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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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로 참으로 오랜만에 장편소설이다. 하루키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하루키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하루키의 특정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하루키빠다. 하루키의 모든 것이 좋다(아마도). 하루키라는 인간도 좋고, 장편 소설도 좋고, 단편 소설도 좋고, 에세이도 좋다. 그의 문장도 좋고 유머도 좋고 자신감도 좋고 쿨한 면도 좋다. 


 오랫동안 기다린 장편이었다. 당연히 출간 후 바로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좋지 않았다??! 이런 일이? 지금껏 하루키의 어떤 작품을 읽어도 좋았는데 이번 신간을 읽을 때는 좋은 느낌이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머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하루키의 작품이 이상해진 건가? 아니면 내가 이상해진 건가?? 그래서 읽는 것을 멈추고 시간을 두었다. 마치 처음 조루를 겪는 사람처럼 당황스러웠다. 지금껏 믿어왔던 것에 크게 배신당한 기분과 당혹감이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왜???


 다행히 이상해진 쪽은 나였다. 그당시 일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고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책을 읽어도 집중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리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너무 유사해서 당황스러운 것도 있었다. 후에 왜 그런지 알고 나서야 편하게 읽었다.


 2주간의 시간이 흐르고 마음도 안정되고 마침 이 책이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서 다시 책장을 펼쳤다. 불안했다. 읽었는데 재미없으면 어쩌찌? 다행히 아주 재밌었다. 아주 많이. 더할나위 없을 정도로. 즐겁게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 날 꿈을 꿨다. 꿈 속에서 음악을 들었다. 그 음악이 너무 황홀하고 좋아서 꿈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였다. 꿈에서 깨고 내가 음악가가 아닌게 아쉬웠다. 내가 만약 음악가였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음악을 작곡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하루키의 책을 즐겁게 읽은 게 꿈에 영향을 준 거 같다. 하루키의 글은 음악과도 같으니까.


 개인적으로 1부가 가장 좋았다. 17살 소년, 소녀의 마음과 설레임과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17살 소녀의 편지를 읽었을 때는 '아니 어떻게 70대 남성 노인이 이렇게 소녀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거지?' 하며 신기해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17살 소녀의 마음이 정말 이런 것인지. 


 17살 소년이 느낀 깊고 깊은 상실감을 나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이미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공감이 갔다. 하루키도 분명 큰 상실을 겪었으리라.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공감할 수 없다.


 독서모임에서 가장 의아했던 것은 어떻게 17살의 첫사랑을 45세 까지 잊지 못하고 거기에 영향을 받느냐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설득력이 없다는 사람도 있었고, 정신병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어떤 사랑은 평생 잊히지 않는다. 설득할 수는 없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경험해보진 않은 것은 공감할 수 없다. 


 사랑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사랑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한 번도 상실의 아픔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상실의 아픔을 설명할 수 있을까? 반대로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까? 


 이번 독서모임에서 여러 가지를 느꼈다. 첫번째로 하루키의 책이 인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뭐, 시기도 있고 책이 두꺼운 것도 있겠지만 평소에 비해 적은 인원이었다. 8명 중 30대 후반이 2명, 나머지는 모두 40대였다. 연령층이 그 어떤 책보다 높았다. 하루키도 시간의 위력을 견디지 못하는 건가? 하루키도 10년, 20년이 지나면 서서히 잊혀질까? 뭐, 그건 오직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이 시간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루키 자신은 분명 시간을 잘 견디고 있는 거 같다. 70세라고는 믿기지 않은 건강과 열정을 유지한 채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도 풀코스 마라톤을 뛰고 있다. 이번 소설도 부족함이 없었다. 문장들도 좋았다. 


 독서모임에서 하루키의 소설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분의 비판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후 생각을 바꿨다.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싫어할 수도 있고 좋아할 수도 있는 거지. 거기에 대고 반박을 하거나 설득을 하려는 건 무의미하다는 것을. 심지어 그 분은 챗GPT한테 하루키 스타일로 소설을 써주라고 하면 하루키보다 소설을 잘 쓸거라는 말까지 했다. 흠... 뭐 그런거지. 혹시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또 있으신가요? 


 알라딘 블로그를 봐도 하루키를 싫어하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 간혹 나는 부당한 비판이라 생각하고 한 마디 반론을 하고 싶지만... 무의미하다 생각해서 그냥 지나친다. 다행히 내 서친들은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다행이다. 감사하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하루키의 소설이다. 하루키 월드다. 나는 하루키 월드가 좋다. 현실과 비현실이 혼합된 세계가 좋다. 주인공이 다른 세계로 넘나드는 것이 좋다. 모험을 겪고 성장하는 것이 좋다. 상실을 겪고 치유하는 것이 좋다. 재즈도 좋고 요리도 좋다. 그게 싫다면야 달리 할 말이 없다. 들쥐는 들쥐대로,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즐기면 된다. 

 

 벌써 다음 장편이 기다려진다. 그 사이에 에세이 한 편, 단편소설 한 편 써주실 꺼죠 하루키씨?



 "마음으로 원하기만 하면 됩니다." 소년은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고했다. "이 방의 이 작은 촛불이 꺼지기 전에 마음으로 그렇게 원하고, 그대로 불을 끄면 돼요. -p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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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0-31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았습니다~! 근데 주변에 막 추천하기는 좀 그렇더라구요. 하루키의 팬이라면 이 책을 싫어할 수 없을거 같습니다~!

저도 이 책이 하루키의 마지막 작품일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ㅋㅋ


고양이라디오 2023-11-01 00:27   좋아요 1 | URL
하루키의 팬이라면 강추이지요^^

저도 너무 좋았습니다!!ㅎ
 
















 오랜만에 돌아온 하루키의 장편. 행복한 독서였다. 전율이 흐르는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역시 최고의 이야기 꾼, 문장가이다. 


 


 그렇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실컷 늘어놔도 되는 상대, 그 말에 집중해서 귀기울여주는 상대가 있다니, 그런 일은 태어나서 거의 처음이었으니까. 정말이야. -p59


 공감했다. 이야기가 잘 통하는 상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실컷 늘어놔도 되고, 그 말에 집중해서 들어주고 그런 상대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상대가 되어주고 싶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 거기 있던 게 결코 사람이 봐서는 안 되는 세계의 광경이었다는 걸세.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구나 자기 안에 품고 있는 세계이기도 하지. 내 안에도 있고, 자네 안에도 있어. 그럼에도 역시, 사람이 봐서는 안 되는 광경이라네. 그렇기에 우리는 태반이 눈을 감은 채로 인생을 보는 셈이고." -p102  


 전쟁에서 돌아온 노인은 아름다운 여인의 망령을 본다. 계속 그 여인의 왼쪽 얼굴만 보다가 힘을 짜내서 여인의 얼굴 전체를 보게 된다. 위는 노인이 본 여인의 얼굴을 묘사하는 부분이다. 노인은 무엇을 본 걸까?



  열일곱 살이고, 사랑에 빠져 있고, 그날은 5월의 청명한 일요일이니 당연히 내게 망설임 같은 건 없다. -p109


 왠지 이 문장의 울림이나 리듬이 좋았다. 기분좋은 문장이다.



 p179~180


 '나' 는 두 세계 사이에서 갈등한다. 벽에 둘러쌓인 도시의 도서관에서 그녀와 함께 매일 꿈 읽기 작업을 하고 매일 밤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 주는 삶과 벽 바깥의 세계에서 경험한 그녀와의 기억을 간직하고 사는 삶. 그러나 벽 바깥에서는 그녀를 만날 수 없다. 


 당신은 두 가지 삶 중에 어떤 삶을 선택하겠는가?


 

 나는 이 아이러니 속에 하루키 소설의 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키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아무리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삶이라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 살아나가야만 한다는 것. 과거의 삶, 가상의 삶에 머무르고 붙잡혀 있고 싶지만 우리의 깊고 깊은 본능은 우리의 그림자는 살고 싶어 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불합리할 만큼 갑자기 사라지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얼마나 격렬하게 당신의 마음을 쥐어짜고 깊숙이 찢어놓는지, 당신의 몸안에 얼마나 많은 피를 흐르게 하는지 상상할 수 있을까? -p182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게 어떤 일인지 나는 안다. 하루키의 문장들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러나 동시에 내 안에는 일관된 두려움이 있었다. 조건 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듣지 못하고 영문도 모르는 채 단번에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다. (중략)

 무슨 일이 있어도 또다시 그런 기분을 맛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 꼴을 당하느니 차라리 혼자서 고독하고 조용하게 사는 편이 나았다. -p193

 

 


  때가 되면 동이 트고, 이윽고 햇살이 창으로 흘러드는 것처럼, 나는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상당히 근사한 표현이다. 

-p292


 왠지 이 부분이 하루키의 자화자찬인 거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다. 확실히 상당히 근사한 문장이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이런 애깁니다. 티없이 순수한 사랑을 한번 맛본 사람은, 말하자면 마음의 일부가 뜨거운 빛에 노출된 셈입니다. 타버렸다고 봐도 되겠지요. 더욱이 그 사랑이 어떤 이유로 도중에 뚝 끊겨버린 경우라면요. 그런 사랑은 보인에게 둘도 없는 행복인 동시에, 어찌 보면 성가신 저주이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시겠습니까?" -p449


 


 소년은 이 현실세계와 마음이 이어져 있지 않다. 이 세계에 진정한 의미로는 뿌리내리지 않은 것이다. (중략)


 나는 무심결에 주위를 돌아보았다. 나는 이 지상 어딘가에 단단히 이어져 있을까? 그곳에 뿌리내리고 있을까? 나는 블루베리 머핀을 생각했다. 역 앞 커피숍 스티커에서 흘러나오는 폴 데즈먼즈의 알토색소폰 음색을 생각했다. 꼬리를 세우고 정원을 가로지르는 야위고 고독한 암고양이를 생각했다. 그것들은 내 정신을 이 세계에 조금이라도 붙들어매주고 있을까? 아니면 너무도 하찮아서 논할 가치도 없는 존재들인 걸까? -p535


 소년은 현실 세계와 마음이 이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미련 없이 벽에 둘러쌓인 도시로 떠난다. 우리를 현실세계와 이어주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르시아 마르케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필요로 하지 않았던 콜롬비아의 소설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아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

 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벽이다. 경우에 따라, 상대에 따라 견고함을 달리하고 형상을 바꿔나간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p684


 소설 속 벽에 대해 말해주는 문장 같았다. 현실과 비현실을 나누는 벽. 하지만 그 벽은 불확실하다. 애초에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당신과 내가 하나가 된다는 건, 왜냐하면 저는 원래 당신이고, 당신은 원래 저니까요." -p720


 소년이 등장했을 때 왠지 저 소년이 하루키의 분신 혹은 소설 속 '나'의 분신일 거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하루키 소설을 많이 읽어서 눈치가 빨라진 걸까?


 


 













  

 <빠빠라기>는 소설 속에서 언급된 책이다. 사모아 어느 섬의 촌장이 20세기 초 유럽을 여행한 경험을 고향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다. 촌장이 이야기하는 형식을 빌려 독일인 저자가 쓴 순수한 픽션이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마음으로 원하기만 하면 됩니다." 소년은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고했다. "이 방의 이 작은 촛불이 꺼지기 전에 마음으로 그렇게 원하고, 그대로 불을 끄면 돼요. -p754


 마음으로 원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 간단하면서 어렵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라는 작품을 이렇게 다시 한번, 새로운 형태로 다듬어 쓸 수 있어서(혹은 완성할 수 있어서)솔직히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 나에게 이 작품은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쓰이는 존재였으므로. -p766 


 하루키는 40년 전에 쓴 이야기를 다시 고쳐썼다. 그리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완성시켰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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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투성이 과학 - 지금 이 순간 과학자들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진짜 과학 이야기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지음, 김아림 옮김 / 리얼부커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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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의 <문과남자의 과학공부>를 읽었다. 책 속에 재밌어 보이는 과학책들이 여럿 있었다. 과학책 열권을 한꺼번에 구매했다. <구멍투성이 과학>은 그 중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다.


 <구멍투성이 과학>은 과학의 본질, 과학의 진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지와, 실수, 실패를 과학을 통해 고찰하는 책이다. 


 저자는 생물학과 교수이다. 그는 먼저 교과서에 수록된 과학에 대해 비판한다. 가설을 세우고 관찰이나 실험으로 검증하고 이론을 만드는 과학,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고 외우고 시험 본 과학의 모습이다. 저자는 과학은 결코 저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견 저런 과정과 저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실상은 완전 뒤죽박죽이고 실수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저 모델은 여러 과학철학자나 칼 포퍼가 비판한 적이 있다. 가설은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지 않는다. 가설을 세우기 전에 여러 단계가 있을 것이고 가설을 세우는 다양한 경로가 있을 것이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으로 검증하는 과정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 실험 결과를 검토하고 수정하고 다시 실험하고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검증받고 등등. 실험이 실패하면 다행이지만 제대로 실패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 실험하는 도중에 다시 가설을 수정할 수도 있고 아무튼 저렇게 단순화 시켜서 과학을 이해하게 되면 과학은 잘 짜여지고 계획되고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 실제로 과학은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실패들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과학자는 실패와 실수를 통해 배운다. 실패와 성공을 통해 지식을 축적해나간다. 이것이 과학의 진짜 모습이고 과학이 아름답고 합리적인 이유이다. 과학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종종 확신을 하긴 하지만 얼마든지 새로운 증거에 의해 반박되고 수정되고 개선될 수 있다. 


 과학의 모습이 우리 삶의 모습과 흡사하다 생각했다. 우리의 삶도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의 연속이 아니던가? 실패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 끊임없이 사고하고 실행하는 것. 그것이 과학과 삶에서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재밌는 실패 사례들이 자세하게 소개될 줄 알았는데 그 부분은 부족해서 아쉬웠다. 실패 사례들을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고 실패에 대해 성찰하는 내용이 더 많아서 아쉬웠다. 물론 실패에 대한 성찰도 의미가 있지만 나는 이미 저자의 주장과 논조에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들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재미난 실패 사례들을 기대했는데 이 부분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과학의 본 모습, 그리고 실패의 의미에 대해 고찰할 수 있었던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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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킬러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36
제프 린제이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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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달콤한 킬러 덱스터>는 덱스터 시리즈 다섯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영미판에는 시리즈가 더 이어지는 거 같지만 아쉽게도 번역판은 여기까지다.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소설까지 재밌게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에 한 표.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덱스터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는 경험을 한다. 그런 경험 후 점점 인간적이 되어가는 덱스터를 보면서 '내가 원하는 덱스터는 이런 모습이 아닌데' 하는 아이러니한 감정을 느낀다. 착한 사람이 되고자 결심하지만 결국 본능을 누르지 못하고 아이를 위한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합리화하며 다시 연쇄살인마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연쇄살인마를 사냥하는 연쇄살인마. 현실에서는 정당화되지 못한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상상 속에서는 가능하다. 덱스터가 그토록 많은 사랑은 받은 이유가 우리 마음 속에 그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동기는 순수하지 못하지만 결과는 세상에 도움이 된다. 덱스터가 연쇄살인마를 죽일 때마다 세상은 안전해지고 피해자는 줄어든다.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소재가 나온다. 자신이 먹히길 바라는 사람과 식인을 하는 무리들이 나온다. 


 재밌게 술술 읽히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범인을 잡는 추리, 스릴러 장르에 속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재밌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특별한 교훈이나 감동이 없어도 좋다. 그저 책을 읽는 동안 책에 빠질 수 있는 재미만 있어도 충분하다. 


 덱스터 드라마도 완결났고, 책도 다 읽었고 이제 덱스터와는 영영 안녕인가? 아쉽지만 덱스터에게 작별인사를 고한다. 고마웠다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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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킬러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4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덱스터를 만난 건 10년 전 쯤이다. 그 당시 평소에 드라마를 잘 보지 않던 나인데 어떻게 미드 <덱스터>를 보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우연히 덱스터를 만나게 되었고 빠져들었다. 보통 시즌을 더해가다보면 재미없어지고 지겨워지기 마련인데 덱스터는 그렇지 않았다. 시즌8 까지 즐겁게 정주행했다. 최근에 나온 시즌9도 반갑게 봤다.

 

 일단 연쇄살인법을 찾아 죽이는 연쇄살인범이라는 설정이 참 특이하고 매력적이다. 살인은 법과 도덕에 저촉되지만 소설과 드라마 속 허구의 세계에서는 가능하고 또 매력적이다. 사실 히어로라는 게 법을 뛰어넘어 초월적인 정의를 실현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덱스터는 다크 히어로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살인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로 우리는 덱스터에 열광하지 못하고 한 발의 거리감을 두고 보게 된다. 


 주인공 뿐 아니라 경찰국 내의 다양한 인물들도 덱스터 시리즈의 재미를 더한다. 덱스터의 의붓동생 데보라. 덱스터의 실체를 눈치채고 집착하는 독스경사. 덱스터의 아내 리타. 리타의 아이들 애스터와 코디 등.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많다.


 덱스터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으로 유머를 꼽고 싶다. 싸이코패스의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도 일품이다. 싸이코패스의 눈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풍자하고 조롱한다. 아이러니한 상황들은 유머를 더한다. 저자가 혹시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떻게 저렇게 싸이코패스의 심리상태를 잘 알지?


 그런데 또 독자들은 덱스터의 심리와 생각에 공감하고 웃음 지을 수 있다. 모든 인간에게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인터넷에 떠도는 싸이코패스 테스트를 해보면 1-2점이라도 나올 것이다. 감정을 배제한 이성의 눈으로 보면 세상과 사람들은 참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덱스터의 눈은 그런 부분을 과장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친절한 킬러 덱스터>는 시리즈 중 4편이다. 즐겁게 읽다보니 벌써 4편을 다 읽었다. <듄> 시리즈도 2편 까지 읽다가 지겨워져서 말았는데 확실히 재미난 시리즈는 계속 읽게 된다. 셜록 홈즈 시리즈가 생각난다. 그것도 끝까지 재밌게 다 읽었다. 


 4편의 이야기는 덱스터를 위협하는 미치광이 예술가와의 접전을 다룬다. 매 편 독특한 빌런들이 등장한다. 5편 까지 읽으면 이제 진짜 덱스터 시리즈와는 안녕이다. 드라마도 종결되었고 책도 5편이 마지막이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거 같지만 덱스터 드라마와 책 모두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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