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점 7.8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 양자경, 제이미 도넌, 티나 페이, 캘리 라일리, 주드 힐

 장르 미스터리, 추리




 (스포일러 있습니다.)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마침 디즈니플러스 구독 중이라 그 안에서 찾던 중 이 영화를 고르게 되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원작 기반의 추리 서스펜스 미스터리다.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아마 세번째 시리즈 영화일 것이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나일 강의 죽음>을 괜찮게 봐서 이 영화도 믿고 보았다. 처음에는 기대 이상인듯 싶었지만 중후반부는 평이했다. 


 일단 양자경 배우가 나온 것도 이 영화를 고르는 데 작게나마 기여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고 그녀의 팬이 되었다. 이 작품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역활과 연기를 보여줬다. 양자경이 나오면서 영화가 몰입감을 더해가고 재밌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그녀가 빨리 퇴장해서 아쉬웠고 그 후부터는 재미와 물입감도 같이 떨어졌다. 


 초반부가 아주 좋았다. 이 감독과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장센에 있다. 미장센을 아주 멋지고 이쁘게 잘 뽑는다. 이번 작품에서도 베니스도 잘 담았고 저택도 잘 담았다. 베니스를 많이 못 봐서 아쉬웠다. 전편은 나일강과 이집트의 모습을 한 껏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탐정 포와로는 평소 알고 지내던 작가에게 교령회(귀신과 소통하는 것)의 속임수를 간파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평소 신, 영혼을 믿지 않는 포와로는 교령회의 속임수를 간파하려 하는데 그만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포와르, 과연 귀신이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아니면 역시 범인은 교령회에 참석한 사람 중 한 명일까?


 포와르는 범인을 지목하거나 비밀을 폭로할 때 자신의 추리의 근거들을 설명을 건너 뛸 때가 종종 있어서 아쉬웠다. 뭐, 크게 중요한 부분들이 아닌 것도 있었지만 셜록 홈즈처럼 하나하나 잘 설명해주는 게 좋은 거 같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 때문일까? 모르겠다.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 함께 단서들을 찾아나가고 추리해나가는 것은 재밌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 읽고 싶다. 



 

 평점 10 : 말이 필요없는 인생 최고의 영화. 

 평점 9.5: 9.5점 이상부터 인생영화. 걸작명작

 평점 9 : 환상적. 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 수작

 평점 8 : 재밌고 괜찮은 영화. 보길 잘한 영화. 

 평점 7 : 나쁘진 않은 영화. 안 봤어도 무방한 영화. 범작

 평점 6 :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6점 이하부터 시간이 아까운 영화. 

 평점 5 : 영화를 다 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 

 평점 4~1 : 4점 이하부터는 보는 걸 말리고 싶은 영화. 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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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달리기를 축으로 한 문학과 인생의 회고록입니다. 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




 달릴 때에는 대체로 록 음악을 듣는다. 때로는 재즈를 듣는 일도 있다. 그렇지만 달리는 리듬에 맞추는 걸 생각할 때, 역시 반주 음악으로서는 록이 가장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나 고릴라즈라든가, 제프 벡이라든가 또는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 비치 보이스 같은 오래된 음악. 되도록 심플한 리듬의 음악이 좋다. -p33


 예전에는 달릴 때 뭐 하나라도 더 지식을 얻고 싶어서 팟캐스트를 듣거나 유튜브를 들었습니다. 그게 습관이 되서 최근에 달릴 때에 유튜브를 듣거나 했습니다. 그러다 하루키의 위 글을 보고 달릴 때 음악을 들었는데 좋더군요! 확실히 록 음악이 좋은 거 같습니다.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누가 그런 것을 자랑할 수 있을까?) 나는 그다지 머리가 좋은 인간은 아니다. 살아 있는 몸을 통해서만이, 그리고 손에 닿을 수 있는 재료를 통해야만, 사물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무엇을 한다고 해도, 일단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바꿔놓아야만 비로소 납득을 할 수 있다. 지성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육체적인 인간인 것이다. 물론 조금쯤의 지성은 있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게 전혀 없으면, 아무리 뭐래도 소설은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머릿속에서 순수한 이론이나 도리를 조립해서 살아가는 타입의 인간은 아니다. 경험에 의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사물을 인식하는, 이른바 사변을 연료로 해서 전진하는 타입의 인간도 아니다. 




 전력을 다해서 매달리고, 그래도 잘 되지 않으면 단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어중간하게 하다가 실패한다면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것이다. -p58


 최근 <전념>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전념을 다하다가 언제 그만두어야할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간혹 TV나 주위에서 10년 혹은 몇 십년이상 고시공부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오싹합니다. 저도 쉽게 단념을 못하는 성격이라서 만약 제가 고시공부를 하다가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면 계속 붙들고 있을 거 같기 때문입니다. 전력을 다해서 매달리고, 그래도 잘 되지 않으면 단념한다. 단념할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한 거 같습니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머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p45 

  

 아마 이 책에서 베스트 문장이 아닐까 싶다. 오늘 런닝머신을 달리려고 했는데 이 글을 보니 야외에서 달리고 싶다.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달려보고 싶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을 때 강요받는 일을 예전부터 참을 수 없었다. 그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이 하고 싶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다면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했다. -p62 

 

 저도 비슷한 성향입니다. 왠지 하루키와 비슷한 점을 발견할 때마다 위안이 됩니다. 



 가게를 경영하고 있을 때도 대체로 같은 방침이었다. 가게에는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그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상당히 좋은 가게다, 마음에 든다, 또 오고 싶다'라고 생각해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열 명 중에 한 명이 단골이 되어준다면 경영은 이루어진다. 거꾸로 말하면 열 명 중 아홉 명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나 그 '한 사람' 에게는 철저하게 마음에 들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경영자는 명확한 자세와 철학 같은 것을 기치로 내걸고, 그것을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비바람을 견디며 유지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가게를 경영하면서 내가 몸소 체득한 것이었다. -p66  




 개인적인 얘기를 한다면, 나는 '오늘은 달리고 싶지 않은데' 하고 생각했을 때는 항상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너는 일단 소설가로서 생활하고 있고, 네가 하고 싶은 시간에 집에서 혼자서 일을 할 수 있으니, 만원 전철에 흔들리면서 아침저녁으로 통근할 필요도 없고 따분한 회의에 참석할 필요도 없다. 그건 행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은가?(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에 비하면 근처를 1시간 달리는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지 않는가? 만원 전철과 회의의 광경을 떠올리면 나는 다시 한 번 스스로의 의지를 복돋아 러닝슈즈의 끝을 고쳐 매고 비교적 매끈하게 달려 나갈 수 있다. '그렇고말고. 이 정도도 하지 않으면 천벌을 받을 거야' 하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하루 평균 1시간 달리는 것보다 혼잡한 전철을 타고 회의에 참석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할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 것뿐이다. -p76


 저도 의지를 복돋우기 위해서 하루키식으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제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는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p103


 하루키씨는 아테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합니다. 현실의 맥주는 달리면서 절실하게 상상했던 맥주만큼 맛있지 않았다고 합니다ㅎ 그걸 저렇게 멋진 문장으로 표현하다니요ㅎ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p116 


 올해 매일 달리려고 마음 먹었는데 역시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감기에 걸리고 컨디션이 안좋아서도 쉬었고 게으름 때문에 쉰 적도 있었습니다. 쉴 이유는 정말 한 트럭있는데 달려야할 이유는 소금 알갱이 하나만큼 밖에 없습니다. 위 글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에게는 천성적으로 '종합적 경향' 같은 것이 있어서, 본인이 그것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것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정도이다. 경향은 어느 정도까지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근본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그것을 천성이라고 부른다. -p130 

 

 천성이 곧 유전자가 아닐까요.



 어제는 롤링 스톤스의 <베거스 뱅큇>을 들으면서 달렸다. <심퍼시 포 더 데빌>의 예의 '후후'라고 하는 펑키풍의 백코러스는 달리는 데 실로 안성맞춤이다. (중략) 스 전날에는 에릭 클랩튼의 <렙타일>을 들으면서 달렸다. -p147


 달리기를 할 때 들어봐야겠습니다.


 

 무리를 해서 계속 달리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걷는 쪽이 현명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주자들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 걸으면서 다리를 쉬게 한다.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걷지 않았다. 스트레칭을 하기 위한 휴식은 확실하게 취했다. 그러나 걷지는 않는다. 나는 걷기 위해서 이 레이스에 참가한 건 아니다. 달리기 위해 참가한 것이다. 그 때문에 - 그 목적 하나를 위해 - 비행기를 타고 일부러 일본의 북녘 끝까지 날아온 것이다. 아무리 달리는 스피드가 떨어졌다 해도 걸을 수는 없다. 그것이 규칙이다. 만약 자신이 정한 규칙을 한 번이라도 깨트린다면 앞으로도 다시 규칙을 깨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은 아마도 어렵게 될 것이다. -p172 


 하루키는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안주합니다. 기록은 11시간 42분. 그는 결코 걷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정한 규칙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라 할지라도. 



 다만 이것만은 꽤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좋아, 이번에는 잘 달렸다' 라고 하는 느낌이 회복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앞으로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마라톤 풀코스를 계속 달릴 것이다, 라는 점이다. 신체가 나에게 허락하는 한 가령 꼬부랑 영감이 되어도, 가령 주위 사람들이 "무라카미 씨, 이제 슬슬 달리는 것은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제 나이도 먹었고: 라고 충고해도 아마도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달릴 것이다. 설령 기록이 더 떨어진다 해도 나는 아무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다는 목표를 향해서 예전과 같이 - 때로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 노력을 계속해갈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이 태어날 때부터의 나의 성격인 것이다. 전갈이 쏘는 것처럼, 매미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연어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원앙이 서로를 갈구하는 것처럼. -p228 


 아니 이렇게 멋진 비유로 글을 마무리하는 건 반칙아닙니까? 그후로도 계속 명문장이 이어집니다. 



 가령 몇 살이 되어도 살아 있는 한, 나라고 하는 인간에 대해서 새로운 발견은 있는 것이다. -p246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오늘의 레이스를 내가 진심으로 즐겼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만한 기록은 아니다. 자잘한 실패도 많이 겪었다. 그렇지만 나 나름대로 전력을 다했고, 그 노력의 보상 같은 것이 아직도 몸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다. -p255 


 가령 그것이 실제로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낡은 냄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효능이 있든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그러나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p256 


 저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떤 일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 과정을 즐겼다면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도 분명 남는 것이 있습니다. 



 이제 글을 끝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해서 이 책을 읽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교휸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그렇다, 아마도 이쪽이 좀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것이다. 


-p258-259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제 좌우명으로 삼고 싶습니다. 올 한 해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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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에필로그만 남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역사 이야기 재밌다. 저자의 다른 책을 이어서 읽어야겠다. 이런 페이퍼는 핵위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예컨대 거의 일주일 동안 계속된 쿠바 미사일 위기 첫날, 케네디는 쿠바에서 소련 미사일이 한 발이라도 발사되면 "미국은 소련에 전면적으로 보복할 것" 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소련 잠수함 함장에게는 모스크바 지도부와 먼저 협의하지 않고도 핵 어뢰를 발사할 권한이 있었다. 실제로 한 함장은 자신의 잠수함을 위협하던 미 해군 구축함에 핵 어뢰를 발사하려 했지만 다행히 다른 장교들이 만류했다. 만약 소련 함장이 원래 의도대로 핵 어뢰를 발사했다면 케네디도 보복하라는 거부할 수 없는 압력에 직면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흐루쇼프도 더 크게 보복하라는 압력에 시달렸을 것이다. -p480


 냉전시대 미-소간 핵전쟁 위협은 생각보다 컸다. 실제로 한 함장이 핵 어뢰를 발사하려 했는데 다른 장교들이 만류했다니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핵 어뢰를 발사했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의 탐지 시스템이 잘못된 경보를 울린 적이 적어도 세 번은 있었다. -p482


 미국과 러시아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추어 상대국이 공격용 미사일을 발사하면 곧바로 탐지할 수 있다. 상대방의 미사일이 자국의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기 전에 보복 공격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때 허용되는 시간은 10분을 넘지 않는다. 1979년 11월 9일 탐지 시스템에서 200기의 ICBM이 소련에서 발진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경보가 울렸다. 다행히 당시 국방부 차관이던 윌리엄 페리는 그 신호가 잘못된 경보라 결론지었고 카터 대통령을 깨우지 않았다. 


 

 1990년대 말, 미국 정부는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를 허약한 국가, 더는 존중할 가치가 없는 국가로 폄하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이런 새로운 해석에 따라 미국은 과거 소련의 일부이던 발트 3국을 성급히 나토에 편입시켰고, 러시아의 완강한 반대에도 세르비아에 간섭한 나토군을 지원했으며,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한다는 구실로 동유럽에 탄도미사일 기지를 설치했다. 러시아 지도자들이 미국의 이런 조치에 위협을 느낀 것은 당연하다. -p483


 핀란드와 소련의 사례를 보면 이런 긴장된 대치보다는 대화와 상호간의 신뢰가 더 중요한 거 같다. 상대를 위협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서로에게 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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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역사, 사회과학 책이다. 국가가 어떻게 위기를 맞이하고 극복하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해준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쓰진 않았지만 다양한 국가적 사례 속에서 한국의 이야기를 떠올려볼 수 있다. 특히 미국, 일본의 상황은 한국과 유사한 상황이 많다. 


 역사는 역시 재밌다. 몰랐던 내용들도 재밌었고 평소 궁금했던 부분들도 해소되어서 좋았다. 




 따라서 일본이 무모하게 제2차 세계대전을 시작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1930년대의 젊은 군사 지도자들에게 정직하고 현실적이며 신중한 자기평가에 필요한 역사적 경험과 지식이 부족했다는 것이 부분적인 이유였다. 그 결과는 일본에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p166


 나는 일본이 어떻게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전개했는지가 궁금했었다. 그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해소됐다. 히틀러도 그렇고 현실인식이 잘 안되고 전쟁광이면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거 같다.


 

 칠레의 육군 장군들과 군사령관들은 피노체트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 대해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한 CIA도 다를 바 없었다. CIA의 평가에 따르면 피노체트는 조용하고 온화하며 정직하고 악의가 없으며 상냥하고 근면하며 성실하고 종교적인 사람이었다. 또 검소하게 생활하며 헌신적인 남편이고 너그러운 아버지로 군대와 가톨릭교회와 가족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쿠데타를 지휘할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군사정부는 평등한 위원들로 구성되고 최고 지도자는 교대로 맡을 것이라 예상했다. 피노체트를 첫 지도자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최연장자였고 육군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부대를 지휘하기도 했지만, 그가 위협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CIA의 평가를 다른 위원들도 공감했기 때문이다. 군사정부가 정권을 장악했을 때 피노체트 자신도 최고 지도자는 군사 위원들이 교대로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피노체트는 최고 지도자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때가 되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p192~193  


 (중략) 동료 군사 위원들과 CIA 등 누구도 피노체트의 무자비함과 강력한 리더십을 예측하지 못했다. -p193


 그러나 2002년 피노체트는 치매로 재판을 받기에 부적합하다는 선고를 받았다. 그는 2006년 91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p211


 칠레의 군부 쿠테타로 피노체트는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CIA와 칠레의 육군 장군들과 군사령관 모두 피노체트를 잘못 봤다. 권력이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그는 원래 괴물이었을까?


 피노체트는 거의 17년의 지배했다. 정권을 잡자마자 반대파인 좌익의 씨를 말리려 했다. 피노체트 정부는 13만 명, 칠레 국민의 1%를 체포했다. 수천 명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 되었다. 약 10만 명이 해외로 망명해 달아났고 대다수가 돌아오지 않았다. 3000만 달러를 은닉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천수를 누리다 2006년에 사망했다. 전두환과 많은 부분에서 겹쳐보였다.


 나는 방금 긴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런거지.



 브란트는 1970년 12월7일 바르샤바를 방문했을 때 비록 실패했지만 1943년 4월과 5월 나치의 점령에 항의한 유대인 폭동이 일어난 바르샤바 게토를 일부러 찾아갔다. 그러고는 폴란드 군중 앞에 자진해서 무릎을 꿇었고, 나치에게 수백만 명이 희생된 사실을 인정하며 히틀러 독재와 제2차 세계대전의 용서를 구했다. 독일인을 끝없이 불신하던 폴란드인조차 브란트의 행동을 계획하지 않은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난 것으로 인정했다. -p293   


 브란트는 독일의 총리이다. 그는 나치 독일의 모든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독일은 자국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를 가르치는 나라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독일처럼 하는 국가는 없다. 미국도 일본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역사를 자국민에게 가르치지 않는다. 독일은 지금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한국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다. 



 아래는 미국의 사회 문제에 관한 글들이다.

 

 한국과 싱가포르, 핀란드의 교사는 모두 학급에서 상위 3등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교사의 거의 절반은 하위 3등 출신이다. -p463 


 미국은 교사가 보수다 가장 낮은 편에 속하고 사회적 지위도 낮다. 미국은 OECD 국가 중 불평등지수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이런 교육의 불평등도 사회적 불평등의 큰 원인일 것이다. 



 이 모든 사실에서 역설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데, 미국 정부가 국민의 미래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는 것일까? 


 요약해서 이야기하자면 첫번째는 미국은 세금 부담이 낮다. 대부분의 돈은 납세자의 주머니에 그대로 남아 있다. 둘째로 많은 세금이 교도소, 군사비, 보건에 지출되고 있다. 



 근본 문제가 양극화, 투표율과 까다로운 유권자 등록, 불평등과 쇠퇴하는 사회경제적 신분 이동, 교육과 공공의 목적에 대한 정부 투자의 감소라는 폭넓은 합의도 없다. -p468 


 트럼프를 비롯한 정치인은 문제를 외부로 돌린다. 불법 이민자, 중국 등으로 돌린다. 



 책이 재밌어서 몇 일 사이에 거의 다 읽었다. 오늘 남은 부분을 다 읽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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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투자서를 감수하는 분이라 홍춘옥이란 이름은 낯이 익었다. 그의 책은 처음 보는 거 같다. 나의 투자 성향과 맞진 않지만 쉽게 설명해줘서 이해가 잘 되는 점은 좋았다. 처음 읽을 때는 내 수준에서 봤을 때 쉽고 평이하다 생각했는데 다시 훑어보니 그렇지도 않은 거 같다. 쉽게 설명해줘서 쉽다고 느꼈지 다시 보니 도움 되는 부분이 많았던 거 같다. 


 사보기는 아깝고 도서관에서 그의 책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 투자 공부 꾸준히 해야겠다. 모르는 게 많다. 




 이와 같이 경기가 나빠질 때는 환율이 상승하며, 반대로 경기가 좋아질 때는 환율이 하락합니다. -p80


 저자는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KOSEF 미국달러선물'과 'KODEX 미국달러선물' 을 추천한다. 더 좋은 방법으로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라고 한다. 'TIGER 미국채 10년선물'이나 KODEX 미국채 10년선물을 추천한다. 해외증권 계좌가 있으면 'IEF(미국 7-10년 국채 편입 상장지수펀드)' 나 'TLT(미국 20년 이상 만기 국채 편입 상장지수펀드)에 대한 투자를 권한다. 




 즉 새로 발행된 채권의 금리가 높아지면 이전에 발행된 저금리 채권의 가격이 폭락한다는 뜻입니다. -p84


 이와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가 좋아지고 물가가 오를 때는 금리가 상승하고 채권 가격이 하락합니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때는 금리가 떨어지고 채권 가격이 상승합니다. -p85


 음, 어렵다. 채권과 주식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도 떨어지는 데 그럼 주식과 채권 가격이 같이 떨어지는 건다. 



 1990년 이후로 수익률을 한정해서 살펴보면, 코스피 연 수익률은 '2.7%' 로 떨어집니다. -p109


 저자는 한국 주식 투자를 추천하지 않는다. 이는 나도 같은 의견이다.


 

 (중략)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비관론이 높아질 때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됩니다. 그리고 장.단기 금리의 역전이 나타날 때는 환율이 급등하고, 수출 전망이 악화되는 경향이 자주 관측됩니다. (중략)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후 1-2년이 지나야 불황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p180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구글에서 'us 10 2' 를 입력하여 검색하면 됩니다. -p189


 오늘 뉴스 기사에서 미국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됐다는 기사를 봤다. 1-2년 후에 불황이 찾아올까? 


 

 다시 정리하면서 복습하니 좋다. 아직 공부가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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