 나쁜 의도로 이용하려는 사람-은 국가의 21세기의 정신자원을 최대로 활용하고 비용을 최소로 들이기 위해 시선을 교육으로 돌린다. 부모는 뇌가소성-양육과 교육-이라는 마술로 자녀를 쪼그라든 뇌에서 구해내도록 요구받는다. 이 시선에서 뇌의 초기 발달과정에서 정신자본이 결여된 부모, 양육기술이 형편없는 부모, 아이를 위한 열정이 부족한 부모 탓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빈곤으로 불안정한 주거환경과 영양부족에 처한 아이들이 공부하고 학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위해 뇌의 작동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원금과 시대적 필요성에도 신경과학이라는 학문에는 의심스러운 데가 있다. 이것이 실제로 어떤 종류의 과학인지에 대해서다. 신경과학은 탄생 과정에서 다른 과학의 분과들이 그랬듯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흡수되었는데, 그 분야는 실로 다양하다. 심리학자, 생물학자, 교육학자, 사회학자, 수학자, 아동정신의학자 등. 이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연구를 하긴 하지만 이 분야들은 아직도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이 학문 자체가 짐을 싸놓은 여행가방이 아니고 하나의 연구 분야인지가 불확실하다고 저자들 스스로 말한다. 중심이 되는 하나의 '뇌 이론'이 없는데 각 분야를 하나로 통합시킬 방도도 없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날개를 달고 풍부한 데이터는 확보했지만 이론이 빈곤한 분야라고 표현하고 있다. 물론 데이터의 바다에서 나쁜 과학의 근거이기도 해서 언제든 조각내어 훔쳐지고 가공된다.

늑대를 조심하라는 이 양치기들은 평생 열심히 연구해서 이걸 어떻게 쓰고 싶은 걸까? 방향제시의 부분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신경다양성이다. 모든 사람의 뇌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 얼굴이 모두 다른 것처럼. 이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고 한다. 이것은 '비전형적' 인지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다. 신경과학은 이 신경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공존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책에서 소개되었던 사례는 이런 것이다. 어떤 연구에서 10대의 뇌가 저녁형이라는 결과가 있어서 청소년들의 등교시간을 늦춰보는 실험을 하는 것. 연구결과의 진실여부나 효과여부를 -영향을 주는 요소가 너무 많고, 측정의 기준도 논란이 있을 것이다- 떠나 이런 식으로 사회에 적용해볼 수도 있다. 신경다양성의 범주와 경계는 계속 바뀌면서 비전형적 인지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범위도 계속 바뀐다. 이 사람들의 상태는 결과이고, 일차적으로 그 원인은 사회와 경제에 있다. 나 자신만은 언제나 '전형적' 인지 상태일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각자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노후가 언제나 불안하고, 그 불안은 치매에 대한 공포가 됐다. 지금 있는 일자리의 대부분이 없어진다는데 그럼 나에게는 무슨 일거리가 남는건지 불안하고, 그 불안은 끝없는 자기계발에 대한 욕망이 됐다. 그 안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안은 최소한 괜찮을 거라는 자기 위안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뇌과학이라는 마법사의 돌을 찾아 수퍼 파워를 갖고 싶었다. 이미 연구된 성과만 사용한다 해도 강력할 것 같았다. 그 도망길에서 만났던 이 책은 나를 뇌과학에 거는 기대에서 다시 도망치게 한다. 이 분야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감시하지 않으면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기수이자 구호가 될 거라고.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회구조를 잘 지켜보며 다듬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 연구를 직접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때문에. 신경다양성에서 '신경'이라는 접두사를 빼면 그것은 우리가 사회 안에서 가지고 있던 문제와 똑같았다. 결국 시작한 곳으로 돌아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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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카의 뇌 -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 사이언스 클래식 36
칼 세이건 지음, 홍승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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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독자다. 그래도 시험을 위해 줄거리와 주제와 숨겨진 의미를 맞추는 일은 징그럽게 지루했다. 주변의 소설 읽는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듣는다. 하지만 역시 직접 느릿하게 읽는 것은 좋아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 주변의 대부분은 시험 이전에 직접 읽는 맛을 본 독자들이다. 이미 읽는 맛을 아는데 강제로 남이 선별한 글을 읽고 답을 맞추라고 하니 싫은 것이다. 그래서 그 시기를 지나 - 꼭 지나서인 것은 아니다 - 다시 즐겁게 읽는 생활로 자연히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스스로 읽는 맛을 알게 되기 전에 강제로 시험의 재료로만 글을 접했다면? 그 뒤로도 읽기가 싫은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어떤 특별한 기회가 있다면 사실은 자신이 글읽기, 책읽기에 흥미가 있다는 걸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런 기회가 없다면 달라지지 않는 게 당연해 보인다. 오늘은 다른 이야기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바로 과학이다. 이야기 자리에 과학을 대입해 상상해보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과학과 과학책이라는 것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우연하게 다시 접하면 본연의 맛을 경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본연의 맛이라는 게 우리가 주입식으로 외운 것들과 다른 것이라면. 완전하게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 이 가정을 가능한 범위 안에서 확인해본다.



칼 세이건의 <브로카의 뇌>는 1970년대에 다양한 곳에서 있었던 강연 내용과 기고했던 칼럼 원고들을 모아놓은 에세이집이다. 아인슈타인 평전부터 사이비과학자들, 카바 신전의 성스러운 돌, 외계 지성체까지 한편으로는 생뚱맞아 보이는 이야기거리들이 한데 섞여있다. 과학과 관련된 전문 지식들이 부분적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서문에서 콕 집어 말하는 것처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한국에는 먼저 출판되었던 <에덴의 용>에서 인간 지성의 발달사를 다루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칼 세이건이 쓴 뇌과학 고전으로 기대하며 책을 열었다.(표지도 꼭 예쁜 뇌과학 책처럼 생겼다.) 눈부시게 발달한 현대의 뇌과학과 비교해보고 싶었던 야망과는 달리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라는 부제에 충실한 책이다.

※※※주의. 뇌과학책이 아닙니다.※※※


여러 장에 걸쳐서 사이비과학이나 유사과학에 대해 보여주는 칼 세이건의 태도는 대단히 감동적이다. 그 시작은 사이비과학이나 유사과학이 유행하는 이유다. 우리가 세계의 본질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서 인기를 끌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사과학의 탄생을 우리들 자신의 욕구 발현의 방법 중 하나로 받아들인다. 다만 합리적인 방법으로 검증되어야 한다는 가정하에. 그리고 비판받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떠도는 수많은 사이비과학들을 어떻게 검증해야 할까? 무려 칼 세이건이 직접 시간을 내어 검증한다! 사이비과학의 가설들을 하나하나 논리구조를 확인하고, 사실을 확인한다. 이런 일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말도 안되는 내용들을 격파해나간다. 하지만 분명하게 검증의 시작 부분에서는 이것이 옳을 수도 있는 하나의 가설로 대우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런 모습들이 진짜 과학이라는 태도인가 싶은 것이다.




이게 무슨 우주영화 이야기인가 싶은 부분들도 있다. 행성물리학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물리학이라는 글자만으로도 고개를 돌리고 싶은데, 행성물리학이라는 학문은 더욱 생소하다. 그런데 이 스타워즈 해설서에나 나올법한 행성물리학도 책을 따라 읽다보면 정말 우리에게 닥친 중요한 일처럼 느껴진다는 게 칼 세이건의 마력이다. 행성물리학이란 지구에서 우리가 물질들을 연구하는 것처럼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에서도 공기를 조사하고, 지표를 조사하고, 내부를 조사하는 학문이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앞으로 지구의 미래를 두고 갈림길에 섰을 때 판단기준과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행성의 현재 상태가 지구처럼 생명체가 있었다가 멸종해버린 상태인건지 - 이런 경우 우리는 지구를 지금보다 더더욱 소중하게 여겨야한다 - , 또 생명체가 존재할 환경이 준비된 상태인건지. 이런 실용적인 이유 말고도 지구라는 행성이 우주의 수많은 행성 중 하나라는 것과 우리 인간도 그 안에서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의 종이라는 확장된 생각은 겸허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런 느낌들은 점점 과학을 한다는 건 이만큼 세상을 깊게 바라보는 일인건가 헷갈리는 것이다.


옆 동네 행정구역 이름도 잘 모르는데.. 밤하늘에 보이지도 않는 소행성 이름 하나 화성의 산맥 이름 하나가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칼 세이건에 따르면 확실한 소용이 있다. 어떤 여행지에 갔다가, 어떤 역사책을 읽다가 지명이나 고유명사를 접할 때 이야기가 있으면 호오거리게 된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지나 남아있는 지명이나 고유명사들이 전부 서양의 백인의 남성 과학자들뿐이라면 어떨까? 만약 미래에 지구가 멸망하고 인류가 더 넓은 우주를 무대로 생활하게 된다면 그때 남아있는 것은 그 과학자들의 이름 뿐일 것이다. 주류 기득권 범위 안에서 진지하게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모습도 상세하게 보여준다. 시야를 우주로 확장하고 그에 따른 넓은 시선으로 지명 명명에까지 관점을 적용하는 게 과학이 우리의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연결되는 것처럼 느껴져 또 한번 감동이었다.


어떤 챕터를 시작해도 그 감동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도 그렇다. 앞으로의 과학이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이전까지의 연구는 한순간에 뒤집힐 수도 있고, 지금의 주요 논의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한 시대의 최고가 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 그 자체다. 이런 미래에 대한 태도는 칼 세이건이 여러 장들에서 해왔던 과거의 과학을 들추어보는 작업과 연결되는 것 같다. 그런데도 실은 칼 세이건이 했던 여러 분야의 미래에 대한 예측들이 많이 들어맞은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코스모스>도 읽지 않은 나는 <브로카의 뇌>가 칼 세이건의 첫 책이다. 신기한 것은 읽다 보면 책 후반부로 갈수록 책에 반하고, 작가에 반해가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대로 기꺼이 휘둘리면서 따라가게 되는 점이다. 분명 책을 읽기 시작했던 초반에는 그래서 이게 대체 무슨 소용이고 나와 무슨 상관이며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군가 싶었다. 그런데 전혀 무관해보이던 이야기들이 결국 마지막에는 언제나 칼 세이건이 주장대로 바로 우리 시대의 일-30년 후인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더더욱 소중한-이며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이 일이 이렇게 중요하고 우리 시대의 어떤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과학책-사실은 칼세이건의 책-을 읽는 일을 떠올려본다. 체험해본 바로는 그건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중요도를 떠나 하나의 가설로서 진지하게 대우해주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논리와 증거가 확실하다면 주류의 주장이 전복되는 것이 당연한 유토피아적인 세계를 접하는 일이었다. 또 소금 한톨, 뇌 하나, 벚나무 한 그루, 타이탄, 태양에 이르기까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이상적이고 단정한 아름다움을 배우는 재미였다. 과알못을 데려다 차근차근 조곤조곤하게 과학이란 지식의 총합이나 결과가 아니고 사실은 이런 거야. 삶을 살아가는 태도이고 사고방식인 거거든. 그래서 이게 무슨 말인 거냐면 봐봐 이렇게 하는 거야. 이런 다정한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니 대충 여기가 어딘지 모르게 스며들었고 이런 경험에 대해 글로 써보고 싶었다. 나는 지금도 궁금하다. 과연 이 책의 뒷부분이 정말 재밌는 이야기를 모아놓은 구성인건지, 아니면 칼세이건에 스며들어 재밌어진건지.


아주 짧은 4쪽의 서문에서 사실 나는 눈물을 찔끔 흘리고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문장 때문이었다. 지금은 과학과 기술의 발달 속도가 정말 빠르다. 발달의 결과물들을 사용하고 혜택을 누리지만, 구체적인 원리에 대한 이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낀다. 당장 나는 지금 글을 쓰면서 사용하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원리도 모른다. 가끔 궁금할 때는 있다. 아마 여기서 시간이 좀더 흐르면 컴퓨터나 인터넷같은 기술의 존재감 자체에 대해 인식하는 것 자체도 어려워지고, 그래서 어떤 궁금증을 가지는 것도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첨단의 과학과 기술과 인간은 점점 더 분리되어가지 않을까. 그래서 나도 칼 세이건을 따라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어쩌면 약한 의문을 품고 그나마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 미래사회로 내달리는 것 같은 이 독특한 이행기를 살아갈 특권을 가진 세대는 오직 한 세대뿐이다. 바로 우리 자신! 그래서 칼 세이건의 다른 책도, 다른 과학책들도 더 읽어보려한다.

과학책방 갈다의 [칼세이건 살롱 2020] 브로카의뇌 프로그램 참여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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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카의 뇌 -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 사이언스 클래식 36
칼 세이건 지음, 홍승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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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결과와 지식의 총합이 아니라 태도이고 사고방식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싶었다. 이 책이 바로 그걸 보여주는 책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존재가 빛나는 책. 뇌과학책인줄 알고 열어봤다가 칼세이건에 입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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