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부터 시작하는 돈공부 기초 종합반 첫달 첫주 시작!

이번주는 1부 7장까지 읽어요.

가장 실용적(?)인 책을 먼저 고른 마음과는 다르게

첫주는 비실용적 부분ㅋㅋㅋㅋㅋ


그냥 읽어도 사실 충분하지만

목적을 가진 읽기를 같이 하는거라

한번을 수루룩 보더라도 좀더 새겨질 수 있도록

앞뒤거리가 있는 경우 가능하면 조금씩이라도 남겨놓을게요.


첫주는 1월에 같이 읽었던 임계장 이야기와도 연결되는데

더 종합적으로 더 적나라하게 노후파산을 말해요.

노후파산을 이렇게 필요이상으로(?) 설명하는 이유는

성실하게 열심히 살다보면 노후파산에 이르는게 자연스럽다 는

황당한 진실을 경고하기 위해서에요.

부정적인 어감의 '투자'가 선택이 아니라 생존에 필수인 시대라는 설득을 길고 정확하고 근거있게.


저는 전에 말했던 시각화를 할 때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결하는 방법을 쓰는데요.

공포요법과 충격요법이 어떤 상황의 역전에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더 좋다고도 해요.

돈공부를 하다가 여러모로 공부나 투자나 이만 하면 대충 되지 않을까?

이만 하면 살만 한데? 뭐 괜찮겠지

싶을 때 이번주의 읽기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근거가 되어줄 수도 있을 거라고 믿어요.


오늘부터 돈공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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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가소성 - 일생에 걸쳐 변하는 뇌와 신경계의 능력 DEEP & BASIC 시리즈 3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조은영 옮김, 김경진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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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나간지 10년 되는 책모임이 있다. 한참을 쭉 나가다 한참을 쭉 쉬기를 반복했다. 지난 수요일에 했던 모임은 10명이 참석했는데 한 명은 그날 처음 온 신입회원이었다. 그중 초반부터 같이 했던 멤버는 다섯, 5년미만인 멤버가 셋이다. 특별히 가입 제한을 하고 있지는 않아서, 대부분 문은 열려있다. 덕분에 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목적으로 한번 와봤지만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 막연하게 이 모임이 좋긴 하지만 가끔 시간될때 오는 사람. 어쩌다 이 모임에 고여버린 사람. 타지에 이사와서 친구가 필요해서 왔는지, 교양있고 우아한 사교모임장을 찾아왔는지, 책을 좋아해서 왔는지, 격렬한 토론의 승자가 되기 위해 왔는지, 종교와 보험과 다단계 제품을 팔러왔는지, 상상속의 유니콘같은 책모임을 찾아왔는지, 자기계발을 하러 왔는지. 가입 문의 연락이 왔을 때 한 방에 알 수는 없다. 고인물들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고여줄 새로운 얼굴을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한다.

시냅스와 시냅스강화. 강화버섯을 먹으면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가 증가한다.


사람의 뇌는 신비롭다. 신경세포 사이 신경전달물질들이 이동하는 곳을 시냅스라고 한다. 시냅스는 우리가 어릴 때 일단 아주 많이 생성된다. 그리고 나중에 경험과 자극에 의해 가지치기를 하는 방식으로 발달한다. 이 과정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다. 만약 처음부터 방향성을 가지고 필요한 것만 생산한다면 만들고 삭제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시간도 단축된다. 가지치기 방식은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대신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눈에 담은 것들, 감정으로 마음에 묻은 것들, 꿈으로 외워 머리에 새긴 것들은 시냅스강화로 우리의 뇌에 남는다. 닿지 못한것, 경험하지 못한 것, 관심받지 못한 것들은 가지치기당한다. 그래서 우리 각자의 뇌는 고유하고 특정한 하나의 세계로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책모임은 누군가 어떤 세계를 몰고 올지 모르는 위험에 항상 처해있다. 그래도 되도록 섬세하게 몇개의 스위치를 사용해서 하나의 신경망을 만들고 삭제하는 수고를 한다. 사람의 뇌와 책모임은 꽤 닮았다.






책의 제목인 신경가소성은 신경계가 변화하는 성질이다. 뇌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환경에 반응하고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학생때 한번쯤 들어봤을 중추신경계, 교감신경계 이런 것들이 전부 다 신경이다. 중추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구분하는데, 그래서 신경과학이라는 더 큰 범주안에 뇌과학이 들어있다. 신경계는 신경세포들의 모임이고, 신경세포는 신경계에서 가장 기본단위로 본다. 놀라운 건 신경가소성(변화)의 범위는 기능과 구조까지다. 구조도 바뀐다! 청소하고 땀을 흘려 책상과 소파 위치를 바꾸는 게 아니다. 우리 머리속에서 신경세포 하나의 생김새와 용도가 계속 바뀐다. 그 세포 하나들이 모여서 이루는 신경계와 확장하면 뇌 전체까지.

저자인 모헤브 코스탄디는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신경과학자, 과학작가다. <신경가소성>은 168쪽의 작고 얇은 책이다. 내용은 다르다. 방대한 내용을 간결하게 설명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연구방법이나 설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한다. 특히 최근에서야 확정되는 신경가소성에 대한 과거의 관점과 발달과정을 보여줘서 이해가 쉽다. 뇌과학은 현대의 장비와 기술이 발달하면서 크게 진전이 이뤄졌다. fMRI 방식은 수술로 머리를 열지 않고도 뇌를 촬영해서 활성화된 부분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 이런 최첨단 기술 이전에는 뇌 연구를 어떻게 했을까? 후천적으로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연구해서 조금씩 발전해왔다.

사고로 뇌의 특정한 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에서 찾은 성격변화나 상실된 기능들은 그 부분만이 그 기능을 하고 있다는 추론을 하게 만든다. 과거 다른 연구도구가 없는 상태에서 손상된 부분이 특정 성격이나 기능을 담당한다는 추정은 자연스럽다. 뇌는 어느정도는 큰 역할이 나눠져 있어 정상적인 경우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일정 부분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되면 세포들의 구조와 역할이 바뀐다. 가능한 범위의 손상이라면 주변의 다른 세포들이 점차 역할을 나눠가진다. 손상이 커서 대체할 수 없는 경우는 완전히 다른 능력을 발달시키기도 한다. 나치와 일본의 생체실험에서 현대의학이 비약적 발전을 이룬 것처럼, 베트남전쟁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는 병명이 생겨난 것처럼 뇌과학도 많은 손상된 뇌로부터 한걸음씩 나아갔다.

책에는 2015년에 FDA 승인을 받은 브레인포트V100이라는 감각치환장치가 소개된다. 카메라 달린 선글라스를 끼고 혓바닥 위에 우표만한 전극 장치를 올려놓으면 따끔거리는 자극을 준다. 시각을 촉각으로 바꾸는 장치다. 이 기계로 훈련한 시각장애인의 70%가 물체 인식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본다. 무엇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안다. 눈으로 세상을 보는 많은 사람들과 같게는 아니어도 보게 되었다는 말이다. 어디에 어떤 것이 어떤 크기로 웅크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됐다는 것. 처음부터 비어있거나 잃어버린 기능의 자리에 새로운 감각과 방식이 자리잡는다. 언제부턴지 그냥 보여서 볼 뿐인 나같은 사람의 시선으로는 사람의 마음으로부터건 기술로부터건 기적같은 일이다. 책을 읽다보면 신경가소성의 관점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것은 항상 같을 수 없고 그러니까 언제나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어떤 순간 이제 더는 잃을 게 없다는 확신이 있다면 앞으로 뭔가 더 얻을 일만 남았다는 확신도 된다.

어려서 읽던 과학책은 신기한 지식으로 가득했다.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성인이 되어 다시 읽는 과학책들은 다르게 읽힌다. 자연의 법칙은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책을 읽는 것. 책과 내가 연결되는 것. '책과 나'가 여럿 모인 책모임. 신경세포와 시냅스, 신경계와 정확하게 같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만나봐야 한다. 만나서 서로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확장해줘야 한다. 각양각색의 신경세포들과 시냅스를 강화하고 극단적이고 불통한 시냅스들은 힘을 내 시들게 해야한다. 겨우 만난 귀한 사람과 꾸준하게 접촉해야 한다. 다른 사소한 것에 밀려 자리를 잃지 않도록 시냅스를 강화해가야 한다. 누가 언제 올지 모른다. 힘닿는 데 까지는 새로운 시냅스를 갈망한다. 치명적 손상을 가져온 사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어찌어찌 움츠러든 시냅스를 다듬고 신경계를 조정해왔다. 그래서 나는 일단 어제도 책모임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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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도서관들 상태란이 파랑파랑한 게 등거리 뜨뜻한 금요일이에요.

드디어 ㅂㄲ에 입성한 첫 SF!를(제가 알기로..?) 어떻게 보고있는지도 궁금하고

모임까지 2주반이나 남았는데 벌써 다보고 손가락 빨고 있는 사람 있을까봐.









정확하지 않은데 제가 테드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가져갔다가 광탈한게

19년 봄같은데 말이죠.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작년에 줌으로 칼세이건의 브로카의뇌 읽기 모임을 했어요.

그중 평생 sf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놀랐죠.

그분도 놀랐어요. 제가 모니터 뚫고 놀래서.

두 가지 편견이 그 자리에서 희미해졌는데

제가 가졌던 편견은 굳이 칼세이건 읽으러온 사람 = 과학책 보던 사람 = SF 좋아하는 사람.

그런데 그 분은 이제까지 주로 인문학 책을 봐왔고 

갑자기 코스모스도 아니고 브로카의뇌를 읽어본다고 왔고

SF는 자아를 형성한 이후로 본 게 없다는 거에요.(저도 별로 본게 없어요)

그분이 가졌던 편견은 SF는 애들이나 보는거. 뿅뿅총쏘고 외계인 나오는거. 

지긋지긋한 식민사관.

어때요? 비슷한가요?

저는 그 말을 듣고서야 처음으로 왜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드니빌뇌브의 <컨택트> 원작이라고 해도 처참한 결과를 맞았는지 이해를 하게 됐어요.









김초엽은 부들부들하고 산뜻한게 좋더라고요.

한국말쓰는 작가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도 있어서 거부감 녹이기도 좋고.

과학이고 이야기고간에 그보다 속마음이 참 깊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같이 읽어볼 만 하지 않을까 했고.

발표했던 단편들을 묶어둔 책이라 하나씩 하나씩 까먹는 재미가 있긴 했는데

다음 작품이 너무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작가였고요.

저같은 사람 또 있었어요?



그럼 우리는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몰라요.ㅋㅋㅋ

단편집으로 묶인게 19년 여름이던데.

작년 겨울에 김초엽의 첫 장편이 나왔어요! 뚜둥.

종이책은 밀리 오리지널 구독자들한테만 우선 보내준것 같고.

밀리에서 전자책으로 볼 수 있고요. 일반 서점에는 아직이네요.

첫 장편은 무대가 세계로 확장되긴 하지만 주요 인물들이 한국사람이에요.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심쿵.ㅋㅋ

스포가 되니까.. 암튼 재밌고 코로나시즌에 봐서 더 재밌었던 소설이었어요.

<지구 끝의 온실>도 추천추천.








그래도 아직 장편까진 좀 내외하고싶고 단편으로 좀더 보고 싶으면.

김보영의 <얼마나 닮았는가>를 추천해요.

김초엽은 부들부들하다고는 해도 그래도 약간 과학자가 쓴 sf 티가 나죠?

김보영 단편집은 훨씬더 좋았어요.

맛있게 잘 익은 묵은지같은 소설 냄새가 나요. 사이언스는 거들뿐.

여유가 있다면 무려 수출되는 국산sf를 영접해봅시다!

김초엽, 김보영으로 sf를 시작한다면

아마 다른 것도 더 보고싶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보고 좀더 보고 싶으면

<지구 끝의 온실> - <얼마나 닮았는가> 순으로 보는 걸 추천해요.

(김보영을 먼저 보면 김초엽이 약간 심심할 수 도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 김초엽 진짜 좋아해요)


그래서 왜 2021년에 읽는게 적당한지는 얘기가 충분하지 않은데.

그건 또 다음주에 모임거리랑 같이.



그래서 뭣이중헌디.

재미가중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꽤 재미져요. sf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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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1-29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계속 시도하는 장르지만 최애가 되지는 못할 것 같아요.

link123q34 2021-01-31 10:14   좋아요 2 | URL
저도 많이 보진 않았는데 그냥 괜히 호요. 호불호가 심하고 편견도 강한 장르구나~ 하는 깨달음. 결과도 처참해요. ㅋㅋㅋㅋㅋ 모임 아니면 안 열어봤을 책(완전 취향이 아닌 책이라는 관용적이고 완곡한 표현)이라는 사람이랑 sf는 생전처음이라는 사람 속출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의 장르 계속 시도하는 게 쉽지 않은데 역시 반님♡ 최애가 못되면 어떠하리~

막시무스 2021-01-29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상 수록집에서 단편 하나 읽고 김초엽작가님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부들부들 산뜻하다는 표현에 완전히 꼭 읽어봐야겠다는 의지까지 생기네요!ㅎ 즐건 주말되십시요!ㅎ

link123q34 2021-01-31 10:17   좋아요 2 | URL
오 그렇군요~ 인지공간일까요? 관내분실일까요? 인지공간은 저도 아직인데 다음에 같이 묶이 작품들이랑 읽어보고싶네요 막시무스님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즐거운 주말되세요~~:D
 

19년 3월부터 19세기 러시아 소설들을 읽고 있다. 너무 좋아서 이걸 모르고 살아온 세월을 원통해했다. 푸슈킨과 레르몬토프, 도스토예프스키가 남아있다.










세상의 거대한 변화 앞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 아직도 공감할 수 있는 질문들.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이나 <아버지와 아들>의 바자로프같은 인물들의 결말이 궁금해서 읽는다. 보통 이런 인물들은 자살이나 병으로 갑자기 죽어버리거나, 어떤 생각에 취해 미쳐버리거나, 편안하고 안락한 현실에 정착한다. 뾰족한 수가 별로 없는 건 알지만, 그래도 끝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래서 계속 뭔가 다른걸 기대하면서 읽어나간다. 사실 결말과는 상관없이 그런 인물들이 높은 확률로 등장해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걸 보는게 좋았다. 아무리 맛있는 것도 매일 먹으면 질린다. 나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몰아 읽다가 어느 순간 소원해졌다.


소설을 읽을 때 현실과 다른 곳으로 뿅- 가 있는 느낌을 제일 좋아했다. 분위기라던가, 도시라던가, 시대라던가, 사람이라던가. 제대로 이동시켜주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19년까지만 해도 단편집은 싫었다. 좀 재밌게 읽어볼 만 하면 끝나고. 너무 빨리 끝나서 몰입할 겨를이 없다.










슬슬 질려갈 때쯤 19세기 끝에서 20세기를 바라보며 구원처럼 나타난 게 체호프였다. 실은 1년정도 중단되었던 19세기 러시아 문학 읽기를 다시 시작한 게 아니었다. 새해 다짐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 좋자고 자유분방하게 쓰다보면 주접을 떨게 된다. 그래야 좋은 글도, 이러나저러나 상관없어서 스타일이라고 주장해보는 글도 있겠지만 올해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은 글에도 도전하고 있다.

1. 입력을 잘못하니 출력이 잘못되는건가? 

2. 주접의 알고리즘이라 그런가? 

1번의 문제라면 입력을 다르게 해보고, 2번의 문제라면 구조변경을 위해 역시 입력을 다르게 훨씬 많이 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러시아문학도 이어서 읽을 겸 체호프를 처방했다.


처음 읽은 체호프는 아리송했다. 말라비틀어진 멸치대가리 같았다. 오랜 습관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무의식적으로 나는 이야기 속에서 놀고 싶어한다. 단편들이 곁을 안 줬다. <검은 수사>까지 가서야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 나와 잠시 재미를 느낀다. 한번 재밌다고 회로가 돌아서니 다음 단편들이 쭉 재밌었다.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보니까 점점 좋아지면서 익숙해지고 하나더 하나더 하며 체호프를 까먹는다. 


건조한 문장들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니 그냥 그대로 보면 됐다. 과학책 보는 느낌으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세상에 이 다양함이란 양파껍질처럼 다음 단편에서도, 그 다음 단편에서도 계속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분명 하나하나 다른 인물들인데 같은 사람이다. 살아보지 않았지만 체호프가 인물 주변에 그렸던 세상에 있을 법했다. 생긴대로 인생을 살아내는 삶들, 옮다 그르다가 아닌 그냥 생김 그대로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생김새들. 내 안에도 있을만한 작은 옥수수알들이 체호프의 단편 안에서 한 명의 사람이 되어 팝콘처럼 튀어나온다.

 

두번째 체호프 단편을 읽을 때는 번역되는 모든 단편을 다 보고 싶었다. 너무 좋아서 연달아 읽었더니 세번째를 읽을 때는 좀 쉬어도 되겠다 싶었다. 러시아 문학은 좀 쉬었다 읽고 19세기도 좀 쉬었다 읽고 이제 20세기로 가보고 싶었다. 


뭔가 현대적인 걸로 잘 고르고 싶긴 한데 어디서부터 골라야 할지 헤매다 뭘 찾고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타이밍좋게 함께 읽는 중인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에서 설명하는 그대로다. 현대미술에 처음인 나는 1/3쯤 봤는데, 아직도 현대미술이 뭔지 모르겠다. 내가 뭘 이해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현대미술은 이거다. 이걸 바랐을 뿐인데.. 확실한 건 현대미술의 그런 점 때문에 내가 현대적인 20세기 소설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무슨 책을 찾고 있었는지 잊어버렸구나~ 하는 이해다. 뭘 찾는지 모르는 상태로 뭔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운명처럼 다가온 레이먼드 카버. 그때쯤 모임책에 대성당이 등장했다. 책 소개에 레이먼드 카버는 '아메리칸 체호프'라고 했다. 완벽했다. 내가 읽고 싶었던 건 바로 체호프같은데 체호프는 아닌 거였다. 여행을 대체해서 하나씩 까먹고 있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도 카버가 있었다. 현대적인 건 무조건 어려울 거 같으니까 <레이먼드 카버>를 먼저 읽는다. 카버의 인생사는 얼룩진 예술가의 삶 그 자체다. 안경줄을 늘어뜨리고 말끔하게 앉아있는 체호프와 대조된다. 


대성당을 앞두고 클래식 클라우드 레이먼드 카버를 먼저 읽는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문제는 이 클래식 클라우드 <레이먼드 카버>가 대단히 좋고, 충실한 책이라는 거다. 그래서 생기는 단점이 카버의 인생을 보면 이 쓰레기ㅅㄲ.. 니 글을 내가 읽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다짐을 하게 된다는 거다. 카버는 결혼을 두 번 하는데 첫 부인이 대차게 씩씩하고 능력있는데도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카버 이야기에 등장하는 연인, 부인, 전 부인은 거의 이 첫번째 부인 메리앤이다. 심지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생은 작품에 박제된다.. 자꾸만 내가 만약 메리앤인데 시간여행자라서 이ㅅㄲ가 나중에 명작을 쓰게 된다는 걸 안다면 나는 앞으로 벌어질 고난의 인생을 감수할 수 있을까 몇 번이나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동안 나는 나중에 대체 뭐가 나온다해도 나는 그냥 빠르게 내 인생을 찾아 떠나겠다고 생각한다. 걸작이고 뭐고 한 사람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장점은 당연히 <대성당>이나 카버의 다른 단편을 읽기 전 준비를 하는 데 이 한권이면 충분하다는 거다. 카버는 작품의 인물, 사건, 배경을 대부분 자신의 인생에서 가져다 썼다. 그래서 카버의 인생과 작품을 시기와 장소를 따라 촘촘하게 엮은 이 책이 큰 도움이 된다. 인생을 따라서 작품 해설도 섞여있는데, 이게 정말 박수치게 좋다. 카버의 인생과 작품은 정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를 이해하는게 다른 하나를 이해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시리즈 특성상 약간의 편차가 있을 수 있는데,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 정말 훌륭한 책이었다.(주제X여행기 컨셉에서 가장 걱정되는 저자의 개인적인 여행기가 적다. 꼭 있을것만 있다.)


전투 렌즈를 끼고 <대성당>을 시작한다. 그런데.. 내 다짐은.. 싸래기 눈이었다. 싸래기 눈은 공기중에서 이동중일 때나 눈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땅에 닿자마자 물이 되고만다. 



첫번째 단편 <깃털들>의 저 사라진 우유에서 내 다짐은 사르르 물이 되었다. 카버 부부가 친구집을 방문했고 친구 부인이 반려동물로 키우는 큰 공작새를 실내로 들이고 싶어한다. 카버 부부는 처음부터 저 공작새가 싫었고, 부인은 저 집 안에서 저 큰 새와 같이 있기 싫다. 남편은 거절해줬으면 하는 부인 옆에서 친구에게 절대로 그렇게 괜찮다고 말하고는 잔에 남아있던 우유를 몽땅 마셔버린다.ㅋㅋㅋㅋㅋㅋㅋ 카버여. 나는 당신의 다른 단편도 읽을 것입니다. 체호프의 무대는 상대적으로 넓다. 보통 마을 하나의 규모나 가족단위(지금 기준으로 대가족) 안에서 일들이 벌어진다. 카버의 배경은 상대적으로 좁다. 보통 집 안이나 두명 정도의 등장인물이 다다. 인물의 이름이 무엇이든 대부분 그 인물은 카버 자신과 메리앤 두 사람이다.


다 읽고 보니 뒷부분의 문학적 해설과는 전혀 다르게 읽었다는 걸 알았다. 대부분 단편들을 깊이 감탄하며 읽었는데 첫 <깃털들>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마지막 <대성당>을 더 큰 감동에 이르게 해서다. 분명 젊은 카버와 초반의 작품들에는 구분과 배제가 있다.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실직한 육체노동자들의 도시에서 성장해 이민자와 흑인을 배척하는 도시 전체 분위기에 따라 성장했기 때문이다. <깃털들>에서는 시작은 친구지만 우리 부부와 친구 부부를 선명하게 갈라가는 과정이 그대로 보여진다. 그리고 분리시킨 삶은 봉합되지 않고 이야기가 끝난다. 


평범한 삶에서 인생 전체에 걸쳐진 오해와 편견, 분노와 원망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누가 몇번이나 할까. 틱틱대며 겨우겨우 친구집에 방문하던 부부는 마지막 장면에서 돌아오는길에 차 안에서 가까이 앉는다. 포근한 이불생활을 하다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불만도 쌓인다. 위험한 이불 밖에 나가보아야 내 이불의 소중함을 안다. 이불 밖에서 무엇과 부딪치면서 헤쳐나가기보다 내 이불속을 머리속에 먼저 떠올려버리는 것. 이게 더 흔하고 친숙하지만 사회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 그래서 입밖에 내놓고 말하지 않는 것. 그걸 이렇게나 다 덜어내고 있는 그대로 어떤 가치 잣대도 없이 하지만 분명하게. 세상에. 이건 체호프였다. 20세기 배경에서. 20세기 사람을. 아무리 솔직하게 말해도 모든 단편이 하나하나 보석같았는데, 그래도 그 보석 중 가장 좋았던 게 <깃털들>이다. 


레이먼드 카버여. 내가 시간여행자 메리앤이라면 뒤돌아서서 내 인생을 찾아 떠나겠다는 경솔한 말을 철회합니다. 견뎌낼 자신은 없지만 견뎌야 할 것 같기도 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시간여행자가 아니라서, 내가 메리앤이 아니어서, 2021년이어서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카버를 읽고 카버처럼 건조하게 후기를 써보고 싶었지만 본성은 감추기 어렵다. 자제력에 집중하며 써봐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도루묵. 읽으면서 생긴 감동만큼 이렇게 좋았다는 하소연도 길어진다. (다 쓰지는 못했지만) 다른 단편들도 하나씩 하나씩 까먹어야겠다. 어떤 이유로 무엇을 더 읽어야겠다는 있어보이는 말을 하는 날이 오다니.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는 살고 보고 가까이 온 책은 읽고 볼 일이다.


+

사실 집에는 진작부터 대성당 굿즈가 있었다. 왜냐면 똑똑이 내가 레이먼드 챈들러랑 헷갈려서 대걸잘 추리소설 굿즈인줄 알고 헿헿거리며 미리 샀다. 아주 작아서 약먹는 물잔으로 쓰는데 이제 약먹을때마다 다른 게 연상될 거다. 크기비교는 우린 티백 보관소로 쓰고있는 6피스 초장그릇.


왠지 두고두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사서 읽은 똑똑이 나. 아주 칭찬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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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경제책은 보고싶은데 뭘 어떻게 보고 싶냐니깐 말잇못이어서.. 

새해니까 토익 기초 종합반 느낌으로 구색을 맞춰봤어요.


저도 경제지능 0으로 시작해 작년부터 조금씩 읽고 있어서 퀄에 자신은 없어요.

그래도 대충.


우선 크게 경제일반과 투자로 나눴어요. 사실 누구나 관심있는건 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관련 책들이겠지만.. 어디 야생에서 뉴비들이 돈 벌기 쉬운게 있던가요..ㅠㅠ 결국 투자를 오래 잃지않으면서 하려면 경제일반 공부가 필수적이더라고요. 반대로 경제일반에 대한 공부만 너무 오래 하면 지루하고 계속 하기가 힘들고요. 접근성이 좋은 책으로 시작하되 두 가지 책을 번갈아 읽으면 어떨까 해요. 그래서 홀수번째 책들은 경제일반에 관한 책으로, 짝수번째 책들은 투자에 관한 책으로 골라봤어요.


1. 나의 첫 금리공부








사실 화폐에 관한 책을 고르고 싶었는데 마땅한 걸 못 찾아서. 금리가 영향과 역할이 광범위하면서도, 생활에 밀접해서 시작하는 책으로 괜찮을 것 같아요. 적금통장 만들때 금리비교부터 해보게 되니깐. 금리 다음 환율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요즘 미국주식이 워낙 뜨거우니까 환율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고요. 


2. 보도 섀퍼의 돈








경제책읽기라고 운을 떼긴 했지만, 사실 돈공부책 보기로 이름을 붙여야 할 거 같은 건, 보도섀퍼의 돈을 보고 바꾼 생각이에요. 전에 우리 조제 한국판 나왔을때 지금의 삶과 조제의몸&한지민의 얼굴을 바꾸고 싶은지 같이 얘기했었잖아요.ㅋㅋ 선택은 반반이었고.ㅋㅋㅋ 바꾸려면 우선 한지민 얼굴이 예쁘고 원한다는 인정과 바람이 있어야 되잖아요. 돈도 똑같은 거 같아요. 돈이 많은 게 좋고 그걸 원한다는 인정을 솔직하게 뼛속까지 해야하고, 돈이 많아지는 바람을 가져야 돈공부가 시작되는 거 같아요. 이게 작년에 제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고요. 투자하기 위한 종자돈, 스킬, 관리능력 모두 중요하지만 저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부자가 되겠다는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투자 관련 책 중 첫 책으로 넣어봤어요.

<보도섀퍼의 돈>이 좀.. 올드하게 보여서 굉장히 보기 싫게 생겼는데 내용은 정말 좋아요. 그래도 좀더 현대판으로 라이트하게 볼 수 있는 게 <돈 공부는 처음이라>. 둘 중 같이 골라봐요. 


3.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금리나 환율로 운을 떼고 나면 아마 경제의 더 많은 요소들이나 전체 흐름이나 역사같은 게 궁금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거의 9년 전쯤? 같이 읽었던 책이긴 하지만ㅋㅋ 아마 이제 목마름을 가지고 다시 읽으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유명 경제학자들의 사상을 인생 스토리와 같이 읽기 쉽게 정리해놓은 책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두껍고 까맣고 빨개서 무섭긴 하지만 생각보다 잘 읽히죠. 쉬운 길이 있는데 이유없이 굳이 시간을 더 쓸 필요는 없으니까. 역시 두께가 부담스러우면 비슷한 느낌의 만화책도 있어요. 오히려 얇고 축약되어 있어서 흐름과 차이를 훅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요.


4. 부동산 투자의 정석








투자와 관련된 책은 우선 3권이라는 제한범위안에서 부자마인드/부동산/주식 이렇게 나눠봤어요. 평범한 개인에게 가장 일반적인 투자방법이라서. <부동산 투자의 정석>은 제목 그대로. 나온지 좀 된 책이라서 지금이랑 좀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는 이 한권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라 부담스러우면 <노후를 위해 집을 이용하라>. 부동산 시장에서 오래동안 살아남은 실전 투자자의 일반인을 위한 조언. 내용이나 핵심생각은 비슷해요. 들고 다니기 덜 창피한 책을 고릅시다.ㅋㅋ


5.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경제 일반 책을 고르면서 진짜 고민이 많았는데. 전체 정치경제사 흐름을 대충 훑은 다음에 무엇이 궁금한가. 당연히 큰 경제의 구성 요소들 하나하나가 궁금할 것 같아서요. 아 이책은 대체불가..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신자유주의나 세계화, 자본주의에 관련된 거라 책은 좋은데.. 우리가 궁금한 것보다 너무 먼 곳으로 가나 싶기도 해서요. 6개월 읽고 다음에 확장해가면서 읽으면 좋을듯. 그래도 450쪽 정도라서 약간 두꺼운 감은 있거든요. 역시 시간이 쪼달릴것 같으면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방송됐던 다큐를 책으로 편집해서 낸거라 가독성도 좋고 자본주의에 대한 내용도 깔끔해요. 경제학강의는 범위가 좀더 크고 ebs자본주의는 자본주의로 좀 좁혔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림도 많아서 이해도 쉬워요.


6. 내일의 부1








부동산하고 다르게 주식책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투자법에 관한 책이에요. <내일의 부1>은 사실 주식만 다루는 건 아니고 부동산까지 같이 있어서 몇 번 고민하다 주식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어요. 초보도 쉽게 크게 잃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주식투자법! 매도 타이밍까지 정해주는 투자법! 경제 무지랭이 일반인도 크게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좋았어요. <내일의 부>는 좀더 수익 중심, <마법의 연금 굴리기>는 좀더 안정 중심의 투자법이에요. 굴리기 책은 전에도 추천했지만 포트폴리오 개념을 잡기 좋고, 데이터로 확인시켜줘서 좋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주식 무지랭이에게 그래서 상반되는 자산들의 종목 이름이 무엇인지! 까지 알려줍니다. 폭락장에도 많이 잃지 않고, 상승장에도 많이 벌지 않고 세계 경제 규모가 커지면 커지는대로 내 자산도 우상향하는 안전한 투자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줘요. 우리 성향을 찾아서 먼저 읽을 책을 골라봅시다.


기초반에서 우선 이 정도 보다보면 궁금증이 더 생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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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1852 2021-11-28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