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여행법 - 사진편 - <하루키의 여행법> 에세이편의 별책 사진집, 개정판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마스무라 에이조 사진 / 문학사상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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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봤던 거 같기도 하고 처음 본 거 같기도 하다. <하루키의 여행법 - 사진편>을 보니 <하루키의 여행법>을 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하루키의 여행법> 에세이편의 별책 사진집이다. 152p로 금방 볼 수 있다. 사진에 대한 설명이 조금 있고, 에세이 편에서 발췌한 듯한 글이 있다. 그 글들을 읽으니 예전에 봤던 생각도 나고 다시 <하루키의 여행법>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의 여행법>은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판 제목은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이다. 하루키의 책은 계속 개정판이 나온다. 인기있는 작가이고 그의 책이 계속 읽히고 판매되기 때문인 거 같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서 책값도 올려야 되니 개정판이 계속 나오는 거 같다. 


 왠지 하루키의 책은 소유욕이 발동해서 전부 모으고 싶다. 개정판이 나오면 개정판을 사고 싶다. 그래도 참는다. 무소유를 기억하자. 구판이 있으면 됐지!


 하루키는 소설도 좋지만 에세이도 좋고 이런 여행집도 좋다. 사진을 보고 글을 읽으니 오랜만에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혼자 하루키의 소설 속 소재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노몬한에서 양고기를 먹은 경험에서 양사나이가 나온 건 아닐까? 하루키의 여행의 동반자이자 사진사 마쓰무라 에이조는 양을 도축하는 걸 보고 그날 밤에 자신이 양이 되는 악몽을 꾸었다고 했다. 


 아무튼 하루키가 현실에서 경험한 것들은 소설로 승화된다고나 할까? 뭐,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의 경험이 우리를 만들고 의식이든 무의식에서든 그것이 글로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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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서재의 달인^^
2024년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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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2-15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24년에도 화이팅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2-15 15: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도 파이팅^^!
 
자비를 팔다 - 우상파괴자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 비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 모멘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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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이라면 이런 책을 읽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기존에 알아왔던 상식, 통념들이 얼마나 허술한 지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사실이 얼마나 쉽게 왜곡되고 날조될 수 있는지 이제는 안다. 


 이 책은 오래 전에 산 책이다. 크리스토퍼 히친스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가 마더 테레사를 비판하는 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흥미가 생겼다. '마더 테레사를 비판한다고? 마더 테레사는 성인으로 추앙받고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 사람이 아니었나?' 자극적이고 흥미가 가는 소재였다.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해서 샀었다. 그런데 막상 사고 보니 책 내용이 뻔하게 느껴졌다. 당연히 마더 테레사를 비판하는 내용이겠거니 하고 마더 테레사가 사실은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겠겄니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흥미가 떨어져서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집에 있는 짧은 책을 찾다가 읽게 되었다. 짧은 책을 찾은 이유는 올해 100권을 채우기 위해서이다! 앞으로 7권 남았다. 열심히 읽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적극적으로 종교를 비판하는 작가이다. 영미 언론이 선정한 '100대 지식인' 중 5위에 뽑힐 정도로 명성이 있는 분이다. 뛰어난 비평가이자 탁월한 논쟁가, 진보적 지식인이다.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은 작가다. 


 짧게 마더 테레사에 대한 비판을 소개하겠다. 


 첫 번째, 마더 테레사의 봉사활동에 대한 비판이다. 마더 테레사는 인도 콜카타에서 '자비의 집' 이라는 요양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가난한 자들을 보살피고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된 곳이었지만 그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끔찍한 곳이었다. 환자들에게 아스피린 정도의 최소한의 진통제만 주고 주사 바늘을 찬물로 씻고 여러 번 사용하는 등 의사나 간호사가 보기에 처참한 수준이었다. 돈이 없었느냐? 아니다. 마더 테레사는 어마어마한 기부금은 받았다. 그 기부금이 다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종교는 회계감사가 없으니 말이다. 그 기부금이면 최신식의 병원과 학교를 짓고도 남을 돈이었다. 몇 천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이었지만 '자비의 집'에는 자비가 없었다. 개선이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더 테레사는 훗날 최고의 서양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다가 생을 마감했다. 


 두 번째, 마더 테레사의 정치적 활동이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역사적으로 교황청은 정치적으로 결코 깨끗한 곳이 아니다. 테레사 역시 그랬다. 테레사가 방문하고 만난 인물들 중 독재자, 범죄자들이 있었다. 아이티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한 독재자와 만남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 테레사는 독재자들까지 용서한 모양이다. 이 책에는 독재자 뿐 아니라 그녀가 만난 사기꾼, 범죄자들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테레사에게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사기꾼이 2억 달러가 넘는 금융사기로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피해자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1만 명이 넘는 피해자가 있었다. 테레사는 판사에게 예수님이라면 사기꾼을 용서하셨을 거라면서 사기꾼의 선처를 바란다는 편지를 썼다. 이에 검사가 예수님이라면 사기꾼에게 받은 돈을 돌려줬을 거라면서 기부금을 돌려달라고 응수했다. 답장은 없었다.


 세 번째, 마더 테레사의 종교적 활동이다. 이는 기독교나 가톨릭의 죵교적 교리에 따른 활동이니 종교적 입장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가톨릭은 낙태금지, 피임금지 등을 주장한다. 심지어 강간 당한 여성들도 낙태하지 않기를 주장한다. 테레사는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보니, 미국 대통령, 정치인, 영국 대처 총리 등과 만남을 가지면서 낙태반대법을 적극 지지했다.  


 디테일한 부분이 재밌으니 뻔한 내용일지라도 읽어보시길 권해드린다. 저자는 오로지 팩트만을 가지고 마더 테레사를 비판한다. 마더 테레사는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앙받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어찌 되었든 히친스는 논란,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지옥이 있다면 히친스는 이 책으로 인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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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우리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명한다. 
나는 교황을 매우 사랑한다.

-신부 출신 아이티 대통령 장-베르트랑 아스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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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다시 읽은 하루키의 에세이 <비밀의 숲>. 하루키의 소설도 좋지만 에세이도 너무 좋다. 




 

















 하루키가 추천한 책이다. 피츠제럴드의 <다시 찾아온 바빌론>, 희한하게 종이책은 없고 e북과 오디오북만 있다. 오디오북 한 번 도전해볼까나.



 




 











 역시 하루키가 추천한 책. 마이클 길모어의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이다. 700p가 넘는다. 꼭 읽고 싶은 책인데, 두께가 만만찮다. 1, 2 권으로 나눠졌던 게 절판되고 합본으로 출간되었다.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작업을 할 때도 매사가 술술 순조롭게 진행되면, 어찌 된 일인지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는다. 어쩐지 안절부절못하고 근질근질해진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으면 몸이 긴장해서(물론 나도 칭찬받으면 기쁘지만), 그만 엉뚱한 말을 주절거리고는, 자기혐오에 빠져버린다. 그러나 형세가 반대로 되면, 나는 생기가 넘치게 되는 것 같다. '좋아, 이제 오르막길이다!' 하고 생각하면 절로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면서(이것은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서서히 기어를 저속으로 넣는다. 나 스스로도 이상한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장거리를 좋아하고, 그것도 오르막길을 좋아하다니. 하지만 성격이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거잖아요. -p116-117 


 장거리를 좋아하고, 그것도 오르막길을 좋아한다니. 정말 하루키는 변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왠지 그 기분을 조금은 알 거 같다. 



 



  













 커트 보니것의 <몽키 하우스에 오신 걸을 환영합니다>에는 사전에 대한 아주 유쾌한 문장이 있다고 한다. 그게 뭔지는 설명을 안해줬다. 커트 보니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을 봐야겠다. <비밀의 숲>에는 <원숭이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고 되어 있어서 못 찾을 뻔 했다.



 아래는 하루키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때를 이야기한 글이다. 하루키는 이 이야기를 여러 번 이야기했다. 여러 버전이 있지만 이 버전이 가장 좋은 거 같다.


 그리고 이것은 전에도 어딘가에서 쓴 적이 있는데, 내가 소설을 쓰기로 작정한 '어느 하루'가 있다. 스물아홉의 4월 어느 날 오후였다. 나는 그때의 일을 아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날의 햇살과 바람의 상태와 주위에서 들리던 소리 같은 것도 어제 일처럼 또렷이 기억해낼 수 있다. 그때 내 머릿속에서 돌연 무엇인가가 반짝 하고 아주 작고 눈부시게 빛났고, 그래서 나는 '그래, 이제부터 소설을 쓰자.' 하고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소설을 쓸 수 있다.' 고 인식했다. 거기에는 구체적인 계기라든가 근거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단지 오만함이 있었다.

 그로부터 대략 1년 후, 내가 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소설이 문예지의 신인상을 수상해서, 나는 그럭저럭 작가로 불리게 되었지만, 나 자신의 의식 속에서 나는 바로 그날에 진구 구장의 외야석에서 이미 작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 느낌은 실로 열렬한 사랑에 빠진 것과 원리적으로 똑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 등줄기가 찌르르한 느낌은 열렬한 운명적 사랑 외에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렇다, 그것은 너무나도 좋은 느낌이었다. -p224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 하루키가 학창시절에 읽었다는 책이다. 

































 하루키는 여행길에 <체홉 전집>을 챙겨 간다고 한다. 반드시라도 해도 좋을 정도로 한 권을 챙겨간다고 한다. 이제까지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 <체호프 단편선>을 읽다 말았는데 다시 읽어야겠다.



 















 <뉴요커>지의 어느 편집자가 강추했다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세설>, 그리고 명편집자로 알려진 맥스웰 퍼킨스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다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좋은 책은 많다. 부지런히 읽자. 요즘 소설이 땡기진 않지만. 



 나는 클래식 콘서트에 가서도 '그저 그런 연주로군.' 하는 생각이 들면, 거의 앙코르를 듣지 않고 그대로 나와버린다. 대단한 연주도 아닌데 '상투적으로' 박수를 치면서 앙코르를 요구하는 건, 그 연주자를 망치게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에 살 때 자주 콘서트에 가곤 했는데, 설령 시노폴리가 지휘하는 연주라 하더라도, 내용이 별 볼일 없으면 관객은 곡이 연주되고 있는 도중에 가차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 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나조차 "대단하군!" 하고 감탄했다. -p349


 하루키의 프로의식과 장인정신을 볼 수 있는 글이었다. 일본은 상투적으로 영화의 엔딩 자막을 끝까지 본다고 하는데 요즘도 그러진 않겠지?



 즐겁게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었다. 소설과는 또 다른 가볍고 여유있는 맛. 잠시 한 숨 돌리고 쉬어가기 좋은 책이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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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1-08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가 소설속에서 언급하는 것들은 찾아 읽으려고 하는데,

토마스 만의 <마의산> 이건 잘 못읽겄더라구요 ㅋㅋㅋ

<다시 찾은 바빌론>은 아마 피츠제럴드 단편집 종이책 속에 포함되어 있을겁니다 ㅋ 기억이 가물가물...

하루키 덕분에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 이름을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
<해변의 카프카> 보시면 나쓰메 소세키 책도 나옵니다. <갱부> 였던거 같은데 ㅋ

소세키도 추천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1-08 12:46   좋아요 1 | URL
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다시 찾은 바빌론> 찾아서 봐야겠네요ㅎ

소세키도 <마음> 읽어봤는데 괜찮았어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기대에 비해서는 좀 별로였어요ㅠㅋ

<갱부> 기억해놔야겠네요ㅎ